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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TRE CALENDAR 2020_남산예술센터

THEATRE CALENDAR 2020

 

라인업 발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올해부터 레퍼토리 시즌을 시작하는 경기도문화의전당새롭게 재도약하는 고양문화재단거장들과의 협연으로 무대를 빛낼 KBS교향악단의 소식들을 모아보았다.
editor 이민정

 



남산예술센터
: 동시대 시선을 담은 5편의 연극

 

3월부터 9월까지 올해의 시즌 프로그램 5편을 공개했다지난해 남산예술센터가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해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짚었다면올해는 가해와 피해의 역사 속에 놓인 인간을 고찰하며시대적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공유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5월, 광주를 기억하는 한국&폴란드 두 개의 시선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두 개의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휴먼 푸가>(원작 한강/연출 배요섭)를 5월 13~24일에,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원작 한강/연출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을 5월 29~31일에 무대에 올린다두 작품은 모두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토대로 제작됐다역사적 사건 때문에 상처받았는데 아직까지 온전히 치유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동시에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는 작품들이다지난해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휴먼푸가>는 파격적인 무대연출과 공연전개로 평론가와 연극계의 화제를 몰고 왔으며연말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주관한 ‘2019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된 바 있다.

<더 보이 이즈 커밍>은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의 작품으로 2019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초연한 바 있다남산예술센터는 그동안 ‘베를린 샤우뷔네 <햄릿>(2010), ‘고골의 꿈’(2010), ‘델루즈(DELUGE): 물의 기억’(2015) 등 몇 편의 해외 작품들을 초청한 바 있으나‘동시대 창작초연 중심의 제작극장’이라는 목표 아래 대부분의 작품들을 국내 초연들로 채웠다이번 <더 보이 이즈 커밍>이 국내 창작초연 작품은 아니지만폴란드의 시선으로 5월의 광주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한국에서 시작해 폴란드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광주의 아픔이 1980년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극 <휴먼 푸가> (2019)

연극 <휴먼 푸가>

“해결되지 못한 광주 문제를 신체를 통해 연극설치예술을 포괄하면서 혼신의 힘으로 창작한 품격 있는 공연”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9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주관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된 작품이다. 1980년 5계엄군에 맞서 싸운 이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린다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고 있는 소설의 구조는독립된 멜로디들이 반복되고 교차되고 증폭되는 푸가(fuga)의 형식과도 맞닿아 있다연극 <휴먼 푸가>는 소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국가가 휘두른 폭력으로 인해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 재현하지 않는다배우들은 연기하지 않고춤추지 않고노래하지 않는다보편적인 연극이 가진 서사의 맥락은 끊어지고관객들은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간다슬픔분노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고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시도한다한강 원작배요섭 연출공연창작집단 뛰다
 

연극 <더 보이 이즈 커밍 The boy is coming(Nadchodzi chłopiec)>

한 사람의 죽음은 유리에 생긴 ‘균열’이다그 균열은 멀리 퍼져서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가 닿고 그들의 삶마저 분절시킨다. 1980년 5한국의 도시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열다섯 살 ‘소년’이 실종된 친구를 찾아 집을 나섰다가 죽음을 맞는다.
소년의 죽음은 그를 사랑하는 사람친구와 가족그리고 그를 단 한번 만난 사람심지어 그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퍼져나갔다이 균열은 폴란드까지 도달하여 폴란드 연출가인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에 의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2019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초연한 ‘The boy is coming’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장별로 구성했고 2부는 폴란드의 현실을 반영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특히 1부는 장소특정형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공간 곳곳을 가로지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작품은 소년이 온다를 관객들에게 세밀한 서사적 구조로서 전달하여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이 단지 하나의 트라우마가 아닌 일종의 경고로서 작동하여 광주가 한국에 혹은 1980년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 어느 때든 있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리고 이야기는 한국에서 폴란드로 이동하며 미래에 대한 숨겨진 불안을 탐구하여 균열이 생기기 전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한강 원작 한강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 연출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

 

연극 <휴먼 푸가> (2019)

젊은 창작자의 발언, 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과거

 

 

2020년 시즌 프로그램의 막을 올리는 <왕서개 이야기>(4월 15~26)는 남산예술센터 상시투고시스템 ‘초고를 부탁해’로 시작해 제작 전 콘텐츠를 사전에 공유하는 작가 발굴 프로젝트인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거쳐 시즌 프로그램으로 안착된 작품이다이는 남산예술센터의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모두 거친 것이다‘왕서개’라는 인물의 복수를 통해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세계사 아픔을 이야기함으로써 가해의 역사가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마주했을 때 무엇을 말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질문한다. <아카시아와아카시아를 삼키는 것>(6월 24~7월 5)은 1980년대부터 우리 사회가 낳은 여러 사건의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기억을 무대화했다파편화된 기억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아픔은 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경험이 아니라 동시대 우리가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9월 2~13)는 형식에 잠재되어 오랫동안 잠들어 있는 예배의 제의성과 연극성을 부활시키기 위해 제사장의 위치에 기독교가 배제해온 ‘퀴어(Queer,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주류 기독교가 독점해온 사랑공동체믿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퀴어를 둘러싼 불안과 혐오기독교의 위기와 분열을 한곳에 담아내 극장과 연극의 공공성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연극 <왕서개 이야기>

2017년 ‘초고를 부탁해’에서 발굴된 작품으로 ‘칼 같은 날카로운 필력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해를 입은 생존자에 대한 세밀한 관찰’ 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8년 ‘서치라이트(Searchwright)’를 통해 낭독공연된 작품. 2020년 공동제작 공모에 선정되어 시즌 프로그램으로 다시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게 된남산예술센터의 제작 시스템을 모두 차례로 거쳤다.
왕서개는 가족사의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극은 그의 복수의 여정을 통해 1930년대에서 1950년에 이르는 세계사적 아픔을 담고 있다하지만 그가 걷는 여정은 단순히 복수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진실을 얻고자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가해와 피해의 역사는 모두 숨겨지기를 바라는 듯 누구도 이의제기 하지 않으며 시간은 흘러간다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진실을 알고자 한다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 앞에 가해의 역사는 무엇을 말 할 수 있을지왜 그랬는지왜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었는지 질문을 던진다김도영 작이준우 연출극단 배다
 

연극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

이 작품은 1980년대부터 있었던 여러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기억의 파편들을 꺼낸다개인은 서로 다른 아픔과 불편함의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이 모든 해결되지 않은 고통의 시간들은 서로 연결되고 쌓여 현재의 ‘광장’으로 모인다광장은 기억의 오늘들이 모여 고통을 집합시키고이념과 신념의 충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이번 시즌 공모 당시 ‘말들이 파편처럼 진행되어눈 오는 광장에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광장에서 진행되는 세계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말’을 통해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사건 중심으로 인물들을 세워놓지 않는다다만기억의 파편처럼 나열된 후 연결되어 모이는 개인의 ‘말’들을 통해서 어떠한 동시대의 일이특별한 사람들만 겪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불편한 시대를 겪어가고 있다는 것을 공유한다김지나 작·연출 김지나이언시 스튜디오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예배’를 퍼포먼스화 하여 극장으로 가져온다쿵짝 프로젝트는 예배를 ‘다분히 관객 참여의 가능성을 가진 연극이자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제의적 퍼포먼스’ 라고 해석했다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배에는 이런 본래의 성질은 사라진 채 형식만이 남았다고 보았다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세상에 외면 받고그 어떤 사회와의 접점도 찾지 못한 채 도태하는 이유도 이런 ‘예배’가 죽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품은 우선 예배라는 형식에 잠재되어 있는오랜 기간 잠들어 있는 제의성과 연극성을 복원하려는 시도이다사랑공동체믿음 등 온갖 좋은 가치와 언어는 주류 기독교가 독점한 까닭에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약자들은 늘 다른 상징과 언어를 찾아야만 했고예배를 찬탈한 자들은 십자가와 사랑을 소수자를 억압하는 무기로 사용한다이를 되찾아오자는 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공동창작연출 임성현 쿵짝 프로젝트
 

한․중․일 동아시아의 현대 희곡이 한자리에

남산예술센터는 지난 2017년부터 잠재력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완성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공유하는 <서치라이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서치라이트>는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낭독공연과 워크숍주제 리서치를 위한 공개토론컨퍼런스프레젠테이션 등 발표 형식도 자유롭다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제작비 지원을 비롯해 오는 3월 극장관객기획자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또한 격년으로 진행해오던 일본과 중국의 낭독공연을 처음으로 동시에 추진한다오는 2월과 3,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 <서치라이트(Searchwright)>(3월 3~13),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을 차례로 선보임으로써 동아시아의 현대 희곡을 한자리에 모으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0 남산예술센터 캘린더

 

*코로나19로 인해 3월 공연 예정이었던 <2020 서치라이트>와 <중국희곡 낭독공연>은 취소되었습니다. 추후 공연 변동사항은 남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http://www.ns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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