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일이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관객들은 각각의 셰익스피어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뮤지컬로 각색하기 쉽지 않다. 이미 이야기 구조가 단단히 짜여 있어서 음악을 집어넣기 곤란하고,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한 스토리를 완전히 새로 탈바꿈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은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이들의 선택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도덕적 갈등을 그린 <맥베스>다.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왕위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를 그린 <맥베스>. 국내에서 뮤지컬로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빵야><목란언니>의 작가 김은성과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작은아씨들>의 작곡가 박천휘, 뮤지컬 <실비아, 살다>의 연출 조윤지가 작품을 이끈다. 김은성 작가는 “원작은 정치권력의 폭력을 다룬 대표적 고전인 반면 뮤지컬 <맥베스>는 보다 현대적인 욕망을 가진 권력자의 파멸을 다룬다.”며 원작과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맥베스가 왕이 된다’는 원작 속 예언은 서로 다른 세 인물로 등장한다. 장차 왕이 되라고 강압적인 태도로 맥베스를 대했던 그의 아버지(스콧),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앤디), 희망을 품고 나라를 위해 싸운 청년 시절 자신의 모습까지. 세 개의 환영은 맥베스의 주변을 맴도는데, 이를 통해 역사 속에 반복되어 온 권력에 대한 인간의 본성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다.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레이디 맥베스다. 이번 작품에서는 ‘맥버니’라는 이름의 능동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 남편인 맥베스와 함께 왕의 암살을 도모할 뿐 아니라, 뛰어난 검술을 겸비하는 등 보다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맥베스와 맥버니는 왕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권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과 집착, 전우애와 같은 끈끈한 관계를 펼친다.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코러스를 겸해, 극의 입체감을 더한다. 조윤지 연출은 이에 대해 “코러스는 이 드라마를 관객과 함께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는 원작의 대사들이 얼마나 완벽히 뮤지컬 넘버로 변주되는 가에 있다. 팝, 왈츠, 행진곡, 대관식 찬가(anthem), 원시적 리듬의 주술적 음악을 비롯해 다채로운 음악들이 펼쳐진다. 박천휘 작곡가는 “원작의 무게가 많이 부담스러웠으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명쾌하게 그리고자 했다.”며 두 주인공의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을 음악에 녹여,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직면하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맥베스 역에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사의 찬미> 등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성태준이 참여하고,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의 한일경이 함께 캐스팅되었다. 강인하지만 처연한 맥버니 역은 뮤지컬 <프리다><식스 더 뮤지컬>을 통해 존재감 넘치는 무대를 보여준 이아름솔, 서울시뮤지컬단 소속으로 뮤지컬 <애니><지붕위의 바이올린>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유미가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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