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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깊고 푸른 바다처럼_연극 <3일간의 비> 배우 김바다

깊고 푸른 바다처럼

 

인터뷰 내내 되려 질문을 던지던 배우 김바다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넓혀나간다.
editor 이윤슬 photographer 문겨레


미국 유명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Richard Greenberg)가 쓴 연극 <3일간의 비>는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에 다가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관계와 세대, 진실과 이해에 관한 다층적 고민이 깔려 있는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는 해석의 폭을 넓혀 두었다. 극 중 배우들은 1막과 2막으로 나누어 자녀와 부모 세대를 동시에 연기한다. 모두 1인 2역인 셈. 작품에서 자유분방한 워커와 유명 건축가인 아버지 네드 역을 맡은 배우 김바다는 드넓게 펼쳐진 텍스트 사이를 헤엄치는 중이다. “어렸을 때는 생각이 많은 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을 겹겹이 해보는 스스로가 좋아요.” 이 말을 듣고 그의 헤엄이 어디로 가 닿을지, 또 그가 그려 나가는 설계도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한낮, 고요한 듯 실은 치열한 배우 김바다의 생각을 잠시나마 들여다보았다.

특히 올해 많은 작품들을 하고 있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그때그때 좀 다른 것 같아요. 대본이 굉장히 끌려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고, 같이 하는 배우나 창작진이 끌려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근데 이번 <3일간의 비> 같은 경우는 대본 읽어 보기도 전에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분들이 함께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거든요. 점점 작업을 하면 할수록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 팀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동료가 되고 싶고요.

안 그대로 연습실 분위기가 뜨겁다는 소식 들었어요.
어떻게 아셨어요?

배우분들 SNS를 좀 찾아봤어요. 정인지 배우가 ‘연습실에서 대본 얘기 그만’이라고 할 정도로 대본에 대해서 엄청 고민하는 연습실이라고 올리셨더군요.
아 정말요? 아니, 제가 다른 팀 공연을 가도 “너희 새벽 한 시까지 연습한다며?”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아?” 물었죠. 소문이 났나 봐요.

맞아요. 어떤 식으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나요?
물론 이 작품이 재연으로 올라가기는 하지만, 모두 다 새로 참여하는 배우들이거든요. 초연을 올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거의 대본 네 개를 펴 놓고요. 원문, 초본, 각색한 버전, 이번 재연 대본까지. 어떤 말들이 가장 원문에 가까울지 고민하고 있어요. 연출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한 문장, 한 단어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이라 거의 연구팀처럼 대본을 붙들고 있죠. 우리 문화권의 언어가 아니다 보니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계속 고민할 수밖에요. 이런 작업이 어렵고 힘들기도 한데 재미있어요. 관객들에게 좋은 텍스트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진짜 뜨거워요, 연습실이. 좋은 선택들을 하기 위해 정말 양질의 씨름을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잘 안 풀리는 부분도 있나요?
잘 안 풀린다기보다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계속 새로 찾아지는 부분이 나오는 작품이라 배우들이 더 못 놓고 있어요. 계속 고민할수록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채롭게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런지 연습 타임테이블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지킨 적이 거의 없어요. 얘기하다 보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하는 게 일상이에요. 물론 매 작품마다 고민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이런 팀은 또 처음인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인상은 어땠어요?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예전에 어떤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저희 세대가 선택의 세대라고 하더라고요. 기성세대가 여러 길을 제시했다면, 우리는 그들이 열어 놓은 길 안에서 선택을 잘해야 하는 세대라고요. 대본을 읽어나갈수록 그 글이 떠올랐어요.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고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 세대의 관객들에게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면 연습 막바지에 와서 다시 텍스트를 보니 또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나요?
아, 너무 많아요. 바로 어제 연습한 장면도 그랬고요. 2막에서 네드와 테오가 같이 설계를 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연습했거든요. 텍스트로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정복이 형(박정복 분)이랑 현경 누나(류현경 분)랑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아 살면서 저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 정도로 두 인물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애증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저런 질감의 감정을 공유하는 관계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텍스트로 봤을 때는 그냥 건축에 대해 씨름하는 장면이라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 했어요.

작품을 볼 때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관계성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크게 보면 이건 정말 관계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어느 관계에 집중해서 보느냐에 따라 -작품의 근간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느껴지는 게 너무 달라요. 저도 연습할 때마다 어떤 인물과 붙느냐에 따라 와닿는 대사나 감정이 매번 달라져요. 그래서 너무 궁금해요. 관객들이 어떤 관계성에서 무얼 느끼실까.

이 작품에서 1인 2역을 연기하시죠. 이번에 맡게 된 네드와 워커, 두 인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그냥 1인 2역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를 다 연기한다는 점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우선 네드는 1960년대 사람이고 네드의 아들 워커는 1995년도를 살고 있어요. 두 인물이 되게 달라요. 특징도, 성격도. 네드는 테오라는 친구와 같이 건축일을 하고 있고, 한 인간으로서는 말을 더듬는다는 핸디캡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네드를 연기할수록 참 다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워커는 식사를 못 할 정도로 굉장히 예민하고, 자유분방하지만 불안장애가 있는 인물입니다. 네드가 겉으로 드러나는 핸디캡이 있다면, 워커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이 아버지 덕분에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아 돈도 많고요. 하지만 전혀 풍요롭지 않은 내면을 갖고 있는, 결핍이 있는 인물이죠. 두 인물이 다른 듯 비슷해요. 묘하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인간이 갖고 있는 뿌리, 그건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구나, 하는 감상도 들고요.

본인의 실제 성격은 네드와 워커 중에서 어느 쪽과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다 안 비슷해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네드로 사는 것도, 워커로 사는 것도. 생각해 보니 어제 희연(안희연 분)이랑 연습 중간에 밥을 먹으면서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빠, 생각하는 게 되게 워커 같다.” 이런 얘기를 듣긴 했네요.

네드와 워커를 만들어 갈 때 어디에서 레퍼런스를 찾았나요.
음… 김주헌, 박정복이요. (웃음) 같은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배우들이랑 같이 작업을 하고 있어요. 같은 장면을 해도, 셋이 서로 찾아내는 지점들이 너무 다르고요. 큰 도움이 되죠.

특히 어떤 부분에서 도움을 받나요.
주헌이 형은 텍스트 외적인 것들에서 힌트나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시더라고요. 인물이나 작품과 어울릴 법한 음악을 공유해 주시기도 하고, 형은 그림을 그리시니까 직접 그린 그림도 보내주셨고요. 또 어떤 영화 포스터를 발견했는데, 그게 너무 워커 방에 걸려있을 법한 포스터라고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정복이 형은 대본을 끊임없이 분석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저의 수면 시간을 많이 빼앗는 사람이기도 한데. (웃음) 연습이 끝나도 전화가 와요. “바다야 아까 그 장면…”으로 시작하면 기본 30분은 이야기해요. “형은 이런 걸 느꼈는데, 아까 네가 하는 걸 보니 이런 부분이 되게 새롭게 다가오더라. 너 그때 어떤 걸 느꼈어?” 이런 대화가 너무 소중해요.

본인은 인물을 만들어 나갈 때 어떻게 시작하는 편이에요?
대개 제가 가장 먼저 하는 건 인물이 살고 있는 시대를 보는 거예요. <3일간의 비>와 연결시켜 이야기하자면, 1960년대 미국이 배경이잖아요. 저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는데, 학생운동도 활발했고 히피 문화가 가장 꽃피웠던 시기라고 하더라고요. 미국 안에서도 격변의 시기였던 거죠. 작품에 등장하는 라이나라는 캐릭터도 히피를 지향하는 인물인데, 그 시대 히피들이 가장 본질적으로 추구했던 건 가장 자기 자신다운 삶이래요. 왜 히피들이 그걸 추구하게 되었을까 같은 궁금증이 해결되어야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최초의 질문은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가 언제지? 그 시대는 어떤 시대였지? 가 돼요. 그다음 인물로 들어가죠.

인물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요?
가장 기본적으로 무게감을 두는 건 대본이고요. 좀 앞서 말씀드린 주헌이형과 같은 방법도 많이 선택해요. 이 친구는 어떤 음식이나 색깔을 좋아할까, 어떤 음악을 들을까, 어떤 습관이 있을까, 비 오는 날을 좋아할까 하는 여러 가지 상상들. 그러다 보면 조금씩 구축되는 게 있어요.

상상을 많이 하시나 봐요. INFP시죠?
저요? (웃음) 근데 바뀌더라고요. 제가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래서 결론이 뭐야?”예요. 저 좀 T인 것 같아요. INFP가 두 번 나오긴 했는데…

지금 마음속에 가장 강렬하게 존재하는 <3일간의 비> 속 대사나 장면도 궁금해요.
2막에서 라이나와 네드가 테오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테오와 라이나가 사랑싸움을 하다가 테오가 떠난 거라 둘이 테오 흉을 막 보죠. 그러다 라이나가 이렇게 말해요. “근데 가장 큰 비밀이 뭔지 알아? 난 걔가 없으면 죽을 거라는 거야.” 네드도 쭉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덧붙여요. “나도 테오가 없으면 아마 죽을 거야.” 제가 만약 테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나랑 함께하는 누군가가, ‘나는 바다가 없으면 아마 죽었을 거야. 바다가 없으면 아마 죽을 거야.’라고 말해주면 어떨까요? 기분이 너무 묘할 것 같아요.

이렇게 인물에 대해 많이 파고들다 보면 빠져나오는 게 어렵지는 않으세요?
인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물리적으로 나로 사는 시간보다 인물로 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다 보면 현실에는 없을 법한 감정들을 건드려야 하는 장면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걸 일상까지 끌고 올 순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실은 내 감정이 아니니까.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대화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동료들과의 대화나, 나로 사고할 수 있게 하는 사람과의 대화요.

인물로 살아가는 나와 일상을 살아가는 나의 경계를 뚜렷하게 나누려고 하는 편인 가봐요.
이게 참 수학 공식처럼 64% 그 인물로 산다고 말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컨디션을 타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좀 분리를 하려고 하는 쪽이에요. 어차피 자려고 누우면 또 대본 생각을 안 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 인식으로라도 내가 이 일로부터 퇴근했다는 걸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계속 그 잔여 감정과 생각들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죠. 그러면 일과 일상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연기 연습 외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무엇인가요.
운동을 많이 해요. 생각으로부터 퇴근하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저는 혼자 살고 있다 보니 퇴근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집안일이… 쉬는 날이 쉬는 날이 아니죠.

SNS를 조금 살펴봤는데 ‘배움’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요즘 새로 배운 게 있나요?
뮤지컬 <다시, 동물원> 때문에 베이스 기타를 생전 처음 배워봤거든요?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연습용 기타가 집에 있는데, 작품이 끝나도 계속해 보려고 해요.

작품에 일기장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해요. 일기를 쓴다고 들었는데, 일기 보통 어떤 식으로 쓰세요? 일과만 쓰는 사람이 있고, 감정 위주로 쓰는 사람이 있잖아요.
과거에는 하루 일과를 썼는데, 지금은 아예 감정만 써요. 예를 들어 오늘의 일기를 쓴다 치면, ‘기자님과 이런 대화를 나눠서 되게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졌다. 내 이야기에 기자님이 공감해 주신 게 고마웠다.’ 이렇게 쓰겠죠?

썼던 일기도 다시 읽어보세요?
이따금요.

읽어보면 기분이 어때요?
어우, 너무 이상하죠. 안 좋은 감정일 때 쓴 일기들 보면 미쳤나 싶기도 하고.

워커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고 그 삶을 알아가잖아요. 혹시 일기를 보고 싶을 만큼 궁금한 사람이 있어요?
제가 오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면서 러닝머신에 있는 TV로 김연아 선수가 나온 ‘유퀴즈 온 더 블락’을 봤어요. MC분들이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감동 포인트를 끄집어내려고 끊임없이 질문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김연아 선수가 시종일관 “아 정말 죄송해요. 원하는 답변을 해드릴 수 없을 것 같은데 저는 사실 후련했어요.” 이렇게 답하시는 거예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니 “3~4시에 자고 12시에 일어나는데요?” 저는 그게 너무 솔직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궁금해졌어요.

비밀스러운 사람보다 솔직한 사람이 더 궁금해요?
네. 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솔직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것 같거든요. 기본적으로 미움 받을 용기가 있는 사람이 솔직하다고 보는데, 그런 용기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나라는 사람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솔직하기 어렵잖아요. 대중이나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있을 거고, 그게 뭔지 내가 인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맞춰주자는 마음도 생길 텐데 그 마음을 뿌리치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그러면 주변 반응이나 관객 반응을 좀 신경 쓰시는 편인가요?
어렵네요. 작품을 가지고 모든 배우들이 씨름하는 이유는 관객들에게 최대한 굴절된 시각이나 오염 없이 작품에 담긴 순수성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언제 우리 공연을 보러 와도 늘 베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거죠.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공연 예술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노력을 다하고 난 후에, 관객들이 무얼 느끼는지는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많이 신경 써요. 안 불편했으면 좋겠어요. 절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불편하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상태나 마음 정도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관객 반응에 의연한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계속 공연을 하면서 생각지 못했던 관객들의 성원에 오히려 엄청 위로받았던 적도 많았어요. 최근에 했던 <쇄골에 천사가 잠들고 있다> 같은 경우도 이렇게 많이 공감해 주실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작품이 워낙 무겁기도 하고. 특히나 요즘은 숏폼이 판치는 세상이고, 호흡이 긴 작품을 대중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대가 됐잖아요. 너무 깊은 고민은 하고 싶어 하지 않고. 하지만 우리가 이 작품을 선택했으니 최대한 작품에 담긴 의미 그대로를 올려보자고 결심했는데 너무 많은 관객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그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같이 준비했던 배우들 모두.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제가 좋아서 이 일을 하고 있고, 정말 감사하게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지만 저는 막 엄청난 불같은 사랑을 배우로서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떠한 형태로든 연기하고 있으면, 관객들이 언제든 와서 봐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마라 맛 말고. 평양냉면?

이번 작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고정관념과 편견, 내 안에서 굳어져 버린 이기적인 사고를 바꾸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러니 좀 열린 시각으로 보시면 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여러 가지를 차려 놓을 텐데, 그중에서 뭘 취할지는 관객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 우정, 꿈, 인간관계, 외로움. 뭐가 됐든요. 또 하나, 이번에 무대에서 실제로 비가 내립니다. 밖에도 비가 내내 오는데 극장 안에도 비가 오는 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어쨌든 극장 안에서 비가 내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보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ATTENTION, PLEASE
연극 <3일간의 비>
기간 2023년 7월 25일-2023년 10월 1일
시간 화·수·목 20:00|금 16:00 20:00| 토 15:00 19:00|일·공휴일 14:00 18:00 (월 공연 없음)
장소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가격 R석 7만원|S석 5만원|시야제한석 3만원
문의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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