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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FOR NEW CHAPTER_<쓰인 적 없는 ㅅ> 모니카&CIFIKA

 FOR NEW CHAPTER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23>에서만 만날 수 있는 <쓰인 적 없는 ㅅ>은 대한민국에 스트릿 댄스 열풍을 불러온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와 일렉트로닉 장르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보컬리스트 겸 프로듀서 씨피카(CIFIKA)의 무대다. 사랑일지도, 슬픔일지도, 혹은 삶일지도 모를 시옷 사이에서 모니카와 씨피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새로운 도전을 앞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ditor 이윤슬


<쓰인 적 없는 ㅅ>의 시작
모니카 이 공연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프라우드먼이 아닌 모니카가 하고 싶은 게 있냐고 여쭤보셨어요. 생각해 보니 없는 거예요. 너무 충격이었어요. 저는 항상 상대에게 맞추고 조율하며 작업을 해 왔어요. 일종의 미션을 한 거죠. 춤 자체가 음악이 먼저 나와야 가공이 되기 때문에, 음악이 말하는 쪽으로 가야 했어요. 무(無)에서 춤을 만들어 내는 일에 도전해 볼까 싶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음악 없이 음악을 상상하는 게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던 씨피카(CIFIKA)에게 연락을 드렸어요. 씨피카 음악을 들으면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거든요.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컬래버레이션이 되었습니다.
씨피카 너무 감사하게 먼저 제안을 주셔서 요즘은 <쓰인 적 없는 ㅅ>에 대한 음악 작곡에 집중하고 있어요. 스케치는 두 달 전에 시작했고, 조금씩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완성도로 따지면 한 60% 정도 된 것 같아요. 큰 뼈대는 나왔는데 몇 곡은 모니카가 새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주셔서, 그걸 새로 쓴다면 80% 정도 완성될 것 같습니다. 다듬기까지 하면 남은 20%가 채워지겠죠? 작업이 너무 재미있어요.
모니카 저도 이 공연이 제일 기대되고, 작업도 재미있어서 다른 해야 할 일들을 빨리 끝내고 있어요. 앨범이 나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9월 이후로 미뤘어요.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둔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이제 <쓰인 적 없는 ㅅ>에만 몰두하면 돼요.

모니카×씨피카의 만남
모니카 언젠가 광고 촬영 현장에서 씨피카를 처음 만났어요.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는 기계인 줄 알았죠. (웃음) 비주얼이 워낙 그래픽적이기도 하고요. 음악 안에서만 존재하는 사람 같았어요. 하지만 실제로 보니 수줍음이 많긴 하지만 음악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었습니다. 패드 같은 걸 누르며 재미있어했어요.
씨피카 맞아, 그때 악기를 가져갔어요. 영상에 악기를 등장시키고 싶어서요.
모니카 음악에 대한 사랑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람 같았죠. 그리고 천재 같았어요.
씨피카 모니카의 첫인상은 정말 강렬했어요. 만날 때마다 음악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원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음악가들은 보통 조용하고 내향적인데, 모니카는 압도적으로 댄서의 아우라가 느껴지죠. 아, 모니카의 팀과 함께 있으면 풋볼 선수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프라우드먼은 경기에서 하프타임이 끝나 락커 앞에서 떠들고 있는 선수들 같고, 저는 그들을 지켜보는 팀 매니저 같죠.
모니카 여기(댄서 씬)는 단체생활이 많아요. 보통 집단에 속해서 같은 인종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언어들을 습득하고, 그걸로 내 말을 하게 되는 거예요.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건 이후의 일이에요. 여기는 자아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자아를 찾는 건 자기 선택에 달렸죠. 모두가 다 창의적이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운동과 비슷해요.

프라우드먼의 퍼포먼스와 씨피카의 음악
모니카 프라우드먼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의 춤을 아예 안 춰본 멤버도 있어요. 그래서 그들 몇몇에게도 도전적인 시간입니다. 안 해본 거니까 부담도 되겠지만 다들 설레어 해요. 그리고 이런 작업을 너무 원했던 멤버들도 있어요. 애들이 굉장히 궁금해하죠. 모니카가 엄청난 자유를 부여받았을 때, 과연 무엇을 할까.
씨피카 저는 보통 작곡을 할 때 제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거나, 특정 신(scene)을 상상한 다음에 그걸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요. 이번에는 모니카라는 사람이 있고, 프라우드먼이라는 팀이 있죠. 이 사람들이 움직이는 걸 상상하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챌린지가 있어요. 그래서 기존에 해왔던 프로세스를 버리고, 몸이 움직이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성을 잡고 있어요. 과정이 새로워지니 작업도 재미있어요. 저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정확히 어느 구간에서 춤이 바뀔지, 템포가 느릴지, 빠를지, 바닥을 사용할지, 점프를 할지 모르니까 최대한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많이 만들어 두고 있어요. 모니카가 안무를 짤 때 여러 그루브를 쓸 수 있도록 일부러 리듬에서 변주를 주기도 하고요. 제가 안 쓰는 리듬도 많이 넣었어요. 8분의 3이나 8분의 6 박자 원래는 잘 안 쓰거든요. 하지만 이런 리듬이 있어야 움직임이 더 재미있어요. 스윙도 많이 줬고요. 저는 정박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밀고 당기는 리듬에 신경 썼어요.
모니카 정말 감사하게도 씨피카가 먼저 어떤 음악을 원하냐고 물어봤지만, 저는 씨피카의 감각이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이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죠. 나는 작가가 아니라 번역가구나. 씨피카가 창작을 하면 제 비(非)언어로 그것을 번역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씨피카의 음악을 믿고 따라가고 있죠. 다
만, 한 곡이 갖고 있는 집중을 관객들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분량 조절을 부탁드렸어요. 무드를 바꾼 건 없고요. 그리고 11번 챕터가 강렬하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 주제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음악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특히 1번 챕터 음악이 미쳤어요. 바로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하는 음악입니다.

공연 감상 포인트
모니카 정말 쉽게 갈 거예요. 언어와 음악과 춤. 또, 중간에 삽입된 엠비언트 사운드는 비언어로 느껴지실 거예요. 그 모든 것들을 종합한 공연이 될 겁니다. 어떠한 의미를 가진 언어와 음악이 어떻게 비언어로 번역되었는지, 그걸 알 수 있게 해주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어요. 추상적인 것에 접근하는 아주 기초단계라고 할까요. 춤만 보거나 음악만 들으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걸 순서대로 함께 보고 들으면 전혀 어렵지 않을 거예요. 천천히 따라오실 수 있게 공연의 챕터를 다 나눠 뒀어요. 또,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씨피카 조명이 아주 큰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 공연의 조명에 직접 관여를 한 건 아니지만, 조명에 대해서는 늘 관심이 많아요. 음악 말고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앞으로도.
모니카 여기서 공연을 몇 개 봤는데 매번 구조물이 다르게 설치되어 있어서 아예 다른 무대인 줄 알았어요. 저는 웬만하면 있는 그대로의 원형을 살리고 싶어요. 텅 빈 정사각형의 공간 그 자체로 블랙홀 같은 점도 좋고요. 그리고 무대가 너무 멋있으면 그 공간을 살리기 위해 춤을 죽이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에는 음악과 춤, 메시지, 빛(조명)만 남기고 다른 건 좀 죽일 생각입니다.
씨피카 모니카는 제가 무대에 오르는 걸 원하는데, 저는 댄서들 사이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져서 고민이 돼요. 너무 대조가 될까 봐. 댄서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멋있거든요.
모니카 저는 씨피카에게 움직임을 원하지는 않고, 몰입을 원해요. 몰입도 비언어잖아요. 그 비언어까지 쓰고 싶어요. 그리고 프라우드먼에게도 이번 무대만큼은 댄서가 아닌 연기자이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연기자처럼 메시지를 정확하게 뱉어내면 좋겠어요.
씨피카 대중적이고 쉬운 거 하기로 했는데, 얘기만 들으면 거의 아방가르드예요.
모니카 이걸 쉽게 풀 겁니다. 아주 달게 만들 거예요. (웃음)

제목에 관하여
씨피카 제목은 같이 지었어요. 모니카가 시옷(ㅅ)을 던졌고, ‘쓰인 적 없는’은 제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모니카 시옷 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이죠. 시옷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나열해 보면 다들 몇 가지는 겹칠 거예요. 구체적인 경험은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의 폭은 비슷한 것처럼요. 공연을 보고 삶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씨피카 관객들이 어떤 시옷을 발견할지 궁금해요.

S씨어터라는 공연장
모니카 이 공연장이 홍대 놀이터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었어요. 여기서 홍대 놀이터란, 제가 스무 살 무렵 느꼈던 창의적인 홍대를 의미해요. 대중적인 코드와 비주류의 경계가 없어서 엉망진창이고 자유분방했던 곳. 예술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있고, 힙합을 하는 핫한 사람도 있고, 클래식한 연주자나 화가도 있었죠. 그들이 모두 모여 술을 마셨어요. 그때의 홍대 놀이터처럼 다양한 스타일과 사람들이 섞이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씨피카 해외도 그렇지만 특히 국내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관객들의 연령과 성별이 다양하지 않다는 게 가끔 너무 이상하게 느껴져요. 다양성의 장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문장에서 비롯되는 몸짓
모니카 저희 멤버가 열세 명이라 총 열세 개의 문장이 나올 거예요. 그래서 더 뜻깊은 공연입니다. 저한테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모니카라고 해서 1번이나 엔딩에 서지 않고요, 좋아하는 파트를 맡았습니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재미있는 지점이 많아요. 같은 단어를 두고 씨피카는 정반대로 해석했더라고요.
씨피카 몇 번째 챕터요?
모니카 두 번째요. 회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요. 씨피카가 느낀 회복은 정말 강렬하더라고요. 저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두고 작은 새싹이 연약하게 다시 피어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씨피카는 아주 투쟁적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데미안’에 나오는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구절이 바로 떠올랐죠. 저희가 같은 단어를 가지고도 정반대로 해석했듯,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어요. 춤도, 음악도 원래 그런 거거든요. 자기가 느끼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하나 얻어 가면 그만인 거예요. 비언어로 번역된 언어의 매력은 열려 있는 생각에 있으니까요.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씨피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음악이 움직임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는 만큼 관객들도 오셔서 자유롭게 느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모니카 이번 공연의 좋은 점은 경쟁이 없다는 거예요. ‘틀렸어, 안 틀렸어’가 아니라 ‘어떤 감정을 느꼈어?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했어?’ 같은 질문을 할 시간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이번 무대가 처음이에요. 그래서 특별해요.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아무리 비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희망을 보셨으면 좋겠어요. 공연을 본 사람들이 행복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울함을 전달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결국 사랑으로, 행복으로, 회복으로 향하길 바라요. 그런 마음으로 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ATTENTION, PLEASE
<싱크 넥스트23 – 쓰인 적 없는 ㅅ>
기간 2023년 8월 18일 – 2023년 8월 2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안무 모니카
음악감독 CIFIKA
퍼포먼스 프라우드먼, CIFIKA
관람등급 만 12세(2011년) 이상
가격 일반석 5만5천원|발코니석 4만5천원
문의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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