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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The voyagers_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The Voyagers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이 두 번째 미니앨범 ‘The Alchemist’로 돌아왔다. 함께 목소리를 쌓은 지도 벌써 4년.

앞으로 더 긴 시간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네 사람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해 이번 앨범을 내놓았다.

이들이 준비한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라포엠이 이끄는 새로운 세상 속으로.

editor 손정은, 조은화 photographer 김지연 stylist 미제로팀 hair 김선희 makeup 강지혜


이 길의 끝에서
유채훈

촬영장에서 만난 유채훈은 “찍히는 건 너무 어렵다”며 머쓱하게 웃는다. 멤버들 사이에서 그는 찍히는 것보다 ‘찍는’ 쪽이라서다. 지난해 사진전을 연 것에 이어 이번 앨범 전체의 포토 디렉팅까지 맡을  정도로, 사진은 그가 노래 다음으로 지닌 빼어난 능력이다. “멤버들 사진을 모두 제가 찍었어요. 제 사진은 친한 작가에게 부탁했고요. 앨범의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어둡고 세련된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아 보았습니다. 그동안 라포엠이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살려보려고 했죠.” 멤버들의 일상을 많이 찍어준다지만, 앨범 전체의 이미지를 책임지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을 터.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더 쉬웠다며 농담 같은 말을 던진다.  “찍는 건 평소와 똑같지만, 의상이며 헤어 스타일이며 잔뜩 꾸민 상태잖아요. 세팅이 된 상태니 막 찍어도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클수록 좋은 사진을 얻는다고 했던가. 그런 면에서 라포엠의 매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유채훈이다. “원래도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아무래도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늘 같은 촬영일에는 늘 그렇듯 제가 제일 걱정입니다.”

유채훈은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단독 콘서트를 펼치는 와중에 틈틈이 라포엠의 앨범을 준비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나날이었지만,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저희 고유의 색깔과 현재의 트렌드 사이에서 선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로 틀을 잡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누가 들어도 ‘좋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라포엠만의 적정한 선을 찾기 위해, 유채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을 섭렵했다. “음악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왜 사람들이 이 음악을 좋아할까에 대해 고민해 보는 거죠. 가끔 내가 너무 즐기지 못 하고 있나, 눈치를 많이 보나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께 다가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렇다면 그가 진짜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팬텀싱어3’ 결승에서 불렀던 ‘샤이닝’처럼 여백이 많고 잔잔한 감성이 제 취향입니다. 정적인 노래를 좋아해요. 사실 솔로 앨범에서도 제가 해보고 싶은 걸 모두 펼친 건 아니에요. 제가 너무 고집을 부리면 들으시는 분들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되었거든요. 혼자만의 개인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저에게 기대하시는 부분을 잘  맞춰가야 하는데, 아직은 어렵습니다.”

유채훈의 이름 앞에 라포엠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것도 벌써 4년. 그에게 음악 인생 전체를 100m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물었더니,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냉정하게 봤을 때, 저는 고음 가수이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요. 그래서 이미 70m 정도는 온 것 같습니다. 지금 부르는 곡들을 10년 후에도 완벽하게 부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익숙한 노래를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된다면 꽤 많이 슬플 것 같고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영리하게 목을 쓰려고 합니다. 중저음의 곡들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습하고요.” 이제 남은 건 추진력을 얻고 더 힘차게 달려 갈 30m. 그는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얼마 전에 청룡영화상에서 정훈희 선생님과 함께 축하 무대를 꾸몄는데, 선생님께서 첫 소절을 내뱉으시는 순간 감탄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연륜과 내공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 록 음악 때문이라 언젠가는 밴드 음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가 세운 계획 속에는 당연히 라포엠도 함께다. 앨범의 모든 영역을 멤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연주든 작곡이든 작사든  앨범을 우리 이야기로 채우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그때를 위해 멤버들이 자신만의 무기를 열심히  연마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editor 손정은

함께 걸어요
최성훈

1년 만에 만난 최성훈은 한층 편안해 보였다. 그동안 여러 콘서트와 앨범을  통해 바쁜 일상에 적응이 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든든한 멤버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는 낯간지럽다고 느껴지는 것도 같이 있으면 장난치며 넘어갈 수 있어요. 경연을 통해 결성된 팀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조율해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눈만 봐도 기분을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최성훈은 새 앨범의 발매를 앞두고 ‘드디어’라는 말로 마음을 대신했다. 어느 때보다도 멤버들이 여러 방면에서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이다. “저희가 갈고  닦은 것을 들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설렙니다. 성악만 해왔던 친구들이 모여서 더 넓은 장르를 접하게 되고, 함께 목소리를 쌓아가고, 이제는 작곡부터 작사, 믹싱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해요.” 최성훈은 이번에 네 번째 트랙 ‘We’ll stay’의 작사를 맡았다. 이전에도 작사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쓴 건 처음이다. “평소에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메모장에 적어 두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참고하고 있어요. 살다  보면 정말 좋았던 감정은 잘 잊히지 않지만, 속상하거나 좌절했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더라고요. 당시의 감정을 미리미리 적어 둬야 해요.” 이제  막 앨범이 공개되지만 최성훈은 벌써 그다음을 준비 중이다.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라포엠의 색깔을 확실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포엠이 더 단단해져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는 물론이고, 저희의 마음가짐도요.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걸 멤버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의 시간도 잘 채워야 할 텐 데, 개인적으로는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첼로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열심히 배운다면 언젠가 앨범이나 무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무대 위에서 그는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카운터테너지만, 스스로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저 자신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방식이  음악일 뿐이라고. “저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분들의 연주를 볼 때도 단순히 감탄하기 보다는 ‘이 무대를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재능을 내려줘서, 연습 없이 뚝딱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말 한마디로 그가 노래를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쏟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최성훈 또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되는 것이리라. 그러다 보면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이런 얘기 너무 재미없지만…”이라고 운을 떼며 진심을 이야기해 나갔다. “저에게 음악은 일이 아니에요. 물론  이게 경제 활동이 된 상황이긴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도, 들을 때도, 볼 때도  엄청나게 힐링이 돼요. 지난 주말에도 잠깐 짬이 나서 공연을 보고 왔는데, 정말 큰 울림을 얻었어요. 가는 길에 차가 막혀서 오래 걸렸는데도, 공연을 보고  나니 피곤함이 싹 사라지면서 충전이 되더라고요. 음악의 힘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그는 보고 싶은 공연을 보기 위해 치열한 티켓팅에 참여하기도 한다.  “처음에 한 자리를 먼저 예매해두고, 예매 대기를 걸어놨어요. 더 좋은 자리가  나오면 옮기고, 또 옮기고. 티켓팅은 운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티켓 예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라포엠의 콘서트를 예매하는 팬들의 마음이 그와 똑같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최성훈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그의 유튜브 채널. 여기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최성훈이 촬영부터 편집까지 모두 직접 한다는 것이다. 영상에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화려함으로는 표현해낼 수 없는 최성훈만의 진심이 꾹꾹 담겨있다.  “편집이 진짜 힘들더라고요. 어떤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도 중요하고,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내용도 담겨야 하고, 음악과 약간의 위트도 있어야 하고…  하나하나 진짜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지금 다음 편이 도저히 올라오지 못하 고 있습니다.(웃음)” 왜 직접 편집까지 하며 힘들게 콘텐츠를 만드는 걸까. 더  편한 방법도 많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되지는 않아요. 사실 콘서트나  공연 이외에 팬분들과 만날 기회가 잘 없잖아요. 평소에 소통할 방법을 고민 하다가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 거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음악 외에는 무엇을 통해 휴식을 얻는지 물었다. 빙그레  웃으며 던지는 예상치 못한 답에,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웃음으로 물들었다. “요즘 KBS ‘다큐멘터리 3일’을 많이 보고 있어요. 감동과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인 거 아세요? 혹시나 내레이션이 필요하시면 저한테  연락 달라고 꼭 적어주세요.(웃음)” editor 손정은

오늘도 행복하게
정민성

카메라 앞에 선 정민성은 말 그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동안  각인되었던 푸근한 모습은 벗어던지고, 강렬한 표정과 능숙한 태도의 카리스마로 무장한 것. 정민성은 일말의 수줍음도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변신을 자랑했다. “요즘 섹시를 지향하고 있어요.(웃음) 부드러운 이미지를 오래 유지해 왔기 때문에 한 번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져서, 원하는 바를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잠시  시간을 돌려, 라포엠의 첫 만남을 떠올려본다. ‘팬텀싱어3’에서 만나 팀이 되어 우승하기 전까지, 네 명의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을 걷고 있었다. 정민성은 이를 위해 독일 유학길에서 돌아왔다. 유학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라포엠을 만나지 않았다면 큰일 났겠다 싶어요.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전혀 없어요.”
우승의 기쁨은 당연하고, 함께 한 추억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쌓였다. 열정이 가득했던 순간, 무대에 대한 설렘, 노래할 수 있다는 기쁨 등 네 사람이 공유한 감정 역시 한두 개로 설명할 수 없다. “항상 행복해요.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다는 게 감사하고요. 늘 마음에 새기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무대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들이 마음 깊이 남아 저의 일부분이 돼요.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서로에 대한 애틋함도 커지고요. 처음 라포엠으로 출발했을 때보다 훨씬 더  진지한 마음입니다.“

라포엠의 두 번째 미니앨범 ‘The Alchemist’에는 멤버들의 손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중 정민성이 담당한 부분은 전반적인 믹싱이었는데, 네 명의 목소리를 잘 조합하고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세심한 감각이 필요했다고. “성악은 원래 마이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온전한 소리를 살려서 담아내는 게 무척  어려워요. 공연장에서 느껴지는 울림이나 압도감을 믹싱으로 채우고,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리를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은 데뷔작인 ‘SCENE#1’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미니앨범인 만큼 라포엠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다.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해서인지 ‘The  Alchemist’야말로 진짜 우리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포엠을 온전히 녹여낸 앨범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팬텀싱어3’ 방영 당시 이별의 순간마다 눈물을 보이고 함께 하는 팀원들에게  다정한 위로가 되어주었던 모습처럼, 정민성의 존재는 멤버들에게도 따뜻한  힘으로 작용한다. “네 명 모두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멤버들  사이를 중화하고, 포근하게 감싸 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이 많거든요. 저 없이는 팀이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웃음) 팀 내에서의 제 역할에  굉장한 프라이드가 있습니다.” 그의 다정함은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적용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도 애정을 나눠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저 자신에게 너그러운 편이에요. 오늘 안 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안 되면 모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쉽 게 지치지 않고, 힘이 빠졌을 때도 금방 멀쩡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난 덕분이죠.”

자신과 관객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오랜 시간 무대 위에 존재하고  싶다는 정민성의 바람은 결국 행복으로 집결된다.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며, 정민성은 오늘도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한다. “음악을 듣는  분들이 즐겁다고 느낀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언제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ditor 조은화

꺼지지 않는 불꽃
박기훈

박기훈은 ‘불꽃 테너’라는 수식어가 무척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태울 만큼 파괴적인 화염이 아닌, 밝고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 말이다. 이번 미니앨범 ‘The Alchemist’에도 그의 빛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 바로 타이틀  곡 ‘The Fire’의 인상적인 후렴구가 박기훈의 작품이다. “라포엠이 3년 동안 고민해온 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앨범이에요. 지금까지 어떤 걸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노래를 들어줄지 많이 고민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잡은 것 같아요. 멜로디와 발성에도 다양한 시도를 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형들이 작사, 작곡과 믹싱에 참여해서 저희의 소리를 더 잘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포엠을 만나기 전, 박기훈은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수석으로 입학·졸업하며 툴루즈 국제 콩쿠르를 포함한 여러  콩쿠르에서 활약했다. 성악가로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가던 중 미리 계획했던 이탈리아 유학을 뒤로 하고 ‘팬텀싱어3’에 참가했다. 여러 개의 갈림길 중 크로스오버 음악이라는 선택지로 걸음을 내디뎠지만, 그 이유가 다른 선택지에 대한 불안함은 아니었다. “클래식의 길을 계속 걸었다고 해도 잘했을 것 같아요. 성악은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모든 걸 걸고 싶었던 장르거든요. 다른 건 1등이 아니어도 괜찮은데 성악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었어요. ‘팬텀싱어’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도 행복하게 노래했을 것 같아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대답에서 단단한 자존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오만해 보였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박기훈은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매순간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 감각을 깨우는 사람이었기 때문.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하고, 무대에서 느껴지는 떨림까지도 설렘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모든 면에서 형들에게 의지하고 있 어요. 살아가며 필요한 것들도 많이 배우고요.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단독 콘서트입니다. 라포엠의 모든 것을 보여 드리는 자리인 만큼, 특별한 무대를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고 해도 모두가 만족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대신 형들과 함께 후회 없이 노래하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무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한 태도를 보여준 박기훈이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그의 속마음이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다. 라포엠으로서 무대에 설 때는 ‘성악가 박기훈’이 아닌 ‘라포엠의 박기훈’으로 철저히  구분한다고. “성악만 할 때는 혼자 노래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굳이 자아를 구별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중창인 만큼 라포엠만을 위한 박기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형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각자 팀을 위해 애쓰는 부분이 있으니, 함께 노력하는 거죠.” 라포엠은 음악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한다. 더 좋은 무대, 더 풍성한 음악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합을 맞추는 것. 이 과정을 통해 라포엠의 색을 담은 음악이 탄생하면 커다란 기쁨이 보상으로 돌아온다.  “함께 고민하고 연습했던 시간이 무대에서 드러날 때 가장 행복해요. 좋은 무대를 선보인 후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받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덧 서른을 맞이한 박기훈은 여전히 소년같은 얼굴이었지만, 내면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계획하며 스스로를 위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열심히 달려온  날들에 후회는 없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유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살았어요. 성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높은 점수를 받고 입상해서 무대에 서는 것만 생각했죠. 성악을 좋아하는 만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이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른이 되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저 자신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이제 박기훈은 먼 훗날을 위해 지금을 불태우기 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일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요. 이전처럼 발악하며 노래하는 건 젊은 날의 패기로 남겨두려고요. 대신 노래에 진심을 담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를 잘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더 열심히 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ditor 조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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