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세어라, 매거진
굳세어라, 매거진
바야흐로 모바일 디지털 매체 시대, 혹자는 종이 매체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금 여기, 꿋꿋하게 잡지로서의 존재감을 지키고 광고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와의 관계와 소통을 중요시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editor 정연진
<포포포 매거진(POPOPO Magazine)>
‘Connecting People with Potential Possibilities’의 약자인 <포포포(POPOPO) 매거진>은 가능성, 그 중에서도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 언제쯤 가시밭길이 끝날지, 꽃길이 나오기는 할지 알 수 없지만, “엄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갈게. 누군가의 카피캣이 아니라 오롯이 너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되렴.”이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엄마의 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한 권의 책을 테마로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포포포 매거진>은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아이를 맞이하면서 시작된 새로운 삶의 서사를 담는 매체입니다. 엄마, 아내 같은 역할이 아니라 엄마가 된 개인의 삶을 조명합니다. 살아갈 날이 9만리인 건 아이도 엄마도 마찬가지잖아요.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아이와 함께 자라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엄마라는 역할이 하나 추가됐을 뿐인데 왜 나의 가능성이나 꿈은 묻지 않을까?’라는 의문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없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나는 시간과 엄마의 내일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엄마가 필요로 하는 일의 형태를 고민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시간의 냄새가 스며드는 종이책은 인간의 모든 감각을 깨우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애정으로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을 갈망하며 기록해 나가고 있죠. “오래오래 계속 만들어주세요.” 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앞으로도 책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종이 매체만이 가지고 있는 마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게 잡지란 밤을 새워 지면을 만들고 기사에 영혼의 먼지까지 탈탈 쏟아 부었던 애증의 산물이지만,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종이책을 만들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 힘들어요. 그럼에도 계속 잡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이유는 다양한 서사를 한데 모아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계속해서 잡지를 만든다는 일은 중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종이 매체의 최전방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나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조명되지 않은 누군가의 가능성과 이야기를 탐닉하고, 여전히 유튜브가 아닌 종이 지면에 집착하면서요.
<미미(美味) 매거진>
아름다울 ‘미(美)’, 맛 ‘미(味)’자를 합쳐 ‘좋은 맛’이라는 뜻으로, 일상의 좋은 맛을 찾아가는 데일리 라이프 잡지. 매호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것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여러 지역에서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해나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미미 매거진>은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우리 삶의 작은 단위가 하루라면 그 단위들이 모여 큰 하나의 삶을 이루게 됩니다. 그만큼 내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하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층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할 수 있다면 서로의 하루에 힘이 되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잡지의 가치는 그런 것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김민지 작가가 ‘샌드위치페이퍼‘라는 이름으로 만든 비정기간행물 잡지였는데 콘텐츠를 보강하고, 제호를 변경해 만들어졌습니다. 민지 작가가 ‘샌드위치페이퍼’ 폐간을 고민하고 있을 때, 저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자 잘하는 부분의 역할을 맡는다면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민지 작가에게 제안을 하니 흔쾌히 함께 하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민지 작가는 요즘의 트렌드와 그 흐름을 잘 파악하고, 리서칭을 잘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현실화 시키고, 추진력을 발휘하는 편이라 호흡이 꽤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류은지(편집/기획, 일러스트), 김민지(기획/일러스트), 김인철(교정/교열), 포토그래퍼 이준식(사진) 작가 이렇게 4명이 함께 <미미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잡지는 단행본과 달리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다룰 수 있어 재밌습니다. 작가, 인터뷰이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가는 느낌이랄까요? 동시대 사람들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시간이 많이 흘러 이 책을 보게 되면 그때 그 시절의 감수성이나 생각들이 기록처럼 남기도 하겠죠. 또한 잡지에는 텍스트와 그림 그리고 사진 등의 매체가 포함돼 좀 더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구매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잡지는 확실히 독자와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미미 매거진>을 모아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기분이 좋고,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독자님들의 소중한 선택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선택을 부탁드립니다.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사실 최근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잡지를 만들 때마다 ‘내가 언제까지 이걸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오랫동안 독자들과 함께 <미미 매거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호흡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WEE 매거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에서 시작된 패밀리 키즈 매거진.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아이로 크는 데는 가족뿐 아니라 이웃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크고 작은 가정 안에 살고, 늘 누군가의 이웃이 되지 않던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에 가치를 더하고, 놀이와 함께하는 삶을 꾸려나갈 것을 제안하는 <WEE 매거진>은 육아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있는 엄마 아빠에게 안성맞춤이다. <WEE 매거진>은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가족의 놀이, 예술, 배움을 다루는 매거진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실 저희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로서 본인의 삶도 중요하게 여기길 바라고 있어요. 부모이자 ‘나’로서의 발전은 가족 모두의 건강함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육아에만 치우친 삶이 아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존중받아야 할 이야기가 있기에 아이의 언어를 그대로 담기도 했고요. 좀 더 자연스러운 가족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WEE 매거진>이 4년 차인데, 저희는 9년 차의 <어라운드 매거진>도 있어요. 꾸준히 같은 주기로 독자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정보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담는 일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가 없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잡지는 단행본과 달리 꾸준히 내야 해요. 저 역시 시작보다 지켜내는 시간이 훨씬 어려웠죠. 여기까지 온 데에는 저희를 믿고 지켜봐 주신 독자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변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잡지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잡지에 담는 이야기를 끌어내서 독자분들과 만나고 공유하고 싶은 계획이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올해는 생각을 접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꼭 자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WEE DOO
매거진 <WEE>의 월간 주제에 맞춰 발행하는 아이들을 위한 잡지. 직접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워크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아이의 눈을 즐겁게 할 감각적인 색과 디자인을 갖췄다. 단순히 물음에 답을 하는 책을 넘어 직접 생각하고 느끼고 기록하는 스케치북을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아빠는 주목하기 바란다.
<베어 매거진>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휴먼매거진. 동물 ‘곰’의 뜻도, ‘참다’, ‘견디다’의 뜻도 지닌 베어(bear). 호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유명한 사람이 나오지는 않는다. 광고도 없고, 새로운 브랜드도 없다. 그저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라는 잡지의 성격은 딱히 관계가 없어 보이는 ‘베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프리즘오브>
매호 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는 계간 영화 매거진. 프리즘(Prism)과 오브(Of)의 합성어인 <프리즘오브>는 영화에 대한 프리즘,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프리즘을 담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해 관객의 영화적 경험을 확장시키며 소장가치 있는 매거진을 지향한다. <프리즘오브>는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책 전체에 걸쳐서 한 편의 영화에 집중해 다양한 시선을 전달하는 영화 잡지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프리즘오브>를 읽고 나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서 친구와 한바탕 수다 떤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 같아요.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최신 영화 소식은 많은 매체에서 다루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지면은 충분하지 않아서 갈증이 있었어요.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영화들에 대한 인사이트가 정리된 형태의 소장 가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도서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은 맞지만, 잡지라는 매체 자체가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광고와 시의성이 중심이 되는 기존 잡지가 생명을 유지하던 방식이 더 이상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일 뿐, 앞으로도 잡지는 인터넷보다는 무겁게, 단행본보다는 가볍게 주기적으로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매체로서 생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잡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지속성을 가지고 발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독자와 일종의 약속을 하는 것이기도 하죠. 독립잡지들이 대부분 그렇듯 프리즘오브 역시 매 호, 매년 발간을 멈추지 않는 것이 도전인데, 지금까지 5년간 꾸준히 발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1년에 4번만 발간되다보니 아직 다루지 못한 영화들이 많아요. 앞으로 독립영화나 우리 사회 속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영화 등 더욱 다양한 작품들을 조명하려고 합니다.
<볼드 저널(bold journal)>
현세대 아버지들이 처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함께 탐구 한다. 아버지가 공감할만한 주제를 발견하고 다양한 유형의 삶을 탐색하며, 아버지로서 보다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는데 길잡이가 되고 있다. <볼드 저널>은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모던 파더’를 위해 이 시대의 보편적인 삶 속에서 감탄할 만한 영감을 발견하고 제안하고 있는 잡지예요. 창의적이고 대담하게 일상을 일궈가는 현대 가정의 오늘을 수집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삶의 주제를 탐구합니다. 매호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각도의 탐구가 선행된다는 점에서 단행본이나 책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요. 무엇보다 3040 아버지라는 특정 타깃을 가지고 있는 점이 타 매체와 차별화 되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터 잡지에 대한 매력은 계속 느끼고 있었어요. 디자인 일이 무척 고되지만 재밌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영상 작업에도 흥미가 있어 대학 시절 단편영화도 찍어보고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는데 적성에는 맞지 않았어요. 대신 디자이너로서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죠. <매거진 B>를 만들면서 브랜드를 다루는 경험도 했기 때문에 그래픽물로서의 책을 한 번 제작해보고 싶었습니다. <볼드저널>은 미디어로서의 매거진이기도 하지만, 이 자체가 제품입니다. 브랜드로의 매체라는 개념을 갖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이유를 묻는다면 잡지를 만드는 것이 즐겁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정보는 넘쳐납니다. 이 안에서 맥락을 만들어가고 조합하고 새로운 기획을 도출해내는 에디팅 영역에 대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광고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잡지의 시대가 이미 수명을 다했습니다. 뉴미디어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특히 <볼드저널>의 17호 이슈는 ‘세대’입니다. 모든 업계에서 디지털 시대와 맞물려 급변하는 현 세대, 또 앞으로의 세대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처럼 잡지업계도 마찬가지죠. <볼드저널>도 그에 발맞춰 웹에 대한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온오프라인으로 만들어지는 <볼드저널>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친숙하게 닿을 수 있는 다정한 미디어가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각박한 현실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초보 엄마 아빠에게 쿨하고 창의적인 가정 중심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요즘 3040 아버지들의 삶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favorite>
일에 대한 주제를 선정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매거진. ’워라밸’이 중요한 요즘, 삶의 주인으로서 좋아하는 일을 의미있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있었던 좋아함의 설렘과 의미있음의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favorite>은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좋아하는 일을 의미 있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favorite 매거진> 첫 페이지에 항상 나오는 문장이에요. 다양한 장르와 영역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책이죠. 그래서 저희들은 항상 전달자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 매거진을 기획했을 때는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어요. 주변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매거진의 형태도 지금보다는 가벼운 모습을 상상하면서 매거진의 이름을 고민하던 중에 ‘favorite’이라는 단어를 만나게 됐어요. 저는 단어가 주는 힘을 믿거든요. favorite이라는 단어를 만났을 때 묵직하게 다가왔고 생각도 진지해졌어요. 그래서 주제도 ‘재미있는 취미’에서 ‘좋아하는 일’로 변경하게 됐어요. 일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동시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고 제가 들은 이야기를 다른 분들에게 전달해서 긍정적인 영감과 영향을 드리고 싶었어요. 저희 매거진을 읽으시는 분들이 잊고 있었던 좋아함의 설렘과 의미 있음의 뿌듯함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역할과 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멋진 디자인으로 홍보를 잘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과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긍정적인 메시지와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미디어 그룹이란 것을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하다가 잡지를 선택하게 됐어요. 잡지가 어렵다는 것은 광고에 의존한 기성의 종합 매거진의 상황에 조금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기성의 매거진 폐간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만큼 명확한 주제와 콘텐츠를 담은 새로운 독립 매거진들의 창간 소식도 많이 들리고 있거든요.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매거진에 매력을 느끼고 본인만의 콘텐츠로 매거진을 만드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매거진의 판매만으로 괜찮은 수익을 창출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거진을 발행할수록 쌓이는 콘텐츠와 인연들이 매거진 외에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줘요.
잡지 업계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요즘 정말 다양한 매거진들을 볼 때마다 만드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껴요. 누군가가 만들어줬기 때문에 누군가는 매거진을 볼 수 있어서 인생이 조금은 풍부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을지로에서 ‘ffavorite’이라는 shop & studio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favorite 매거진> 외에 저희가 큐레이션 한 국내외 매거진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어요. 다양한 매거진들이 커버가 보이도록 서가에 놓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감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매거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을지로에 오셔서 저희가 소개하는 매거진을 편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매거진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으니 즐거운 경험을 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지금 준비 중인 새로운 이슈 6호를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고, 계속해서 잘 만들어서 10호까지는 보여드리고 싶어요. 매거진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은 여러 이슈가 쌓였을 때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한두 번 반짝일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반짝이는 게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어려움과 고민이 있겠지만 지금의 생각과 감각을 더 잘 발전시켜서 꾸준히 발행하고 싶습니다.
<우먼카인드>
여성의 언어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문화 계간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다양한 지점을 매력적인 여성 필자들의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여성의 자아, 정체성 그리고 동시대 세계 여성의 삶을 문학, 철학, 역사, 사회학, 심리학 등을 통해 들여다보고, 그 토대 위에서 더 나은 삶을 고민하며 방법을 모색한다. <우먼카인드>는 어떤 잡지인지 소개해주세요.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여성주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잡지입니다. 여성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 젠더 이슈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관점을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와 사진 이미지와 함께 전합니다. 광고가 없는 잡지라서 온전히 독자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17년 11월에 창간했는데, 당시 여성주의 문화 잡지의 등장이 가능할 수 있었던 사회적 토대가 형성돼 있었어요. 2015년부터 페미니즘 대중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 잡지의 탄생을 고민할 수 있었고, 적기에 창간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는 ‘잡지’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독자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찾지 못했을 뿐이죠. 잡지는 그런 독자의 발견이 가능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을 투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읽을거리, 볼거리를 찾고자 할 것이고,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걸 잡지의 형태로 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잡지는 현재의 이슈를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기동성 있게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독자들이 이 잡지를 짧은 시간 내에 훅 훑어보기를 바라진 않습니다. 그래서 3개월 단위라는 출간 간격이 좋겠다 싶었어요.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의 반영이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매번 새로운 호가 나올 때마다 챙겨봐주시는 독자분들께도 감사하지만 정기구독해주시는 분들의 존재가 새삼 놀라울 때가 있습니다. 전적으로 이 잡지를 믿는다는 얘기니까요. 그래서 늘 완성도 높은 관점과 비주얼로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잡지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나요.
<우먼카인드>의 주요 독자층은 20-30대 여성인데, 그 범위를 조금씩 더 넓혀가고 싶어요. 10대에서 50대까지! 딸과 엄마가 함께 번갈아가며 읽는 잡지. 그렇게 세대 간의 연대를 이루는 데 <우먼카인드>가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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