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해답게_피아니스트 박종해
박종해답게
‘피아노와 논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피아니스트, 피아노 안에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피아니스트. 오랜만에 박종해의 연주를 지켜볼 기회가 두 번이나 찾아왔다.
editor 이민정
2019년은 박종해에게 굉장히 바쁘고 특별한 한 해였을 것입니다. 많은 무대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엄청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어요. 우선 연주가 많았어요. 이 곡 저 곡 그동안 못 했던 것을 다 해보려다 보니 조금 무리하게 계획하고 준비했었는지 몸이 남아나지를 않았지만요. 그럼에도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인터뷰 때 이런 얘기를 했어요. 항상 ‘나다운 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고. ‘박종해다움’이 무엇인지 이제 좀 찾았는지요.
사실 요즘에는 ‘박종해다움’이라는 고민을 넘어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어요. ‘박종해다움’이라는 고민은 작년에 많은 공연을 통해 보여드렸던 것 같거든요. 지금은 ‘내가 만족스러운 연주를 해보자’는 고민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이상에 어떻게 도달할까’라는 거죠. 이 고민은 꽤 오래 갈 것 같네요.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아왔습니다. 그 가운데 당신을 씩~ 웃게 하거나 가슴 벅찬 멘트는 무엇이었나요.
좋은 말씀, 격려의 말씀도 참 많이 들었어요. 그 가운데 가장 기분이 좋았던 말은 친구가 ‘말하듯이 피아노를 친다’고 건넨 말이에요.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그것이 제가 원하는 방향성이자 고민거리였는데 누군가 콕 집어 말해줬으니까요. 저를 흐뭇하게 만들더라고요.
코로나19로 많은 음악가들이 연주 기회를 잃었고 여전히 잃고 있습니다. 올해 봄, 피아니스트 박종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죠. 기대했던 많은 연주들이 취소되었어요. 아마 15개 정도일 거예요. ‘다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정말 귀한 기회의 공연들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엄청 불안했죠.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두 달 동안 재충전의 시간도 갖고 넷플릭스도 열심히 보고, 또한 살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웃음) 이제 다시 공연이 조금씩 재개된다고 하니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올 예정이고요.
유튜브나 네이버 영상이 공연의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그중에서 클래식은 시각보다 청각에 집중하는 분야라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서른에 진입한 젊은 피아니스트로서 이러한 언택트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예전부터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연주 콘텐츠들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공연이 전혀 없는 시기에는 이것들이 필수가 되었죠. 그래서 저도 이번에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려고 노력했는데 막상 어떤 것을 업로드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 생각은, 온라인을 통해 연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절대 실제 연주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드디어 7월 9일과 16일, ‘클래식 바이브’를 통해 청중과 만나게 됩니다. 드뷔시, 라벨, 굴다, 그리고 슈만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작년 다섯 번에 걸쳐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시리즈로 찾아뵈었는데 그때 못다 한 이야기들을 하고자 해요. 프랑스 작품들과 재즈가 가미된 곡들로 한 회를 꼭 채우고 싶었거든요. 굴다의 곡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곡이고 개인적으로 신나게 칠 수 있는 곡이라 벌써부터 설레요. 슈만은 원래 아주 좋아하는 작곡가인데 작년 시리즈 공연에 선보이지 못해 아쉬웠던 터라 이번 프로그램에 넣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무척 기대됩니다.
7월 9일 단독 공연의 감상 포인트를 말씀해주신다면요?
리사이틀은 연주자인 ‘저’와 ‘관객’이라는 두 요소만 있기 때문에 몰입감이 엄청나잖아요. 그래서 공연을 준비할 때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해요. 마치 홀로 연설을 하는 느낌, 1인 다역으로 연극을 준비하는 느낌도 들어서 어떨 때는 무대에서 엄청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아요. 그만큼 보는 입장에서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더 잘 알 수 있고요.
그런가 하면 7월 16일에는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과도 연주가 있습니다. 함께 연주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클라리네티스트 김우연 씨와의 인연은 중학교 때 시작되었어요. 서로 친한 선후배 사이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 작년에 뤼벡에 연주를 하러 갔다가 오랜만에 만났어요. 제가 그때 기차에 연주복을 놓고 내려서, 김우연 씨 옷을 빌려 독주회를 했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만큼 오래된 사이인데, 같이 연주를 한 적은 10년 전쯤 한두 곡 해본 게 다예요. 그때도 ‘참 잘 한다 저 친구’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이렇게 같이 좋은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음악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음악은 인간에게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제일 밀접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에 연주를 못하게 되니 더 많이 음악을 통해 목표를 찾게 되더라고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의 힘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바흐를 탐구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데, 피아니스트 박종해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작곡가는 누가 될까요.
아직도 찾고 있어요. 때로는 ‘어떤 작곡가를 떠올리면 제가 생각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그것이 저를 가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정말 다 좋아요. 오늘은 멘델스존이 좋다가도 내일은 브람스가 좋아지는… 프로의 기질보다는 어쩌면 조금은 아마추어의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거 같네요.(웃음)
대부분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를 통해 연주 기회를 얻지만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도 합니다. 만약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껏 밟아온 길을 다시 걷게 될까요, 아니면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저는 아마 성격이 바뀌지 않는 한 같은 길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길을 걸어올 것 같아요. 저는 콩쿠르를 준비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거든요. 저는 그냥 목표가 하나 있으면 그걸 향해 달려가는 걸 좋아해요. 다른 건 신경 안 써도 되니까요. 유튜브 스타는 저와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웃음)
앞으로가 더 밝고 큰 미래가 펼쳐질 테지만 지금까지 음악 인생 중에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무엇인가요.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를 뽑기는 어렵고요, 오히려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좋은 연주를 들려줬다며 오히려 고마워해주고, 그리고 콩쿠르에 입상하기 전의 떨림, 매 연주마다의 떨림은 늘 다르고 느낌도 다 달라요. 연습할 때의 고통, 쾌감 등 정말 하나를 뽑기가 어렵네요.
연주와 연습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합니다.
피아노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정말 완벽하게 벗어나요. 차에서 음악 듣는 걸 제외하면 주로 스포츠,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그러지를 못해서 아쉬워요. 축구 보는 것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고, 가끔은 야구 선수를 해보고 싶을 정도죠. 정말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집에서 안 나오고 넷플릭스를 끼고 살고요.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것도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언젠가 지휘에 도전하고 싶어요. 베토벤 협주곡,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지휘도 하는 무대를 꾸며보고 싶습니다.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은가요.
지금처럼 ‘박종해답게’ 살다 보면 어떤 음악가가 되어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어떻게, 어디로 튈지 모르니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박종해 Piano>
일시 2020년 7월 9일 20:00
장소 금호아트홀 연세
가격 전석 4만원
프로그램 클로드 드뷔시 피아노를 위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 모리스 라벨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f-sharp단조, M.40 / 프리드리히 굴다 플레이 피아노 플레이 중 /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를 위한 카니발, Op.9
문의 02-630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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