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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우아한 추락을 디자인하다_뮤지컬 <영웅본색> 안무감독 문성우

 

우아한 추락을 디자인하다

 

뮤지컬 <영웅본색>의 안무감독 문성우는 춤 이상의 미학을 추구한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도진영

 


 

 


 

 

영화 <영웅본색>은 암흑 조직의 중간보스와 경찰이 친형제라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느와르인 만큼 액션신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우삼 감독은 블랙 수트를 차림으로 시크하게 양손으로 권총을 겨누는 장면으로 이전에는 없던 세련된 액션신을 창조해냈다. 때문에 이를 무대 위로 올리는 뮤지컬 <영웅본색>에서도 액션신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다행히 뮤지컬에는 영화에는 없는 무기가 있다. 바로 음악과 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서 안무를 맡아온 문성우 감독은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감각적인 액션을 완성해낼 예정이다.

 

 

<영웅본색>의 안무에 대해 말해달라.

여러가지 측면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다. 작품의 템포와 장면 전환이 빠르다. 펑키하고 신나면서 재미있는 장면도 있고, 수트 차림으로 터프한 동작을 선보이는 장면도 있다. 또 왈츠, 탱고, 시어터 재즈, 스트릿, 발레 등 지금까지 안무한 작품 중 장르의 범위가 가장 넓다. 배우의 감정도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진행된다. 직전에 슬픈 감정을 소화하다가 갑자기 신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번 작품은 액션의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안무의 비중이 높다. 연출님과 “<영웅본색>은 댄스컬”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다. 아직 한창 작업중이지만 지금까지 완성된 장면에 대해서는 안무 감독으로서 만족한다.

 

안무적으로 인상적인 신을 하나만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자호가 새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견숙의 정비소를 찾아가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짧게 처리되는 부분인데, 이 장면이 아니면 자호는 내내 웃을 일이 없기에 숨쉴 틈을 줄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했다. 장국영의 곡 중 ‘Stand up’이라는 트위스트, 시어터재즈 스타일의 곡이 음악으로 쓰인다. 또 한 가지는 자걸과 페기가 아쿠아리움에서 데이트를 하는 ‘거짓말 같은 그대’라는 장면으로 뮤지컬에서 새롭게 생겨난 장면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인 만큼 디즈니 애니메이션 같은 판타지의 느낌을 더해 예쁘게 만들었다. ‘물고기들이 춤을 춘다’는 지문이 있어서 드디어 앙상블 배우들이 물고기 탈을 쓰는 날이 왔나 싶었지만,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 속에서 헤엄치는 듯한 동작으로 구성했다.

 

새로운 작품의 안무를 창작할 때의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우선 대본을 읽고 지문을 바탕으로 안무를 구성한다. 왕용범 연출님과의 작업은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데, 이를테면 <벤허> 2막 오프닝신 밸리댄스 장면은 대본에는 ‘무희들이 춤을 춘다’라고만 되어 있었다. 이후 앙상블 중 춤이 뛰어난 배우들에게 주역의 역할을 맡겨서 안무를 짠다. 이때 안무에는 캐릭터의 감정까지 담은 것으로, 가능한한 높은 난이도로 구성한다. 시연을 통해 연출님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주역들에게 안무를 지도한다. 배우들의 재량에 따라 수정할 요량으로 어렵게 짠 안무인데, 배우들이 욕심을 내고 노력을 하기 때문에 결국 원안대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스포츠댄스 장면 난이도를 굉장히 어렵게 올려놓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스타일로 발기술이 많이 중요하다. 만들면서도 배우들이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게 될까 싶었는데 페기 역의 세 배우가 금세 따라잡았다. 남자 배우들은 퀵체인지가 많다. 흑사회였다가 상대파의 조직원이 되기 위해 정장을 순식간에 갈아입는다. 영화컷처럼 순식간에 시간과 공간이 바뀌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예를 들어 자걸이 인질을 구하는 ‘도둑과 경찰’이라는 넘버에서는 1초도 되지 않아 병원 입구, 1층, 2층을 효과음 하나가 흘러나오는 사이에 단숨에 이동한다. 관객들은 시각적으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배우들은 굉장히 민첩하면서도 집중력있게 움직여야 한다.

 

 

 

여러 장면에서 총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안무에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권총과 장총 다양한 종류의 총기를 사용하는데 평소에 사용할 일이 없는 소품이다 보니 일단 꺼내고 넣는 동작부터가 불편하다. 영화에서는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되는데 무대 위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총을 꺼낼 때 부드러우면서도 멋있게 보이도록 턴을 돌게 했다. 총을 잡는 자세를 무술감독이 잡는다면, 저는 움직임이 미학적으로 멋있어보이도록 만든다.

 

안무가로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꼭 춤만이 안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흐르는 모든 동선을 안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총격신에서 총을 잡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총을 꺼내는 동작이나 총을 맞고 쓰러지는 동작 역시 중요하다. 후자의 움직임을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 또한 저의 몫이다. 

 

문성우 감독의 안무작들은 앙상블들의 ‘칼군무’로도 유명하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부분이 있다. 팔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장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배우들이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강하게 훈련시킬 때가 있다. <벤허>에서는 깃발이 펄럭거리는 각도를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깃대를 가벼운 플라스틱에서 공기의 저항이 덜한 무거운 쇠 재질로 바꾸게 했다. 자다가도 바로 춤출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시키는 편이다. 안무 구성 또한 다른 생각을 할 틈 없이 촘촘히 짠다.

 

<벤허> 초연에서는 앙상블상을 받기도 했다. 안무가로서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어느 장면의 안무가 좋다는 말 보다는 연출이 좋다는 말이 좋다. 연출, 음악, 안무가 서로 협업해만들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가장 기분 좋은 건 “배우들의 합이 좋다”는 말이다. 소위 ‘갓상블’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많이 기쁘다. <벤허> 초연으로 앙상블상을 수상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영웅본색>

기간 2019년 12월 17일-2020년 3월 22일

시간 평일 20:00 | 주말 14:00 19:00

장소 한전아트센터

출연 유준상, 임태경, 민우혁, 한지상, 박영수, 이장우, 최대철, 박민성 외

가격 VIP석 14만원 | R석 12만원 | S석 9만원 | A석 7만원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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