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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음악_서울남산국악당 ‘남산컨템포러리’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 음악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펼쳐지는 두 개의 공연. ‘남산컨템포러리’가 두 번째 선보이는 이서윤X신승렬의 <짓다>와 재일동포 출신의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가 들려주는 <노쓰코리아 가야금>.


 

‘남산컨템포러리-전통, 길을 묻다’의 <짓다>

짓다’의 기본적인 뜻은 사람이 의식주와 관련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글이나 노래를 쓰고 만드는 것도 ‘짓다’라고 표현한다. 공연 하나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짓다’에 해당하지 않을까. 옷을 짓고, 춤을 짓는 이서윤과 무대를 짓는 신승렬이 만났다. 두 사람이 짓는 것은 ‘겉’이 아니라 ‘안’이다. 이서윤은 한 눈에 드러나는 치마의 고운 색보다 보이지 않는 흰색 속치마를 풍성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게 화려함이란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12겹 하얀 속치마 같은 것이다.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공간을 연출해 온 신승렬의 무대는 간결한 선으로 구성되지만 무수한 이야기를 담는다. 이러한 두 예술가가 만나 무언가를 ‘짓는’ 태도, ‘안’을 보여주는 방식을 구조화하고 시각화하여 전통 예술과 미학에 대한 통합적 사고가 담긴 공연을 선사한다.

공연을 짓기 위해 이들이 가진 재료인 ‘전통, 한복, 춤, 무대미술’이 ‘승무’와 ‘윤장대’로 압축되었다. 승무는 전통 무용의 핵심을 모두 아우르는 춤의 기본으로 알려져 있다. 승복을 입고 추기 때문에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춤으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시대에 따라 민속무용으로, 기방무용으로 변모하면서 민중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온 춤이다. 윤장대는 내부에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복을 기원하는 장치로 어려운 경전을 읽을 수 없는 민중들도 쉽게 공덕을 쌓을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짓다>는 승무의 움직임과 윤장대의 ‘돌리는’ 행위를 모티브로 작품을 발전시킨다.

두 가지 모두 신분이 높은 자들의 문화에서 일반 민중을 위한 문화로 가치를 전승시키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현대의 우리와도 만날 수 있을까? <짓다>는 자기 호흡으로 추는 춤인 승무와 자기 속도로 읽는 경전인 윤장대를 통해 세상을 덮치는 빠른 흐름 속에서 나만의 호흡과 나만의 속도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든다.
 

 

사라진 시대의 음악, 박순아 <노쓰코리아 가야금>

 

야금주자 박순아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로 어려서부터 조총련계 민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으며 가야금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평양으로 건너가 국립평양음악무용대학(현재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에서 명인들로부터 25현 가야금을 사사했다. 이후 일본에서 금강산가극단 단원으로 활동했고, 2006년 한국 국적 취득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북한에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12금 가야금을 수학하며 북한 평양과 일본, 한국 문화를 넘나드는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현재 동아시아와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쓰코리아 가야금>은 박순아가 가야금 주자를 꿈꾸게 만든 보물 1호인, 어린 시절 부모님께 선물 받은 카세트 테이프 ‘가야금독주곡집’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앨범은 1960~70년대 가야금 연주곡 15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악기개량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12현, 13현이던 가야금의 줄 수가 19현, 21현으로 늘어나고 5음계 역시 7음계로 확장되는 등 음악적으로 파격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던, 소위 ‘가야금 르네상스’라 칭할만한 시기의 가야금 연주곡들을 담고 있다. 이 시기에는 악기와 음계의 변화에 따라 피아노곡처럼 양손을 활용하는 독주곡들이 유행했으며, 산조나 민요 등 전통음악 외에도 유행하는 가요도 편곡하여 연주하는 등 색다른 형식의 연주곡들이 등장하고 현의 수가 늘어난 만큼 기존 12~13현 가야금 연주보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편곡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농음(농현)이 특징인 가야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와 같은 형식의 곡들은 이후 차츰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박순아의 설명이다.

이번 공연에서 박순아는 당시 음반에 담겨있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25현 가야금을 활용한 양손 주법을 통해 가장 화려한 주법을 꽃피웠던 ‘가야금 르네상스’ 시기 가야금 연주곡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Attention, Please
2019 남산컨템포러리-전통, 길을 묻다, 이서윤X신승렬 <짓다>
일시 2019년 12월 13일-14일 20:00(금), 17:00(토)
장소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가격 3만원
문의 02-2261-0500
 
박순아 <노쓰코리아 가야금>
일시 2019년 12월 20일-21일 20:00(금), 17:00(토)
장소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가격 3만원
문의 02-226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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