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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_뮤지컬 <실비아, 살다> 배우 김주연

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배우 김주연이 무대에서 풀어내는 따뜻한 힘.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김진호


미국의 천재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과 삶죽음의 의미를 담은 뮤지컬 <실비아살다>가 무대에 오른다작가의 치열했던 삶과 죽은 뒤에야 인정받은 작품들을 토대로죽음이 아닌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팩션(Faction)의 형태로 구성했다창작진이 가장 조심했던 부분은 자살이라는 행위를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일실비아 플라스의 일생을 담고 있는 만큼 자살을 다루지 않고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했다고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을 이야기 한다죽음이 아닌결국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일까실제 실비아는 죽음을 택했지만 작품 속 그는 스스로의 기차여행을 이어 나감으로 삶을 선택한다온기가 되어 줄 빨간 목도리 같은 작품 속에서 배우 김주연은 관객에게 위로와 응원을 온전히 전달하길 원하고 있었다.  
 
초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창작뮤지컬이기 때문에 만들어 나가야 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서 부담이 커요하지만 함께 하는 분들과 한 마음 한 뜻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큰 기대감을 안고 있어요.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어요?
실비아라는 인물을 잘 모르는 상태로 접했을 때 인물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그 시대에 여자 시인이라는 것도 대단하고 겪어온 삶의 서사가 정말 촘촘하다는 느꼈어요배우로서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하는 캐릭터라고 할까요실존인물의 삶을 뮤지컬과 연극의 요소를 이용해서 조화롭게 풀어낼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어요.
 
작품 속 실비아는 어떤 사람인가요?
자기만의 세상이 무척 뚜렷하고 남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자신을 옭아매는 현실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와도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그런 걸 느꼈나요?
외부의 영향으로 상처를 받거나 고통받는 일이 생겼을 때 뭐 어때’ 하고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스스로의 감정을 극단으로 끌고 가는 사람도 있듯이 사람은 모두 다르잖아요실비아는 본인의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가는 성향에 가까운데 그런 점들이 스스로를 굉장히 힘들게 했을 거라 생각해요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빨리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실비아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어요.  
 
실비아의 기차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기차 여행은 인생을 상징하는 소재예요그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비상정차라고 표현하고 있고요사실 실비아는 처음 여행을 시작하면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요태어난 순간 무언가를 선택했거나 준비된 상태가 아니잖아요자의가 아니라 부모님에 의해 세상에 태어나 인생이라는 기차 여행을 시작했지만 본인이 선택해야 되는 것들과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부담이 있었겠죠첫 여행을 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앞일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루기에 배우에게도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주인공이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괴로움이 있었을까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어요사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그런 선택을 하게 된 사람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 수 있었다면하는 바람이 있어요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고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에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비평가 알바레즈는 실비아의 자살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을 위한 시도였다’ 라고 표현해요.
실비아가 뱉은 말 중에 나는 내가 쓸모 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 가장 힘들다’ 라는 말이 있어요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잖아요유독 힘든 하루가 지나고 생각이 깊어지면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죠그런 생각들이 밀려오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것이 실패로 끝났을 때 나 아직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세상이 아직 나를 죽음으로 떠밀지 않았고 나도 어딘가 쓸모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요물론 또렷한 정신의 이성적 판단을 통해 내린 결론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겠죠그것이 다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고그런 힘을 얻기 위해 반복해서 자살 시도를 했을 것 같아요작품 속 실비아의 마지막 자살 시도 역시 또 한번 살아가기 위한 행동이었으니까요.
 
남편 테드의 외도에 대처하는 실비아의 행동을 봤을 때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물론 실비아는 저와 다른 사람이라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어요다만 실비아에게 테드는 자신의 시를 인정해준 존재였을 거예요저 또한 제 직업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관계를 쌓을 때도 그런 부분의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직업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했을 때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는 게 중요해요테드 역시 실비아와 같은 시인이라는 사실이 이 남자를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그 사람만큼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없었으니까요자신을 떠나려는 테드를 붙잡을 때도 사랑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본인이 새로 쓴 시를 한 번만 읽어달라고 하거든요저는 그런 부분에서 공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을 불쾌하지 않고 설득력있게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아마 공연이 시작되는 그 순간까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비아가 대하기 쉬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혹시 테드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저는 모든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사람은 각자의 입장이 있잖아요실비아가 지닌 천재시인의 특별함이자 특이함예민한 성향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물론 테드의 외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잘잘못을 떠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테드 역의 배우들과 연기할 때도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마’ 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테드는 같은 시인으로서 실비아를 존경했을까요?
안 맞는 부분이 있었지만 시인으로서는 존경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결국에는 실비아를 떠났을지라도 함께 한 시간 속에서 꿈과 시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들실비아의 일부와도 같은 문학적인 부분에서 교감했던 순간들은 절대 잊지 못하고 살았을 것 같아요.
 
실비아 플라스의 시가 난해하기도 하고 어려워요넘버로 부를 때는 어떤가요?
저는 실비아의 시를 읽는 장면이 의외로 잘 외워지더라고요쉬운 것 같은데도 외워지지 않는 대본이 있거든요반면 분량은 길더라도 머리에 잘 들어오고 마음에 깊이 남는 대본이 있죠실비아의 시는 어렵지만 감정과 문장이 진하게 남는 기분이었어요특히 아빠이 개자식이라는 노래가 정말 매력적입니다분노를 표출할 때 욕을 하거나 화를 내기는 쉬워도 문장으로 표현하는 건 오히려 어렵거든요그런데 실비아는 자신의 분노에 대해 굉장히 섬세하고 문학적으로 풀어놨어요실비아가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풀어놓은 것들을 똑같이 잘 표현해서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장 마음에 와닿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그냥 그렇게 난 살고 싶어’ 라는 노래요당시 여자 시인이라는 게 굉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여자를 압박하는 요소가 많았잖아요실비아는 혼자 세상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하나하나 글에 담고 싶어하지만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어요남자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에요이때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남자들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기분을 노래해요.
 
그 넘버를 관객들이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면 좋을까요?
실비아가 느꼈을 자유에 대한 갈망그리고 욕구?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라는 책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나요?
그 시대의 여자들이 느꼈던 갈망젊은 시절의 욕구들이 굉장히 솔직하게 써 있더라고요하루의 모든 시간을 굉장히 섬세하게 느끼면서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실비아의 일기에는 고통자괴감도 많아서 마음이 아팠고대본으로만 봤을 때 단면적으로 다가왔던 부분들이 책을 읽었을 때 훨씬 이해하기 쉬웠어요오히려 캐릭터적으로는 좀 더 어려워졌지만요이 사람을 표현하는 것보다내가 실비아 자체가 되어서 나만의 실비아를 찾아야겠다내 식으로 끌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비아는 유리로 된 종 안에 갇힌 기분을 느꼈다고 하죠본인도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나요?
저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달을 때마다 갇혀 있는 기분이 들어요그래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모니터 하기가 두려워요연극이나 뮤지컬 무대가 영상으로 나왔을 때도 잘 보지 않게 돼요제 부족함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요스스로를 평가해야 할 때마다 도망가고 싶어요.
 
그런 감정을 떨쳐내거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그래도 난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열심히 자기위로를 해요채찍질보다는 최대한 저 자신을 잘 다독이려고 해요.
 
김주연은 장점도 굉장히 많은 배우잖아요.  
저의 장점은 유연함인 것 같아요이런 부분이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과 상황에 맞춰갈 수 있는 능력으로 작용하기도 하고대본을 분석할 때도 인물들의 이해와 공감이 그리 어렵지 않아요그러다 보니 이번 작품에 부족함을 느끼더라도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을 즐기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어요차이가 많은가요.
특히 뮤지컬은 차이가 크게 느껴져요음악이라는 요소가 가지는 비중이 크니까요그렇지만 근본은 다 같다고 생각해요모든 장르를 잘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얼마나 유연하게 맞춰 나가는지가 배우로서 가지는 과제이자 숙명 아닐까요.
 
다양한 작품을 거쳐왔어요캐릭터마다 다른 성향과 특징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면요?
모든 역할은 나 자신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가장 처음으로 하는 작업은 제가 맡은 인물의 결핍을 들여다 보는 일입니다캐릭터의 결핍을 생각하다 보면 중점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거든요저의 결핍과 캐릭터의 결핍이 잘 섞이게 만들 수 있다면 저의 장점을 드러내면서도 캐릭터의 특징과 서사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그러고 나서 제가 공감하는 지점을 찾아서 캐릭터와의 연결고리를 잇다 보면김주연의 색이 묻어있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정적인 소모가 큰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어요.  
크게 힘든 건 없어요상황과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하면서 오히려 더 치유 받는 느낌이 들어요집중이 되지 않는 상황이 오면 심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차라리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끌어올려서 쏟아내려고 해요극이 끝났을 때 굉장히 후련하답니다.
 
이 작품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실비아살다>는 한 인간이자 여자로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요제 입으로 대사를 뱉고 노래하면서 치유를 받기도 하지만 상처 입기도 해요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동료 배우들과 서로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해석을 나누는 과정이 무척 특별하고 즐거워요.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같은 기차를 탄 셈이네요.
그럼요저희도 매일 그 얘기를 하고 있어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빅토리아가 실비아에게 주는 위로를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잘 해내고 있고 네 잘못이 아니다너의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빨간 목도리가 될 수 있다.’
 
결국 실비아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까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야 된다는 말이거든요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고 유리종 같은 세상에 갇혀 있는 기분을 느껴서 도망치려 할 때 빅토리아가 나타나 계속 글을 써라너에게는 힘이 있다는 말을 해 주죠실비아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빅토리아가 해주는 장면이 관객들에게도 위로로 다가갈 거라고 믿어요.

 

 ATTENTION, PLEASE
뮤지컬 <실비아, 살다>
기간 2022년 7월 12일-2022년 8월 28일
시간 19:30 평일 (월 공연 없음) | 14:00 18:00 주말·공휴일
장소 대학로 TOM 2관
가격 R석 6만원 | S석 5만 5천원 | A석 4만 5천원
문의 010-4468-8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