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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FATAL ROMANCE_뮤지컬 <엘리자벳> 배우 노민우

FATAL ROMANCE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엘리자벳>의 새로운 ‘죽음’으로 찾아온 노민우.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김지연 hair 선오(DeEn) makeup 미영(DeEn) stylist 도레미


뮤지컬 <엘리자벳>이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10년이라는 대장정의 피날레가 열린다. 의미가 있는 시즌인 만큼 캐스팅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자신만이 엘리자벳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며 끊임없이 곁을 맴도는 유혹적인 캐릭터 ‘죽음’에는 노민우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드럼, 피아노, 베이스 등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는 록밴드의 일원으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파스타’에서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지금은 밴드 서바이벌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의 팀 리더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노민우가 어떤 모습으로 뮤지컬 데뷔 무대를 장식할지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와 노민우의 새하얀 피부, 깊은 눈동자와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데뷔한 지 18년이 됐지만, 아직 뮤지컬 무대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상태’라는 노민우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걸음마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첫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탄생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떨까. 조금은 날선 피드백일지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캐릭터를 완성해 내보이겠다는 그는 설레면서도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엘리자벳의 마음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매료시킬 노민우의 ‘죽음’이 기다려진다.

뮤지컬 <엘리자벳>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뮤지컬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같이 지내던 동기 중에 뮤지컬 배우가 있었는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걸 보며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이후에 조승우 선배님의 <헤드윅>을 보게 됐는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이번에 오디션 제안을 받고 합격한 후 무척 기뻤습니다.

오디션 때 어떤 곡을 불렀나요?
이번 작품의 넘버 중 ‘마지막 춤’을 불렀습니다.

유튜브로 선공개된 영상이 화제가 된, 바로 그 곡이네요.
첫 도전이고 한국 뮤지컬을 사랑하는 팬층이 두텁다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릴 때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에요. 공연 전에 냉정한 평가를 듣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관심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컸고 저에게 주신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서 더 열심히 해야죠. 사실 부담이 많이 돼요. 제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가사 하나하나를 분석해가며 준비하기는 처음이에요.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앙상블의 안무를 보고 있으면 디즈니처럼 환상적인 세계가 떠올라요. 제가 디즈니의 만화영화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함께 연습할 때마다 즐겁고 재밌어요. 그리고 제가 맡은 ‘죽음’ 역시 섹시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갖춘 판타지적인 캐릭터라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디즈니를 좋아하는 게 조금 의외기도 한데요.
어릴 때부터 무척 마니아예요. 피노키오와 피터팬을 가장 좋아하는데 워낙 옛날 작품이라 굿즈가 없어서 아쉬워요.(웃음)

섹시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무대에 서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죽음이라는 캐릭터의 섹시함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판타지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의 인물들을 죽여야만 하는 캐릭터지만 악역으로만 비춰지지 않고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게 관건이에요. 죽음이 엘리 자벳을 갈구하는 이유를 납득시키고 ‘저 정도의 매력을 갖고 있다면 나도 죽을 수 있겠다’라고 설득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죽음에게 엘리자벳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녀를 만나고 난생처음으로 감정과 떨림을 느끼게 된 것 아닐까요. 신과도 같은 존재인 나를 감히 가로막다니? 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겠죠. 죽음의 심경이 드러나는 넘버를 잘 소화해야 할 것 같아요.

엘리자벳이 결국 죽음을 바라게 될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엘리자벳은 언제나 자유를 갈망하지만 새장 속에 갇혀있는 기분을 느끼며 살아왔어요. 그럴 때마다 죽음이 나타나서 나와 함께하면 자유로워질 수있다고 유혹하죠. 그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는 ‘드디어 나에게 왔구나’라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손안에 들어온 순간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지금 그 감정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해요.

넘버 중 ‘내가 춤추고 싶을 때’의 가사가 참 묘하더라고요.
자유롭게 춤을 추겠다면서 상대의 시선 안에 있겠다고 하죠. 어디에 있어도 항상 너와 함께할 거고 너의 곁에 있겠다는 걸 얘기하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은 우울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죽음에게 동질감을 가지는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요. 자유와 죽음 사이에서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엘리자벳은 죽음을 사랑했을까요?
죽음을 맡은 배우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그녀의 시선을 얻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에요. 엘리자벳이 요제프에게 빠졌을 때도 결혼식장에 찾아가 ‘마지막 춤’을 부르고, 두 사람의 관계에 틈이 생길 때마다 비집고 들어 가려고 하죠. 엘리자벳이 죽음을 사랑했을지는 저도 궁금하네요. 죽음을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죽음’마다 각자 매력이 다르죠?
신성록 배우는 신사적인 느낌, 김준수 배우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눈에 띄어요. 이해준 배우는 짙은 섹시함이 있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주위에서는 우아하다고 말씀해 주셔요. 뭔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예쁘다고요.(웃음)

이분법적으로 생각했을 때, 죽음은 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악이라 할지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맡은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는 건 언제나 어려워요.

함께 하는 배우들과는 많이 친해졌나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요. 저에게는 연습실의 밝은 조명 아래에서 피아노 한 대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게 쉽지 않아요. 벌거벗은 기분이랄까요. 심지어 연기까지 해야 하니 모든 행동들이 어색해질 때도 있어요. 무대 경험은 많지만 100명 앞에서 공연하는 것보다 10명의 연출진 앞에서 노래하는 게 더 긴장되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도움과 밝은 연습 분위기 덕분에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기억나는 연습실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길병민 배우와 많이 친해졌는데,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뮤지컬 경험이 무척 많은 선배님이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자기소개를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것이 노래입니다.’ 라고 했거든요. 아무리 봐도 처음 뮤지컬 하는 사람 같지가 않아요. 그리고 병민이가 미식가예 요.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다같이 식사하러 갈 때 맛있는 식당을 추천해 주기도 해요. 그리고 그날의 ‘바이브’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져요. ‘형님, 오늘은 이런 바이브니까 거기 갈까요.’ 이런 식으로요.

엘리자벳은 결국 자유로워졌을까요?
너무나 고독한 인생을 살며 많은 걸 포기해야 했는데 결국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결말을 맞이한 것은 정말 안타깝고 절망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죽음으로써 자신을 옥죄고 있던 것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자유를 얻은 게 아닐까요.

배우님은 자유로운 영혼인가요.
자유롭고 싶어 해요. 그런데 자유로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20대에는 일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거든요. 30대가 된 후 처음으로 혼자 해외여행을 가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얼마 전에는 인생 첫 독립을 했고요. 작품 연습 때문에 짐 정리도 제대로 못 했지만 나름대로 레드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자유로운 날들을 만끽하고 있어요.

죽음을 연기했던 배우들에게 받은 팁이 있을까요?
성록 형님이 해주신 첫 번째 조언이 ‘자신감을 장착해라, 너 멋있다.’ 였어요. 또 무대에서 걷는 법, 서 있을 때 무게 중심을 잡는 법도 배웠어요. 발성 스타일도 잡아 주시고 드라마와 뮤지컬의 다른 부분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서 연습 초반에 많이 힘들었는데 챙겨 주시기도 하고요. 다른 분들께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서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어요. 경험이 많은 배우들에 비해 저는 이제 한 달 반 밖에 되지 않아서 정말 아기처럼 대해주세요. 무대에 서야 비로소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제일 힘든 지점은 무엇인가요.
말하듯이 노래해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노래하듯 말해야 할 때도 있어요. 감정을 대사로 뱉는데 멜로디를 얹는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처음 하다 보니 당연히 어렵고 새로워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과는 발성법도 다르고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도 달라서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엘리자벳 역할의 옥주현 배우, 이지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때요?
두 분 모두 하드 트레이닝으로 저를 신경 써주시고 노래도 많이 가르쳐주세요. 특히 지혜 씨는 맛집을 많이 알고 있어서 같이 먹는 멤버가 생겼죠. 뮤지컬은 원래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건가 하며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언뜻 보면 차가운 인상인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이미지 때문에 주로 차가운 배역을 제안 받아요. 마음이 닫혀 있거나 슬픔, 외로움이 있는 역할을 많이 해와서 그런 인상이 박힌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저는 아이들, 동물을 좋아하고 만화 보는 걸 즐기는 털털한 성격이에요.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처럼 엉뚱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진짜 제 모습과 가까워요.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나요?
봤던 영화나 만화를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면 외울 때까지 보는 편인데 계속 보다 보면 새로운 걸 발견할 때도 있고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러면 곧바로 곡 작업을 하죠. 제일 많이 봤던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 영상미부터 패션, 음악까지 볼거리가 많고 지금 봐도 힙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노트북’도 좋아하는데 볼 때마다 속상하고 항상 똑같은 타이밍에서 눈물이 나요.

연기할 때도 감정에 깊게 몰입하는 편인가요?
어제 연습 도중 마지막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최초로 우는 토드가 될지도 몰라요.(웃음) 아무래도 죽음의 심정이 복합적일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엘리자벳이 쓰러진 후 제가 등장하는데 감정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일상생활에서는 가족 대부분이 제게 의지하고 큰일이 있어도 덤덤한 편이지만 작품을 보거나 연기할 때는 감정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18년이나 되는 음악 인생을 걸어왔어요. 노민우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분들이 음악과 연기 중 뭐가 더 좋은지 자주 물어보거든요. 노민우라는 사람의 표현 방식은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순간과 시기에 따라 음악으로 표현될 때도 있고 연기로 표현될 때도 있는 거죠. 음악은 제 표현의 일부분이에요. 노래를 쓸 때도 제가 느낀 것들을 표현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 몸담고 있는 밴드 ‘미드나잇 로맨스’ 역시도 그런 이유로 결성하게 됐어요. 멤버들마다 맡은 포지션의 소리를 책임지고 각각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 전달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제게 음악은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밴드 얘기가 나왔으니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제가 맡아서 프로듀싱하고 있는 분들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서 기뻐요. 모두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한국에 실력있는 밴드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에 놀랐어요. 대중분들께 밴드 음악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동생 아일 님도 밴드 ‘호피폴라’로 활동 중이죠. 이번 뮤지컬 데뷔 소식에 어떤 반응이었나요?
아일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많이 부러워했어요. <엘리자벳>을 직접 본 적도 있고 넘버도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다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기대가 큰 만큼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제가 애쓰는 만큼 멋진 토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상상을 하고 있고요. 많은 기대와 사랑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엘리자벳>
기간 2022년 8월 30일-2022년 11월 13일
시간 화·목 19:30 수 14:30 19:30 금·주말 14:00 19:00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가격 VIP석 15만원 | R석 13만원 | S석 10만원 | A석 7만원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