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TOGETHER_팜트리아일랜드
BETTER TOGETHER
대표 김준수부터 김소현, 정선아, 진태화, 서경수, 양서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합류한 손준호까지. 팜트리아일랜드의 일곱 배우가 두 번째 갈라 콘서트로 돌아온다.
editor 손정은 이윤슬 photographer 김태우
스스로 만든 길
김준수
뮤지컬 <데스노트>의 지방 공연까지 마친 김준수는 바로 배우에서 가수로 모드를 전환했다. 작품이 끝나자마자 팬미팅 투어로 일본과 한국에서 팬들을 만났고, 새로운 싱글 앨범 <Red Diamond>을 발매한 것. 한창 투어 중이던 김준수가 시어터플러스 촬영장에서 장착한 모드는 ‘대표’다. 팜트리아일랜드 식구들이 모두 모인 촬영장에서 배우들과 틈틈이 의견을 나누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찰나의 순간에도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배우들이 했던 작품들이 다르고, 각자 하고 싶은 게 있고, 양주인 음악감독님이 중간에서 끌어 나가며 그리는 방향이 있어요. 저 또한 아티스트로서 원하는 것이 있고, 동시에 대표로서 전체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하죠. 모든 배우와 관객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두 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 콘서트이기에 때론 과감함이 필요하기도.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 기회가 있고, 반대로 저번에 안 했기 때문에 올해 메인으로 올라선 작품도 있어요. 그걸 예상해 보고 기대하는 것까지도 팬분들에게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난 갈라 콘서트를 돌이켜 보면, 김준수가 처음 상상했던 그림보다 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덕분에 두 번째 콘서트가 1년 만에 돌아왔으나 매년 공연을 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시기보다는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꾸준히 하고 싶지만, 억지로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공연을 하는 저희도 즐거워야 하고, 보는 분들에게도 좋은 질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새롭고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팜트리아일랜드는 유튜브도 알차게 활용 중이다. 최근 공개된 시리즈 ‘인터미션’에는 배우들이 함께 MT를 떠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하인드처럼 가볍게 찍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한 거죠. 물론 반응이 있으면 좋지만, 그것만 보고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시작하게 되었고, 그 첫 번째로는 가장 편안한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저희끼리 있을 때 나오는 모습들이 재밌기도 하고 자연스럽잖아요.” 믿음직스러운 회사 운영 계획을 듣고 있자니, 저절로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나왔다. 하지만 김준수는 여전히 이 표현이 부끄럽다고. “평소에도 친한 배우들끼리 작품 얘기를 하고, 어떤 캐릭터가 더 잘 어울릴지 추천을 해주거든요. 예전처럼 서로 응원하는 건 똑같은데, 이왕 만들어진 김에 콘서트도 하고 오늘처럼 다 같이 잡지 촬영도 하는 거죠. 저에게서 시작된 회사지만, 모든 배우가 휴양지에 온 듯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팜트리아일랜드라는 이름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 또한 배우들 덕분에 안식처 같은 느낌을 받고요.” 실제로 배우들은 소속사에 대해 베스트 프렌드, 든든한 존재, 가족 같은 사이 등 믿음이 느껴지는 말을 들려주었다. 이만큼 신뢰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준수에게 물었더니 “신뢰를 하긴 하나요?”라며 웃으면서도 금세 고마움을 먼저 얘기한다. “제가 더 고마워요. 사실 콘서트도 협조를 해줘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기분 좋게 시작한 일이라도 막상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쉽게 되는 건 없는데, 흔쾌히 믿고 따라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궁금해진 것은 영입 기준(?)이다. 많은 배우들이 팜트리아일랜드에 관심을 보일 것 같았달까. “솔직하게 말하면, 꽤 있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1인 기획사로 설립했기 때문에, 제 일만으로도 직원들의 시간이 빠듯했어요. 저희가 거창하게 배우들을 케어 하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데리고 와서 방치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여유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함께할 수 없었다는 점을… 혹시라도 그분들께서 이걸 보고 계신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함께하는 이들이 너무 소중하기에, 배우들 간에 역할이나 이미지가 겹치지 않도록 하는 면도 있다. 또한 서로의 합을 중요하게 여겨서, 영입을 할 때면 기존 배우들은 물론 직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인다. 직원들도 배우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 더욱 진심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표로서의 이야기를 가득 들려주었지만, 사실 2023년은 김준수에게 특별한 해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했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첫 팬미팅 투어를 열었다. 뮤지컬 <데스노트>에 함께하며 많은 회차의 지방 공연을 소화하기도 했다. “앙코르 공연까지 거의 2년을 이어서 한 느낌이라, 정말 원 없이 했어요. 시원섭섭하다는 단어가 정확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고, <데스노트>가 좋은 작품으로서 사랑받은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마지막 질문은 ‘대표 김준수’가 아닌 ‘배우 김준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팜트리아일랜드가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곳이라면, 배우 김준수의 꿈은 무엇일까. “오래오래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 딱 하나예요.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도, 그 시기에 맞는 작품을 하면서 늙어가고 싶고요. 모차르트를 할 수는 없더라도 모차르트의 아버지 역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editor 손정은
새로운 오늘, 빛나는 내일
김소현
한 분야를 오래 파고들다 보면 자연스레 능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능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우리는 서툴고 불안한 시절을 견딘다. 그래서 뮤지컬 배우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김소현이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새로움’, ‘도전’, ‘자유로움’인 것은 다소 놀라웠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요. 갇혀 있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지난 6월 김소현은 처음으로 자신의 곡 ‘모든 날 모든 순간에 위로를 보낸다‘를 발표했다. 공감의 말을 전하는 작가 ‘글배우’가 써낸 시를 노랫말로 옮겼는데, 김소현이 먼저 이 가사를 꼭 쓰고 싶다고 얘기하며 시작된 노래라고. “가수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를 부르고 녹음하는 건 평생 해왔던 일인데, 자기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른다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너무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신곡을 발표한 것도, 솔로 콘서트를 연 것도 회사의 도움이 컸다고 말한다. 늘 마음은 있었으나 실천으로 옮길 만큼의 용기가 없어 미뤄왔기 때문이다. 팜트리아일랜드가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땅이 되어준 셈. “처음엔 계속 못 하겠다고 했어요. 너무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회사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많이 챙겨주고, 힘을 주셨어요. 그래서 저지를 수 있었죠.”
팜트리아일랜드 갈라 콘서트가 즐겁고 기대되는 이유 역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혼자 준비하는 게 아니다 보니 회의를 엄청 많이 해요. 그러다 보면 조금은 피하고 싶은 노래를 불러야 하기도 하고, 제가 전혀 보여준 적 없던 색깔의 무대도 준비해야 하죠. 저 혼자라면 시도하지 못했을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첫 번째 콘서트를 돌아보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In his eyes’ 무대가 특히 특별했다고 꼽는다. “저도 선아(정선아 분)도 <지킬 앤 하이드>를 했지만, 같은 시즌으로 만나지는 못했어요. 다른 시즌이었지만 같은 공연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콘서트에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죠. 회의하면서 서로 어떤 작품을 했나 살펴보기도 하고, 그때를 돌아보기도 하고. 과정 하나하나가 다 즐거웠어요.” 동료의 좋은 점은 가족과는 나누기 힘든 직업적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무대나 연기에 대한 코멘트를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귀한 인연을 만났다. “다들 제가 얘기해 줄 게 없을 정도로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오히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김소현이 꼽는 이번 갈라 콘서트의 관전 포인트는 ‘새로운 조합’이다. “팜트리아일랜드 안에도 유닛이 굉장히 많거든요. 오랜만에 ‘팀 김준수(김소현, 손준호, 김준수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가 합체를 했기 때문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웃음)” 콘서트에 오는 관객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케미 넘치는 토크도 기대하기 마련인데, 김소현은 그 부분만큼은 자신 있다고 웃는다. “토크 거리는 넘치죠.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예요. 콘서트는 현장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얼마나 즐길 준비가 되셨는지, 얼마나 많은 피드백을 주시는지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질 것 같아요.”
콘서트를 준비하다 보면 당연히 지난 작품들을 훑어보게 된다. 김소현은 아무리 여러 시즌 거듭해서 참여한 작품이어도, 넘버를 부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공연을 하는 중에도 인물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요. 이렇게 한 발짝 물러난 상태에서 다시 그 음악을 부르면 더 새롭게 다가와요. 지금 제 상황이나 마음에 대입하기도 하고요. 관객분들이 봤던 작품을 또 보시는 이유가 배우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요. 이번 콘서트에서는 어떤 걸 발견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뮤지컬만이 아닌 예능, 드라마, 콘서트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김소현. 이미 인정받고 있는 필드를 두고 다른 땅에 발을 내디딘다는 두려움은 없었을까. “왜 진작 도전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더라고요. 두려운 게 한 번 깨지니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20년 이상 활동을 하다 보니 ‘식상하다’는 느낌이 가장 싫더라고요.” 뮤지컬을 자주 접하지 않는 대중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그런 기회가 이제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다른 분야에서 저를 알게 된 분들이 제가 사랑하는 뮤지컬을 보러와 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선순환이죠.” 김소현에게 20년 전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데뷔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넘치지 않을 만큼만 최선을 다하려고요. 저는 큰 목표를 세우지는 않아요. 목표에 도달해도 더 가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고, 도달하지 못하면 너무 슬프잖아요. 그냥 ‘오늘 잘했고, 내일은 조금만 더 분발하자’는 것만 생각하려 해요. 손준호 씨가 항상 그러거든요. 오늘이 즐거운 게 제일 좋은 거라고.” editor 이윤슬
뜨거운 여름날을 지나
정선아
정선아는 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출산 이후 여러 변화를 겪으며, 이젠 사계절을 모두 즐기고 있다. “예전에는 겨울이 춥고 싫었는데, 요즘은 사계절이 있는 게 인생의 굴곡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폭염처럼 덥고 짜증날 때도 있지만 시원한 가을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따뜻한 봄도 오고요.” 계절은 하나의 예시일 뿐, 이외에도 정선아는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아이 덕분에 한 템포 바빠진 일상이지만 몸과 마음은 더 자유로워졌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잠을 7~8시간 자지 못하면 목이 안 좋은 것 같았는데, 5시간만 자도 잘만 나오더라고요.(웃음) 이 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쓰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만큼의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싱긋 웃는 정선아에게서 여유가 스며 나왔다. “배우들은 관객분들께 사랑을 받아야 에너지가 더 샘솟는 직업이잖아요. 너무 좋아하는 저의 직업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는 마음이 안정되었다는 걸 느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고요.” 그래서 정선아는 지금을 인생의 2막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저에게 2막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1막이 창창하게 똑같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확실히 결혼과 출산은 또 다른 축복의 길인 것 같아요. 배우 정선아에게는 더 깊고 단단해지고, 자유로워지는 시간이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정선아의 1막이 화려한 불꽃놀이 같았다면, 2막은 또 다른 빛깔로 반짝이는 중이다. 그 시작점에 작년에 열린 팜트리아일랜드의 갈라 콘서트가 있었다. 뮤지컬보다도 더 빠른, 복귀의 첫 무대였기 때문에 정선아에게는 더욱 특별한 자리였다. “너무 오랜만에 큰 무대에 서는데 잘할 수 있을까,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우였던 것 같아요. 함께하는 배우들이 너무 멋있게 해줬고, 관객분들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요. 팬분들이 매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정말 올해도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대됩니다.” 다양한 무대에 서는 정선아지만 소속사 식구들과의 무대는 다른 종류의 특별함을 가진다. 평소에는 제일 자신 있는 것을 선택한다면, 이곳에서는 함께했을 때 빛이 나는 곡을 고르게 된다는 것. 그래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곡들도 힘을 얻어 도전하게 된다. “저희는 하고 싶은 곡만 할 수 없어요.(웃음) 서로 추천을 많이 해주고요. 작년에 서경수, 진태화 배우와 했던 뮤지컬 <드림걸즈> 넘버도 제가 부르겠다고 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 노래가 상당히 힘든데 함께 준비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선아는 여전히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데뷔 무대를 꼽는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무대를 거쳤지만 그날의 짜릿함과 견줄 수는 없다. “항상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말을 하고 살았기에 그때가 제 일생일대 가장 행복하고 짜릿한 순간이었어요. 열정과 꿈만 갖고 무대에 섰기 때문에 그렇게 잘하진 못했던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제 인생에서 가장 손꼽히는 시간이에요.” 해보고 싶은 작품들을 노트에 써 두고, 그 리스트를 거의 다 해냈다는 정선아는 데뷔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겁이 없었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온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겁이 많아진다고 했던가. 책임감이 커질수록 무대는 더 떨리는 자리가 되었다. “그때는 멋모르고 패기와 열정만 가득해서 그저 행복하게 공연했어요. 지금은 항상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의 공연이 떨려요.” 이제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행복보다 관객들의 행복을 먼저 빌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 공연을 사랑해 주시고 공연장에 와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하게 느껴져요. 오시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그렇기에 행복하게 돌아가시도록 만드는 것이 배우의 책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제가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좋았다면, 이제는 극장을 나서는 관객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요.”
요즘은 기운이 펄펄 나서 공연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정선아는 이 마음과 에너지를 뮤지컬 <멤피스>에 쏟아붓고 있다. 리듬앤블루스, 로큰롤, 가스펠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담아낸 것은 물론,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도 잘 녹여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멤피스>는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정선아는 차별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펠리샤 역으로 관객들에게 울림을 전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좋아요. 열심히 나아가는 펠리샤의 모습이 저에게도 상당히 큰 힘이 됐거든요.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여정을 관객분들이 같이 걸어가시면서, 그 쾌감을 함께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editor 손정은
HAPPILY EVER AFTER
손준호
일곱 명의 배우 중 가장 최근에 팜트리아일랜드와 손을 잡은 손준호. ‘입사 막내’로서 원하는 것이 있냐고 농담처럼 질문을 건네자, 너스레 가득한 말로 모두를 웃게 만든다. “제가 문을 닫고 들어왔어요.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저한테 노크를 하고 들어오셔야 합니다. 원래 맞선임이 제일 무서운 거 아시죠?(웃음)” 그는 작년에 열린 갈라 콘서트를 관객석에서 지켜봤다. 그때의 관람 후기를 묻자 솔직한 마음으로 부러웠다고. “집에 와서 김소현 씨에게 ‘당신 되게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뮤지컬 배우들끼리 똘똘 뭉쳐서 시너지도 생기고, 서로 힐링도 되고 좋을 것 같다고요. 소현 씨도 행복해하는 것이 느껴져서 보기 좋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부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번 무대는 더 조심스럽다. 손준호가 합류한 덕분에 선보일 수 있는 뮤지컬 작품과 곡이 늘어났지만, 그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잖아요. 드디어 저도 함께하게 되어서 열정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너무 힘을 주면 과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의견에 귀를 많이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욕심을 덜어내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욕심보다 균형을 먼저 생각하는 건 손준호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목표를 잡을 때도 커다란 이상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를 고려하는 편이다. “제가 해온 노력에 비해 너무 큰 목표를 잡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마냥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성악의 길을 걷다 뮤지컬로 영역을 옮긴 것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린 순간도 있었다. “성악을 할 때는 단계적으로 준비하며 길을 밟아왔다면, 뮤지컬은 쌩뚱맞은 선택이었어요.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을 본 후에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결과를 기다렸고요.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어요. 작품도 저의 전공과 잘 맞았고요.” 그렇지만 손준호가 말하는 ‘운이 좋다’의 의미는 무작정 잭팟이 터지는 걸 뜻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요.”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동안 채워온 시간을 믿기 때문이다.
사실 손준호의 이름 앞에는 여러 단어가 있는데,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것들은 아내이자 동료인 배우 김소현, 그리고 아들 주안이다.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뮤지컬을 사랑하는 손준호이기에 이 점이 내심 서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소현의 남편으로 3~4년을 살았고 그 후로는 주안이 아빠로 살아오고 있지만, 저는 더 좋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고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제 아내가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었기 때문이거든요. 김소현의 남편이기 때문에 저는 더 잘해야만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저한테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실력으로 자신이 있었고,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오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그러고는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작품으로 뮤지컬 <명성왕후>와 <빅 피쉬>를 골랐다. <명성왕후>가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었다면, <빅 피쉬>는 연기에 대한 재미를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빅 피쉬>에서 다양한 연령을 연기했는데, 재미도 느꼈고 테크닉적으로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동안 연기해 온 캐릭터는 저의 평소 목소리가 잘 맞는 캐릭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역할과 더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야 했어요. 그런 점 때문에 연구도 많이 하고, 주변의 도움도 받으며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13년 전, 손준호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첫걸음을 떼며 ‘이 일을 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손준호는 어떤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을까. “주변에도 늘 얘기해요.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무대에 서는 것이 나의 직업인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요. 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도, 뮤지컬 배우라는 단어는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editor 손정은
단단한 걸음으로
진태화
올해 2월 뮤지컬 <스위니 토드>로 시어터플러스 독자들을 만났던 진태화는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부지런히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왔다. 뮤지컬 <라흐 헤스트>에서 이상 역을 맡아 열연 중이며, 최근에는 뮤지컬 <사의 찬미> 10주년 콘서트에도 참여했다. 8월의 끝자락에 개막한 뮤지컬 <사칠> 연습도 한창이었다. 공연과 연습, 콘서트로 바쁜 와중에 팜트리아일랜드 식구들과의 시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유튜브 콘텐츠로 인한 벌칙 수행이었다. 더운 여름날에 뮤지컬 <웃는 남자>의 그윈플렌 분장을 하고 대학로에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분장을 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발과 의상까지 준비를 제대로 해 주셔서 제가 예상한 것보다 본격적으로 벌칙을 수행하게 됐어요. 많은 인파에 놀라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도 대학로라 다행이지 않았나 싶어요. 공연을 사랑하는 분들이 계시는 곳이니 저도 좀 편하게 할 수 있었고요.” 유튜브 콘텐츠 속 모습처럼 시어터플러스 촬영장도 내내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며, 갈라 콘서트가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지 자연스레 상상이 됐다. “그냥 넘버만 선보이는 콘서트가 아니라,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어서 저희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너무 진지해지지 않게,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 꼭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날은 아직 세트리스트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은 시점이었는데, 진태화는 콘서트에 대해 넘치는 아이디어를 중간중간 풀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솔로 콘서트에 대한 구상까지 들려줬다. “만약 솔로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이런 기획은 어떨까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제가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곡을 모아서 세트리스트를 꾸리는 거죠. ‘제가 이런 노래로 오디션을 봤답니다!’ 하고.(웃음) 저도 웃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어떤 테마로 무대를 구성하는 게 재미있을지를 계속 생각해요.” 손준호 배우가 소속사에 새로 합류했을 때도 콘서트 무대에 함께 서게 될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고. “준호 형은 회사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같은 식구 느낌이었죠. 형의 목소리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아, 갈라 콘서트 같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얼마 전 있었던 <사의 찬미> 10주년 콘서트에 대한 소회도 궁금해졌다. “콘서트 때 <사의 찬미>가 10주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다 못했어요. 지면을 빌려 말하자면, 그 매력을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음악이 너무 좋고, 역할도 어떤 배우든 욕심낼 만한 작품이라는 걸요. 성종완 연출님과 김은영 음악감독님이 사활을 걸고 만드셨다고 했는데, 그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진태화는 과거에도 <사의 찬미>의 우진 캐릭터에 대해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라흐 헤스트>의 이상 역시 비슷한 시대의 문인 역할. “이상 시인이 건축을 전공하셨는데, 저도 고등학교 시절 건축공학과를 지망했어요. 그래서인지 대본을 읽었을 때 이상이 사고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단어가 저와 맞닿은 점이 많더라고요. 이과 출신이라 그런가봐요.(웃음)” 이상과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들려줬지만, 그래도 가장 공들여 표현하는 부분은 인물 간의 관계다. “이상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동림이라는 여인을 향한 사랑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어요. 이 극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동림 그리고 향안의 사랑과 인생이니까요.”
진태화가 이번에 참여하는 뮤지컬 <사칠>은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으로, 많은 2인극이 그러하듯 인물 간의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목은 소방관이 현장에서 쓰는 무전 용어다. ‘46’은 ‘알아들었나?’, ‘47’은 ‘알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소재와 시놉시스를 살펴보시면 비극적인 사건이 펼쳐질 거라는 걸 대충 예상하실 수 있을 텐데요. 초반에 두 인물의 관계가 잘 그려지지 않으면, 후반부에도 관객들에게 감정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연습도 그 부분에 집중해서 쌓아가고 있죠.” <사칠>은 기존에 있던 창작 뮤지컬 <아이즈–너를 보는 나>를 재창작한 작품이다. 그래서 흰 도화지 위에 처음부터 그려 나가는 창작 초연 작품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다고. “드라마의 결이 달라지니 음악도 바뀌어야 했죠.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창작진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작업이 어렵기도 했는데, 대표님께서 단 한 장면 때문에 이 극을 올리기로 마음먹은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셔서 믿고 따라가는 중입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진태화는 올해의 목표로 ‘조금 더 욕심을 내보는 것’을 꼽았다. 워낙 바쁘게 보냈던 터라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욕심을 부리고 싶은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시기도 운도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진태화의 2023년 하반기는 어떨까. “한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에너지를 조금 더 가져가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 있어요. 에너지란 표현이 광범위해서 혼자 고민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경수한테 물었죠. 작품도 같이 했었고, 저의 성향도 잘 아는 친한 사이니까. ‘나도 확신할 순 없지만 이런 의미가 아닐까’라며 경수가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을 줬어요. 그래서 남은 2023년은 에너지의 확장이 어느 때 필요한 건지, 어느 지점을 확장해야 하는 건지 명확하게 깨닫기 위해 연구하려 해요. 이 숙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editor 이윤슬
어디로든 무엇으로든
서경수
서경수가 팜트리아일랜드와 함께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는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도 고작 일주일. 김준수 배우와 대화를 나누다가 “형, 저 갈까요?”라는 말로 시작된 것이 여기까지 왔다. “소속사에 오고 나서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팜트리아일랜드란 망망대해에서 발견한, 자원이 풍부한 무인도랄까요. 멀리서 볼 때는 어떨지 몰랐지만 들어와 보니 너무 따뜻하고 즐거워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고요.” 갈라 콘서트도 작년보다는 더 즐겨볼 생각이다. 첫 갈라 콘서트는 정신없이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여유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축제의 느낌이에요. 사촌이나 친척들은 오랜만에 명절에 봐도 이질감이 전혀 없잖아요. 이곳에서도 똑같은 마음이 들어요.” 그렇다면 단독 콘서트에 대한 마음은 어떨까. 서경수는 올해 3월, 데뷔 17년 만에 첫 번째 팬미팅을 열었지만 단독 콘서트는 아직이다. 이에 관해 물으니 ‘언젠가는’이라는 단어가 열 번쯤 등장했다. 간절한 기회이기에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다는 것.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 아직 모르겠어요.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서 제대로 하고 싶거든요.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만큼 더 완벽하게 하고 싶습니다. 철근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세워서 해내고 싶어요.”
서경수가 눈앞에 마주한 새로운 숙제는 뮤지컬 <벤허>다. 9월부터 시작되는 작품의 세 번째 시즌에 메셀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악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귀여운 느낌의 악역은 해본 적 있지만, 메셀라 같은 역할은 처음이거든요. 무대 위에서 분노를 끌어올릴 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부분을 깨우는 느낌이라 재밌고 낯설어서 좋아요.” 이번 캐릭터는 치열한 검술을 몸에 익혀야 하는 동시에, 고음의 넘버도 소화해야 한다. 체력에 자신 있는 서경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쉽지 않다.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걸로 인해서 건강도 더 챙기게 되고요. 넘버 때문에 허파가 아플 정도로 힘들지만, 끝내고 나면 성취감이 있어요. 잘 해내기 위해서 러닝 머신도 열심히 뛰면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잘 준비하고 있어요.” 작품의 대본과 연출을 맡은 왕용범과는 처음으로 함께하는 작업이다. 왕용범 연출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디렉션 덕분에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아주 강하게 느껴져서 믿고 따르게 돼요. 저도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동료들이 말하는 서경수는 유쾌하고 재밌는 사람. 팜트리아일랜드의 유튜브에서도 그 모습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편안한 사람들 앞에서는 MBTI 중 ‘극E’가 된다는 그는 촬영장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진지한 면도 가득하다.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신념, 그리고 언제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유연함까지. 이 모든 게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매 순간 되새기죠.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제가 옳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 의심하지 않아요. 특히 무대 위에서의 모습을 의심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대신 올바름에 대한 기준은 늘 새롭게 하려고 노력해요. 시대는 계속 변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서경수는 무조건 단단하기보다는 ‘말랑말랑한’ 확신으로 자신을 채운다. “너무 단단하면 아집이 될 수 있으니까요.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하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연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요.” 지금껏 꽤 많은 작품을 거쳐온 그에게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 작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지난해 만난 뮤지컬 <킹키부츠>를 꼽는다. “작품을 하기 전에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되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편이었거든요.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킹키부츠>를 만나고 나서는 원래의 제 모습을 더 아껴주게 되었어요. 견고해진 만큼 저 스스로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요.” 부지런히 성장해 온 서경수의 꿈은 지금과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커다란 목표를 이루겠다는 욕심보다는 오늘을 잘 채워 넣는 것이 먼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게 꿈이에요. 서경수라는 이름으로 이뤄내고 싶은 건 마땅히 없어요. 지금 충분히 행복해서 더 큰 욕심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아요. 이대로만 계속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ditor 손정은
나침반을 따라서
양서윤
화분에 키우던 식물을 넓은 땅으로 옮겨 심으면 뿌리가 더 깊고 넓게 자란다. 양서윤은 지난해 1월, 팜트리아일랜드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계 없이 뻗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저 즐겁게 일하는 데 집중했다면, 소속사 선배님들을 만나며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특히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요.” 양서윤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하며 자연스레 연기와 음악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갈라 콘서트에서 대극장 뮤지컬 넘버를 꽤 많이 부르게 됐어요. 경험도 적은데다 팝적인 넘버에 익숙하지도 않아 애를 먹었죠. 그때 선배님들께서 노래에 도움이 되는 근력 운동법이나 듣고 참고하면 좋을 노래를 추천해 주셨어요. 거미 선배님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고 하셨죠. 제게 필요한 부분을 섬세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만큼 양서윤도 그 안에서 막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를 들어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발 빠르게 공부해서 알려주는 것?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이만큼 친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경수 배우와는 <그리스>와 <베어 더 뮤지컬>을 함께 했지만 사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고, 진태화 배우와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다. 지난해 있었던 첫 번째 갈라 콘서트 친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콘서트를 같이 하면서 진짜 친한 언니, 오빠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가까워졌거든요. 그래서 유튜브 촬영으로 같이 1박 2일 야유회를 다녀왔을 때도 너무 즐거웠죠. 처음으로 같이 요리도 하고, 게임도 하고요.”
지난해 처음 콘서트 무대에 선 양서윤은 아직 보여줄 카드가 많다.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곡을 고심해서 고르는 중이다. “소현(김소현 분) 언니와 선아(정선아 분) 언니가 했던 <위키드>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해요. 특히 좋아하는 넘버는 ‘마법사와 나’, ‘중력을 벗어나’, ‘널 만났기에’인데, 기회가 된다면 언니들과 함께 불러보고 싶어요.” 소속사 식구들과 친해진 것처럼 지난 콘서트 이후 관객들과도 친해진 것 같다는 양서윤은 토크 코너에서도 더 편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저도 사실 친해지면 털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거든요.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이번에는 긴장하지 않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양서윤은 뮤지컬 <아가사> 앙상블로 데뷔해 벌써 8년 차 배우가 됐다. 꾸준히 무대에 선 양서윤에게, 배우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에 대해 물었다. “뮤지컬 <도그파이트>에서 로즈라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꾸밈없고 순수한 역할이어서 그런지 연기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죠. 음악도 너무 아름다워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소외된 인물에게 자연스레 눈길이 더 간다는 양서윤이 특히 이 캐릭터에 애착을 가진 이유는 로즈가 ‘인싸(인사이더)’가 아닌 ‘아싸(아웃사이더)’라는 점이었단다. 본인의 성향도 ‘아싸’에 가까운지 물으니,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는 없었고, 대부분의 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과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더욱이 없다는 것. “어떤 인물과도 닮지 않았다는 게 좋을 때도 있어요. 나와 다른 인물과 가까워지고, 알아가는 일이 즐겁거든요. 저만의 색깔을 더해 배역에 대한 해석을 유니크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연기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노래를 사랑해서 뮤지컬 배우가 된 그는 뮤지컬을 하며 연기에 대해 더 파고들다 보니 다시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 장르도 열어 놓고 공부해 나가고 있다고.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양서윤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팜트리아일랜드 소속 배우들에게서 닮고 싶은 점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좋은 동료만큼 성장에 꼭 필요한 양분은 없으니까. “소현 언니의 사랑스러움, 선아 언니의 세심함, 경수 오빠의 진지함, 태화 오빠의 섬세한 가창력, 준호 선배님의 포용력, 준수 대표님의 예리함을 배워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editor 이윤슬
stylist 노미영(김준수, 진태화, 서경수), 박난경(김소현, 손준호, 양서윤), 김래영(정선아)
hair 강호 by 비올뷰티(김준수), 최수정 by 알루(김소현, 정선아), 비비안 by 빗앤붓(손준호), 채아 by 에이바이봄(진태화), 아름 by 빗앤붓(서경수), 주명선 by PRANCE(양서윤), 박희승
makeup 김누리(김준수), 박서원 by 알루(김소현), 오길주 by ‘JUJU by 길주’(정선아), 김민지 by 빗앤붓(손준호, 서경수), 유정 by 에이바이봄(진태화), 한마음 by PRANCE(양서윤), 유혜수
<2023 팜트리아일랜드 두 번째 갈라 콘서트>
기간 2023년 9월 22일-2023년 9월 24일
시간 금 19:30 | 토-일 17:00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격 VIP석 15만4천원 | R석 13만2천원 | S석 11만원 | A석 8만8천원 | B석 6만6천원
문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