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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Beyond Words_첼리스트 김두민

Beyond Words

 

바흐, 힌데미트, 리게티, 코다이… 첼로 무반주 작품들로 채워질 <김두민의 얼굴>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 
editor 이민정


한국과 유럽 무대를 오가며 활동해온 첼리스트 김두민은 작품에 대한 진지한 해석, 성숙한 감성과 깊고 숭고한 울림을 주는 연주로 사랑받아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이후 첫 예술 영재로 발탁되어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아스펜 협주곡 콩쿠르 우승, 파울로 국제 첼로 콩쿠르 상위 입상과 더불어 베르비에 음악 페스티벌에서 APCAV상을, 유럽문화재단에서 차세대 예술가상을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2004년부터 2022년까지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첼로 수석을 역임하면서도 2011년 결성된 무터 비르투오지 앙상블의 멤버로도 세계 투어를 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선보였다. 지난 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는 등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한국 관객들과 더욱 친밀하게 호흡하고 있다.

올해 금호아트홀이 준비한 <김두민의 얼굴> 시리즈는 첼리스트 김두민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시간으로, 이미 지난 4월에는 치밀하고 정교한 앙상블의 현악 삼중주 무대를, 5월에는 첼로와 피아노 듀오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무대인 김두민의 음악으로 가득 채워질 첼로 독주가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 작품들을 연주했던 과거의 ‘나’, 그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이번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 현재의 ‘나’, 그리고 음악과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나’를 한 데 모은 시리즈입니다. 바흐, 힌데미트, 리게티, 코다이의 첼로 무반주 작품을 통해 가장 친밀하고 속마음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김두민에게 음악이 어떠한 의미인지, 어떻게 그의 삶을 이끌었는지 좀더 들여다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4월에는 현악사중주, 5월에는 피아노 듀오, 6월에는 독주 무대로 <김두민의 얼굴>이 막을 내립니다. 먼저 지난 두 번의 연주에 대한 ‘셀프 리뷰’를 해주신다면요? 

지난 4월 무대에 올렸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 삼중주 버전 연주는 정말 행복한 무대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선생님, 비올리스트 이한나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며 실내악의 한계에 도전한 것에 보람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음악의 완성을 위한 힘든 여정 후 관객들과 바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뻤습니다. 5월에 있었던 피아니스트 김태형 선생님과의 연주는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온 분과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편안했어요. 세 번의 무대로 기획된 시리즈이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꾸밀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관객으로서는 앙상블, 듀오 콘서트, 리사이틀 등 첼로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실내악 연주자로서의 제 모습과, 전형적인 첼로와 피아노 듀오로 이루어진 무대에서의 제 모습, 그리고 특별히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이라는 다소 모험적인 무대를 통한 저의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반주 첼로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이 흥미롭습니다. 바흐와 바흐에 대한 경의가 녹아있는 힌데미트의 곡, 죄르지 기레티와 그의 스승이기도 한 코다이의 곡…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작곡가의 연결성을 염두했는지 궁금합니다. 
선곡 당시에는 바흐와 힌데미트, 리게티와 코다이의 이러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그런 관계성이 있었네요. 저는 오로지 음악의 흐름을 생각하며 선곡했습니다. 바흐와 코다이라는 두 기둥 사이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힌데미트와 리게티를 선곡하게 되었죠. 힌데미트가 바흐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작곡해서 그런지 실질적으로 바흐와 힌데미트의 작품은 연결이 잘 됩니다. 리게티는 힌데미트보다 더 단순하지만 강렬한 표현과 방법으로 음악을 이끌고, 코다이는 이러한 리게티의 긴장감을 오히려 민속적인 색채로 풀고 다스리는 흐름이 마음에 들어 이렇게 선곡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무반주 첼로곡이 바흐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바흐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바흐는 폴리포니의 대가로서 선율을 통한 화성의 제시가 너무나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항상 선율을 통해 제시되는 화성의 변화에 매료되고, 자극을 받고, 감동을 얻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바흐를 사랑하게 되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하는 힘이 되며, 항상 도전이 보람되고 의미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영화 <퐁네프의 연인> 때문에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첼로 곡 중 가장 어렵다고 소문나 있습니다. 한 곡 안에 굉장히 다양한 감정이 녹아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을 덧붙인다면요?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는 1악장, 2악장, 3악장이 확연하게 다른 빠르기와 분위기로 작곡되어 있어요. 하지만 첼로의 G선과 C선을 F#과 B로 반음씩 낮춰 조율해 연주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얻어지는 b단조의 색채가 시종일관 곡을 지배하게 됩니다. b단조와 더불어 민속적인 음계가(마치 한국음악의 5음계와 흡사할 때도 있습니다) 맞물려 소나타 전체를 꿰뚫고 있죠. 더불어 1악장과  2악장에 흐르는 여백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적인 정서인 애수와 한이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3악장에서는 휘몰아치는 듯한 빠른 리듬과 춤의 메들리로 화려하게 곡이 끝나게 되고요. 이 곡을 연주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음악과 흡사하다고 자주 느껴서 연결고리를 그려가며 연주하고 있습니다.

현대 작곡가들의 첼로 작품에도 관심이 있는지, 앞으로 20세기 이후 작곡된 첼로 작품도 연주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힌데미트, 리게티의 뒤를 이어 수많은 작곡가들이 첼로를 위해 작곡했는데, 특히 저는 브리튼과 뒤티에, 펜데레츠키, 히나스테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실험적인 작품들도 좋지만, 새로운 재료와 시도를 통해 작곡가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아름다움이나 강렬한 인상에 올인하는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앞으로도 새롭게 찾아가고 발견하기를 희망합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면서 교육적인 일과 연주를 5:5 비율로 유지하겠다고 말씀한 바 있어요. 어느 정도 잘 지켜지고 있나요. 
무대에서 관객들과 음악을 나누는 것과 제가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을 다음 세대와 나누는 것은 정말 동등하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23년 상반기의 연주 프로그램이 도전적이어서 많은 준비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학교에서 맡은 제 클래스에 대한 애착에는 변함이 없고, 한 시간 한 시간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동안 스스로도 배우는 게 많다고 하십니다. 연주자님이 학생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매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웁니다. 학생들이 테크닉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저 또한 테크닉의 발전에 대한 생각과 연습을 하게 돼요. 또한 음악적인 아이디어와 어떤 음악의 요소를 집중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면서 저 또한 그러한 생각들을 발전시켜 나가게 됩니다. 음악은 연구의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음악을 가르쳐도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또한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스승이 되고 싶은가요. 
악기를 연주하며 만나게 되는 테크닉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이 음악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 본인이 음악을 하고 있는지 더 깊게 연구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도록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예술가들의 일생을 보면 어떻게 이런 시련을 겪었고, 이토록 드라마틱할 수가 있을까 놀랄 때가 많은데, 연주자님이 지나온 시간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여러 경험들이 연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어려움들이 음악을 대하는 음악가의 마음가짐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해요. 어려움이 있음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못할 때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이유와 동기를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음악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런 음악을 왜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지 알게 된다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르침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겪었던 어려움들은 모두 제게 소중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청춘 때의 연주와 현재 연주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젊었을 때는 악기를 잘 다루는 것과 음악 해석을 설득력 있게 하는 것에 몰두하고, 또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향상하고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제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어떻게 온전하게 사용하는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더 추상적이고 전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연주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픔이 있을 때마다 음악으로 도피했고 언제나 음악은 그 아픔을 치유해주었다고 했어요.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러한 치유의 능력 때문일까요. 
음악은 제게 한결같이 위안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큰 의미에서는 치유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음악을 듣는다고 아픔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픔은 그대로 있어요. 하지만 음악을 통해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아픔은 우리 스스로 극복하고 소화해내야 하지만 음악이 그런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합니다.

바쁜 와중에 여전히 ‘고잉홈 프로젝트’라는 재미있는 연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프로젝트라 올해까지 이어질지 몰랐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오히려 지난해보다 풍성합니다. 핵심멤버로서 이 프로젝트의 의의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고잉홈 프로젝트는 세계 각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각자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활동하면서 얻게 된 음악에 대한 통찰력과 오케스트라 속 연주자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한 무대에서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이 고잉홈 프로젝트를 기다리게 되고 또 기대하게 됩니다. 오케스트라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음악가들의 열정과 재능을 한 무대로 모을 수 있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안네 소피무터 재단의 후원으로 장 밥티스트 뷔용(Jean Baptistie Vuillaume)을 사용합니다. 이 악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뷔욤 악기는 작년 안네 소피 무터 재단에 다시 돌려드렸어요. 2001년쯤 그 악기를 받게 되었으니 20년이 넘게 사용했네요. 이제 다른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되어 스스로 돌려 드리기로 마음먹었죠. 대신 플로리안 레온하드 악기점에서 무상으로 페르디난도 가림베르티(Ferdinando Garimberti) 악기를 대여받았어요. 1933년 제작된 악기인데 지난해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악기는 에너지가 넘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어요. 

어떤 음악인으로 남고 싶은가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흘러 나오는 음악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ATTENTION , PLEASE
2023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김두민의 얼굴>
일시 2023년 6월 29일 20:00
장소 금호아트홀 연세
가격 전석 5만원
문의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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