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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아름다운 인연_<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김주원·박해수·윤나무

아름다운 인연

예술 속 하나의 장르가 아닌 예술 그 자체.
발레리나 김주원이 배우 박해수, 윤나무와 함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선보인다.
정동극장 25주년 기념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선진


정동극장 개관 25주년을 맞아 초연되는 공연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은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출연과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를 맡는다. 한국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은 윤회를 거듭하는 존재를 통해 사람 간의 인연을 다룬다. 공연에 깊이를 더하는 연기는 무대와 매체에서 인정받는 배우 박해수와 윤나무가 함께해 기대를 모은다.

최고의 창작진을 자랑하는 작품이기에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감에 부풀었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지만, 배우 박해수와 윤나무가 어떻게 전문 무용수의 움직임을 보여줄까 궁금했던 것도 사실. 

이날 이들이 선보인 것은 총 4장으로 이루어진 극의 3장 ‘가을’이었다. 막 공연을 끝낸 무용가의 무대 뒤,  국화꽃 한다발을 들고 나타난 그의 남편. 극장을 가득 메운 군인들 앞에서도 묵묵히 춤을 춰온 무용가가 자신의 마지막 관객인 남편을 위한 춤을 선보인다는 이야기다. 듀엣으로 추는 동작이 많은 만큼 완벽한 동선 합과 서로를 향한 믿음이 필요한 장면이다.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몸짓 하나하나 부드러운 동작으로 이어졌고, 배우들이 읊는 대사 자체가 총체적 예술로 표현됐다. 다양한 시각적 아름다움 중 가장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하늘과 땅을 향하는 무용가의 손끝. 그리고 때로는 무용가보다 더 과감하고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배우의 두발. 인터뷰에서 이 공연을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다고 말한 이들의 심정이고스란히 느껴졌다.

초연이기에 베일에 싸인 작품입니다. 각자 보시기에 <김주원의 사군자_생의 계절>은 어떤 작품인가요?
박해수 <사군자>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무용수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 같은작품이고 연에 대한 만남, 그리움, 애틋함 등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함축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주원 사실 이 작품의 정체성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종류의 작품을 처음 만드는 건 아니지만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어떤 분들은 총체극이라고 표현을 하시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융합 공연은 더더욱 아닌 것 같고. 피지컬 시어터라고 정의하기에도 사실 춤이 너무 전문적이거든요. 연극으로 가기엔 또 움직임이 있고 음악도 더해지고요.
윤나무 저는 그냥 무대라고 생각해요. 무대에서 나온 하나의 프로젝트.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을 본 적이 없거든요.
김주원 이런 형식의 작품을 외국에서는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한국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쁘고 좋은 단어가 있지 않을까 고민 중이에요. 정동 식구들이랑 계속 머리를 맞대어 보는데, 모든 장르가대등하게 펼쳐져서 한쪽으로 치우쳐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박해수 길게 하면 되겠다. 아티스트의 메시지와 예술적 정서를 담은 융합극.

아무래도 연기, 음악, 춤이 합쳐진 작품이다 보니 김주원 님이 앞서 출연하신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과 비슷한 총체극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김주원 많이 달라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춤보다는 움직임에 가깝거든요. 이번 작품은 전문적인 춤이 펼쳐지죠. 여기서 저는 토슈즈도 신고 무용수들도 전문 무용가로서 현대 무용을 선보이세요.

사군자라는 소재는 어떻게 구상하시게 된 건가요?
김주원 8, 9년 전에 <사군자>라는 작품을 올린 적 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인연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창작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한 지금이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이선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작가님께서 너무 아름답게 대본을 만들어주셨고요.

그렇다면 어떤 인연으로 세 분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셨나요?
윤나무 주원 누나가 불러서 왔죠.
박해수 주원 누나가 부르면 어디든 가아죠. 안 할 이유가 있습니까?
김주원 제가 설명할게요.(웃음) 먼저 해수 씨는 제가 국립발레단에 있을 때 연습 끝나고 지나가다 연극 <프랑켄슈타인> 드레스 리허설을 하고 있는 걸 봤어요. 괴물 같은 남자가 연기를 하고 있는데 몸을 너무 잘 쓰는 거예요. 그래서 “쟤 누구야?”이랬죠. 그때부터 해수 씨의 공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무대 위 박해수에게 반해있는 동시대의 공연인으로서 언젠가는 저 사람과 한 무대에 서서 그 에너지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사군자> 전부터 해수씨 한테 막연하게 같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프러포즈를 했어요. 앞서 제안한 작품들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는데, 딱 <사군자>가 맞아떨어졌죠. 한 명이 네 가지의 역할을 해내며 네 개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해수 씨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무 씨의 경우도 제가 나무 씨 공연을 정말 많이 봤어요. 이렇게 보면 정말 꿈꾸는 소년 같은데 무대에서는 거인 같더라고요. 알 수 없는 색깔의 눈빛이 가득한 연기를 보고 해수 씨와는 또 다른 괴물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 거죠.

박해수 배우님은 긴 시간 동안, 윤나무 배우님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무대를 떠나계셨잖아요. 무대 복귀작으로 <사군자>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박해수 조금 움직여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매체 작품도 다 움직이면서 연기하는 것이긴 하지만 김주원이라는 예술가와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 지이선 작가님도 아주 오래 알고 지냈는데 작품은 한 번도 같이 해본 적이 없거든요. 박소영 연출도 같이 무대를 시작했던 동갑내기 친구예요. 그리고 무대를 만들어가는 모든 분의 시야가 열려있어서 작품을 보는 다른 시각을 만나 성장하고 싶었어요. 누나가 불러줘서 고맙죠.
윤나무 저는 아까 농담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처음에 박소영 연출님한테 섭외 전화가 왔을 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할게요.”라고 했거든요. 세계적인 발레리나 김주원 누나,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해수 형, 정구호 선생님도 계시고 지이선 작가님, 정재일 감독님, 박소영 연출님…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지금 제 시점에서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2인극, 1인극 등을 하고 매체에도 도전하며 시선을 넓혀가는 노력을 하고 있는 찰나에 제안을 주신 거죠.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하게 됐는데 기대 이상의 배움을 얻고 있어서 감사해요. 평생 명절 때마다 연락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한우 세트, 곶감 세트라도 드리고 가서 절도 드리고. 저한테 있어서 정말 임팩트 있는 2020년이에요.

각자 하나의 인물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발레리나, 배우, 남자무용수로 구분되고 있어요. 이것만으로는 무대를 예상할 수 없으니 궁금증이 커지더라고요.
박해수 작품이 4장으로 나뉘어 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각각 에피소드를 갖고 있죠. 처음에는 승려와 나비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무대 위 존재가 꼭 승려와 나비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고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여름에는 무사와 가문의 검에 깃든 혼, 3장에서는 무용수와 남편, 4장에서는 아내를 잃은 우주비행사가 나와요. 어떠한 인물로 나뉘어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고 한 존재와 다른 존재가 만나고 헤어지면서 만들어지는 작품이죠.

모든 출연진이 연기와 춤을 보여주시는 건가요?
김주원 다들 무대 위에서 연기와 춤을 보여줘요. 대신 남자무용수들은 춤을 위주로 보여주고요.

‘배우가 무용수처럼 움직이고, 무용수가 배우의 움직임을 시도하는 연출’을 선보인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출인가요?
박해수 저도 처음 보는 연출이고 처음 보는 움직임이에요. 예를 들어 뮤지컬처럼 어떤 순간에 대사나 노래가 나오거나 무용이 확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게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융합적인 것 같아요.
김주원 각 장이 이어져 있긴 하지만, 각 장만으로도 독특한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향해서 만들어가고 있어요. 최대한 각 장르가 가진 특성이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서 표현되도록 잘 버무리는 중이에요. 저는 결과 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제게 있어 <사군자>는 과정들을 소중하게 만들어가려는 작품이기도 해요. 사실 무용수, 배우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다른 것 같지만 함께 몸과 대사, 음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든요. 모호한 경계 어딘가에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윤나무 지이선 작가님의 대본이 그 모호함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포인트를 다 심어놨거든요. 무용수의 춤과 연기가 이어지면서 연기가 더 잘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거고 연기를 통해서 나오는 움직임이 더 드라마틱해 보일 수도 있을 거고. 어떻게든 플레이어로서 잘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극 전체를 아우르는 네 계절 중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계절은 무엇인가요.
김주원 다라고 하자, 다 (웃음)
박해수 다 자신 있습니다. (웃음)

혹은 가장 마음에 드는 계절이 있다면요?
윤나무 저는 개인적으로 4장 다 마음에 들어요. 각 장의 매력이 다 달라서.
박해수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꼭 좋은 계절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전체적으로 좋은데 굳이 꼽자면 제가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4장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1, 2, 3장을 살고서 4장을 느껴봤을 때 묘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지.
김주원 저는 아직 각 장이 너무 어려워요.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요. 나무 씨나 해수 씨만큼 이해하고 싶어서 열심히 각 장을 고민해보는데 아직까지는 많이 어려워요. 그래서 하나의 장만 꼽을 수 없는 것 같아요. 1장이 잘 쌓여야 2장이 제대로 보이고, 1, 2장을 지나야 3장이 보이는 거니까. 네 장 다 애착은 가죠.
윤나무 저도 누나랑 똑같은 것 같아요. 워낙 형도 그렇고, 모든 분이 하나의 고착된 생각만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거든요. 어떤 게 더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이 관객분들께 와닿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가고 있어요.

두 배우분은 전문 무용수에 맞춰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 힘들진 않으세요?
박해수 저는 오랜만에 너무 많은 산소를 먹어본 기억이 있어요. 장면이 끝나고 많은 양의 산소를 급하게 먹어서 계속 기침을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제 주위를 피하고 그랬죠.(웃음)
김주원 두 분의 춤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고 싶어요. 진짜 잘해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 가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사람은 다른 쪽으로도 열려있어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남다르구나. 발레 기본부터 시작해서 리허설도 하는데 저는 두 분의 움직임이 무용수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와닿아요. 훨씬 드라마적으로 표현의 깊이가 크신 분들이다 보니까 동작을 할 때도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어서 관객분들도 깜짝 놀라실 거예요.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박해수 그게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 다 계획이 있었던 주원 누나의 큰 그림.(웃음) 리허설해 주시는 무용수분들이 다 탑급이세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분들이신데 발레 기본기부터 해놓지 않았으면 그걸 못 따라갔을 것 같아요. 그런데 누나가 무용할 때 쓰는 근육들을 쓸 수 있도록 계속 기초훈련을 해주셨거든요.
윤나무 모든 건 ‘김주원 누나는 계획이 있었다.’ 저희가 두 달 전부터 발레 기본기를 다져왔거든요. 그때랑 지금이랑 비교했을 때 몸이 개조되고 있는 기분이에요.
박해수 안 그랬으면 다쳤을 거예요. 그리고 누나랑 듀엣 하는 부분도 콘텍트못 했을 텐데, 물론 지금도 계속 배워야 하지만 적어도 필요한 기본기는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아요.
김주원 반대로 저는 대사가 초보니까 두 분의 에너지와 호흡에 계속 따라가고 있어요.
박해수 사실 너무 잘 하세요. 아까 저희가 열려있다고 표현하셨지만 누나는 본능적으로 열려있으신 분이거든요. 감정에 대해 되게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걸 보면서 저희도 많이 놀라요.
김주원 그런 것도 있죠. 파트너에 따라 춤도 달라지거든요. 예전에 제가 컨디션이 정말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주원 슬럼프 아니야?”라는 말을 들은 적있어요. 저는 파트너의 영향이 아주 큰 발레리나여서 상대방이 주는 만큼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상대의 표현이 조금 막혀있다고 생각되면 제 몸이 굳을 정도예요. 그런데 두 분 같은 경우는 공기적으로나 느낌, 드라마, 에너지적으로 많은 것들이 뿜어져 나오니까 제가 그러한 것들을 다 받으면서 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무용수와의 조화도 관람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김주원 김현웅, 윤전일 무용수 같은 경우는 저와 오랜 지기들이거든요. 국립발레단부터 함께했던 동지들이라 그들과의 호흡은 걱정 없어요. 두 분이 이번에 꼭 필요했던 이유는 나무 씨, 해수 씨의 에너지를 받쳐주고 함께 나아갈 수있는 발레리노들이 필요했거든요. 저 또한 손만 잡아도 저의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파트너들이 필요했고요.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그림처럼 보여지는 것도 중요했어요. 석주 씨 같은 경우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한 발레리노예요. 너무 근사하게 성장해준 슈퍼루키 발레리노여서 저희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죠.
박해수 실제로 보면 너무 멋있어서 멍하니 보게 돼요. 사람이 날아다니는 걸볼 수 있다니. 저 몸이 나르고 있다니!

김주원님은 쉬운 길로 갈 수 있는 경력과 모든 것을 갖추고 계신데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세요. 쉬지 않고 새로운 걸 좇는 분이신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김주원 꼭 새로운 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고요. 공연예술은 종합예술이잖아요. 예를 들면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을 할 때 차이콥스키의 음악적 세계를 알면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 무대 디자이너의 생각까지 읽으면 공간을 훨씬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고. 음악에 대한 해석만 보더라도 지휘자, 안무가, 무용수가 다 다를 수 있잖아요. 지휘자가 극적인 템포를 원한다고 하면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죠. 자연스럽게 예술의 장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아주 견고하게 보존되어야 하죠. 하지만 예술가들의 생각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으며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작품이 탄생하고 제 춤 깊이도 훨씬 깊어졌고요. 지금까지의 도전들도 공부 삼아 했던 거지 새로운 것만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왔던 건 아니에요. 저뿐만 아니라 해수 씨나 나무 씨도 무대에서 살아오던 분인데 영화,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니까 예술가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계속 좇고 내 안의 나를 채워 가는. 이제는 예술 장르의 선을 구분하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작업이 즐거워서 하는 거죠. 저는 복 받은 것 같아요.

주제인 ‘인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작품도 다르게 나올 것 같아요. 배우분들께서 생각하는 ‘인연’은 어떤 것인가요.
박해수 어떠한 만남도 인연이죠. 이 작품을 통해 그렇게 친했던 나무, 존경하는 주원 누나와 첫 작품을 하게 됐잖아요. 이 시기에 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맞아떨어진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모든 것에 계획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만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큰 철학이 아니더라도 계획된 만남인데 그것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더라고요. 마흔의 중반을 지나가면서 이 작품 같은 작품을 또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죠. 이러한 소중한 시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인연이고 감사해요.
김주원 저는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왔어요. 매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면 후회가 없더라고요. 제가 아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는데, 춤을 출 때도 다음 포지션을 넘어가는 중간 부분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순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이 흘러가고, 가다 보면 인연이 맺어지겠죠.
윤나무 세상은 사실 혼자 살아갈 수 없잖아요. 작품을 통해서 만났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만나 교감하고 뜻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요. 앞으로 이 사람들과의 연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아무래도 사람은 독립체가 될 수 없잖아요. 공연을 만들면서 제 인생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깨닫고 있어요. 결국 저한테 인연이란 현재진행형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 때도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주원누나처럼 넓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런 때가 아니면 낯간지러워서 말을 못하니까.

작품 내에서 관객들이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면요?
박해수 부담 없이 오셔서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어려운 작품은 아닐 거예요. 제목에 사군자, 생의 계절이 나온다고 해서 윤회와 철학적인 것을 크게 담는 것은 아니고 어렵지 않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관객들이 음악, 춤, 연기, 비주얼을 보면서 생각할 거리 한 가지 정도만 가져가신다면 좋겠죠.
김주원 다들 요즘 힘들잖아요. 추석 이후 추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 되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확신할 수 없는 시기니까. 그런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여러 예술작품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데, 저희 작품도 관객들이 위로를 받고 조금 쉬어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와서 보시고 나서 따뜻한 위로를 받아 가면 좋겠어요.
윤나무 요즘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나 환경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게 돼요. 이 시대를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고요. 각자의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각자의 생각을 가져가시면 저희도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작품이 관객에게 어떤 인연으로 남았으면 하나요.
박해수 아까 누나가 말했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됐으면 해요.
김주원 아름다운 인연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윤나무 플러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연으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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