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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용기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_성동문화재단 박은선

용기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성동문화재단은 청년예술활동 지원사업의 하나로 ‘청년예술활(活)성동’ 참여 예술인을 모집했다.
선정된 창작자는 6월부터 12월까지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창작 워크숍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역과 예술’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다채로운 예술창작활동을 지원받게 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첫 번째 주인공은 일상을 세심히 들여다보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 박은선 창작자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나혜인


‘청년예술활(活)성동’에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지난해부터 생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내가 정말 창작자를 원하는구나’ 깨달았어요. 솔직히 창작자로서 그동안의 결과물이 제가 기대하는 만큼의 결실을 맺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강사를 하는 동안에도 늘 창작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재단의 공지사항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성동문화재단의 ‘청년예술활(活)성동’에도 그래서 지원하게 된 거죠.

혹시 선정되었을 때의 심사평이 기억나는지요.
네(웃음). 성동구에 대해 다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도 좋았고, 협업에 대해서 열려있는 마음이 있는 게 좋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심사위원님 A, B, C 이렇게 나눠서 적어주셨는데 너무 정성스럽게 느껴져서 감사했어요. 인정은 누구에게나 원동력이 되니까요.

활동기간 동안 어떤 작업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동화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문학 분야에 지원했어요. 제가 성동구에 살면서 모르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성중맘’이라는 카페 덕분이거든요. 저는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관심이 무척 많은데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늘 궁금하거든요. 사랑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의 싸움이었어요. 엄마가 “나는 너를 소개시켜준 영감탱이가 너무 원망스러워.”하면 아빠는 “넌 원망스럽냐? 나는 무덤에서 꺼내 멱살을 잡고 싶다.” 이렇게 받아 치셨죠. 저는 이런 대화를 들으면서 자다가 웃곤 했는데 동시에 굉장히 슬펐어요. 어릴 때는 ‘내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그 영감탱이 때문에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성중맘’ 카페를 통해 사랑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많이 읽었어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참 무뚝뚝한 분이었는데 내게 잠자리를 잡아줘서 사랑한다고 믿게 됐다”라든가 “남편이랑 결혼하게 된 계기가 서로 싸우는 와중에서 그날 반찬으로 나온 생선 가시를 발라줬다.” 이런 이야기들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것들은 모두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늘상 해주는 것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동화의 플롯은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게 사랑으로 와닿았던 순간의 이야기들입니다. 성동구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될 테니까요.

‘다양한 사랑을 담은 동화’를 읽은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를 받게 될까요.
제게 여섯 살짜리 조카가 하나 있어요. 어느 날 그 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 수업에 갔는데 중간에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엄청 울고 있는 거에요. 안되겠다 싶어서 슈퍼마켓에 데리고 갔죠. “원하는 걸 사줄 테니 용기내서 들어가자” 했더니 조그만 장난감이랑 빵을 고르더라고요. 아이가 고른 걸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어요. ‘여섯 살이 용기 내려면 필요한 것들’. 이 아이가 용기를 내기 위해선 3천원 이면 되는 거에요.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요. 책 한 권, 10만 원 어치의 옷, 마트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 피곤한 날 저의 행복은 천오백 원짜리 감자칩을 사서 넷플릭스를 보는 거더라구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뒷목이 빳빳해지는데 파스를 붙이고 자면 괜찮아져서 ‘너무 힘들 땐 파스 3장’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적게 됐어요. 인생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저는 이러한 심플한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누군가에게 ‘생각해보면 용기라는 것도 별 게 아닐 수 있어.’ ‘사랑도 생각보다 별 게 아닐 수 있어.’ 이러한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청년예술활(活)성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게 될까요.
저 외에 선정된 4분을 만났어요.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도 저만의 결실이 있고 다른 분은 다른 분만의 결실이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서로 나눈 것만으로 서로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었다고 믿어요. 새로운, 더 큰 결실을 만드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가장 관심 있는 예술 분야는 무엇인가요.
많은 장르에 두루 걸쳐있다 보니까 하나를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다만 제가 어느 장르 하나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물론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른 분야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분야에서 많은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건 협업에서 오는 것 같아요. 공연이든 다른 장르든 협업을 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사공이 많으니까 이 배가 어디로 갈 지 지켜보자고요. 산으로 가든 강으로 가든,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재밌어요. 어떤 장르를 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가능성 때문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문학가가 있으신가요.
한 사람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요즘 부러운 이가 이슬아 작가와 문보영 시인이에요. 독자들과 정말 다양한 소통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이슬아 작가가 가장 먼저 시도한 이메일링 서비스라는 게 있는데 구독료를 받으면 글을 보내는 거예요. 글 한 편당 오백 원 꼴인데 독자가 만 원을 주고 신청하면 한 달 동안 거기에 맞는 편 수의 글을 보내요. 그 과정을 통해 모인 글이 책이 되는 거죠. 문보영 시인도 그런 방식으로 모인 글을 책으로 내요. 소통도 중요하지만 작가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유통구조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새로워요.

창작자로서 박은선의 꿈은 무엇인가요.
시를 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때마다 들었던 질문이 ‘그래서 너 뭐 먹고 살 건데?’ 였어요. 어쩌면 제가 다양한 장르를 두리번거리게 된 것도 현실이 두려워서인 것도 같아요. 창작자로서만 살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되는 것. 이게 저의 꿈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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