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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저도 제가 궁금해요_배우 김도현

저도 제가 궁금해요

소중한 기회를 잡으면서 김도현은 천천히 배우가 되어간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김선진

 

뮤지컬 <드라큘라>는 정신병원에 갇힌 렌필드의 기이한 행동으로 시작된다. 영생을 꿈꾸며 드라큘라를 주인님으로 섬기고 한없이 복종하다 광기를 분출하는 인물. 오랫동안 앙상블로 조용히 작품을 빛내던 김도현은 <드라큘라>의 렌필드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두려움에 떨 때는 날렵한 몸놀림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을 설득시키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넘버 ‘주인님의 노래(The Masters Song)’가 절정에 이를 때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짜릿한 쾌감마저 선사한다. 순간 관객은 생각한다. 저 배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누군지 좀 더 알고 싶다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고
 


뮤지컬 <레베카>로 데뷔했네요. 처음 무대에 선 날, 기억나세요?
날짜도 기억하는걸요. 2014 9 6. 지금 출연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의 렌필드도 그렇지만 <레베카>도 막이 오르자마자 등장하는 역할이었어요. 엄청 떨고 실수도 많았죠. 군대에 가려다가 지원했던 오디션에 합격해서 데뷔하게 됐고, 또 타이밍이 좋게 공연이 끝나고 바로 입대할 수 있었어요. 뮤지컬 <레베카>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유독 긴장 됐던 날이었는데, 제가 작은 꽃마차를 끌고 가다가 실수로 쓰러뜨린 거에요. 옥주현 선배님이 꽃에 물을 주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 무대 뒤로 빠져서어떡하지, 어떡하지벌벌 떨고 있었는데 주현 선배님이 그 꽃을 하나하나 다시 세우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어요. 공연이 끝나자마자 정말 죄송하다고 했더니, 이렇게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괜찮아, 무대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데 뭐.” 저의 첫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에요.
 
어떻게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나요.
17살 때 영화 <괴물>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진학을 고민하면서 부모님께 연기를 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씀드렸죠. 연기 학원에서 배운 <페임(Fame)>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알게 됐고요. 연기, 노래 다 있으니 너무 신나고 매력적인 거에요. 삼수 끝에 전공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이나 낙방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3 때는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재수할 때는 이미 1년이나 했는데 내가 더 잘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었어요. 그러다가 삼수할 때 엄청 절실해진 거죠.(웃음)
 
본인에 대한 TMI 시간을 가져 볼까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주세요.
저를 앙상블 때부터 보셨던 분들은 알고 계시는데 제가 아크로바틱하고 기계체조를 했어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차별화된 특기였다고 할까요. 뮤지컬 <드라큘라>의 렌필드를 보고 저를 알게 되신 분들은묶여있는데도 몸을 잘 쓴다.”라고 종종 말씀하세요. 아크로바틱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아크로바틱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로 참여했었고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대형버스 운전면허증이 있습니다! 군 복무를 홍보단에서 했거든요. 홍보단이 공연장에 가려면 버스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배우게 됐어요. 물론 지금도 할 수 있어요.
 
뮤지컬 <드라큘라>의 렌필드 역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지킬 앤 하이드> 지방 공연을 할 때 오디션을 봤어요. 스트라이드 역으로 나왔던 이용진 배우가 렌필드 역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추천해주더라고요. 저 역시 도전하고 싶었어요. 어쩌다 보니 <닥터 지바고>부터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토드>, <드라큘라>까지 오디컴퍼니랑 함께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저를 지켜보신 많은 분들이 저를 믿어주셔서 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김도현이 어떤 사람인지 아시니까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작품에서 꽤 큰 역할이라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아요.
배우들은 계속 발전하고 싶고 또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더 멋있게 보이고 잘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잖아요. <지킬 앤 하이드> 이후로 오디션을 치밀하게 준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떨어지더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렌필드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고요. 사실 주변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다행히 오랫동안 무대에 서 왔기 때문에 친한 형, 누나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저 이 부분 해결이 안 돼요. 제 노래 좀 들어봐주세요.” 부탁하고 조언을 받죠. 거절하시는 선배들이 없어요. “그래, 이건 좋아. 여긴 이렇게 해보면 또 어떨까?” 얘기해주세요. 도움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걸 갖고 있는 이들에게 물어보면서 조금씩 긁어 모아 더 효과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혹시 모니터링 해주는 분이 계시나요?
모든 분들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앙상블을 할 때부터 오랫동안 스태프들을 봐왔으니까 노래 끝나고 무대 뒤로 가면 다양한 말씀들을 해주시죠. “, 오늘은 괜찮은데?”, “뭐 다른 생각했냐?” “지인이 오셨나봐요, 더 움직이시던데요.”(웃음) 따로 모니터링 해주는 분은 없는데 다들 친한 형, 동생처럼 저를 지켜보시죠.
 
‘렌필드’ 역을 함께하고 있는 조성린 배우와 역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처음에는 같이 연습을 했어요. 저도렌필드라는 역할이 처음이고, 조성린 배우는 뮤지컬 자체가 처음이니까 공유라기보다 서로 의지를 했죠. “이거 어떡하냐. 진짜 큰일났다.” 걱정하면서 연습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스위니 토드>와 연습 시간이 좀 겹쳐서 성린이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연습실에 없을 때 빈자리를 채워주었거든요. 가장 가까운 친구였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같은 역할이라 출근 시간이 달라지잖아요. 들려오는 얘기로는 2막에 드라큘라에게 버림 받을 때 표현하는 방법이 살짝 다르다고 해요. 저는 버림받은 것에 대해 절규하고 슬퍼한다면 성린이는 악에 받친 느낌이랄까요.
 
팬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나요.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웃음) “잘 봤습니다!” 인사해주시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책임감이 더 커져요.
 
뮤지컬 <드라큘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열에 아홉은 넘버라고 대답하지 않을까요. 멜로디를 한 번 들으면 귀에 남는 노래가 엄청 많아요. 쉽게 말해 입시곡으로 불리는 노래는 대개 좋은 곡이라고 하는데, <드라큘라> 넘버 중에 입시곡이 엄청 많아요. 볼 때마다 귀에 꽂히는 멜로디나 넘버가 다 달라요. 어느 날은 ‘She’였다가 어느 날은 ‘Train Sequence’였다가. 노래 하나하나에 힘이 있으니까, 노래가 주는 에너지가 이 작품을 끌고 가는 것 같아요.
 
<지킬 앤 하이드>뉴스보이‘, <스위니 토드>피렐리의 면도 희생양등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고른다면요.
피렐리의 면도 희생양을 참 재미있게 했어요. 관객분들은 불쌍하다고 하셨지만 날마다 조성지 배우와오늘은 어떻게 할까?” 매일 얘기를 나눴죠. 면도 장면은 저희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많아요. 뭉툭한 칼이지만 자꾸 부딪히면 날카로워지잖아요. 진짜 긁히기도 하고 면도 크림이 귀에도 막 들어가고면도 크림이 귀에 들어가 막힌 상태에서 제대로 닦지도 못하고 바로 또 노래를 해야 하거든요. 어느 날 러빗 부인인 옥주현 누나가 귀 막으라고 스티커를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SNS를 보면 야구, 볼링, 독서, 여행, 건강식품 등 관심사가 엄청 다양하더라고요.
건강식품은 빨리 시작해서 스스로 제 몸을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다양한 관심사가 배우 활동에 영향을 준다라기보다, 저라는 사람이 살아갈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야구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즐겨왔고, 볼링은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 형들을 따라 다니면서 시작했어요. 독서는 <지킬 앤 하이드> 엠마 역을 했던 이정화 누나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엄청난 독서광이거든요. 영화와 드라마는 연기 공부를 위해서라도 많이 찾아보게 되고요, 기타 연주는 함께 공연 했던 분들과 취미로 시작했어요. 여행은 정말 중요해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제가 걷는 걸 엄청 좋아해서 모르는 지역에 지도 보면서 하루종일 걷곤 해요.
 
시간이 나면 이불 밖으로 나가는 편인가 봐요.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운동도 많이 하고요. 드라마를 보더라도 카페 가서 보는 걸 선호하죠.(웃음)
 
요즘은 연극,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빛내기도 하죠.
예전에 너는 뭐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다 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지금은 제가 하는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일단 무대가 너무 좋아요. 렌필드를 맡게 되면서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지금 당장은 무대에요.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인가요.
엄청 많죠. 무엇보다 제가 앙상블로 출연했던 작품들의 남자 역할들을 해보고 싶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홍광호, 박은태, 조승우 선배님과 공연을 오래, 같이 했다는 건 진짜 큰 축복이었어요. 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몰라요.  <레베카>에 출연하면서 엄기준, 오만석, 정성화 이런 대배우 분들을 보면서 형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나는 나중에 이렇게 해볼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요.
 
뮤지컬 팬들이 배우 이름과 역할 이름을 합쳐서 부르곤 하는데, 도현 배우는 뭐라고 불리나요.
누가 도현을 줄여서 이라고 하더라고요. 편지에 그렇게 써서 보내주세요. 저든 뭐든 좋아요.  다 애정이 있어서 만들어주시는 건데요. ‘뎐필드’, 귀엽지 않나요? 나중에 다른 작품을 할 때 또 생기겠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틀에 박힌 얘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요. 예전에 제가 이런 저런 앙상블을 하던 시절 어떤 분이 제게 편지를 보내셨어요. 자신이 새로 시작하려는 일이 있는데 저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요. 무대 뒤에 있는 제가 보였다는 것도 신기하고, 공연을 오르기 전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다짐들이 좋은 영향을 드렸다는 게 좋았어요. 제 원동력은 절실함이에요. 아직 저는 베일에 싸인배우잖아요. 지금은 렌필드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어떤 공연들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관객들이 이 작품에서는 이런 이미지였는데, 저 작품에서는 또 저렇게 변했네?”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또한 제가 배우로서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한 상태입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드라큘라>
기간 2020년 2월 11일-2020년 6월 7일
시간 20:00 화•목•금|15:00, 20:00 수|14:00, 19:00 토•일•공휴일,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샤롯데씨어터
프로듀서 신춘수
작곡 프랭크 와일드혼
문의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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