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mage Alt

시어터플러스

Beautiful Dream_뮤지컬 <렌트> 배우 아이비, 김수하, 전나영, 민경아

Beautiful Dream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네 명의 배우를 만났다.
뮤지컬 <렌트> ‘미미역의 아이비, 김수하, ‘모린역의 전나영, 민경아.
editor 정연진 photographer 김선진 stylist 조윤희

 

 

국내 초연 20주년을 맞은 <렌트>가 자그마치 9년 만에 돌아온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극작가이자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자신의 이야기에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소재에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혼합해 오페레타 형식으로 완성했다. 파격으로 주목받은 <렌트>는 브로드웨이의 비주류층이었던 젊은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지형을 뒤바꿨다. 국내도 마찬가지.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 초연된 뮤지컬 <렌트>는 문화적 충격과 감동을 전달함과 동시에열광적인 뮤지컬 팬 문화를 만든 최초의 작품이 됐고,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2011년까지 공연됐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청춘들의 사랑,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치열한 삶, 꿈을 위한 열정 등은 현재진행형이다. 1,300명이 참여한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우들 역시 세대를 관통하는 작품 속 가치와 메시지에 더욱 열광하는지 모른다. 에이즈 환자로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오직 오늘을 위해 사는 강인한 클럽 댄서 미미역의 아이비와 김수하, 아름다운 외모의 자유분방하고 에너지 넘치는 행위예술가인 모린을 맡은 전나영과 민경아에게 <렌트>를 대하는 마음과 젊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A NEW DECADE

아이비

 
” 다가올 10년이 기대가 되지만 큰 꿈은 없어요.
꾸준히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

2010<키스 미, 케이트>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가 된 지 어느덧 10년이 된 아이비.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뮤지컬을 시작했다가 큰 코 다쳤죠. 가수 활동을 할 때는 제가 움직이는 대로 카메라가 따라와줬는데 뮤지컬은 모든 움직임이 약속이더라고요. 걸음걸이 하나도 제대로 못해냈던 저를 연출님과 선배님들께서 전부 가르쳐 주셨어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있는 뮤지컬 세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수와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이후 뮤지컬 <고스트>의 몰리 젠슨, <유린타운>의 호프 클로드웰, <위키드>의 글린다, <아이다>의 암네리스, <벤허>의 에스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카와지리 마츠코, <레드북>의 안나,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까지 지난 10년 동안 많은 작품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믿고 보는 배우대열에 올랐다. 세상 그 무엇보다 무대를 사랑하게 됐지만 늘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다> 공연을 하던 4년 전 갑자기 찾아온 무대 공포증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여전히 무대 공포증과 싸우고 있지만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덕분에 무대가 소중하고 신성한 곳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 계기가 됐어요.”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10년이 믿기지 않는다는 그를 단단하게 만든 건 무대 위에서 보낸 시간이었을 테다. 그런 의미에서 <렌트> 속 미미는 자신이 지나온 철없던 20대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충실히 사는 미미로부터 오히려 순수함을 배운다고 할까요.” 아이비는 열아홉의 미미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언니로서, 또 이 작품의 맏언니로서 자신만의 미미를 만들어가며 어느 때보다 재미와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연습하러 가는 길이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것 같아요.” 자신이 맡은 캐릭터만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게 돼 나이 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느껴졌다. “<렌트>는 그냥 렌트그 자체예요. 처음에는 제목이 왜 렌트인가 궁금했죠. 그런데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빌려 쓰는 거니까라는 마지막 가사를 듣는 순간 깨달았어요. 이 작품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문장이 아닐까요.”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아이비는 뮤지컬 <렌트>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사람들의 지친 마음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 “<렌트>가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쉼 없이 달려온 10, 그가 꿈꾸는 새로운 10년은 어떤 것일까. “다가올 10년이 기대가 되지만 큰 꿈은 없어요. 꾸준히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믿고 보는 배우맞나요?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걸요!”(웃음)
 

You Are My Destiny

김수하

” 돌이켜보면 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으니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미미는 오늘이 중요한 친구잖아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살고 싶어 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그 때의 저와 비슷해요. “

우리나라에서는 뮤지컬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지만 그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영국과 아일랜드의 투어 공연은 물론 영국, 스위스, 독일의 인터내셔널 투어 공연에서 <미스 사이공>역으로 활약했던 5년차 배우다. 온실 속 화초보다 들꽃이 되는 길을 택했던 그의 비상은 <렌트>에서 계속된다.
어떤 이를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 싶을 때가 있다. <미스 사이공>역에는 김수하가 그런 사람이었다. 일본 오디션에서 그를 눈여겨봤던 <미스 사이공> 영국 공연 연출가의 제의를 받아 영국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의 무대에 서게 됐다. 영어도 할 줄 몰랐고,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지만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타지에서 두꺼운 영어 대본을 외우고, 영어로 노래를 하고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모든 것들을 홀로 해내야한다는 것이었다. “힘들어도 가족과 친구들이 걱정할까 봐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진짜 괜찮아지더라고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던 캔디처럼 꿋꿋하게 버텨내며 성장했고, <렌트>미미를 보면서 그 경험을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으니까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채찍질했던 것 같아요. 미미는 오늘이 중요한 친구잖아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살고 싶어 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그 때의 저와 비슷해요.”
김수하와 <렌트>의 인연은 사실 10년 전에 시작됐다. “고등학교 <렌트> 워크숍 공연에서 모린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때 미미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죠.” 그리고 10년 뒤 실제 공연에서 미미 역을 맡게 되리라는 건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하고 싶은 역할을 맡는다는 건 설레는 동시에 두려운 마음도 들죠. 어렵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준비하고 제가 점점 미미가 되어갈 때 엄청난 희열을 느껴요. 제가 표현하는 미미를 보는 분들이 공감하고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운명처럼 다가왔던 <미스 사이공>에 이어 <렌트>까지, 김수하는 뮤지컬 배우가 천직이라고 느꼈던 순간을 되새겼다. “영국에 처음 가서 비키니만 입고 무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뛰어다녀야 했어요. 누가 시킨 거라면 절대 못했을 것 같은데, 그 순간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한 거예요. 제가 행복을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This is Me!

전나영

” ‘This is me’는
‘날 그냥 이대로’라는 의미예요.
나는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나는 그냥 나다!’
많은 이들에게 나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

드디어 안 죽어요!” 뮤지컬 배우 전나영은 전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판틴,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아이다>의 아이다 역을 맡으며 거의 모든 작품에서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뮤지컬 <렌트>모린에서는 드디어 죽음을 맞지 않는다며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는 진짜 모린처럼 자유롭고, 에너지가 넘치고,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마당에서 사람들과 요가를 하는, 조용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지 않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평생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살았을 거예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표출하는 환경에서 자라는 동안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 음악, 연기 선생님의 자유로운 교습 방식도 그 과정에 한몫을 했다고. 그렇게 선명해진 전나영의 색깔은 MBC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 <! 나의 파트, >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제가 했던 노래 ‘This Is Me’날 그냥 이대로라는 의미예요. 나는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다. ‘나는 그냥 나다!’ 많은 이들에게 나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라고 외치기보다 내면의 슬픔을 지닌 역할을 많이 했던 전나영은 이번 작품 <렌트>를 통해 드디어 변신을 하게 됐다. “물론 밝음과 기쁨, 어둠과 슬픔 다 제 안에 있는 것들이에요. 다만 한 맺힌 캐릭터를 많이 해서 언젠가 톡 쏘는 에너지와 끼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반갑게도 모린을 만나게 된 거죠. 모린은 이럴 때 어떻게 움직일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모린다운 몸짓과 표현을 찾으려 애쓰고 있어요.” 모린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와 비슷한 점도 발견했다. 삶을 사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벽이 없다는 것. “모린은 순간의 즐거움을 느끼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해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는 것도 모린과 제가 비슷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극 중 모린은 스스로 예쁘고 매력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쳇말로 바람기가 있는 캐릭터지만 전나영은 관객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보여주고 싶다. “모린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거든요. 강렬한 겉모습 탓에 가려져 버린 모린의 속마음,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있고, 열정이 가득한 모린을 보여줘서 사람들이 모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고 싶어요.”

Step Up

민경아

” 한 작품을 마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아요.
가장 저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뿐 아니라
자유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기뻐요.
‘민경아 버전의 모린’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민경아의 이미지는 차분하고 단정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모린이 내 앞에 앉아있는 듯 사랑스럽고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민경아는 2015년 뮤지컬 <아가사>의 앙상블로 데뷔해 <베어 더 뮤지컬>의 아이비, <몬테크리스토>의 발렌타인, <더 라스트 키스>의 마리 베체라, <웃는 남자>의 데아,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엑스칼리버>의 기네비어, <레베카>의 나 등을 맡으며, 대극장의 앙상블로 시작해 중소극장의 주조연, 대극장의 주조연으로 이어지는 뮤지컬 배우 정석 코스를 밟았다. “한 작품을 마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아요.”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에너지 넘치고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왔다. 오디션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다시 채우고 난 뒤 다음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떨리고 긴장되는 감정을 날것의 느낌 그대로 받아들였다. 힘들고 지치는 일이 왜 없었겠냐만 그때마다 박차고 다시 도전했던 건 아빠와 최정원 선배의 영향이 크다고. “저희 아빠가 분위기 메이커라 할 정도로 노래하는 걸 무척 좋아하세요. 밝고 명랑한 성격은 아빠에게 물려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가 하면 <아가사>를 함께했던 최정원 배우를 보면서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앙상블 하면서 최정원 선배님께 참 많은 걸 배웠어요. 저희한테는 어려운 선배님이었는데도 불편하지 않도록 늘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항상 후배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셨죠. 무대에서 즐길 수 있도록 늘 응원해주셨고요. 꼭 최정원 같은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재미있게도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달리 그가 해왔던 작품을 보면 수동적인 캐릭터, 상대 남자배우에게 의존하거나 헌신적인 역할이 많다. “친구들은 무대 위의 제 모습이 너무 웃기대요. 아빠도 제가 극 중에서아버지, 아버지그러면, “집에서나 아버지라고 해라.”하고 놀리시죠.” 그렇기에 그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렌트>의 모린이 인생 캐릭터가 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제가 솔직한 편이거든요. 모린도 이건 아니다싶은 것에는 크게 저항하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캐릭터여서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캐릭터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가장 저다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뿐 아니라 자유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기뻐요. ‘민경아 버전의 모린을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표현하는 <렌트>는 매일 다르다.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다르고, 어제와 다른 오늘의 우리가 만나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항상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사람들이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다잖아요. 이 작품을 보는 모든 관객들이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ATTENTION, PLEASE
뮤지컬 <렌트>
기간 2020년 6월 13일-8월 23일
시간 20:00 평일|14:00 18:30 토·일 및 공휴일,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가격 VIP석 14만원|렌트석 13만원|R석 12만원|S석 9만원|A석 6만원
출연 아이비, 김수하, 전나영, 민경아, 오종혁, 배두훈, 김호영, 최재림 외
문의 02-577-1987

* 기사의 저작권은 ‘시어터플러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무단 편집 및 재배포 하실 수 없습니다. 해당 기사 스크랩 시, 반드시 출처(theatreplus.co.kr)를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