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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정답게, 재미있게, 편안하게_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이사

정답게, 재미있게, 편안하게

 

2008년 출범한 마포문화재단이 지난 3, 송제용 대표이사를 새로 맞이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라 거창한 계획을 꺼내기 조심스러워 했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길을 보낼 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다. 틀이 없는 새로움’ ‘즐거운 반전’ ‘문턱 없는 곳등은 이제 마포문화재단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가 될 것 같다. editor 이민정, 정연진 photographer 장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화계가 어려운 와중에 맡게 된 대표이사직이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포아트센터에는 공연장도 있고 아카데미, 스포츠 센터가 있잖아요. 죄송스럽게도 제대로 열려 있는 모습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어요. 주차장에 차도 없고 오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요. 부임한 지 두 달 조금 더 지났는데 앞으로의 계획들을 얘기하는 게 가식적으로 보일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그럼에도 코로나 기간 동안 흥미로운 기획이 돋보였어요. 무관중 생중계 공연 시리즈안방에서 즐기는 마포아트센터올 댓 탱고공연에 이어, ‘올 댓 리듬 Live’도 좋은 반응을 얻었죠.
공연취소가 많아서 남은 예산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어요. 마포문화재단의 과거 공연과 행사들을 둘러보다가 예전에 이곳에서 탭댄스 페스티벌을 했던 사실이 기억났어요. 순간적으로 탭댄스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공연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포는 서울에서도 문화예술의 수준이 굉장히 높고 다양한 지역입니다. 이 지역의 특징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아무래도 홍대 거리가 있다보니 독립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합니다. 공연기획사와 매니지먼트사도 많고요. 문화예술 소통이 그만큼 잘 된다는 뜻이겠죠. 마포문화재단은 광역단체 문화재단이 아니다 보니 모든 걸 아우를 수는 없고, 공연장이 지닌 한계도 있어요. 저희가 클래식 공연을 열심히 준비한다고 예술의전당이랑 경쟁할 수는 없잖아요. 저희 지역에 어울리는 반경에서 정확한 프로모션으로 충실히 진행하자는 생각입니다.
 
마포문화재단의 2020년 사업 목표 가운데 하나가신진 예술가 발굴입니다. 어떤 기획과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역문화팀을 통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8곳을 발표했는데 마포문화재단이 들어가있어요. 지역적 특색이 고려된 것 같아요. 마포문화재단의 정체성이 담기면서 외연 확대로 이어지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것을 언택트로 하잖아요. 한글날 행사의 경우, 외국어 가사를 순우리말로 바꾸는 응모 이벤트 등 비대면으로 진행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저희 공연장 아트홀맥이 오는 8월부터 공사를 시작해요. 온라인 상에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을 만들어서 오프라인은 공사중이지만 온라인은 ing라고 전달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공연 영상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지 않으니 전달하는 방식에 (Fun)’이라는 요소를 어떻게든 넣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마포문화재단 92분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겠죠.
 
말씀하신대로 대극장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죠. 마포아트센터가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그림이 있으신가요.
제가 운전한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보닛을 열어보거나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몇 번 없어요. 운전을 잘한다는 건 자동차의 부품을 모조리 수리할 줄 안다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공연과 홍보,기획 방향 등을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유는 저는 많은 이들의 의견을 나누고 모아 전체적으로 조율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14개월이라는 공사기간이 끝난 뒤 제가 꿈꾸는 것은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어릴 때 놀이동산 놀러갈 때의 기분을 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아카데미와 스포츠센터는 물론 아트센터에도 늘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으면 하고요. 예를 들어 토요일 오전 11시마다 공연장 로비에서 인형극이나 마리오네트 공연을 한다면, 가장 혜택 받는 분들은 근처에 사는 부모님들이 아니겠어요? 공공기관으로서 마포아트센터가 항상 놀러가고 싶은 곳, 어렸을 때 인형극보러 갔던 곳이라는 추억을 드리고 싶어요.
 
공연은 물론 전시장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외부 유동인구를 많이 유입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공연보다 전시일 거예요. 그 가운데 저는 사진에 더 주목합니다.(실제 송제용 대표이사는 지난 2015년 영국 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러웨이(Zena Holloway)의 사진전을 기획한 바 있다. 제대로 전시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패션 상업작가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전국순회전시를 진행한 결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전시실에 줄을 세워본 최초의 사진전이자 투자 대비 4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음악이나 그림은 구현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사진이라는 장르는 참여하는 속도와 구현하는 시간이 빠른 편이거든요. 2층에 있는 80평 전시장에서 어떻게 흥행시킬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계시겠지만 일단 생활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눠서 해보려고 해요. 흥미와 재미 있는 요소가 가득한 기획전시뿐 아니라 생활전시를 시민형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8년전 일본 오다이바의 시티즌 갤러리를 보고 큰 인상을 받았어요. 지역 주민에게 대관 기회를 제공하되 성적에 따라 후불제로 대관료를 받는 거예요흥행 성적을 보고 요금을 매기는 거죠. 전시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할까요. 지역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마포문화센터 안에 있는 구내식당과 카페가 영업이 잘 되는 것도 목표입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구내식당에 칸막이도 설치하고 노인낙상방지 영상을 제작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공연이 없다보니 구내식당에도 손님이 없는 거예요.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위기 대응하는 것도 저희들의 일이잖아요. 임대료를 내고 들어오신 분들인데 작은 식당이지만 개별 칸막이를 설치해서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었고요. 또 저희가 복합문화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재단이 가지지 않은 스포츠센터가 있어요. 원래 주민들을 위해 수레에 진단키트를 싣고 망원시장에 가서 아픈 곳을 처방하고 운동법을 알려주는 사회 공헌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실현시킬 수는 없는데다 사람들이 계속 집에만 있으니 몸이 굳잖아요. 생활체육팀에서 노인 낙상방지라는 영상을 만들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노인 사망 원인 중에 낙상하고 폐렴이 굉장히 많아요. 저희 모친도 3년 전에 낙상으로 돌아가신 아픈 경험이 있어요. 원래 선물이 작을수록 포장이 커지기 마련인데, 작은 도움이나마 예쁘게 포장해서 드리고 싶었습니다.
 

 

” 문화라는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하면 문화로 남지를 못해요.
관심 받고 선택 받은 것만 남기 마련이죠.
호기심을 갖고 동기유발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특이해야한다는 마음이 커요. “

 

조선일보 광고국을 거쳐 2003년부터 한겨레 신문사에서 문화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셨습니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첫 직장이 광고회사 프로모션 팀이었어요. 문화사업 관련 일은 제 30년 직장생활의 3분의 2정도를 차지해요. 대학시절 제 꿈은 은퇴한 뒤 150석 내외 소극장의 극장장이 되는 거였어요. 어릴 때 명동 근처로 <빨간 피터의 고백>을 보러 갔다가 나이에 걸려 못 보고 돌아온 적이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곳이 삼일로창고극장이었던 것 같아요. 혼자 있었던 시간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어요. 첫 직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선배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보다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듯 합니다.(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혹은 궁금한 문화 예술 분야가 있나요.
다 좋아하고, 다 궁금해요. 사실 제가 깊이 있게 아는 것보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두루 알아요. 클래식에 쓸데없이 집착하는 편이고요. 욕심이 많아서 사놓은 음반도 많은데 다 듣지도 못했어요. 예술의전당 관계자 분들이 예전에 저를 잘 봐주셔서 공연을 정말 많이 봤어요. 한때 별명이 예술의전당 죽돌이였죠.(웃음) 클래식 애호가는 아닙니다. 그냥 궁금하니까 본 거예요. 지금은 댄스, 국악에도 관심이 있어요. 예전에 김수철씨의 기타산조를 듣고 반했거든요. 국악 산조를 기타로 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공공기관의 많은 대표이사님을 만나보았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마케팅 마인드가 뭐랄까요, 접근 방식이 신선하고 뻔하지 않아서 자꾸 귀 기울이게 됩니다
아는 게 없어서 남의 것이라도 자꾸 보고, 궁금하니까 계속 찾아보는 것뿐이에요. 예전 직장에 있을 때 낮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요즘 사람들 무슨 책 읽나 살피러 서점에 갔었어요. 저는 지금도 신문을 7~8개 정도 보거든요. 30년을 이렇게 하다보니 얼마 걸리지도 않아요. 다만 문화라는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하면 문화로 남지를 못해요. 관심 받고 선택 받은 것만 남기 마련이죠. 흥행이 안된다는 것은 관심을 못 받았다는 거예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에 나오나요?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잖아요. 문화라는 건 호기심을 갖고 동기유발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특이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공연장 리모델링으로 문을 닫는 동안 어떤 행사를 기획할지도 궁금합니다.
P.T. 바넘의 실화를 다룬 영화 <위대한 쇼맨>‘This is Me’를 들으면 지금도 울컥하거든요. 그분이 한 얘기가 있어요. “아무도 안 보는데 무슨 쇼냐.” 사람들한테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흥미유발을 해야하거든요. 마포의 문화수준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유명 피아니스트가 와서 공연을 하면 연주를 들으러 오는 이보다 피아니스트 보러 오는 이들이 훨씬 많을 거예요. 이 사실을 생각한다면 마포아트센터에서 온라인 공연을 했을 때, 프로모션을 특이하게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연말에 가장 하고 싶은 카운트다운 행사가 있어요. 서울의 대표적인 카운트다운 행사가 종각에서 열리는 제야의 종소리, 현대자동차가 코엑스에서 하는 행사가 있거든요. 저희는 홍대 사거리에서 하려고 해요. 11 30분부터 EDM 음악을 틀면 3만 명 정도는 모여서 머리를 흔들지 않을까요. 올 한 해 근심을 떨치면서요. 조심스럽지만 통일 관련 퍼포먼스도 준비 중입니다. 저희의 대표적인 행사인 M-PAT 클래식음악축제마지막날에 조수미 성악가와 남북한 어린이 100명이 함께 멋진 공연을 하면 어떨까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지역문화팀을 괴롭혀서 마포의 정체성을 가진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마포가 역사적으로 토정 이지함 선생과 관련이 깊은 곳이에요. 경의선 철길에서 이분에 대한 축제를 해보면 어떨까 제안했죠. 대한민국 무속인들을 철길에 앉혀놓고 애정운이나 타로, 경영 컨설팅도 봐주는 거예요. 실제 이지함 선생이 마포나루에서 사주도 봐주고 경영 컨설팅도 해줬거든요. 축제에 오는 건 즐겁기 위해서잖아요. 와서 즐기면서 인생상담 한번 받고 가시라는 겁니다.
 
대표님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 예뻐요. 아동극을 해서 흑자를 낼 수가 없는 걸 알면서도 참여했던 이유가 아동극이 다른 연극보다 심리묘사가 잘 되어있다고 생각해서죠. 잘 만든 아동극을 보면 정말 감동적이에요. 제 아이들에게도 아동극 많이 보여줬어요.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을 계속 시켰더니 공연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더라고요. 저는 찾아가는 공연보다 공연 자체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찾게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과도 지킬 건 지키면서 항상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고요. 마포문화재단 올 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 나이가 56세라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까지 마음 편히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도전을 한 거예요. 여기 와서 꿈 한 번 가져보려고요.
제 임기가 3년인데, 떠날 때까지 마포문화재단만 생각했으면 해요. 3년 뒤도 저는 다 생각해놓았습니다. 울진이나 영덕 가서 대게 장사하는 꿈. 한 번 오세요. 저는 이렇게 반전이 있는 게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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