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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라이브 실황중계의 전범_연극 <브라보, 엄사장>

라이브 실황중계의 전범

 

무관중 라이브로 본 연극 <브라보, 엄사장>. write 김일송

 


‘라이브 실황중계의 전범’을 이야기할 때, NT LIVE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서도 NT LIVE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19일 중계되었던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브라보 엄사장>이 있다. 이전의 공연영상은 대부분 기록용이나 홍보용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영상의 활용 범위가 늘고 있다. 일일이 실례를 열거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외 유수 극장과 단체에서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과거의 녹화영상을 재상영하기도 하고, 무관중 실황중계로 신작을 선보이기도 한다. <브라보 엄사장>은 올해 극장명을 개칭하며 레퍼토리 시즌제를 시작한 경기아트센터(舊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이 지면에서 녹화 편집 상영은 예외로 둔다.
앞으로 라이브 실황중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기관·단체라면 <브라보, 엄사장>을 참고해도 좋겠다. <브라보, 엄사장>은 영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한 작품이다. 본격적인 평에 앞서, 먼저 간략하게 공연의 개요부터 살피면 이렇다. <브라보, 엄사장>은 극단 골목길 박근형의 ‘엄사장 시리즈’ 4번째 작품이다. 박근형 연출은 앞서 2005<선착장에서>를 시작으로, 2008<돌아온 엄사장>, 2015<엄사장은 살아있다>를 공연한 바 있다. 네 작품은 엄사장이 주인공이라는 점 외에,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돌아온 엄사장>은 포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네 작품의 일관된 정서는 사회비판과 풍자다.
네 작품에서 엄사장은 지역 토호 세력으로 정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엄사장은 살아있다>에서는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의 이야기로, 이 작품은 프리퀄 같은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캐릭터만 유사할 뿐 동일 인물은 아니다. 이번 공연에서 엄사장은 공천을 받기 전 상황으로, 정계 진출을 위해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이다. 그 과정에서 엄사장이 자서전을 대필한 오미란 작가를 성폭행하고, 피해당사자의 오빠인 오동식으로부터 복수를 당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피해당사자에게 꽃뱀이라는 누명을 씌우는 장면에서는 1차 성폭행에 이어 가해지는 2차 폭력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이어 성폭력 피의자가 정치권의 공천을 받게 되는 장면에서는 지금 우리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사족이나, 작품에서는 허경영, 강용석, 장시호 등을 호명하며 현실과의 끈을 놓지 않는다.
<브라보, 엄사장>은 공연으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동시에 영상 자체의 결과물로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인다. 마치 처음부터 영상화 작업을 염두에 하고 제작한 듯 카메라 워크뿐만 아니라 실시간 화면전환에서도 일반적인 영상물(영화 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무대예술의 의상과 분장은 일상의 그것보다는 과하기 마련이나, 영상 속 배우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이는 연기로도 이어지는데, 표정이나 몸짓에서의 과장도 보이지 않는다. 영상에 적합한 연기로 사실성을 확보한다. 카메라 프레임 또한 세트 밖 현실의 공간을 비추지 않고, 세트 안으로만 한정해 보여주며 현실성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연극에는 기능적 차원에서건, 의미적 차원에서건 암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상물에서는 검은 화면이 3초 이상 지속할 때 사고라 부른다. <브라보, 엄사장>에서는 이를 브리지 음악과 조명효과 등으로 이용하며 페이드인, 페이드아웃의 효과를 낸다.
연극에는 무대예술에 맞는 언어가 있고, 영상예술에는 영상에 어울리는 문법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브라보, 엄사장>은 무대언어를 영상문법에 효과적으로 적용한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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