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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Into the world_EMK뮤지컬컴퍼니 대표 겸 프로듀서 엄홍현

Into the world

 

 

초연이 아니라 월드 프리미어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EMK뮤지컬컴퍼니의 대표 겸 프로듀서 엄홍현은 한국에 머물러있지 않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도진영

 


한국에 수많은 제작사가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할 만한 제작사는 흔치 않다. EMK뮤지컬컴퍼니는 그 드문 제작사 중 하나다. 2010년 문을 연 이래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등 그간 한국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유럽 뮤지컬을 수입해 소개하며 뚜렷한 인상을 남긴 것이 시작이었다주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스타일의 작품에 익숙했던 한국 관객들은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우리의 정서와 맞닿아있는 EMK 작품들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EMK가 자신의 정체성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16 <마타하리>를 선보이면서부터다그간 라이선스 작품을 소개하며 쌓아온 공연 제작 노하우를 창작뮤지컬에 투영하기 시작한 것이다이어 제작한 <웃는 남자>와 <엑스칼리버역시 고전에 화려하고 웅장한 미장센을 더해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풀어내는 EMK 스타일을 증명한 작품이다. 2020년은 EMK뮤지컬컴퍼니가 창립 10주년을 맞는 해다나름 기념비적인 시기에 회사의 시작을 함께한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는 엄홍현 대표의 마음에서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그에 앞서 올해 첫 작품인 <웃는 남자재연을 5일 남겨두고 1월의 첫째 주 월요일엄홍현 대표를 만났다.

 

 

<웃는 남자개막을 5일 남겨두고 있다초연 때 이미 각종 어워즈 상을 휩쓸면서 호평받았던 작품이니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무엇보다 공연 시간이 10분 정도 줄었는데뮤지컬에서는 이것이 엄청난 차이다방대한 원작을 이해하기 쉽도록 길게 만들었던 오프닝 신을 줄였고관객들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기 위해 넣었던 장면들도 덜어냈다몇 장면의 순서와 넘버를 바꿔서 이야기의 타당성을 높이고 메시지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다초연과 같은 극장같은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손발도 더 잘 맞는 것이 느껴진다디테일한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정원 파티 신에서 앙상블들의 움직임에 날렵함과 속도감을 더하기 위해서 드레스의 폭을 줄였다음향이나 조명 효과도 강화했다초반 눈이 날리는 장면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서 앙상블들의 의상에 미세한 펄을 더했다위와 같은 내용은 <웃는 남자>를 무조건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초연 개막 직후부터 창작진과 논의한 점들을 반영한 것이다이러한 내용을 지난해 4월 일본 현지 라이선스 공연에서 시험해봤고여기서의 아쉬운 점을 또 한 번 보완한 것이 바로 이번 공연이다.

작품 제작의 총책임을 맡는 프로듀서로서 개막 직전의 심경은 어떤가.
EMK 설립 전과 후에 느끼는 것들이 다르다. <햄릿> <드라큘라때를 돌아보면 개막 전 런스루를 한 번그것도 겨우 한 것 같다주인공이 트리플 캐스팅인데도그러니 개막 후에도 모든 배우가 첫 공연을 할 때까지 불안하고 달달 떨 수밖에 없는 거다창작진 모두가 완전히 서로를 믿을 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이 있겠나공연이 정말 개막하기는 하는 건가 싶었지. EMK에서는 완전히 다르다실제 공연장에서의 런스루를 개막 시점보다 훨씬 앞서서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극장을 대관해 테크 리허설을 진행한다그러니 첫 공연 전에도 우리가 완벽하게 만들었다는 확신이 있다다만 준비한 것이 관객 앞에서 그대로 실천만 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초연작의 경우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긴장되지는 않나.
물론이다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을 우리의 의도대로 똑같이 느껴줄 것인가에 대한 초조함과 걱정은 늘 따라다닌다물론 작품마다 차이는 있다이번 <웃는 남자>는 확실히 자신감이 있다초연도 해봤고이후 보완을 거친 다음 일본 무대에서도 테스트를 해봤으니 관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엑스칼리버때는 압박감이 좀 있었다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한국에서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뮤지컬로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니까그럼에도 훌륭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다만 개인적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엑스칼리버를 뽑는 장면 등 몇 군데에서 더 스펙터클한 효과를 연출하고 싶었지만 실현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그래서 첫 공연을 마치자마자 팀원들에게 너무 아쉽지 않니다음 공연을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했다아마 앙코르 공연 때 가장 크게 변화할 작품이 아닐까 싶다기술적인 부분만 보완하면 엄청난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



압박감이나 긴장감이 찾아오는 순간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가.
매일 아침 적어도 한 시간 혼자만의 시간만의 시간을 갖는다그날 하루의 일과를 떠올려보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매끄럽게 넘어갈지를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많은 일을 챙기려다 보니 순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오후에 연습실에 갈 때 어느 정도만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들에게 간식을 쏘리라하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는 거다(웃음). 특히 초연을 앞두면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초연 때가 그랬는데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새로운 사건이 터지니 매일 폭발했던 것 같다그때 모든 화를 다 낸 덕분인지 지난해 재연은 너무나 마음 편히 진행했다하하항상 마음을 잘 다잡으려고 한다.

비록 자신의 마음은 초조하고 화가 날지언정 겉으로는 초연한 모습으로 스태프들을 다독이는 것 또한 프로듀서의 몫 아닌가 싶다.
개막을 앞두고 극장에 들어가 준비를 시작하면 초콜릿을 몇 박스 산다그리고 음향영상무대조명연출 등 모든 팀을 일일이 돌면서 한 박스씩 나눠준다마치 산타할아버지처럼(웃음). 그러면서 지금 잘 하고 있다우리가 즐거우면 관객도 즐거울 것이다라고 말한다겉으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한다그렇지만 내가 화를 내면 차가운 공기가 돌게 되고 팀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나재미있는 것이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과 함께 일한지가 15년째인데화를 내는 부분에서도 서로 호흡이 맞는다내가 화를 안 내면 로버트가 화를 낸다트레이드 마크인 묶은 머리를 푸는 순간이 그가 화가 많이 났다는 증거인데그 순간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작은 일로 무마하고 넘어간다반대로 내가 화를 낼 때는 로버트가 스태프들을 다독인다.

EMK는 신작을 발표할 때 창작 초연이 아닌 월드 프리미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어떤 의미에서인가.
한국 관객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첫 무대는 한국이지만 세계 무대에 통하는 작품으로 완성시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그러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한다. EMK 소속인 연출·제작팀을 제외하고 세트음향 등 모든 스태프가 경쟁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것 또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들이다작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세계 관객과 통할 수 있는 소재를 고르는 것이다. <베토벤외에도 현재 세 편의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책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등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



그렇다면 실제로 EMK 작품이 세계 무대 진출에서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 말해 달라.
역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곳은 일본과 중국이다그중에서도 일본에서는 스몰 라이선스 형식으로 <마타하리> <웃는 남자>가 공연되었고, <엑스칼리버>도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다우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제작사 토호와 협업하고 있는데세 작품 모두 한국 개막 전 대부분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웃는 남자>의 경우는 대본 2고와 음악을 보고 계약을 완료했다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신작들도 해외 진출까지 보통 5~10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이는 유례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다른 국가와의 협의에서도 <웃는 남자>가 가장 진도가 빠르다해외사업팀에서 계속 계약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이번 <웃는 남자재연에 따라 많은 진행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해외 공연제작사 여러 곳에서도 관람을 예정하고 있다영국과 미국에서 공연할 경우 EMK가 현지에서 직접 제작을 맡는 풀 라이선스 형식으로독일어나 아시아권은 호주에서 제작해서 세계 투어를 도는 방식으로 공연하는 등 다양한 형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있다이는 공연제작사 EMK에도뮤지컬 프로듀서 엄홍현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나의 뮤지컬 인생을 바꿔준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다뮤지컬 프로듀서로 데뷔한 것이 2005년인데 2010년까지는 단칸방에서 월세와 직원들 월급을 걱정하면서 고통스럽게 작업했다이렇게까지 하면서 뮤지컬을 하는 게 맞나 싶었다그러다 EMK를 세우고 <모차르트!>를 만났다. 10주년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당시를 자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작품이 없었더라면 난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애착이 남다른 작품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서 10, 20년을 더 갈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또 관객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2010년 개막일같은 시간에 맞춰서 10년 전 가격 그대로 티켓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그동안 보지 못했던 캐스팅으로 마지막 협의를 진행 중인데분명한 것은 최고의 캐스팅을 약속드린다처음 말하는 것인데 <베토벤개막을 올해로 예정했다가 내년으로 한 해 미룬 것도 <모차르트!> 때문이다음악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한 해에 두 편 한다는 것을 하늘나라에서 알게 되면 죄송해서다(웃음).

깊은 애정을 들으니 더욱 기대하게 된다이전 공연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본과 음악 등 작품의 큰 틀은 그대로겠지만 그간 수정하고 싶었던 부분을 손볼 예정이다. EMK가 지금까지 쌓았던 노하우가 집약된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공연이 오르는 세종문화회관 역시 10년동안 EMK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극장이다초연을 함께한 서숙진 디자이너와 유희성 연출그간 <모차르트!> 연출 중 관객들에게 가장 좋은 평을 얻었던 아드리아나 연출을 모셔서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모차르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가사 작업도 계속 하고 있다세트와 의상은 이미 1 6개월 전에 시작되어서 1 21일에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무려 개막 5개월 전에 확정되는 것으로역대 공연 중 가장 빠른 진행이다그만큼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레베카>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역시 <웃는 남자>사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마타하리초연 때다이전까지 라이선스 공연을 해오다 처음으로 제작한 창작뮤지컬이었다·담배도 끊고 모든 걸 쏟아부어서 준비하느라 7개월 만에 체중이 18kg이나 빠졌을 정도였다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쌓인 작품의 노하우 덕분에 <웃는 남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개막하고 공연계 선배님들에게 잘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이제 비로소 뮤지컬인이 됐나 보다 더 잘해야겠다 싶었다감사하게 상도 많이 받았는데 이 순간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나 하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EMK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제작사와 달리 연출·제작팀이 EMK에 소속된 직원이다덕분에 작품을 최소한 개막 1년 전부터 공연 준비에 들어가고 대부분 사항이 6~7개월 전에는 결정된다함께 작업하는 이들에게 항상 당부하는 것이 우리 작품은 다른 데에서 볼 수 없는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모두 영화나 책 등 다른 장르로 존재하지만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은 다르다우리가 똘똘 뭉쳐서 어떤 새로움을 줄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그래서 재공연을 하더라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 없이 업그레이드한다현재 공연 중인 <레베카>는 여섯 번째 프로덕션인데 조명장치세트 등이 계속 바뀐다배경으로 걸리는 커튼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신중하다조명에 따라서 빛과 결이 완전히 달라지니까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높은 퀄리티의 공연을 선보이는 비결 아닌가 싶다. ‘EMK가 하면 잘 만든다는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것에 대한 감회가 궁금하다.  
관객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10년 동안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 못한 작품이 두 편뿐일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두 작품도 아주 조금 부족한 정도였다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잘 꾸려갈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엘리자벳> <더 라스트 키스> <몬테크리스토>까지 줄줄이 10주년 공연을 올리게 된다이 작품들 역시 앞으로 10년을 더 갈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최종 목적지는 EMK가 100년 갈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다프로듀서든 연출이든 반짝이는 젊은 분들이 많다아마 EMK가 20주년을 맞는 해에는 내가 아닌 젊은 프로듀서가 이끌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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