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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운명, 피할 수 없는_뮤지컬 <벤허>

운명, 피할 수 없는

 

초연보다 치열하게 재연이 만들어지는 현장뮤지컬 <벤허>의 연습실을 찾았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도진영

 


 

뮤지컬 <벤허>의 연습실이 있는 복도는 말 그대로 ‘’ 소리가 쉴새 없이 울려 퍼졌다작품의 볼거리를 책임지는 26명의 앙상블이 격렬한 액션을 소화하며 지르는 기합 소리였다몸을 사리지 않고 날아다니는 풍경이나·다리에 붕대를 감으며 호흡을 고르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이곳이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인가 싶은 착각마저 들었다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액션은 <벤허>의 일부일 뿐이다작품은 유다 벤허라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사랑과 헌신 등 인생의 숭고한 가치를 그린다.



<벤허>는 한국 관객에게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1959년작 영화로도 친숙한 작품뮤지컬은 영화가 아닌 1880년 쓰여진 루 월러스의 소설을 바 탕으로 한다무엇보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연출가 왕용범·작곡가 이성준 콤비의 두 번째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은 2017년 첫 선을 보였다당시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압축 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진화했다는 것이 창작진의 전언이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은 음악이다넘버에서는 네곡이 새롭게 추가되었으며음악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을 줄정도로 배경음악 또한 한층 더 풍성하게 보강되었다이는 드라마의 감정 선에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아우른다.

 

 

액션신 또한 역시 더욱 화려해질 예정이다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극한 장면이 대거 등장했다는 후문이다작품의 안무를 맡은 문성우 감독은 특히 벤허가 검투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장면부터 이어지는 10분 여의 장면을 눈여겨봐야 할 장면으로 꼽는다대표 적인 곡이 ‘살아야 해어머니와 여동생이 죽었다는 전갈을 받은 벤허가 메셀라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검투 경기에서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곡이다같은 장면이 액션으로만 처리되었던 초연과는 달리 새롭게 넘버가 추가되면서 드라마의 깊이를 더한다선한 성정을 가진 벤허가 남을 죽이고 살아남겠다는 심경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그러나 배우 입장에서는 극악의 난이도다무거운 무기로 무장한 채 안무를 소화하는 것과 동시에 노래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처럼 감정과 액션 모두의 합이 촘촘하게 맞물려야 하는 까닭에 배우간 호흡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 졌다여타 작품들이 한 달 전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는 것과 달리, < 벤허>팀은 같은 시점에 실제 공연과 같이 3시간 여의 전체 신을 연습하는 런스루에 돌입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참여했던 벤허 역의 박은태카이와 메셀라 역의 박민성이 다시 한 번 참여한다더불어 한지상과 문종원이 각각 벤허와 메셀라 역으로 합류해 신선함을 불어넣는다지난 공연에서 메셀라로 분했던 민우혁은 이번에 벤허 역을 맡아 정반대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벤허>

기간 2019년 7월 30일-10월 13일

시간 화,목,금 20:00 | 수 15:00 20:00 토,일 14:00 19:00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출연 카이, 한지상, 민우혁, 박은태, 문종원, 박민성 외

가격 VIP석 14만원 | R석 12만원 S석 9만원 | A석 6만원

문의 1544-1555


 

배우 민우혁, 박민성 인터뷰

 

2017 <벤허초연 무대에서 메셀라 역을 맡아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객석 끝줄까지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냈던 민우혁과 박민성이들이 다시 <벤 허>로 돌아온다약간의 변화와 함께이번 공연에서는 민우혁이 벤허 역을 맡아 더블캐스팅이 아닌 상대역으로 만나게 된 것이로써 두 사람은 벤허와 그를 배신하는 장군 메셀라로 한 무대에 서게 되었다. 이들은 지난해 <프랑켄슈타인>에서 각각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역을 맡아 강렬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6개월 여를 보낸 만큼 이번 공연에서의 찰떡 호흡은 이미 보장된 것과 다름 없다눈만 마주쳐도 웃음을 터뜨리 고한 사람이 시작한 말을 다른 사람이 끝맺음하는 남다른 ‘케미를 보이는 이들눈빛만 봐도 아는 친우에서 배신과 복수를 거쳐 죽음의 전차경주에 이르는 여정을 앞둔 두 사람의 각오를 들었다.

 


 

초연 이후 2년 만에 <벤허>라는 작품을 다시 만났다초연에서의 경험이 있으니 그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졌을 것 같다.
민성 초연 때 정말 죽기살기로 임했다그때 그 집중력과 날선 절벽 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다시 나올까 겁이 나기도 한다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그 사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을 만나 또 죽기살기로 했던 경험이 쌓여 배우로서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다그만큼 작품에 더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우혁 재미있게도벤허를 맡고 나니 메셀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초연 때 메셀라를 연기할 때는 야망과 출세에 눈이 먼 친구라고 생각 했는데벤허의 입장에서 ‘왜 나의 사랑하는 친구가 저렇게 됐을까를 생각하니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보인다어렸을 때 벤허의 화목한 가정을 질투하고 여러 감정을 느꼈던 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을 것같다생명의 은인에게 이런 마음을 품었다는 것이내면의 갈등 끝에 스스로 벌을 내린 것이다이렇게 메셀라를 이해하고 나니 벤허로서도 용서 라는 단어에 이르는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관객들에게 조금 더 심오한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왕용범 연출이 어떤 의도에서 민우혁에게 벤허 역을 맡겼다고 생각하나.
우혁 <벤허초연과 <프랑켄슈타인>을 함께 하면서 저도 몰랐던 장점을 발견해 주신 것 같다언젠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를 들었다” ”너에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면을 봤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아마 그런 점들에서 벤허와 어울리는 부분을 발견하신 것 같다그렇지만 고민 되는 부분도 많았다특히 메셀라는 강렬하고 날카로운 에너지의 캐릭터 아닌가반면 벤허는 메셀라와는 완전히 다른 리더십을 가진부드러운 강함을 지닌 캐릭터다대사 하나하나에 메셀라의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부드러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잇다.



박민성은 다시 한 번 메셀라 역을 맡게 되었는데이전에는 몰랐던 캐릭 터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나?
민성 분량으로만 따지면 메셀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짧다그러나 그 안의 다각적이고 미묘한 감정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마음이 엇나가 있으면 모든 것이 비뚤게 보이기 마련이니메셀라 역시 벤허의 모든 말이 아니꼽게 들렸을 것이다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벤허 가문을 죽음에서 피하도록 돕는다그것이 더 나쁜 것인지아니면 나름의 배려인 것인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생각이 바뀐다그런 디테일한 감정을 더 세분화해서 생각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서로 두 사람의 캐릭터를 평가해 본다면.
민성 나는 왜 연출님이 우혁이에게 벤허를 맡겼는지 알 것 같다. 1960년 대에 나온 영화를 보면 벤허 역을 맡은 배우가 기골이 장대하다퀸터스 장군이 왜 검투사를 제안했는지 바로 이해되는 체격이다우혁이도 마찬 가지다메셀라와 최후의 결투에서도 벤허가 이기는데내가 지는 게 납득이 된다(웃음). 여담으로우혁 벤허와 함께하는 첫 연습 때 웃음이 터져서 한동안 진행을 못했다메셀라의 이글거리는 에너지를 어떻게든 벤허로 유화시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우혁 초연 때 내가 만든 메셀라는 어떻게든 위 계급으로 올라가겠다는 야망이 강한 캐릭터였다그런데 민성 메셀라는 악에 받힌 느낌 대신 따뜻함이 있다벤허의 친구보다도 형 같이 느껴지고벤허 가문에 누명을 씌우러 가는 신에서 이미 눈에 눈물이 차있다자신이 이러면 안 되는 걸 이미 잘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그래서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다참고로 문종원 메셀라는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는 반대로 굉장히 여린 메셀라다걸음 걸이부터가 비척거리는데 애잔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귀여운 면이 있다.

 

작품에도 변화가 많다고 들었다.
우혁 핵심적인 메시지는 같다다만 초연 때는 음악과 드라마 부분이 구분되어 있어 연극 반뮤지컬 반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이번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계속된다그러니까 감정과 여운도 음악을 타고 이어진다그래서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이게 뮤지컬이다라고정말 음악이 다한다완벽한 텍스트에 음악이 더해져 무대의 공기를 다 바꿔놓는 다배우들이 가만히 서있어도 음악이 이해시키기 때문에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모든 것이 표현되는 느낌이다메셀라의 경우 넘버가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존재감 훨씬 커지고긴장감 또한 고조되었다.



메셀라의 넘버 ‘나 메셀라는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하다.박민성은 사점(死 )을 넘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성 앞에 검술을 펼친 뒤 고음을 연달아 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같다체력이 좋다고 되는 곡이 아니다.
우혁 아마 민성 형이 대한민국에서 ‘나 메셀라를 가장 잘 부르는 배우일 거다이 곡은 폐활량보다 발성의 기술 문제다나는 폐활량으로는 어디가서 져본 적이 없다잠수오래 달리기그런데도 이 곡은 형을 따라할 수없다()에 비유하자면 미국 차 같은 곡이다연비가 안 좋다(웃음). 그에 비교하면 벤허의 넘버들은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독일 차라고 할 수있다하하.

 

대신 벤허의 곡은 감정적으로 섬세하다.
우혁 맞다첫 런스루를 한 번 마치고 완전히 탈진했다연출님이 피드백도 다음에 줄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서 쉬라고 할 정도로. <프랑켄슈타인>할 때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벤허>에 비교하면 그건 운 것도 아니었다나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이 한 신 한 신이 끝날 때마다 모두 울고 있다울컥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많다.

 

 

 

 

<벤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배우들을 울리는 건가.
우혁 한때 벤허에게 메셀라가 그랬듯나 역시 어떤 희생도 감수할 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떤 계기들로 다 잃었다또 퀸터스 장군처럼 따랐던 멘토가 있었고벤허의 부모님 이야기 또한 나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슬프다이렇게 작품 속의 여러가지 관계성에 대해 관객들도 많이 공감하실 것이라 본다개인적으로는 작품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레미제라블>더 불쌍한 사람들이라서하하.
민성 초연때 일화가 있다당시 살던 건물에 교회가 있었는데어느 날 문득 목사님을 초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찾아 뵙고 <벤허>에꼭 모시고 싶다고 말씀드려서 가족을 함께 초대했다원래 오지랖 부리는 성격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나도 궁금하다공연을 보신 목사님이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그러시는데 괜히 눈물이 나더라. <벤허>가 그런 작품인 것 같다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아닌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사실 목사님 댁과는 이전까지는 주차 문제로 사이가 안 좋았거든(웃음). 인간사에 대해어떤 깨달음을 주는 작품인것 같다.
우혁 저는 종교가 없다근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람들이 왜 종교를 갖는지 알겠더라벤허가 골고다에서 메시아에게 듣는 한마디가 마음에 제대로 꽂혀서. “용서하라라는 네 글자이 구절이 들어간 넘버를 처음 부르는 날 목이 메어서 노래를 못했다이 넘버를 부르면서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 것 같다아직도 그 네 글자가 신기하다저뿐만 아니라 관객들 또한 이 작품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우들이 임하고 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운명은 무엇인가
민성 역시 뮤지컬이다사실 처음에는 원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가수 활동을 하다 방송을 접고 나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막막했다학교에 복학해서 학점을 따기 위해 시작한 것이 뮤지컬이었다그 전에는 소위 뮤지컬 발성이라고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었으니까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노래하고 춤추는 것밖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다 할 수 있는 것이 뮤지컬이더라그때 같이 수업을 들은 친구 두 명과 <틱틱붐>과 <베르테르>를 함께 공연했다그중 한 친구가 앙상블 경험이 있었는데오디션을 보자길래 따라갔다심지어 원서도 내가 안 쓰고접수비 3000원도 내가 안 냈다(웃음). 간신히 1절만 외워서 갔는데심사하시는 분들이 노래를 안 끊는 거다다 들으시더니 원미솔 감독님이 한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노래 외워오세요~” 그렇게 나의 뮤지컬 데뷔작인 <그리스두디 역을 맡게 되었다
우혁 나 역시 형과 비슷하다심지어 오디션에서 보고 싶다를 불렀다뮤지컬 넘버를 하나도 몰라서(웃음). 뮤지컬배우가 되기 전에 야구선수와 가수를 10년씩 했는데잘 풀리지 않으니 다 그만 두고 체육선생님이나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때가 있었다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야구와 가수 모두 뮤지컬배우가 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길이었더라사실 어렸을 때는 정말 말라서 콤플렉스였다살찌는 게 소원일 정도로그런데 운동을 한 덕분에 골격이 커지고 지금 저의 최대 장점이 되었다뮤지컬도 정말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연극배우셔서 연기 수업을 받았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그분이 지금까지 살면서 있었던 가장 힘들었던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시는데 한시간 동안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정말 펑펑 울었다당시에 이게 너의 보물이다절대 이 감정을 잊지 말라고 하셨던 것이 마음에 확 꽂혔다재미있기도 했지만연기를 하면서 치유가 많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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