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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마치, 첫사랑_뮤지컬 <붉은 정원> 배우 박은석

마치, 첫사랑

 

작품의 캐스팅이 발표되면 캐릭터와 배우의 이미지를 연결해보며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지 상상하곤 한다. 배우 박은석이 뮤지컬 <붉은 정원>의 ‘빅토르’ 역할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퍽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건 그에게 ‘차갑고 이성적인 작가’의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자기객관화가 안 된 걸까요? 저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장호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후,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뮤지컬 <붉은 정원>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벌써 11년 차라는 게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10년 정도 활동을 하면 뭔가 많이 달라져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무언가 변했다기보다는 ‘어느새 시간이 흘렀네.’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아요. 

이번 캐릭터 빅토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반의 아버지이면서 작가이자 퇴역 장교예요. 지나를 만나 그동안 몰랐던 감정을 느끼게 되죠. 빅토르도 지나를 통해 첫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을 할 때 서투른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서투름 때문에 때론 차갑게 표현되기도 하고요.

캐릭터 소개에는 ‘예의 바르고 정중하지만 차갑고 이성적인 작가’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차갑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그건 이 인물의 일부인 것 같아요. 많은 모습 중 그저 한 부분. 사실 저도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거든요. 처음 만날 때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친해지면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많이 해요. 저는 정말 주변 사람들 놀리는 재미로 삽니다. 제가 스스로에 대해서 자기객관화가 안 된 건지 몰라도, 저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웃음)

그럼 관객들은 ‘박은석의 빅토르’에서도 따뜻함을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제 안에 있는 정서를 사용하게 되긴 하죠. 그런데 저는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저를 투영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연출님, 제작진과 함께 연습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인물을 탄생시키는 거니까요. 협동심으로 만들어진다고 할까요. 작품 속 인물과 환경을 공부하다 보면 인물이 만들어지고, 그저 그 안에 제가 있을 뿐인 거죠.

원작인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도 읽었다고 들었습니다.
소설은 이반의 시점이라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서정적이고 낭만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책을 읽으며 저도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려보게 되더라고요. ‘나는 첫사랑을 할 때 어땠지? 어떤 감정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잊고 살게 되잖아요.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원작과 달리 빅토르, 이반, 지나 세 명 모두의 감정이 잘 설명되어 있어요. 넘버 안에 인물들의 정서가 잘 녹아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넘버에서 특히 매력을 느끼나봐요.
음악이 굉장히 좋은 작품이에요. 3인극이다 보니 세 명의 합창도 많고요. 각 인물이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고백하는데, 서로 다른 메시지를 동시에 표현해요. 그렇다 보니 한 인물만 따라가다 보면 다른 캐릭터의 감정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도록 저희가 최대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이 다 같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실제로 겪은 첫사랑은 어땠나요?
아름답게 풀리진 않았어요. 힘들었죠. 아무래도 처음 느껴보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에만 충실했던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것이 자제가 안 되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 첫사랑은 이반과 비슷했던 것 같네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까지.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골라본다면요?
빅토르와 지나의 첫 만남이요. 이 장면이 볼거리 없이 지나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굉장히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여기부터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따로 혼자만의 제목을 붙여서 감정을 그려보고 있어요.

어떤 제목인지 궁금하네요.
비밀입니다.(웃음) 원래 제목은 ‘아도니스의 정원2’라는 넘버인데요. 저만의 제목은 관객분들이 보시고 한번 알아맞혀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미리 얘기하면 재미없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 좌석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참여했던 뮤지컬 <베르테르> 개막이 지연되기도 했어요.
코로나 이전, 공연계가 활발히 돌아갔던 때에 대해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가장 힘든 건 언제 취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거예요. 그래도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아마 저보다 힘든 상황을 겪은 제작사나 스태프, 배우분들이 더 많을 거예요.

무대에서 느끼는 기분도 다를 것 같아요.
관객이 적어서 비어있는 것과는 다르게, 규칙을 가지고 일정하게 비어있으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마치 체스판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처음에는 속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울컥하더라고요. 사실 관객분들도 주변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와주시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감사해요. 관객분들이 있으니까 저희도 공연을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커튼콜에서 울컥울컥해요, 고마워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크게 변화를 느끼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손편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제일 아쉬운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편지를 써주실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시거든요. 저는 그런 걸 보는 게 정말 재밌어요.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잖아요. 그리고 공연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고요.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안타깝죠.

대한민국 공연계를 이야기할 때 대학로가 빠질 수 없어요. 대학로를 생각하면 어떤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제가 처음으로 대학로 무대에 섰던 <왕세자 실종사건>이요. 그때의 계절과 향기가 떠올라요. 아주 더웠고 길에 사람도 북적북적했고. 첫 역할이라 굉장히 열심히 했고 그만큼 힘들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공연 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니는 역할이라 땀도 정말 많이 흘렸어요. 제가 땀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 작품을 하면서 평생 흘릴 땀을 다 흘린 것 같아요.

대학로란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일터죠.(웃음)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에게 일터라는 단어의 느낌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배우는 스스로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이다 보니, 이 단어에 긍정적인 의미가 담기는 것 같아요. 동시에 모든 배우의 꿈이죠. 꿈의 공간이자 일터인 곳.

극장을 찾아주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정말 어려운 발걸음일 거예요. 저희는 이게 일이지만 관객분들은 본인의 선택으로 오시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발걸음이 후회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선택과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준비할 테니, 지금의 시기를 잘 견디고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작품이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ATTENTION, PLEASE!
뮤지컬 <붉은 정원>
기간 2021년 2월 5일-2021년 3월 28일
시간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공휴일 14:00 18:00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가격 로즈석 6만6천원 | 가든석 5만5천원 | 발코니석 4만4천원
출연 정상윤 박은석 김순택 이정화 최미소 전해주 조현우 곽다인 정지우
문의 02-345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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