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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This is Me_연극 <아마데우스> 배우 박은석

This is Me

 

 

누군가는 숨겨진 원석을 발견했다고 호들갑이고, 누군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알은 체를 한다. 
어쨌거나 잘 되니 이런 말도 나온다.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아마데우스를 맡은 배우 박은석의 얘기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미제로 assistant 김기현 
hair 백가영 makeup 정채원 place 카페 포에트


 

 

시간만 허락했다면 앞에 앉은 이 배우와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눴을 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대화라기보다 내 입장에서 듣는 쪽에 가까웠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연극 <아마데우스>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공연장을 벗어난 삶의 방식과 태도를 이야기할 때도 그의 집중력은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다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그런 인터뷰는 서로에게 시간 낭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소한 질문 하나도 얼렁뚱땅 넘기는 일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서 고마운 인터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내용은 ‘뭐 이런 배우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마치 현자(賢者)에게 듣는 강의 같았다.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붓고, 일상에서는 TV나 술자리 대신 제대로 된 감성 라이프를 즐기며, 어떤 유혹이나 욕망에 직면했을 때 대단한 이성을 발휘하는 일. 삶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통쾌하게 답할 때마다 내비쳤던 눈빛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그가, 젊은 날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친 뒤에 인생의 풍요로움을 비로소 깨달은 건지, 아니면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말처럼 어릴 때부터 스스로 다스리는 습관이 몸에 밴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대중적인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행복을 향해 걸어갈 배우라는 사실이다. 

 

2020년은 배우 박은석에게 특별한 한 해였을 것 같아요. 
사실 그 어떤 때와 다를 건 없었어요. 하던 거 했고 불러주는 곳 가서 열심히 움직이며 틈틈이 대사 외웠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고 했어요. 크게 달라질 건 없는데 어쩌다가 굉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어쩌다가 제가 하는 작품이 빛을 발했죠. 모두에게 어두운 시기인데 저만 잘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해요. 다 같이 좋은 게 아니니까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작품 얘기 먼저 해 볼까요. 연극 <아마데우스>가 재개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다행이죠. 제가 딱 4번하고 두 달 째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연극을 대극장에서 보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누구 하나 “안 되면 그냥 접죠.” 하지 않고 연출님, 배우분, 스태프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어떻게든 올리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것 같아요. 여기서 끝내면 안된다는 마음이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기억나나요? 
또 다행인 것은 제가 살리에르가 아니어서요.(웃음) 살리에르 대사량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안 나오는 장면이 없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어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 세상 모두가 다 아는 대단한 인물을 모두가 알지 않는 박은석이 감히 잘해낼 수 있을까. 관객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나로 출발해서 아마데우스와 가장 근접한 인물을 만들어보자 다짐하게 되었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은 어디인가요. 
1막 엔딩 살리에르의 독백. 그 장면이 거의 클라이맥스이지 않을까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자신이 지니지 못한 재능에 괴로워하며 신에게 막 퍼부어요. 

모차르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아티스트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자만한 면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순수해요. 정말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기 감정에 솔직할 수 있을까 대본을 보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고요. 화나면 화나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조금만 때가 묻어도 티가 확 날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어느 정도 저와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순진하지는 않아도 순수한 면이 있는데, 저와 공통된 이 작은 조각을 발견하고 이것을 제 안에서 증폭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레드 수트는 SHUIT, 블랙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슈즈는 더슈리(theshuri), 선글라스는 홍홀(HONGHOL), 링은 에이징 ccc과 스칼렛또블랙(SCALETTOBLACK).

 

라이더 재킷은 느와르라르메스(Noir Larmes), 화이트 스웨터와 차콜그레이 팬츠, 블랙 워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액세서리는 에이징 ccc.

 

 

모차르트와 박은석의 닮은 점에 대해 듣고 싶어요. 
모차르트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신을 찬양하고 영웅에 대해 노래하고 이탈리어로 사랑을 표현해요. 왜 독일어는 안되나요. 평민이 가는 극장이 아니라 귀족들이 가는 극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고상하다고 생각하죠. 그저 고상해 보이고 싶을 뿐이면서.” 저도 살짝 그런 부류 사람인 것 같아요.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곳에 가고 비싼 음식을 먹고 유명인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저한테는 없어요. 저를 아는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고, 저는 오히려 평범보다 더 평범함을 찾는 편이에요. 평범함이 좋고, 또 대부분의 사람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니까 일부러라도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는 거죠. 

이런 ‘기특한’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기는 했어요. 워낙 철학적이신 분이기도 한데,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어 욕심을 부리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계속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자존감은 낮아지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커져서 남을 욕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결국 나를 파괴하는 짓이다.” 교과서적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가장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저 역시 악의적인 인생 사이클이 배우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TV를 아예 안보게 됐어요. 아는 얼굴 나오면 나도 빨리 출연하고 싶고, 쟤는 왜 벌써 저기까지 가 있나,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잡지도 안보고, 영화관에 가도 광고 시간에는 손 안의 핸드폰을 들여다 봐요. 배우가 아닌 인간 박은석이라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하는 자극적인 영상에 소비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고요. 현대 사회에서 음소거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방법은 스스로 차단할 수밖에 없거든요. 

아버님께서 아드님을 정말 잘 키우신 거 같네요. 
하하하. 제가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도록 우주의 원리나 인간의 진리 같은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어요. 아버지와 엄마 두 분 다 좋은 학교, 좋은 성적 이런 걸 강조한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그건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중요한 건 너의 행복이라고 시시때때로 말씀해 주셨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다 해봐라, 믿어 주셨어요. 

한 아이의 엄마로 굉장히 찔리고 있는데요, 부모로서 그거 쉽지 않아요. 
아마 다른 부모님이었으면 “연기? 야야, 네가 돈이 있냐 빽이 있냐. 그냥 공부나 해.” 하셨을 지도 모르는데 형도 마찬가지로 제게 무한한 믿음을 줬어요. 잘 생각해보면 때때로 아이들의 날개를 자르는 건 부모들이거든요. 아이는 나는 법을 터득하는 거고, 엄마는 용기를 주면 되는데… 제 부모님이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하셨어요. 

그럼 앞으로 자녀가 생기면 똑같이? 
그럼요. 부모님이 제게 하셨듯 똑같이 키울 거예요. 잘 되든 안되든 그건 아이의 몫이고 운명이니까요. 그런데 사람이 진실되게, 진심으로 무엇을 향해 열심히 살면 굳이 우주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사실 살리에르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재능을 받은 궁정 작곡가였잖아요. 그 이상의 욕심이 있었다 할 뿐이지.

그런데 이 작품은 왜 하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명작인데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정말 좋아해요. 그 영화가 1983년 제작이니 40년 가까이 됐는데 짜임새도 완벽하고 연출과 연기 모두 놀라울 정도예요. 러닝타임 3시간 동안 한번도 눈을 떼지 못했죠. 이번에 연습하면서 또 봤는데 여전히 좋더라고요. 영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작품으로 생애 처음 서 보는 대극장 무대에 출연하는 건 그저 영광입니다. 

 

로브는 얼반에디션(URBAN EDITION), 상의와 하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목걸이는 드바스크(DEBASSQQ), 링은 스칼렛또블랙(SCALETTOBLACK).

 

 

 

이지나 연출님은 섬세하면서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연출님으로부터 받은 영감 혹은 배우로서 알게 된 새로운 시각이 있을까요. 
연출님의 머리 속에는 원하는 그림이 다 있고 그것을 탁월한 감각으로 실현시키세요. 대극장 무대를 소수 인원으로 채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최소한의 소품과 무대 장치로 최대한의 변화를 주면서 환상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내시죠.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대비되도록 말입니다. 배우는 점이 굉장히 많은데, 연습하면서 아이디어와 동선에 대해 의견을 내면 반영도 잘 해주세요.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연극 무대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TV에 나오면 너무 좋죠. 인지도는 물론 출연료도 높아져요. 하지만 배우가 계속 호화롭기만 하면 어느 순간 플래토(Plateau) 지점이 와요. 더이상 올라가지 않아요. 매일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다가도 딱 멈춰지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근육이 나오지 않고 힘이 생기지 않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하게 되죠. 저는 무대 예술이야말로 배우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 트레이닝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연기가 뿌리 깊은 나무라면 드라마 연기는 그 나무의 열매라고 해야할까요. 사과를 수확했다고 나무를 뽑지는 않잖아요. 뿌리가 굳건하면 사과는 계속 자랄 수 있고요.

연극이 언제부터 좋았나요. 
무대 위에 서 있는 느낌은 언제나 남달라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계속 내 몸 안에서 돌고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 인물 안에서 2~3시간 동안 머물러 있는 상태에도 희열을 느끼고요. 

헤아려보면 많이 작품에 출연했어요. <나쁜 자석><히스토리 보이즈><올모스트 메인><엘리펀트송><아트><어나더컨트리>… 나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작품마다 인물이 다루고 있는 깊이가 달라서 꼽기는 어렵지만 외형적인 것만 봤을 때는 <히스토리 보이즈>의 데이킨인 것 같아요. 아무도 몰랐던 박은석이라는 사람을 연극계에 알려준 작품이라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도 몰랐던 저를 대중에게 알려준 작품은 이번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되겠네요. 

작품을 고를 때는 작품 전체를 보는 편인가요, 역할을 보는 편인가요.
전체를 봐요. 내가 주인공이고 대사가 좋고 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요. 좋지 않은 스토리에서 혼자 멋있으면 나중에는 혼자 바보됩니다. 좋은 스토리에서 조연을 하는 게 천 번 나아요. 

작품 속에서 모차르트가 이렇게 말해요. “삶은 금방 잊혀지겠지만 음악만은 영원히 기억되는 거죠.” 박은석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행이요. 내가 힘들었을 때 누군가 나를 돕는다면 나는 아마 평생 기억하면서 살 거고, 그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니까요.

이런 대사도 있어요. “작곡은 쉬워요. 결혼 생활이 어렵지.” 박은석에게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쉬운 거는 사실 하나도 없어요. 뭘 하든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니까. 어설프게 할 거면 시작하고 싶지도 않고요. 어려운 거는 투성이라 큰일이네요. 연기도 어렵고요. 제가 성인이 된지 오래됐잖아요. 아저씨 나이인데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어떻게 성장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해외에 계셔서 통제가 없이 살았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사람이 저인 거예요. 가끔 어디까지 나를 끌고가야 하는지 어디까지 풀어줘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 편안해지고 싶은 유혹을 스스로의 원칙 때문에 절제하는 건가요. 
욕망의 절제는 항상 있어요. ‘난 이미 충분해. 복 받은 사람이고 행복할 이유가 많은 사람이야.’ 되새기곤 해요. 대부분은 그걸 놓치고 살아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잖아요. 뒤돌아보면 내가 쌓아놓은 게 너무 많은 걸요. 저는 감사하는 걸 연습하고 노력해요. 매일 아침 뭐라도 감사할 걸 찾아요. 아침에 커피 한 잔에 토스트를 먹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면 감사하다고 말해요. 드라마 시청률이 잘 나와서 감사하고, 협찬을 잘 받아서 좋은 옷 입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감사한 건 다른 사람보다 잘나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서니까요. 

연습이 없을 때는 뭘 해요? 
취미생활이 많아요. 오토바이, 자전거, 캠핑, 서핑… 배우들은 일이 없을 때 불안정한데 그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다 보니 많아졌어요. 자신을 풍부하게 만들고 경험의 재산을 쌓아야 6개월, 일 년이 지나서 연기할 때 다른 카드를 꺼내 쓸 수 있거든요. 

좋은 연기란 어떤 연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건 훌륭한 배우한테 물어보셔야죠.(웃음) 음, 저는 진실된 연기라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진짜로 하는 연기요. 

‘배우는 적어도 이래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과 소신이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분야든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면 집중이 되듯이 연기도 남들과 다른 색을 내면 그 사람한테 시선이 가잖아요. 최소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는 언젠가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땅에 있는 다이아몬드와 티파니 매장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다를까요. 발굴되지 않은 것뿐이니 스스로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을 믿고 있어야 해요. 내가 믿고 있으면 남들도 그렇게 바라보게 됩니다. 

 

 

Attention, please
연극 <아마데우스>
기간 2020년 11월 17일-2021년 1월 17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가격 VIP석 9만9천원 | R석 8만8천원 | OP석 8만원 | S석 7만7천원 | A석 6만6천원
출연 지현준 김재범 차지연 최재웅 백석광 박은석 성규 강영석 이봄소리 홍서영 외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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