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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_<차세대 열전 2020> 연구생 3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차세대 열전 2020!>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성과 발표전으로, 개발 단계에서 시작해 중간발표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관객 앞에 작품을 선보인다. 많은 고민을 거쳐 완성한 작품을 마침내 세상에 내놓는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졌을까. 최종 발표를 마친 연구생 서정민과 두 번째 최종발표를 남겨둔 연구생 박유라, 그리고 첫 최종발표를 앞둔 연구생 김동환과 만나보았다.
editor 나혜인


즐겁게, 굿판
전통예술 분야 | 서정민

“살아가는 순간을 음악으로 만든다.” 25현가야금 연주자이자 전통 음악 창작자 서정민이 자신을 소개하며 가장 먼저 뱉은 말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하는 그는 미국 음반 업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그래미 어워드’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화의 재치와 예술성을 각인시켰다. 음악과 함께 공간 에너지가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하는 그가 이번 작품을 위해 들여다 본 것은 바로 ‘전라도 굿’. 가야금, 오르간, 타악이 만들어내는 울림이 담긴 <ONE ‘나의 유토피아!’>를 통해 따뜻함과 위로를 전한다.

 

전라도 굿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해외에서 10년 정도 왕성하게 활동할 때, 한국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익숙함 때문에 놓치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요. 또 전통 악기로 저의 음악을 만들다 보니 본능적으로 ‘전통적인 무언가를 채워 넣을 시기가 되었다’고 직감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 전통 음악의 기층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굿’에 대해 관심 갖게 되었죠. 때마침 광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서 굿을 조금 더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현지 조사 중 느낀 ‘반복’과 ‘즉흥’ 키워드는 어떻게 얻게 되었나요.
앞서 전라도 굿 현지 조사를 하러 갔을 때 무언가를 얻어야 겠다는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굿이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공연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까지 밀려왔죠. 그때 이용식 연구가님께서 “그냥 굿을 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처음에는 ‘귀한 기회를 얻었는데, 어떻게 그냥 보기만 하지?’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말씀하신 대로 굿을 보니 굿 음악의 ‘반복’과 ‘즉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방향성을 정하고 나니 음악이 재미있게 나오기도 했고요.

동그란 원으로 가득 채워진 무대가 인상적이었어요. 가야금에 공을 던지는 퍼포먼스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요. 연출로 어떤 효과를 주고 싶었나요.
공연의 제목인 ‘ONE’을 ‘하나가 되는 것’ 외에 구형을 뜻하는 ‘원(圓)’으로 해석해서 따뜻한 동그라미가 채워진 하얀 공간을 비주얼 컨셉으로 잡았어요. 사실 객석까지 전부 공을 깔고 모두가 같은 공간 안에서 하나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여러 이유로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악적으로는 세 가지예요. 첫 번째는 굿을 통해 25현가야금의 다양한 선율 독주곡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한국전통음악의 전통어법을 바탕으로 만든 즉흥 선율을 타악과 재작업해서 무대에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곡을 만드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25현가야금과 오르간, 무가의 조화로운 밸런스를 찾는 것이었죠. 아무래도 일반적인 편성이 아니다 보니 훨씬 신경쓸부분이많았어요. 이밖에도 음악 외적인 부분에도 공을 많이 들였는데요. 다양한 창작자들과 오랜 준비 시간을 가지면서 함께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여럿이서 함께 무대를 만든다는 점이 큰 공부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한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공연에서 선보였던 ‘모든 것은 빛나리!’의 뮤직비디오를 제작 중이에요. 작품의 영감이 되었던 화순의 운주사, 최정화 작가님의 전시장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엮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객석을 벗어난 관객
기획 분야 | 박유라

관객이 무대 위 공연을 볼 기회는 많지만 무대 뒤,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접할 기회를 마주하기는 어렵다. 그런 관객들을 위해 기획자 박유라가 준비한 선물 <써클렌즈>. ‘Circle’(순환)과 ‘Lens’(관점)가 만나 탄생한 작품은 관객에게 완성된 ‘공연’의 형식이 아닌, 리서치 선상의 ‘작업’을 제공한다. 망년과 신년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시에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공연을 둘러싼 환경을 함께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리서치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 부탁드려요.
12월에 진행되었던 리서치 프로그램 <망년; 잔상과 주마등>은 작업의 초기 단계에서 나왔던 작가의 질문들을 가지고 관객과 만나는 시간이었어요. 질문에서 뻗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공유하고, 실제 작가의 주제와 관객의 흥미 사이 접합점을 탐색하고자 리서치를 프로그래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망년; 잔상과 주마등>과 곧 만나게 될 <신년; 채널 패널>은 각각 어떤 의미인가요.
<망년; 잔상과 주마등>은 기본적으로 공간에 관한 이야기예요.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공간에서 밖으로 내몰리게 된 공연예술자와 관객이 만나는 프로그램이죠. 관객의 머릿속을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라고 상정하고, 그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반대로 <신년; 채널 패널>은 관객들에 관한 이야기로 펼쳐질 예정이에요. 관객을 패널로 초대해 채널을 형성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두 프로그램 모두 무용 형태라고 들었어요. 어떤 신체적 행위를 만날 수 있을까요.
무용에 베이스를 둔 작가가 절반이나 되어서 무용 형태라고 여겨지고 있는 듯해요.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연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요. 움직임은 물론, 소리, 언어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있죠. 그래도 관객의 신체적 행위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떠올리기, 기억하기, 따라가기, 주고받기 등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무대 위 공연이 아닌 무대가 만들어지는 작업과 만난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공연이 아닌 작업과 공연이라고 불리는 작업이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생각해보는 반응들이 많았어요. 공연을 이루는 최소한의 단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기획하며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요?
답을 정해서 맞춰가려고 하진 않았어요. 정해진 답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많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질문인 채로 실험하고, 이야기 나누는 와중에 목적을 발견하고,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공연 작업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이 놓이는 환경과 시스템에 대한 활동도 이어가고 싶어요. 그들이 다시금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또 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말이죠.


동화 같은 탈춤
전통예술 분야|김동환

연희자 김동환은 전통연희의 다양한 종목을 학습함과 동시에 이를 예술의 일반적 영역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창작자로서 정해진 틀이 없는 연희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연희가 가진 자유를 재기 발랄하게 쓰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낯설어 보이는 연희를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내어 관객들이 쉽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신출귀몰 지곡(新出鬼沒之曲)> 역시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연희가 생소하게 여겨지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본인이 생각하는 연희는 어떤 장르인가요.
연희를 놓고 워낙 다양한 이견들이 많아서 저도 아직까지 그 답을 찾고 있어요. 최근 드는 생각을 말하자면, 연희가 이야기를 다루는 일종의 연극 분야라는 거예요. 연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사로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전통예술의 여러 표현 기법들(음악, 무용, 노래)을 풀어낼 수 있는 장르 라고 생각해요.
이전에 연희를 둘러싼 사회의 여러 해석에 괴로웠던 적이 있다고 하셨어요. 어떤 해석이 괴로움을 안겼나요.
대게 어떠한 분야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그 활동영역이 명확하게 구분 지어지잖아요. 그런데 연희는 배울수록 영역의 제한이 없어요.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연희다.’라는 넓은 해석으로 향해갈 때는 제가 어디에 속하는 예술가인지 정의할 수 없어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죠.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느낌이 강해요. 이런 요소들로 이야기를 꾸민 이유가 있을까요?
요즘 탈춤에 빠져있어요. 과거에는 탈춤에 숨어있는 여러 상징이 잘 이해되 지 않았는데 다시 만난 탈춤은 마치 우화 같다고 느껴졌어요. 전통예술에 숨어있는 여러 상징을 활용하려다 보니, 동화 같은 이야기로 전개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작품은 울루와 신도라는 인물이 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잡신들을 소탕하러 간다는 이야기예요. 예전부터 귀신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왔잖아요. 우리에게 해가 되고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것들을 귀신으로 몰아갔다고 생각해요. 이 현상을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무대로 옮기고자 했어요. 어떻게 보면 한 편의 동화 같지만, ‘이 시대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어요. 중간 발표 이후 보완해야 할 점이나 발전시키고 싶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요.
일단 잡귀들을 현대적인 인물로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 어려웠어요. 옛날 귀신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현대의 잡귀는 어떤 모습일지 계속해서 고민했죠. 이것을 사회 이슈와 연결 지어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중간발표 후에는 대본이 중요성을 느꼈고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보고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전통이라고 한다면 ‘고유의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실 텐데, 오히려 정의 내려진 고유의 것은 허상이라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싶어요. 고유의 것은 결국 개인의 마음속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와 제 주변 동료들을 믿고 작업하는 예술가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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