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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투명한 질문 속에서_연극 <얼음> 배우 신성민

투명한 질문 속에서

연극 <얼음>은 두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관객은 세 명의 인물을 바라보고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간다. 보이지 않는 주인공 혁이는 무대의 암묵적 약속에 의해 분노하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미소를 짓기도 한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무대에 오른 셈이다. 형사2 역을 맡은 배우 신성민은 눈앞에 존재하는 진실과 눈앞에 자리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하게 나타날 때까지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지연


<얼음>은 어려운 시기에도 매진 세례를 이어가고 있어요. 관객들의 기대가 큰 것 같은데,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로서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한 작품이에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동시에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궁금했어요. 이걸 할 수 있나? 이게 구현이 되나?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무대 위 배우는 두 명이지만, 등장인물은 세 명이잖아요. 형사1과 형사2 그리고 혁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저는 작품의 주인공이 혁이라고 생각하는데, 혁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무대 위에 실존하진 않아요.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까 싶었던 거죠.

그런 의문들이 작품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일까요.
저는 그래요. 주요 인물이 무대에 나오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행동으로만 그를 보여준다는 게 신선했거든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극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 했죠. 저는 새로움을 발견했을 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기는 편이에요. 저의 도전정신이 작품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2인극은 상대적으로 텍스트양이 방대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있을 텐데, 연극 <오만과 편견>에 이어 연달아서 하게 되었어요. 2인극에 어떠한 매력을 느끼고 계신 건지 궁금했거든요.
배우로서 성취감이 큰 것 같아요. 힘들긴 힘들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고 허투루 시간을 보내선 안 되니까요. 그런데 2시간 동안 극장 안에서 한 인물로 온전한 삶을 살아내다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물론 배우들이 많으면 서로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하지만 2인극은 스스로 책임질 것들이 많아진 만큼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본인이 맡은 역할에 대한 고민도 있나요.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오만과 편견>은 어느 정도의 바이블이 있어서 외우는 식으로 다가간 뒤, 제 것을 꺼내 놓을 수 있었던 반면 이 작품은 혁이가 메인이잖아요. 혁이의 감정선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여야 하는 태도들이 있어요.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욕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인물과 만나면 만날수록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찾아낸 해답은 전사였죠. 인물이 가진 서사를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 제가 무대 위에 있을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작품의 제목이 <얼음>인 것과 관련해 ‘커피 타는 장면’이 빠질 수 없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것이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대본으로 처음 접했을 땐 마냥 재미있었어요. 장진 연출님 특유의 유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후 연습하면서 이 장면이 캐릭터와 연관있다는 점을 알고 놀라기도 했고요. 시놉시스를 보면 ‘형체 없이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얼음의 물리적 특성을 비유한 거죠. 시간이 경과되면서 혁이의 태도와 형사1, 2의 태도가 점점 달라져요. 그걸 보면서 ‘어, 내가 생각 했던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게끔 만들죠. 커피 타는 장면과 무대 전환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차츰 자신의 주관에 의심이 생기는 거죠.

평소에 주관이 뚜렷한 편인가요. 아니면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편인가요.
스스로 의심을 많이 하긴 하지만, 동시에 뚜렷한 주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그게 어리석은 주관이면 안 되죠. 그래서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 같아요. 이건 제가 판단하기보다 주변의 누군가가 말해줘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요. 저는 사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고 싶으세요?
올바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바른 주관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죠. 그런데 그러기 힘들잖아요. 세상이 각박하니까 이기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이런 것들을 경계하면서 살려고 노력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수칙이 강화되면서 마스크 착용과 문진표 작성은 물론, 거리두기 좌석제까지 시행되고 있어요. 공연장에 와주시는 관객을 보면 어떤 마음가짐이 생기나요.
마스크를 끼고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을 볼 때면 감동받아요. 관객이 없으면 공연은 의미가 없잖아요. 많은 관객과 만나진 못하지만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죠. 사실 요즘 외출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힘든 상황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와주시고, 극장의 공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부분이 매번 감동적이에요. 감사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수밖에 없죠.

대한민국 공연계를 이야기할 때 대학로는 빠질 수 없는 장소예요. 대학로와의 첫 추억을 떠올린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그래도 연극영화과를 왔는데, 대학로를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랑 같이 뮤지컬 <지하철1호선>을 보러 갔는데, 그날이 정말 선명하게 기억나요. 시작 전 암전이 되고 ‘지잉’하고 울리던 전자기타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거든요. 그게 제 대학로의 첫 기억이에요.

대학로는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이상하게 대학로가 일터로 느껴지진 않아요. 저는 일한다고 생각하면서 공연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래서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가 봐요. 그런데 배우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요? 민망한 질문이라 물어본 적은 없지만.(웃음) 대신 언제부턴가 대학로라는 공간이 편안해졌어요. 집이라고 하면 조금 오버스럽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에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상황이 괜찮아지면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워낙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그냥 불안감 없이 공연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얼음>을 준비하면서도 공연이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배우로서 힘 빠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 걱정 없이 편하게, 재미있게 무대를 하고 싶어요. 

ATTENTION, PLEASE!
연극 <얼음>
기간 2021년 1월 8일-2021년 3월 21일
시간 화·목·금 20:00 수 16:00
토 15:00 18:30 일·공휴일 14:00 17:30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가격 R석 6만원 S석 4만5천원
출연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
연출 장진
문의 02-69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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