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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SHOW MUST GO ON_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SHOW MUST GO ON

1년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공연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수만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은 물론 공연업계 전체가 참담한 상황이다.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이다. 그래서 지난 12월 30일, 10개의 뮤지컬제작사(오디컴퍼니, PMC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EMK,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CJ ENM, 에이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쇼노트)가 속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는 거리두기 지침 완화에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의 추진위원장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에게 현재의 위기상황과 해결 방안,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뮤지컬산업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지켜야할 것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김선진


2020년 12월 30일 정부에 호소문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뮤지컬제작자들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작사나 프로듀서로서 열심히 공연을 기획하고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일에 집중해왔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배우와 스태프, 공연 종사자들을 돕는 방법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여름, 8개의 큰 회사가 모여 ‘Show Must Go On’이 라는 기부 콘서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코로나19로 모였지만 한국뮤지컬계 전반에 걸쳐 정리할 사항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이 시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 개선 방안, 다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논의하다, 윤호진 선배님(에이콤인터내셔널)과 박명성 대표님(신시컴퍼니)이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를 출발시켜 보자고 하셨어요. 곧 오는 5월 사단법인출범을 목표로 여러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많은 뮤지컬팬들이 기대했던 기부콘서트도 결국 코로나19로 진행되지 못했죠.
저희가 그때 “연기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취소는 아닙니다.(웃음) 우리 일상이 정상화가 되더라도 생활고는 금세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다, 굉장히 좋은 취지의 공연에 훌륭한 배우들이 뜻을 같이 했으니까요. 꼭 한번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바로 진행시킬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가장 중심에 계신 분으로서 제작사는 물론 공연 종사자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호소문에 공연 종사자들을 1만여 명이라고 썼지만 규모가 큰 뮤지컬의 대략적인 스태프 인원이라 오케스트라, 무대 제작사, 마케팅 종사자, 그리고 대학로 뮤지컬까지 포함시키면 훨씬 많습니다. 한 해에 제작되는 뮤지컬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60%가 줄었습니다. 공연에 참여를 못하고 멈췄던 기간이 일한 기간보다 많은 거죠. 공연에 종사하는 생활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매출이 줄어든 게 아니라 60%의 일자리가 없어진 거니까요. 보통 대극장 뮤지컬의 편당 제작비는 50억에서 100억원 가량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방침에 따라 공연계에 두 칸 띄어 앉기가 적용되면 객석의 30%만 판매할 수 있어 손익분기점의 반도 못 미칩니다. 현재는 제작사가 고스란히 그 손해를 감수하는 실정이고, 공연에 생계가 달린 스태프와 배우들 역시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생활이 어려워 공연계를 떠난 관계자들도 상당한 걸로 알고 있어요.

한 자리 띄어 앉기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거리두기의 완화를 호소하시는 건가요.
한 자리 띄어 앉기는 최소의 손실로 버틸 수 있는 단계입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을 해야 한다는 의지로 버티면서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작사들이 수익을 바라고 공연을 하지 않아요. 손익을 생각한다면 공연을 하지 않는 편이 낫거든요. 관객과의 약속인 것은 물론 공연이 직업이자 생계인 사람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인 겁니다. 당연히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라에서 식당이나 학원 등을 조금씩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공연 역시 이해를 바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부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코로나19 지원을 해줬습니다. 다만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에 뮤지컬은 연극에 포함되어 있는 장르입니다. 뮤지컬은 예술이지만 상업적인 예술입니다. 독자적인 상업예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거죠. 공공재의 성격이 아니라 철저하게 대기업 자본, 민간 자본이 들어와 상업적인 예술로 발전시켰고,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 시장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공연예술 가운데 뮤지컬이 가장 대중적입니다. 인프라 구축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 뮤지컬의 시작과 출발점, 그리고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해외 투어 혹은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손실이 더 크겠죠.
아쉽게도 해외 투어의 경우 2년 전 미리 약속을 해 놓은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에 대한 조정이 적은 편입니다. 코로나를 염두해 둔 계약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내한한 해외 스태프의 체류비와 체제비는 당연히 나가는 거고,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해외 스태프가 내한하면 2주 자가격리에 필요한 비용 역시 모두 제작사의 몫입니다. 뮤지컬 제작사들 이 전체 고용에 대한 산업을 끌어가는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대관료 역시 공연을 올리지 않더라도 똑같은 비용 부담이 있는 거고요?
기본적으로 선납을 모두 한 상태에서 공연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계약 조항에 천재지변 정도만 있지 자세한 규정이 없습니다. 코로나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비책도 없는 계약서였던 거죠. 공공극장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을 제외하고 민간극장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합니다. 다만 민간극장 역시 현재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선의를 갖고 정부와 극장, 제작사가 다 함께 현실적인 협상과 대안을 위한 고민해야 합니다.

해외의 경우, 우리보다 더 오랫동안 셧다운 중인데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나요.
여러 사례가 있긴 하나 사실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재단 혹은 노조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한계가 있거든요. 브로드웨이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은 “그래도 너희들은 공연하잖아.”였어요. 공연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니 우리보다 어떤 면에서 종사자들의 수익이 너무 많이 줄어든 셈입니다.

네이버 라이브, 온라인 유료 공연을 시도하는 곳이 많습니다. 현장감을 느낄 수 없는 공연이라 관객 입장에서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나, 이만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라이브 공연, 온라인 공연은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뮤지컬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스트리밍이나 유튜브 방영이 무대에서 느끼는 감동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비슷하게라도 전달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연출, 엄청난 제작비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관객들과 접점을 시도하고, 아쉬움을 달래는 정도는 될 수 있으나 절대적인 완성도가 뒷밤침되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뮤지컬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개 뮤지컬 관객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반면 이 상황에 무슨 문화 생활이냐며 공연 제작을 생업으로 보시지 않는 이들도 계십니다.
제 주변에도 “연극인은 원래 다 배고픈 거 아니야?”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뮤지컬이나 연극이나 다 같은 무대라 동일하게 인식하거든요. 이해의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대중을 이해시킬 수는 없어도 나라에서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한국영화산업이 발달한 이유 중에는 좋은 인재들이 영화계에 들어온 덕이 큰데, 뮤지컬계에도 국내에서 실력을 쌓았거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들어온 친구들이 참 많아요. 한국 뮤지컬이 발전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기는 지금입니다. K-팝처럼 K-뮤지컬은 국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지녔습니다.

호소문을 발표한 뒤 어떠한 변화를 느끼시나요.
일단은 언론에서 현재의 뮤지컬계 상황에 대해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대중의 시각에서 여전히 뮤지컬은 힘들지 않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를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거리두기 완화’는 종사자들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뮤지컬 생태계가 무너지면 복원하는 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열 곳의 제작자님이 모이셨던 만큼 위기 상황에 대한 많은 건의와 제안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좌석 간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중요하지만 향후 뮤지컬 발전을 위해 건전한 생태계를 정착시키는 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뮤지컬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시장의 저변과 확대에서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제작사들입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뮤지컬 종사자들에게 일 할 기회와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뮤지컬 산업이 재조명받아야 합니다. 단순히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 하에 뮤지컬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가 해야할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덧붙이자면, 지금은 대형 뮤지컬 제작사 열 곳이 모였지만 대학로에 있는 뮤지컬 제작사와도 협의 중에 있습니다. 협회 가입 기준에 따라 회사의 신용도를 점검한 뒤 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창작하는 즐거움으로 살아오셨는데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보냈어 요. 제가 자유로운 사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금은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안에서 꿈을 꿔요. 서울을 대표적인 뮤지컬 도시로 만드는 일입니다. 이것을 정부와 함께 했으면 합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장기적인 계측이 필요하기 때문에 뮤지컬 펀드와 기금 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죠. 세계적으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나라가 많지 않아요. 경쟁력을 키우면 한국은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공연이 없어도 관계자들은 2020년이 바쁜 한 해였습니다. 플랜 B, 플랜 C를 미리 마련해놓은 듯 정부 지침에 따른 발 빠른 대처가 돋보였습니다.
그럼에도 관객분들은 굉장히 불편했을 거에요. 이미 티켓을 구매해 놓았는데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다시 재구매를 해야 하니까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라 조금만 여유로운 시선으로 봐주십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오디컴퍼니의 수장으로서 계속 지연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올해 오디컴퍼니가 20주년을 맞아 새해 첫 선으로 준비한 작품입니다. 공연이 재차 연기되고 있어서 연습하고 있는 와중에도 사실 무서운 마음입니다. 울컥하는 감정도 생기고요. 공연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미치도록 큽니다. 오디컴퍼니에서 한 자리 띄어 앉기로 공연을 올리는 게 처음이라 과연 어떤 그림일까 상상 해보곤 합니다. 코로나를 뚫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 역시 더 집중해서 관람하시리라 기대합니다. 지금 이 시기를 잘 버텨내면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겠죠.

한국 뮤지컬계에 필요한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지금 가장 절실한 이슈는 아무래도 거리 두기 완화에 관한 정부 지침이겠죠.
결론적으로 호소문을 내고 지원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결코 제작사, 프로듀서를 위한 일방적인 지원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최소 손실로 공연을 유지시키자는 겁니다. 공연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존재해야 하니까요. 산업적인 측면에서 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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