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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최민우에게 온 편지_뮤지컬 <스모크> 배우 최민우

최민우에게 온 편지

 

뮤지컬 <스모크>에 출연 중인 최민우 배우는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끝없는 고통속에서도 빛날 수 있는 찬란함’이라고. 이메일로 받은 그의 정성스런 답변들도 촘촘하게 빛났다.
editor 이민정

 


뮤지컬 <스모크>는 이상의 연작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바다를 향한 꿈을 가지고 있는 ‘해(海)’, 그런 그를 돌보며 시를 쓰는 ‘초(超)’, 이들에게 납치된 ‘홍(紅)’ 세 명의 미스터리한 인물을 통해 시대를 앞서 나간 ‘이상’의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절망, 그리고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염원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대학로 콤비로 소문난 추정화 작·연출과 허수현 작곡·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한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와 함께 식민지 사회의 암울한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 것은 물론 2016 트라이아웃 공연, 초연과 재연 등 시즌을 거듭하며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스모크>에서 최민우는 천진하고 순수한 ‘해’를 맡았다. 코로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탓에 공연은 잠시 멈췄지만 그는 작품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메모하며 스스로와 쉼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역대급 캐스팅’ 안에 ‘최민우’라는 이름을 발견했어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스모크>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스토리는 물론 3명의 캐릭터가 모두 이상이란 인물을 모티브로 탄생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참신했어요. 또 제가 맡게 된 ‘해’라는 캐릭터가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열정적으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들에게 쉽지 않은 대본으로 알려져 있어요.
솔직히 연습 초반에는 아예 감이 오지 않았어요. 원래 대본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흐름이 그려지거든요. 그런데 <스모크> 대본은 마치 이상의 시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알다가도 모르겠고, 이상한 길로 빠지기도 하는 등 많이 헤맸어요. 오히려 몸으로 부딪히면서 작품을 이해하고 알아갔던 것 같아요. 일단 대본을 외우고 계속 ‘초’와 ‘홍’과 호흡을 맞춰봤죠. 함께 연기를 해보면서 ‘여기서는 내가 더 뜨거워야겠구나!’라든지 ‘아하! 이 대사가 여기에 놓인 이유가 있구나.’ 깨달아 나갔어요.

대본을 어느 정도 읽어야 온전하게 이해하고 연기를 할 수 있을 까요?
주관적인 것 같기는 하나, 저는 공연이 끝나갈 때까지 매일 대본을 읽어요. 마지막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것이 있기도 하고, 또 다르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본을 온전히 이해한다.’라는 말씀은 드릴 수가 없네요. 공연이 끝날 때까지도, 아니 끝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무엇인가 더 찾아지는 것 같으니까요. 아, 어렵네요(웃음).

 

뮤지컬 <스모크>는 어떤 작품인가요.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그냥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에 오르는 ‘초’와 ‘해’, ‘홍’. 이 세 명의 캐릭터가 정말 뜨겁게 한곳을 바라보며 끝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이 작품이 주는 힘이라고 할까요. 끝없는 고통속에서도 빛날 수 있는 찬란함! 이것이 <스모크>라고 생각해요.

최민우 배우가 맡은 ‘해’의 캐릭터도 궁금합니다. 포스터에는 ‘해’ 를 가리켜 ‘바다를 그리는 자’라고 나와있어요.
‘해’는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천재 시인 이상의 본질적인 모습이에요. 처음에는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이렇게 순수하게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그러다가 점점 자신의 원래 모습을 알아가면서 변해가는 캐릭터입니다.

‘해’를 맡은 4명의 배우들이 계세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세 명의 등장인물이 한마음, 한몸이 되어 끌고 가야하기에 먼저 저희 ‘해’부터 감정이나 생각의 큰 틀이 잡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로가 장면마다 생각하거나 느끼는 감정들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해’라는 역할의 큰 틀을 만들어 놓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색을 넣어서 표현을 했죠. 강은일 배우가 이미 ‘해’ 역할을 경험해본 선배로서 신입인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마치 ‘해’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고 할까요. ‘해’뿐만 아니라 ‘초’와 ‘홍’ 배우들과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추정화 연출님은 말할 것도 없고요. 연출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요. 이 <스모크>라는 극 안에서 이상의 열정과 집착이 얼마나 크냐하면, 그것들이 환각을 만들어내고, 그 환각이 한 조각 한 조각 깨지는 순간이 생길 때마다 엄청 고통스럽고 괴로웠을 거라고요. 제가 캐릭터를 풀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공부방 같은 연습실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해’를 표현하는 데 가장 까다로운 점은 무엇인가요.
정말 다 어려운 것 같아요. 초반의 순수함의 표현을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고, 그 순수함이 하나하나 깨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고… 표정, 걸음걸이와 몸짓, 목소리의 톤까지 얼마나 이질감없이 변화하느냐, 이런 부분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추정화 연출님께서 종종 이렇게 말씀하세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이 작품에서 최민우 배우의 상상력이 필요로 했던 장면은 어디인가요?
우리 작품에서 흔히 말하는 ‘보따리 장면’이 있는데요. ‘홍’이 ‘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씬이거든요. 극 중에서는 누구라고 나오지는 않지만 사실 이상 시인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홍’이 얘기해주는 장면이에요. 저는 이 이야기를 계속 상상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상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상황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가정환경이나 당시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했죠. ‘보따리 장면’의 대사가 시인에 대해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어요.

이 작품을 참여하는 배우들은 모두 이상 시인이 새롭게 보였을 거예요. 시인 이상에 대해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작품에 참여한 이후 새롭게 발견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이상이란 인물을 ‘그냥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어요. <스모크>를 준비하면서 이분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고 그 작품들의 해석도 읽어보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어쩌면 정말 이 시인은 시대를 한참 앞서서 살아온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로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단어를 혹은 그런 표현을 생각해냈다라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지우고 다시 쓰고 그 과정들을 계속 반복해서 탄생시킨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에 인정받지 못 했을 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조차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끝까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글을 놓지 않고 걸어간 그가 정말 존경스럽고 소름 돋게 멋있어요.

 

 

 

 

<팬텀싱어3>를 마치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다” 고 밝히셨죠. <스모크>를 통해서도 최민우 배우가 한 단계 성장한 점은 무엇일까요?
‘연기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라기보다는 연기의 방식을 다른 각도로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큰 배움입니다. ‘해’ 역할이 정말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고 힘들기도 했고 기도도 많이 했어요. 덕분에 제가 원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연습과 정이 매번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노래 역시 많은 표현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는데 전보다 더 넓게 생각하며 부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발전해나가고 싶어요.

2020년 가장 잘한 일, 가장 아쉬운 일, 그리고 이제 곧 다가오는 2021년 1월, 한 해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2020년 가장 잘한 일은 성경책을 처음으로 일독한 거예요. 그 전에는 사실 즐겨 읽지를 않았어요. 예배시간에 조금씩 읽는 정도였는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죠. 지금은 매일 2장 씩 성경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잘한 일은 <팬텀싱어3>라는 프로그램에 나간 일입니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곳에서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거든요.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일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안타깝게도 공연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어요. 언젠가 다시 웃으면서 볼 날이 있겠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기 전에 좋은 사람으로 먼저 기억되고 싶어요. 일을 하기 위해 만났으니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기 때문에 매번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저는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서로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훗날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최민우 정말 좋은 배우지~” 라는 말도 너무 좋겠지만,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이 나온다면 저는 엄청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예쁘게, 선하게, 책임감 있는 배우로 활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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