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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김한이라면_클라리네티스트 김한

김한이라면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근차근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그에게 들뜬 마음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editor 이민정

 

 


클라리넷 독주를 들을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할까. 고백하건대, ‘김한’이라는 이름도 클라리넷 연주자로서 기억하기보다, ‘한국을 빛내는 클래식 별’이라는 일간지의 기획 기사 혹은 ‘해외 유수한 콩쿠르 수상’을 통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의 김한을 ‘잠깐’ 본 적이 있다. 2018년 12월 업로드된,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라흐마니피아노협주곡 2번 영상(김한은 2018년 하반기부터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으로 입단했는데, 영상에는 반갑게도 조성진과 김한 외에 오보에 연주자 함경도 보인다). 그는 2악장의 짧은 독주 파트를 통해 전 세계 지구인에게 클라리넷이 밤하늘의 빛나는 별무리만큼이나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들려주었고, 내게는 클라리넷이라는 미지의 악기에 대한 호기심에 발동을 걸어주었다. 

그런 그가 올해부터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관객들과 한결 친밀하게 깊고 넓은 클라리넷의 영역을 들려준다. 2007년 고작 11세의 나이로 금호영재콘서트의 첫 독주회를 통해 자신의 표현력과 재능을 알렸고, 2010년 금호영재콘서트 신년 음악회 무대에서는 한국 관악계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이후 2013년 금호라이징스타 시리즈, 2019년 금호아티스트 시리즈,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실내악 무대까지 오랜 시간에 거쳐 금호아트홀과 음악적 성장을 함께했기에 청춘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지금, 음악가로서 그의 온전한 이야기들을 금호아트홀 무대에서 듣는 일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순 같다.

(c)Sangwook Lee

 

 

 

2021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신 점 축하드립니다. 올 한해 한국 관객들과 더 가까이서 자주 뵐 수 있게 되었어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7년 금호아트홀에서 첫 독주회를 가졌던 만큼 저에게는 정말 뜻깊은 장소인데, 상주음악가로서 이곳에 다시 서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럽습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에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 같고, 한국 관객분들께 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몹시 기대됩니다. 

워낙 어릴 때부터 한국의 목관악기 주자의 대명사였죠. 기대와 관심이 큰 만큼 스스로는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많은 이들이 ‘잘 커주어서 고맙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장기 때 주위의 기대와 부담을 이겨낸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항상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관심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스스로 제 음악에 자신이 없던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음악에 확신이 생긴 후에는 주위의 시선에 맞춰 제 결정을 내리기보다 제가 가는 길이 맞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관객분들께서 그 부분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올해 <On Air : 지금부터 만나는, 김한>라는 주제로 4회의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의 첫 관악기 주자로 선정된 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1월, 6월, 10월, 12월 총 4회의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무반주곡을 비롯해 실내악, 재즈, 현대 음악 등 장르와 편성을 가리지 않는 클라리넷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실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1년 1월 7일에 선보이는 신년음악회 때는 어떤 곡을 들려주실 예정인가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드릴 수 있는 레퍼토리로 준비했습니다. 1부에서는 2007년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13년간 갈고 닦아 깊어진 음악으로 다시 들려드리고 싶고, 2부에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연주자님들에게 인기 높으신 일리야 라쉬코프스키(Ilya Rashko vskiy)와 꽤 함께 하신 걸로 압니다. 이번에도 함께 하시게 되는데, 일리야는 어떤 피아니스트인가요.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는 2013년 작곡가 류재준 선생님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함께 초연했었어요. 피아노 소리가 무척 청아하고 깨끗했던 기억이 납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소리를 잊을 수가 없고요. 일리야 씨가 한국에 거주하게 되면서 독주회도 자주 했는데, 제가 어떤 음악을 해도 맞춰줄 수 있는 유연한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연주했던 곡이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그 곡을 만났을 때 해석과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죠. 지금의 해석으로 다시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으신가요. 
제가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하게 될 카를 마리아 폰 베버의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Op.48’은 2007년 제 첫 독주회의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이 곡을 연주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피아노의 비중이 다른 곡보다 높아서 피아니스트들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이번에 일리야 씨와 이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대됩니다.

아직 꿈을 꾸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하기도 한 나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미 많은 성과를 보여준 김한에게도 실패와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을까요. 
저도 다른 연주자들처럼 많은 콩쿠르에 나갔었고, 운 좋게 좋은 결과가 있던 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문계 고등학교였던 저희 학교(이턴 칼리지)의 교내 콩쿠르에서 취미로 음악을 하던 친구에게 밀려 1등을 못한 적도 있었죠. 그땐 정말 악기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싶을 만큼 많이 좌절했었어요.(웃음) 하지만 실패가 두렵지 않게 된 계기는 원하는 것을 얻고 난 후입니다. 2019년 저의 가장 큰 목표였던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 입상을 한 후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 예상했지만, 사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 실패하든 성공하든, 제가 원하는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난 후부터는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김한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치는 이는 누구인가요. 
주변의 젊은 연주자들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음악적으로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 콩쿠르에서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때거든요. 제 또래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하고 놀라면서 많이 배웠는데, 그 친구들이 가는 길을 보면서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친구들에게 그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c)Bonsook-Koo

젊은 연주자답게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도 적극적인데다 바이츠 퀸텟, 앙상블 디토를 통해 다채로운 활동 영역을 보여주고 계세요. 유럽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활동하기도 하고요. 이 모든 작업을 굉장히 유쾌하게 해내고 계신데, 이렇게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제 연주를 믿고 와 주시는 관객분들 덕분입니다. 솔로, 실내악, 오케스트라 모두 각각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제게는 모두 소중해요. 이 세 구성을 모두 병행하면서 클라리넷의 여러가지 면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감사합니다. 직접 연주회에 와주시는 관객분들께도 감사드리지만 오시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과도 음악을 함께 나누기 위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온라인 매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로 음악을 접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환경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관악기를 연주하는데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대개의 연주자들은 손이라고 답하시는데 클라리넷은 다를 것 같아요. 
예상하신 대로 폐입니다. 하지만 폐활량보다 중요한 부분도 있어요.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의 양보다 들이마신 공기를 얼마나 잘 조절해서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뇌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장에 갈 수 없으니 유튜브로 음악을 듣게 됩니다. 혹시 예전에 연주했던 곡을 자주 듣는 편이신가요. 어떤 느낌이 드나요. 
사실 유튜브에서 제 연주를 찾아 들은 적은 많이 없었는데, 신년음악회 때 연주할 곡들을 준비하며 지난 영상을 찾아 들어봤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은 연주였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음악이 좋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음악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일깨워주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너무 많을 때입니다. 연습하지 않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워낙 음식을 좋아해서 맛집을 자주 찾아다녔는데 코로나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걸 좋아해서 예능이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즐겨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음악은 한없이 학구적일 수도 있지만 또 한없이 본능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론을 통해서 곡을 분석하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감정에 호소하며 마음으로 연주하는 게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양면성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 이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사랑합니다.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다른 곳에서 어떤 곡을 들었을 때, ‘이 곡을 김한은 어떻게 연주할까?’ 라고 궁금하게 만드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ATTENTION, PLEASE!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기간 : 2021년 1월 7일 20:00
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 
프로그램 
: 라보 솔로 드 콩쿠르, 팬데레츠키 솔로 클라리넷을 위한 프렐류드, 베버 그랜드 듀오 콘체르탄트, 라이히 뉴욕 카운터포인트, 힌데미트 클라리넷 소나타, 미요 스카라무슈 
문의 :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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