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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성장의 시간, 빛나는 순간_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자 윌슨 응

성장의 시간, 빛나는 순간

지난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선임된 이래,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른 윌슨 응(Wilson Ng)은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대중과 음악적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서울시향의 정기공연을 마치자마자 12월에 예정된 생상스와 슈베르트 연주를 위해 수험생처럼 공부하고 있는 그는 서울시향과의 여행(Journey)이 언제나 즐겁다고 말한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장호


7월 초였던가, 윌슨 응의 소속사인 목 프로덕션(Moc Production) 의 홍보팀에서 이런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를 뚫고 윌슨이 ‘2020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어요. 입국 거부를 당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거의 노숙까지 하며 이뤄낸 결과라 정말 값진 상이었죠.” 홍콩에서 온 젊은 지휘자에 대한 얘기는 이미 지난해 서울시향의 부지휘자로 선정되면서 익히 들어왔 다. 국내외 젊은 지휘자 113명이 참여한 부지휘자 공개채용에서 서류, 지휘심사, 오케스트라 실연 심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는 것, 그리고 뒤이은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는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드보르자크, 라흐마니노프로 뜨거운 객석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소식이었다. 말러 콩쿠르 수상 직후 인터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가 10월 서울시향의 쇼스타 코비치 정기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12월 정기공연 준비를 시작하는 찰나에 드디어 실현되었다. 슈베르트의 악보책을 들고 스튜디 오에 나타난 그는 듣던 대로 패기와 자신감이 넘치고, 한없이 겸손했으며, 시시때때로 ‘서울시향과는 이제 서로 사랑하는 사이’를 강조하며 웃어 보였다. 

12월 정기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비제의 교향곡 C장조와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제1번 A단조 Op.33, 슈베르트 교향곡 제7(8)번 B단조, D.759 ‘미완성’이다. 참고로 공연의 전반부는 프랑스 레퍼 토리로 첫 곡은 비제가 만 17살, 파리 음악원에 재학 중이었을 때 과제로 만든 곡이다. 비제 자신조차도 잊고 있던 이 곡이 작곡된지 약 80년 후, 파리 음악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고 지휘자 바인가르트너에게 전해져 1935년 초연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로 첼리스트 양성원과 협연할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은 우아함과 낭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선율과 활력 넘치는 리듬이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마지막 곡인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아직까지 미완성인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 하지만 슈베르트의 작품을 깊이 사랑했던 브람스는 이 곡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양식적으로는 분명히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결코 미완성이 아니다. 이 두 악장은 어느 것이나 내용이 충실하며, 아름다운 선율은 사람의 영혼을 끝없는 사랑으로 휘어잡기 때문에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우스운 얘기가 있는데 ‘3대 폼 나는 남자 직업’ 이 전쟁 사령관, 프로야구 감독, 마에스트로라고 합니다. 
음… 글쎄요. 저는 그저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요.(웃음) 지휘자는 음악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도구 혹은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폼 나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2019년 1월부터 서울시향에 몸담고 있으니 꼬박 2년 동안 서울과 홍콩을 오가는 생활을 하십니다. 이제 서울 생활에 완전히 적응 하셨겠어요. 
홍콩과 비슷한 메트로폴리탄이라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지만 서울이 홍콩보다 큰 도시라 활동 영역이 넓어졌어요. 저는 예전부터 서울 같은 대도시를 좋아해서 빨리 안정을 찾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쇼스타코비치 얘기를 해볼까요. 지난 10월,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역동적이면서 굉장히 섬세했다는 평을 얻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좋은 무대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솔직히 쇼스타코비치 1번은 너무 어둡고 무거워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사하게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배려 해주셔서 깊이, 구석구석 연습할 수 있었어요. 오케스트라도 좋았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연습한 덕분에 저와 호흡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이 곡은 열아홉의 쇼스타코비치가 레닌그라드 음악원 작곡가를 졸업하면서 제출한 작품이었는데 그때가 1923년 무렵이에요. 어찌 보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라 불안하고 다채로운 그의 음악적 매력을 관객이 더 알아주신 것도 있을 거예요. 제 멘토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젊은 지휘자들이 알맞은 작곡가를 선택하여 그 세계를 깊게 공부하면 음악 전체를 배울수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할 수 있다고요. 저는 브람스와 베토벤도 좋아하지만 쇼스타코비치, 엘가, 말러를 정말 좋아해서 틈나는 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에스더 유와 협연했어요. 
이 곡은 에스더 유가 선택했어요. 그의 데뷔 레코딩 곡이기도 하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굉장히 안정적인 연주 실력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어요. 오케스트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뿐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퍼포먼스의 기준 또한 높아서 우리는 토의도 여러 번 했죠. 리허설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지휘자로서 협주곡과 교향곡을 다룰 때 어느 부분이 더 까다로운 가요. 
아무래도 협연자와 같이 해야 하니 협주곡이 힘들죠.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많아 괜찮아요.

숨돌릴 틈도 없이 12월에 두 번째 정식 공연 지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비제와 생상스, 그리고 슈베르트네요. 
서울시향이 저를 믿고 높은 예술성을 펼쳐야 하는 정기공연 무대를 다시 맡겨주셔서 영광이에요. 다른 관객과 다른 분위기에서 또 다시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벅차고 즐거워요. 프로그램은 제가 구성하지 않았지만 비제와 생상스의 경우, 저는 프랑스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그 나라의 언어를 즐겨 쓰기에 프랑스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한국 관객과 함께 할 수 있 기를 무척 고대해 왔어요. 다만 지난 9월, 티에리 피셔의 생상스 교향곡 제2번이 예정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오지 못하면서 그 곡 대신 비제 교향곡 C장조로 바뀌었어요. 2부에 있을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은 카라얀도 하고 번스타인의 레코딩까지 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한 곡이라 젊은 지휘자에게는 잘 허락하지 않죠. 그러고 보니 제가 참 행운아예요.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은 첼리스트 양성원과 협연합니다. 
이번 연주로 처음 만났는데 프랑스어를 잘하셔서 소통에 큰 문제가 없어요. 굉장한 실력자인데다 언제나 유쾌한 연주가세요. 

작년 교향악 축제에서 데뷔한 이래 부지휘자로서 서울시향과의 호흡이 향상되는 것을 시시때때로 느끼나요. 
그럼요. 서울시향을 만나 저의 모든 것이 달라졌는걸요. 음악적 수준, 공연을 준비하는 방법과 오케스트라를 다루는 방식까지요. 연습을 하고 리허설을 하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매번 향상됨을 느낍니다. 저는 물론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서울시향도 모두 발전했으면 좋겠고, 이 멋진 여행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입국 거부를 당하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갇힌 사건까지 겪으면서 말러 콩쿠르 3위를 했어요. 
입국 거부라는 말로 부족해요. 마치 저를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처럼 취급한 것은 물론 범죄자처럼 사진도 찍혔어요. 공항에서 흔히 보는 마약탐지견이 제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으면 겁이났죠. 콩쿠르 자체는 제가 늘 하던 거라 어렵지 않았는데 콩쿠르 장소까지 가는 여정이 굉장히 힘겨웠어요. 공항에서의 경험이 심적으로 부담스러웠고요. 가까스로 밤베르크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이미 두 번째 예선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방에서 30분 있다가 바로 1, 2, 3, 4라운드를 연달아 연주했어요. 모든 일정을 마쳤더니 에너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이렇게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나니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지만요. 

윌슨에게 말러 콩쿠르 3위는 어떤 의미일까요. 
상은 제게 별 의미가 없어요. 공항에서의 경험, 콩쿠르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완전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아주 아주 강하게 말이죠. 

지휘에도 콩쿠르가 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어요. 지휘자를 평가 하기에 콩쿠르가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콩쿠르가 스스로를 변하게 하지는 않고요, 개인적인 성장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콩쿠르는 지휘자가 단원들과 얼마나 소통을 잘하는지를 봐요.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있는지, 시간 활용을 얼마나 잘 하는지, 언제 포기하고 언제 다시 일어서는지, 소통에 있어서 얼마나 제스처를 잘 쓰는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내는지 다 중요해요. 판단력도 빨라야 하고, 오케스트라의 특성도 빨리 파악해야 하죠. 개인의 능력과 인간됨이 드러나요. 말러 콩쿠르는 다른 콩쿠르와 달리 4라운드까지 리허설을 해요. 단원들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더 많이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콩쿠르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제가 2등 혹은 3등을 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예요. 다른 사람이 더 잘하는 것 같은데 내가 왜 파이널까지 왔을까, 내가 왜 상까지 타는지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저는 음악을 엄청 좋아하고 제 음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콩쿠르에 참여했어요. 

홍콩에서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만큼 말러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듯합니다. 말러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으신가요. 
말러는 오케스트라가 세상을 포용한다고 생각하는데 저 역시 동의해요. 음악을 대하는 생각이 같아서 저는 꼭 말러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지휘자로서 필요한 덕목은 너무 많습니다. 윌슨은 스스로 어떤 부분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나요. 
저에게는 ‘리스트 노트’가 있어요. 콘서트를 할 때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항상 적어놓고 그걸 보면서 스스로를 향상시켜요. 내용은 비밀입니다.(웃음) 그리고 아시안으로서 서양의 문화를 배 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뮤지엄과 도서관을 끊임없이 가야 해요. 종교, 철학, 역사를 계속 공부하기 위해서요. 

윌슨에게 서울시향은 어떤 존재일까요. 
저는 언제나 ‘성숙한 여인’이라고 표현해요. 섬세하고 꼼꼼하지만 따뜻하고 열정적이죠. 이제 저의 소중한 가족이 된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 서울시향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ATTENTION, PLEASE

<2020 서울시향 윌슨 응의 슈베르트와 생상스>
일시 2020년 12월 5일, 6일 17:00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윌슨 응(서울시향 부지휘자 Associate Conductor)
협연 양성원
가격 R석 7만원|S석 5만원|A석 3만원|B석 2만원|C석 1만원
문의 158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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