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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어둠 속에 피어난 꽃_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연출가 데이빗 스완

어둠 속에 피어난 꽃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15주년을 맞았다. 초연부터 돈키호테의 삶을 다져온 연출가 데이빗 스완.  
작품을 향한 그의 마음은 알돈자를 마주한 세르반테스처럼 사랑으로 가득했다.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선진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연부터 함께한 연출가로서 소감이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맨오브라만차>는 제가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물론 연출가로서 자신이 연출한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고 말해야겠지만요. 그 말도 사실이긴 해요. 작품에 빠져들어야 잘 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맨오브라만차>는 유독 제 가슴에 와닿아요. 그러다 보니 매년 성공적으로 무대를 올릴 수 있었죠. 

그만큼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시간이 얼마나 있으시죠?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 힘들 정도예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겠죠.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라보게 되면 좋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는 선순환이 생긴다는 거예요. 사람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하나의 패턴을 가지고 행동하게 되잖아요. 그것을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면 달라진 세상을 만들 수 있겠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결국 주변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작은 영향력들이 모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해외에서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한국에서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으실 거라 예상하셨나요? 
아뇨. 상상 못 했어요. 연출을 맡기 전에는 이 작품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저 오래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죠. 그런데 마침 신춘수 대표가 제게 <맨오브라만차>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거예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진심이냐.”고 되물었어요. 그제야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 본 그 어떤 작품보다 아름다웠어요. 그때 인정했죠. 이건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고요. 작품이 주는 방향을 올바르게 따라가고 구축한다면 반드시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반대로 아주 나쁘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어떠한 뮤지컬 작품들은 쉬운 방식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맨오브라만차>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은 뉘앙스가 담겨 있기 때문에 연출이 적재적소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런 부분들을 놓칠 수밖에 없거든요. 흔한 실수로 돈키호테를 예로 들 수 있어요. 그가 알돈자를 보았을 때 느낀 아름다움이 진솔하고 순수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그저 우스꽝스럽게만 표현한다면 그 가치가 사라지는 거죠. 작품을 보면 돈키호테가 알돈자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게 하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해요. 심지어 알돈자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를 그렇게 보지 마라.”라고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는 계속해서 알돈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요. 그 부분에서 돈키호테가 가진 솔직한 인간성을 그려내야 관객들도 그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번 시즌에는 초연부터 함께한 류정한부터 조승우, 홍광호, 윤공주, 최수진 등 <맨 오브 라만차>가 걸어온 길을 함께한 배우들이 한데 모여 완전체가 된 느낌입니다. 기대가 크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제는 너무나 대단한 배우들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정말 무대에 갓 발을 들여놓은 풋풋함이 가득했어요. 특히 <지킬앤하이드>로 조승우 배우와 처음 만났을 땐 그가 20대 초반이었거든요. 류정한 배우도 그렇고요. 그리고 김호 배우는 저를 항상 즐겁게 만들어주는 배우 중 하나예요. 이들과 오랜 시간 무대를 함께 하다 보니 가족이 된 기분이죠.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라는 것 외에는 제가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예요. 이렇게 매 시즌 돌아와 주는 것이 너무나 고마워요. 제가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저를 사랑하길 바라죠. 

 

 

 

 

그동안 여러 차례 공연되었기에 신선함을 바라는 이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새롭게 더해진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매 시즌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지만 그게 주된 것은 아니에요. 큰 변화는 관객이 낯섦을 느끼게 만들거든요. 관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선에서 변화를 주긴 해요. 조명 같은 조금 더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부분에서요. 변화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기존 관객들이 “내가 좋아했던 부분이 어디 갔지?” 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작지만 새로운 연출 지점을 찾는 게 도전과제 중 하나예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극의 모든 것이 이전과 완전히 같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많은 것들이 너무 과하게 변화하면 안 되죠. 엔딩 부분에서 인물이 갑자기 우주로 날아간다던가 그럴 순 없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체스 장면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겨요. 아주 영리하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도 언젠간 변화를 줘 보고 싶긴 해요. 덧붙이자면, 최근 공연계 미투 운동도 있었기 때문에 알돈자가 납치당하는 장면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사실 그 장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그의 아픔을 함께 느껴야 이어서 나오는 장면이 더 크게 와닿을 것이고요. 하지만 여성 관객들이 불편함이나 플래시백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도 지난번과 동일하게 톤 다운시키려 노력했죠.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선 모든 캐릭터를 사랑해야 하죠.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려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모든 순간을 즐기는 산초의 긍정적 마인드도 그렇고요. 또 알돈자 같은 경우 고통을 지나고 나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어요. 

작품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찾아온 관객이나 배우에 관해 언급하신 적이 많은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처음으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누구인지 말할 순 없지만 젊은 여성 배우인데요. 공연이 끝나고 찾아와서 “공연을 보고 나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깨닫게 됐어요. 돈키호테가 한 것처럼 저도 제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따르려고 해요.” 라고 말했어요. 이후 다른 직업으로 새롭게 출발했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어요. 작품이 삶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이런 식으로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죠. 

그들처럼 <맨오브라만차>를 통해 변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오랜 시간 작품을 해오며 서서히 변화했기 때문에 하나를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했고요. 때로는 연출이 정말 어려울 때도 있거든요. 관객들이 무엇이 좋아하고 그들을 어떻게 하면 만족시킬 수 있는지 늘 고민하는데, 제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관객들도 바라보고 공감해주길 바라죠.  

곧 2021년이 다가옵니다. 2021년에 새롭게 연출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요? 
모든 작품이요! <맨오브라만차>만 생각해봐도 연출하기 전까지 좋아할 줄 몰랐거든요. 새로운 작품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여정은 언제나 행복하죠. 사실 아직 한국에 올라오지 않은 작품 중에서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는데, 말해버리면 “데이빗 스완이 하기 전에 하자.” 라고 할까 봐 비밀로 할게요.(웃음)

 

 

Attention, Please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기간 2020년 12월 18일-2021년 3월 1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출연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윤공주, 김지현, 최수진, 이훈진, 정원영 외
연출 데이빗 스완
문의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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