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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봄이 오는 소리_연극 <아마데우스> 배우 이봄소리

봄이 오는 소리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배우 이봄소리 주변에는 이상하리만큼 봄의 기운이 가득하다.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지연


 

 

 

 

 

뮤지컬 <마리 퀴리><차미><썸씽 로튼><광주> 그리고 연극 <아마데우스>. 이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배우 이봄소리가 밟아온 길이다. 쉼없는 이어달리기에도 그는 한점 흐트러짐 없이 빛났고, 당찬 모습으로 관객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2012년 앙상블로 무대에 선 배우가 8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름 달린 배역으로 대극장에 서기까지. 누군가에겐 그저 행운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안엔 전쟁터보다 더한 치열함이 있었다.

 

얼마전 <아마데우스> 첫 무대에 섰어요. 처음 참여하는 작품인데 어떠셨나요?
첫공 끝나고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두통이 밀려오는 거예요. 긴장을 엄청나게 했구나 싶었죠. 학교 다닐 때 연극을 많이 하긴 했지만, 데뷔한 이후로는 계속 뮤지컬만 해왔거든요. 오랜만에 연극을 하는 것이다 보니 굉장히 긴장되더라고요.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마쳤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앞으로 긴장이 조금씩 풀릴테니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봄소리’ 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뮤지컬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배우로서 <아마데우스>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우선 저보다 팬분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 같아요. 저는 학교에서 쌓은 경험이 있기에 낯설지 않지만, 제 연극 무대를 처음 보는 팬분들 입장에서 어떻게 비칠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도 했죠. 또 살리에리와 모차르트 곁에 있는 조연으로서 어떻게 적재적소에 묻어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어제 공연이 끝난 뒤 마치 연기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기분이 들었어요. 잘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연습 도중 ‘이 부분에는 노래가 나와야 하는데’하고 몸이 근질거리진 않았나요?
볼프강하고 싸울 때,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아 이럴 때 뮤지컬이었으면 죽여주는 넘버가 나왔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사람들 눈물을 쏙 빼는 장치! 음악이 가진 힘이 크잖아요. 뮤지컬의 좋은 점은 배우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아도 음악으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거든요. 하지만 연극 같은 경우 카메라로 표정을 담아 스크린에 전시할 수도 없으니 온전히 제 연기로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연극이 가진 무게가 무겁구나 했죠. 앞으로 갈 길이 멀구나 싶기도 했고요.

 

콘스탄체를 어떻게 표현하고 계신가요.
(홍)서영 콘스탄체와 제 콘스탄체는 다르고, 심지어 살리에리 중에서 (차)지연 언니를 만났을 때 또 달라요. 캐릭터가 계속 변화무쌍해요. 서영이는 순수한 면을 부각하는 동시에 볼프강을 사랑하는 면을 살렸고요. 저는 조금 더 계산적인 콘스탄체예요. 어떻게 하면 살리에리한테 우리 볼프강을 꽂아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우리 볼프강을 성공의 길로 이끌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와 거래하고 싶어 해요. 그러나 볼프강 하고 있을 때는 너무나 죽이 잘 맞는 한쌍의 커플이자 엄마 같이 이 사람을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그런 콘스탄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있을까요?
살리에리 집에 찾아갔을 때예요. 사실 그 장면에서 제 행동을 의아하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눈길이나 제스처 같은 게 확연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거든요. 살리에리와 거래하러 왔으나 그가 원하는게 생각보다 너무 큰 그림이라 ‘어라? 네가 그렇게 나와? 안 해.’ 하고 수를 던지는 거죠. 콘스탄체의 똑똑함, 명석함, 눈치 빠른 면모 이런 것들이 보이는 장면이에요. 저한테는 그 장면이 살리에리랑 정면으로 부딪치며 머리싸움 하는 장면이라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콘스탄체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사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초연 콘스탄체 느낌이 많이 묻어있어서 지금과 같이 계산적이고 당찬 모습의 콘스탄체를 만드는 게 힘들었어요. 초연은 마냥 밝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느낌이었거든요. 새롭게 만든 콘스탄체랑 기존의 콘스탄체가 어떻게 하면 잘 버무려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2020년은 감히 이봄소리의 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꾸준하게 작품을 해오셨어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신 것 같나요.
올해는 저 스스로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대견하다.’ 라고 말할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누군가는 “이 작품도 하고, 저 작품도 하고. 집중되겠어?”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런 말을 안 들으려고 노력을 아주 많이 했어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집에 있지도 못했고 제 생활이라는 게 없을 정도였죠. 매순간 배역의 삶을 살았어요. 너무나 바쁘고 힘들었지만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해였다고 생각해요.
올해 하신 역할 모두 제 옷을 입은듯 어울렸지만, 특히 <차미> 속 차미 역할은 통통 튀는 매력이 돋보여서 ‘이봄소리’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 같아요. 처음 차미 역을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사실 멘붕이었어요. 이지나 선생님께 “저는 미호 같은 아이인데, 차미를 시켜주시면 어떡하나요.” 라는 투정도 부렸었죠. 그런데 선생님은 단호하게 “너는 차미야.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차미야.” 라고 하셨어요.(웃음) 그땐 제가 무대에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 평소 모습대로 친구들이랑 놀듯이 연기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연출님도 무대에서는 금지될 게 없으니 자유롭게 연기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죠. 그러다 보니 제 차미는 다른 차미들보다 코미디에 강하고 용맹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리퀴리> 안느 역도 정말 호평이 많았죠. 안느가 겪는 일들을 유쾌하게 볼 수는 없지만 이봄소리 배우의 안느는 사랑을 많이 받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두 번의 <마리 퀴리> 공연은 어떤 기억으로 남으셨나요.
처음 시작할 땐 <차미>랑 똑같았어요. 저는 늘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로 하진 않아요. 텍스트가 저를 짓누르는 느낌이고 두렵기도 하거든요. 작품 속에서 마리가 돌을 으깨서 수천 번 휘젓고 액체로 만들듯이, 저도 텍스트를 깨고 부수고 어떻게든 그 역할에 다가가려고 많은 힘을 들이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호평을 받았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재공연이 왔을 때, 관객분들이 가지실 기대에 또 두려움이 생겼었어요. 그 전에 이만큼 좋은 소리를 들었는데 ‘똑같네.’ 혹은 ‘저번보다 별로네.’ 이런 소리를 들을까 봐. 이전에도 너무 열심히 했는데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러한 고민 끝에 저만의 안느를 완성했죠. ‘이 사람이 내 편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든든하고 정의롭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 그렇게 표현된 게 참 감사한 일이죠. 저 또한 안느처럼 살고 싶고요.

올해 만난 작품 중 가장 나와 닮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닮은 건 안느겠죠. 제가 안느만큼 멋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직공들이랑 함께 있는 모습이나 정당하지 않은 일을 마주쳤을 때 대하는 태도 같은 면이 닮은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을 보면 안느가 상황을 똑똑하게 헤쳐나가는 편은 아니에요. 굉장히 감정적이고 일단 부딪히고 보죠. 저도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안느가 마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잖아요. 누군가를 덕질하는 모습이 저와 닮기도 했고요. 제가 전미도 선배님을 너무 존경하거든요.

 

반대로 나와 정말 다른 삶을 산다고 느꼈던 캐릭터는요?
콘스탄체요. 저는 일단 바람피우는 남자! 돈도 못 버는데 바람 피우고 온갖 고생시키는 남자와 굳이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해요. 저였으면 모차르트 머리를 밀어서라도 일을 시키든지 했을 텐데.(웃음)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게 있을 때 남성에게 기대어 제안하는 편은 아니에요. 콘스탄체의 행동이 이해되긴 하지만, 인간 이봄소리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캐릭터와 싸우고 그랬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공부도 됐던 것 같아요.

 

배우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 중 하나가 작품 속에서 만난 인물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번 해 5가지의 삶을 살아봤는데 가치관이나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차미와 안느가 제게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아요. 먼저 차미를 보면서 ‘인정하는 용기’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그의 재능이 질투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차미는 자신의 본 모습이자 전혀 다른 모습인 미호를 보고도 그를 사랑하고 응원할 줄 알아요. 그런 면에 있어 상대방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큰 그릇을 배웠죠. 안느는 이토록 정의라는 단어에 가까운 인물이 있을까 싶어요. 제가 불합리한 일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만든 인물이거든요. 안느는 제게 차미와는 다른 용기를 준 것 같아요. 타인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 둘 다 참 멋있는 캐릭터예요.

배우 이봄소리를 떠올렸을 때 ‘강인한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사랑스러우면서도 그 속에 강인함이 깃든 느낌. 아무래도 그동안 보여주신 작품 속 캐릭터의 영향이 크겠죠. 관객에게 어떤 배우로 보이고 싶나요.

예전부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선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거든요.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선물을 받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굳이 저를 보기 위해 오지 않으셔도 ‘오늘 이봄소리 배우가 나오네. 나는 이 배우만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더라.’ 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데뷔 후 어떻게 보면 빨리, 어떻게 보면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찾아주시는 관객들도 많이 늘었을 것 같고요.
이게 웃기지만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이 늘었다는 걸 SNS로도 느껴요. 처음에는 지인이랑 이야기하던 공간이었는데 점점 팬분들이 팔로우해주시면서 이제 팬들이랑 소통하는 창구가 된 거죠. 또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것들이 금지되었지만, <마리 퀴리>와 <차미> 할 때만 해도 편지를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선물보다 손편지 받는 걸 좋아해요. 어떤 날은 공연 끝나고 편지를 읽다 울기도 해요. 이렇게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주실 수도 있구나 하고요. 그래서 가끔 너무 힘들 때나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 편지를 보면서 힘을 많이 얻어요.

 

김다혜라는 본명으로 좀 더 알려지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마음이 드는 적은 없었을까요?
저는 제 예명에 아주 큰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생긴 적은 없어요.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바꾸고 더 잘된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춘성’이라는 제 별명이 너무 좋아요. 사실 팬분들이 저를 춘성이라고 부를 줄 몰랐어요. 민영기 오빠와 고은성 오빠가 제가 이름을 바꾸자마자 “봄 춘, 소리 성 이네.” 라고 장난치셨던 건데, 이들이 이야기한 것이랑 별개로 팬분들이 저를 그렇게 부르고 계셨던 거예요. 이봄소리보다 춘성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그래서 요즘 게임을 하거나 아이디를 만들 일이 생기면 무조건 춘성으로 지어요.

 

남은 2020년은 <아마데우스>와 <광주> 지방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텐데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스스로 여기까지 온 게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고요. <광주>도 마지막 지방 공연인 광주에서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고, <아마데우스>도 1월까지 진행될 텐데 한 해의 시작과 함께 끝을 맞이 하겠죠. 올 한 해는 더 바랄 것 없이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ATTENTION, PLEASE
연극 <아마데우스>
기간 2020년 11월 17일-2021년 1월 17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가격 VIP석 9만9천원 | R석 8만8천원 | OP석 8만원 | S석 7만7천원 | A석 6만6천원
출연 지현준, 김재범, 차지연, 최재웅,
백석광, 박은석, 김성규, 강영석, 이봄 소리, 홍서영 외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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