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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차곡차곡 쌓은 마음_연극 <올드 위키드 송> 이재균·정휘·최우혁

차곡차곡 쌓은 마음

 

각자의 이유로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을 찾아온 세 배우.
이재균, 정휘, 최우혁은 스티븐이라는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editor 손정은 place 아뜰리에101


 

 

왼쪽부터 배우 최우혁, 정휘, 이재균.

 

 

 

괴짜 교수 마쉬칸에게 노래를 배워야 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독특한 교수와 까칠한 학생의 음악 수업은 외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마음을 열며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두 사람. 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별개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소품이 하나 있으니, 바로 페이스트리다. 공연이 끝난 후 빵집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이 소품은 극의 중간중간에 등장해 두 사람의 수업에 함께한다. 얇은 층을 겹겹이 쌓아 만든 페이스트리처럼, 수업이 진행될수록 마쉬칸과 스티븐의 유대감도 한 층씩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래서 시어터플러스가 준비한 아주 특별한 수업. 두 달 동안 공연마다 페이스트리를 먹어야 하는 스티븐 역의 세 배우를 베이킹 클래스로 초대했다. 비록 페이스트리 대신 마들렌이었지만 직접 빵을 만들며 이재균, 정휘, 최우혁에게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음악극이긴 하지만 연극의 형태에 가까운 공연입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정휘 저는 <에쿠우스> 이후로 오랜만에 연극을 하는 건데, 그동안 연극에 대한 목마름이 좀 있었어요. 연극을 하고는 싶었지만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이번 대본을 받았는데, 읽자마자 작품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좋은 점들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이재균 저는 대본도 물론 좋았지만 선생님들과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남명렬 선생님이랑은 예전에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을 같이 해서,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고요. 남경읍 선생님도 언젠가는 꼭 한 번 같이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휘와 우혁이 같은 배우를 또 어디서 만나보겠습니까. 저 잘나가는 친구들은 어떤 친구들일까.(웃음) 그래서 꼭 같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최우혁 배우는 그동안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다가, 연극은 이번에 처음 참여하시는 거죠.
최우혁 연극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1년 반쯤 되었는데, 첫 작품이니까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이 작품의 대본을 처음 읽었는데 잘 표현해내고 싶은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2인극이라는 것에 끌렸어요.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품을 잘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한테 노하우를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공연 소품으로 페이스트리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베이킹 클래스를 준비했습니다. 평소에 베이킹에는 관심이 있으셨나요?
정휘 저는 원래 베이킹 좋아해요. 그런데 집에서 자주 하기는 힘들잖아요. 빵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런 시간을 가지니까 재밌어요. 너무 좋아요.
최우혁 저는 누나가 두 명인데, 둘이 집에서 매일 이러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누나들이 남자친구 준다고 빼빼로 같이 만들고, 쿠키 만들어 놓으면 포장하고. 그래서 10대 때 많이 만들어봤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할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만드니까 신기하네요.
이재균 저는 빵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한식을 좋아하거든요. 옛날에 집에서 호떡믹스로 프라이팬에 호떡은 많이 해 먹었어요.

아직 연습 초반이긴 하지만, 세 분의 스티븐이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서로의 스티븐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이재균 일단 휘는 등장할 때부터 귀여운 느낌이에요. 자기는 뭔가 하고 있는데 ‘아이고 귀엽다.’ 이런 느낌이 들어요. 목소리에서부터 소년의 미성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방황하는 청춘의 느낌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우혁이의 스티븐은 등장부터 ‘성질 제대로 나면 큰일 나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외모에서도 강한 느낌이 있어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멋있고요. 목소리도 좋고 성악도 오래 배우고 있어서,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도 소리가 엄청나요.
최우혁 재균이 형은 완성된 후가 진짜 궁금하긴 해요. 저 형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서 볼 때마다 ‘저기서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휘 형은 절제되어 있어요. 장면장면에서 더 심하게 나가지 않고, 어떤 부분에서는 본인만의 해석으로 다르게 연기하고. 그런 것들이 서로 다 달라요. 셋이 너무 달라서 비슷한게 하나도 없어요.
정휘 재균이 형은 날 것의 느낌이 있어요. 날카롭다고 할까. 그런 부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형의 날선 느낌이 스티븐과 되게 잘 어울려요. 우혁이는 재균이 형이 말했듯이 피지컬적으로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딱 봤을 때 까칠하고 건장한 청년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안에서 이 친구만의 반전 표현이 있어요. 오히려 더 여리다고 해야 하나. 슬퍼요, 되게.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스티븐을 들여다볼까요. 스티븐을 연기하며 스스로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지점이 있나요?
이재균저는 굉장히 많다고 느꼈어요. 어떨 때는 날카로울 때도 있고, 장난기가 많을 때도 있고. 어떤 순간에는 진지하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 스티븐에게서 다양하게 나타나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누구든 자기랑 비슷한 지점들이 많다고 느낄 것 같아요.
정휘 스티븐을 하면서 즐거운 것 중 하나는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자제할 때가 많잖아요.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스티븐은 그런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친구예요. 그런 면에서 제가 마음속에 담아왔던 것들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리 만족이라고 해야 하나,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최우혁 저는 스티븐의 냉소적인 느낌이 비슷해요. 제가 평소에도 툭툭거리면서 표현하는 편이라서요. 그런 부분이 연기할 때 편하기도 하고 캐릭터에서 드러나는 것 같아요. 대신 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엄청나게 툴툴거리다가 갑자기 감정적으로 되고.
이재균우혁이는 스스로 툭툭거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애교가 엄청 많아요. 메시지로 맨날 하트 보내고, 자기 집에 빨리 놀러 와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근데 또 연기할 때는 순간순간의 집중력이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저는 장난기가 많아서 중간에 장난도 많이 치고 그러는데, 우혁이는 장난치다가도 갑자기 탁 집중하더라고요.
정휘 같은 역할이지만 저희도 너무 달라서, 세 명이 각자 어떤 캐릭터로 완성될지 기대가 많이 돼요.
마쉬칸과 스티븐은 첫 만남부터 삐걱대지만 차차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감정선을 잘 전달하기 위해 특히 신경쓰고 있는 장면이 있나요?
이재균첫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티븐이 저런 예민한 성격에, 슬럼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왜 굳이 저 사람과 수업을 하는 지가 첫 장면에 다 들어가 있거든요. 그 부분이 대본에 쓰인 대로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면 작품이 정말 잘 나올 것 같아요.
최우혁 저희가 항상 같이 얘기하는 부분인데, 1막 1장을 잘 쌓아두는 게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신경이 많이 쓰이고,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이재균두 사람의 관계가 일정하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다가도 말 한마디에 다시 거리감이 생겨요. 어떤 지점은 가까워지고 있는데, 또 다른 무언가는 멀어지고 있어요. 그 부분을 어떻게 연기로 잘 살려 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휘말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지만, 배우들이 생각하는 인물의 심리 상태를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느끼게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잘 맞춰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세대를 뛰어넘은 교감, 홀로코스트, 슈만의 음악 등 눈여겨볼 포인트가 많은 공연입니다. 작품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최우혁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얻었을 때 오는 희열감이 있어요. 의외성에서 오는 기쁨. 그런 부분에서 ‘나도 저런 순간들이 있었지.’ 싶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이재균우혁이가 말한 부분이 진짜 공감돼요. 평소에 연기를 할 때도 ‘이 장면은 잘하고 싶어.’ 라는 부분이 있고 어떤 것들은 장면 간의 연결을 위해 흘러가는 대사들이 있는데, 가끔은 흘러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0.1초의 대사 때문에 갑자기 커다란 감정이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 오는 묵직한 느낌. 그것처럼 스티븐이 처음에는 마쉬칸한테 아무런 기대도 없었는데, 결국 그 사람한테 가장 큰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게 돼요. 그 부분이 작품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만드는 지점인 것 같아요.

연말을 맞이해 많은 작품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 관객들이 <올드 위키드 송>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품을 마음껏 자랑해주셔도 됩니다.
최우혁 자랑은 너무 많죠.
정휘 이 작품이 연말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원하는 화려함이나 신나는 부분은 없을 수도 있어요. 대신 생각할 거리를 만들고 진중하게 보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의 큰 울림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극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이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세다고 느끼거든요. 물론 저희가 잘 해야겠지만요.
이재균연습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연기하는 마쉬칸을 보면 굉장히 놀라운 지점들이 많아요. 그 놀라움을 제가 가까이에서 경험하다 보니까, 남명렬 선생님과 남경읍 선생님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보러 올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우혁유대인과 나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사람 대 사람이거든요. 대사에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지만, 사실 따져보면 일상생활에 늘 있는 일이에요. 사람 사이에는 비밀을 숨겨두는 이유가 있고, 자기 상처를 숨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마쉬칸과 스티븐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함축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보는 공연과 내일 보는 것이 다르고, 모레 보면 또 다르고.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벌써 2020년의 막바지입니다. <올드 위키드 송>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게 될 텐데, 2021년의 목표나 소망이 있다면요?
이재균 모두의 마음이겠지만 코로나19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건강한 사회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공연장도 띄어앉기를 하고 있고, 관객분들도 불안한 마음이 항상 있잖아요. 이 모든 것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최우혁저는 좋은 것부터 먼저 보는 습관을 들이려고요.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만하고요. 사소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보려고 해요. 2021년부터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이재균그럼 나를 계속 봐야겠네.(웃음)
정휘 배우는 작년 시어터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목표로 ‘하던 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한 해 동안 목표는 달성하셨나요?
정휘조금 오버페이스였던 것 같아요. 너무 달린 것 같거든요. 아직 계획은 없지만 휴식이 필요한 순간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요즘 분위기 때문에 마음을 놓기가 어려워서, 재균이 형 말처럼 잘 정리가 되어서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네요.

마지막으로 <올드 위키드 송>을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최우혁 ‘단 한 번의 진심.’ 평생 숨기고 싶었던 것을 처음으로 꺼내놓고 두 사람이 교류한 순간이니까. 그런 점에서 ‘단 한 번의 진실’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재균저는 ‘재밌겠다.’ 저희 셋이 만드는 스티븐도 다르지만, 선생님 두 분도 캐릭터가 너무 달라요. 그래서 어떤 마쉬칸과 스티븐이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정휘저는 ‘이 아름다운 연말에.’로 하겠습니다. 연말의 따뜻한 감성에 잘 어울리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꼭 보러 오셔서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 이재균, 정휘, 최우혁과 함께한 ‘마들렌 베이킹 클래스’ 영상은 추후 시어터플러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업로드 됩니다!
(해당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전 방역 수칙 아래 촬영 되었습니다.)
ATTENTION, PLEASE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기간 2020년 12월 8일-2021년 2월 14일
시간 화-금 20:00 토·일·공휴일 14:00 18:00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가격 5만5천원
출연 남경읍 남명렬 이재균 정휘 최우혁
문의 02-367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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