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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충무로영화제를 감독과 함께_<디렉터스 위크> 민규동 감독

충무로영화제를 감독과 함께

12월 1일부터 5일까지, 충무로뮤지컬영화제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이 협업한 ‘충무로 영화제-디렉터스 위크’가 온라인에서 열린다.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새롭고 재미있고 내실있게’ 꾸민 민규동 영화감독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김선진


극장으로 선뜻 나서지는 못했더라도 어쩌면 올해 대중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덕분에 가장 많은 영화를 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작품’에 목말랐거나 영화감독들과 작품에 대해 격의없는 소통을 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코로나 시대에 영화감독들은 도대체 뭐하며 살고 있나 궁금하다면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에 주목해 보자.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감독의 영화제’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기존 영화제에서 흔히 보던 ‘작품상영’ 중심이 아닌, ‘감독 중심’이라는 점이 색다르다.

영화감독이 각각 모더레이터와 게스트로 참석하는 ‘쌀롱 드 시네마(감독이 감독에게 묻다)’는 국내 대표 영화감독들이 대거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남산의 부장들>의 우민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반도>의 연상호, <담보>의 강대규, <오케이 마담>의 이철하, <정직한 후보>의 장유정, <69세>의 임선애,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등 올해 상업·독립영화계를 달군 감독들이 영화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토론 프로그램인 ‘충무로 클라쓰’에는 <보건 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82년생 김지영>의 김도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 감독이 참석한다. 개막작은 ‘충무로 새(세)로 보다’라는 슬로건에 맞춰 충무로 15개 동의 이야기를 세로형 스크린에 담은 <The CMR>이다.

다섯 번째 충무로영화제의 부제가 ‘디렉터스 위크’입니다.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감독의 영화제’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제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중구문화재단에서 연락이 왔어요. 전적으로 맡아서 새롭게 운영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지금은 영화제작사가 모두 흩어졌지만 저도 충무로에서 데뷔를 했거든요. 지금은 충무로가 오래된, 혹은 낡은 느낌을 주는데다 현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영화인들 역시 충무로에 대한 애착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우선 ‘충무로’라는 영어스펠링이 읽기 어려워서 충무로의 영어 첫 자를 따서 ‘씨엠알 영화제’로 쉽게 브랜딩 했어요. 을지로가 힙지로가 된 것처럼 술잔은 낡았지만 새 술을 담으면 새 술이 된다는 마음으로요. 무엇보다 저널리스트와 평론가가 아닌, 감독들이 직접 만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감독들은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바보 같은 면도 있고 자신의 영화 스타일처럼 고집스럽고 집요한 면이 있어서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관객들도 좋아할 것 같거든요. 두 달 동안 기획을 하고 이번에는 프리 페스티벌이라는 전제하에, 내년에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중구문화재단이 그동안 4회 정도 영화제를 해왔기 때문에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한국영화감독조합도 지금껏 해온 여러 프로젝트나 사업이 있어서 서로 융합되는 기회로 삼고 있고요. 워밍업을 한 뒤 국제영화제로서 전망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개막작 <The CMR>이 흥미로워요. 중국 행정동을 배경으로 15명 의 감독이 ‘세로로’ 영화를 찍는다니요.
새로운 영화제, 새롭다, 새로운 거… 계속 고민하다 발음이 비슷한 ‘세로’까지 오게 되었어요. ‘뉴(New)’라는 의미와 ‘버티컬(Vertical)’의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는 거죠. 영화가 지닌 전통적인 개념이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진화와 변주가 격심해졌잖아요. 실생활에서 동영상을 세로로 찍고 감상하기도 하니까요. 오랫동안 해오던 가로 포맷을 뒤집으면서 영화 장르의 확장에도 도움이 되고, 감독들도 새로운 영화 언어를 시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15명의 감독이 그들의 시선으로 중구 안의 15개 동에 대한 이야기도 신선할 것 같고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공간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겠죠. 저는 15개의 단편을 1시간으로 묶고 편집하는 역할을 하고요. 감독들이 직접 개막작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충무로도 리빌드(rebuild)하는 콘셉트로 접근했습니다.

15분의 감독님들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이 되었나요.
한국영화감독 조합 홈페이지에 공개해서 모집했어요. 지원율이 4:1 정도였으니 많은 감독들이 참여한 거죠. 제작비가 크진 않지만 3분 45초 풀버전으로 네이버 TV에서 상영되고 3분 이하 버전으로 틱톡을 통해 상영됩니다. 로케이션 선정도 치열했어요. “여기 나 싫어요. 필동으로 바꿔주세요.” “덕수궁 찍고 싶어요.” “을지로 가고 싶어요.” 서로 합의해서 바꿀 수 있게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감독들이 잘 모르는 곳을 들여다 본다면 더 재미있는게 나올 것 같아요. 제가 <SF8>의 ‘간호중’ 작품을 세운상가에서 찍었어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지금은 낡고 우울해서 오히려 미래적인 이미지가 나더라고요.

지금까지 국내 영화제는 관객 위주였어요. 감독 자체가 장르인 영화제를 생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한국영화감독조합에 몸담고 있다 보니 감독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게 되고, 그 시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저희는 감독 중심의 행사를 꽤 많이 진행해왔어요. 감독들이 포스팅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르고 주차요원도 하죠. 관객과의 대화를 할 때도 다른 영화제에서는 기자나 평론가가 자신의 해석을 담은 질문을 통해 감독과 관객을 이어주잖아요. 저희는 감독이 다해요. 감독은 제작 과정을 다 알고 영화 프레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시선에서 질문을 할 수 있고, 관객 역시 더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느꼈죠. 코로나로 여러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속 영화 개봉이 미뤄지는 낭패감 속에서, 감독들이 실제 몸을 움직이면서 뇌세포가 살아있구나 느끼기를 바랬어요. 행사가 의미가 있다면 다른 영화제에서 못해주는 것들을 채워주고 싶고요. 그렇다고 감독들만 왔다갔다만 하는 행사는 아닌 게 감독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어서 배우, 스태프, 관객 등 많은 인물들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모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산 영화제나 부천 영화제 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디렉터스 위크라는 부제가 충무로 영화제의 새로운 타이틀로 브랜드가 지속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무로 하면 예전에는 ‘영화’라는 키워드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지역이 었는데 언제부턴가 영화와 멀어지게 되었어요.
충무로에 영화제작사들이 많았어요. 충무로의 자본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90년대 중반부터 영화계에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강남으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1990년대 최초의 멀티플렉스가 강변 역에 생기고 비슷한 시기에 삼성동 코엑스에 메가박스가 시작됐고요. 매니지먼트가 동시에 발달했는데 회사들이 대부분 강남에 위치하고요. 그러다가 상암동에 CJ E&M이 야심차게 생겼고 성수동으로 영화사가 이사하는 경우도 많고요. 4, 50년 넘게 쌓아온 것들이 급속도로 단절되긴 했어요. 다시 쌓는 것은 분명 시간을 요할 거예요. 마음이 오면 몸도 와야 하는데, 영화사들이 다시 올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만 여전히 충무로에는 놀고 싶은, 즐기고 싶은, 젊고 힙한 매력이 있어요.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오래 된 것이 주는 레트로의 취향이요. 정답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감독님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고,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서 젊은 놀이터로 바뀐다면 바랄 게 없어요.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젊은 에너지가 있는 곳이요. 아, 이준익 감독님 사무실은 아직 여기에 있어요. 여전히 정통 충무로 영화인이죠.

언택트 영화제라서 프로그램을 짜고 행사를 진행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원래는 오프라인 전제로 시작했어요. 저는 감독님들이 티켓도 발권하고 손님 안내도 하면서 막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코로나로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모두가 했죠. 어떻게 관객들을 참여시킬지, 기술적 결함 없이 라이브 송출이 부드럽게 이어질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녹록치 않지만 그럼에도 오프라인은 상영관이 한정적인데 반해 온라인의 경우는 몇 천 명의 관객도 가능하니까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 있어요. 다만 어떤 콘텐츠든 끝까지 보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정말로 자신을 장악하지 않으면 세상에는 볼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극장 안에서도 영화보다가 카톡을 하는 것처럼 압도적인 환경 안에서도 집중이 흐트러지니까요. 감독들은 관객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사로잡기 위해 애쓸 거예요. 적응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5일 동안의 주요프로그램 등이 굉장히 알차다고 생각했어요. 기획, 프로그램 구성, 행정적인 부분까지 굉장히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제일 못하는 감독 일을 때려 칠까요.(웃음) 기회를 주시고 또 원하는 대로 편하게 마음껏 펼칠 있도록 놀
이터를 마련해 주셔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이 많지 않지만 ‘쌀롱 드 씨네마(감독이 감독에게 묻다)’가 의미있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해오던 행사지만 극장의 한계 때문에 티켓을 구하지 못하는 관객들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오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시간도 단편은 1시간, 장편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까지 충분히 드렸으니,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적셔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윤제균 감독님과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의 공동대표세요. 이 단체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출범하게 되었나요.
2006년도에 결성이 되었고 현재 370명 정도의 감독님이 속해 있어요. 상업영화 감독보다 곧 장편영화 감독이 될 단편영화(독립영화) 감독이 더 많고요. 저희는 길드(guild)라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이익 단체입니다. 감독의 저작권을 챙긴다거나 어워즈, 다채로운 토크와 행사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죠. 개인으로 하기 어려운 일을 조합에서 관리해주는 거에 요. 미국의 경우 마틴스콜세지가 미국영화감독조합의 대표가 되면서 위상을 크게 올려놓기도 했어요. 우리도 미약하게나마 회원 감독들의 생산적인 삶을 위해 칭찬하고 위로하면서, 저는 2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표직을 맡게 되신 건가요.
전임 대표인 봉준호 감독님과 최동훈 감독님이 식사하자고 해서 나갔더니 대표직을 맡기시더라고요. 이런 거 못한다고 손사레를 쳤는데 갑자기 봉준호 감독님이 <옥자 메이킹 아트북>을 쓰윽 꺼내는 겁니다. 바로 넘어가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웃음) 임기는 3년인데 대부분 안하려고 하니까 연임을 많이 하세요. 예전에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하기도 하고, 총회 자리에서 무작정 이름을 부르고 마구 박수를 치기도 했죠.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들어오실 때 혹시 제 얼굴이 어둡고 심각하지 않나요?(웃음)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ATTENTION, PLEASE
<제5회 충무로영화제, 디렉터스 위크>
일시 2020년 12월 1일-5일
형식 온라인 기반 비대면 영화제
프로그램 개막작 The CMR충무로클라쓰, 쌀롱 드 씨네마(감독이 감독에게 묻다)한숨 토-크
문의 www.thecm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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