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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무조건 이창섭답게_뮤지컬 <명성황후> 배우 이창섭

무조건 이창섭답게

 

나이를 먹거나 군대를 다녀오면 사람은 변한다고 하지만 비투비(BTOB)의 이창섭은 예전 그대로였다. 여전히 개구쟁이고 여전히 성실하고 여전히 열망으로 가득하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김기만, 박혜정, 미셸, 전소현 hair 태현(미장원 by 태현) makeup 미애(미장원 by 태현)

 


 

 

 

 

알록달록한 슈즈 숍과 트렌디한 카페, 펍과 일본식 주점이 모여있는 성수동.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에 우리의 촬영은 시작됐다. 쏟아지는 스케줄을 하나씩 해결하느라-과장을 조금 보태-하루를 분초 단위로 나눠 쓰고 있는 그는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샐러드를 포크로 집어 입으로 넣을 때도 줄곧 하품을 했다. 하지만 촬영 준비를 마친 카메라가 움직이자 이창섭 특유의 재기발랄한 분위기, 유쾌한 웃음,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공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는 깔깔깔 웃으며 찍는 사람의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가끔씩 모니터를 보고는 “그리 멋지지 않은 저를 아주 기가 막히게 만들어 주시네요.”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게 만드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이런 촬영이 비록 그에게 일일지언정, 어느 틈에 모니터 속에서 웃고 있는 그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 속 청춘처럼 자유로웠고 초롱초롱한 눈빛에는 본능에 가까운 순수함이 묻어 있었다.

이창섭이 연기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3년 전 뮤지컬 <나폴레옹>의 뤼시앙 역을 맡았을 무렵 인터뷰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늦여름에 전역한 뒤 첫 작품으로 뮤지컬 <명성황후>의 홍계훈을 맡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알다시피 <명성황후>는 국내외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뮤지컬 대작으로, 조선왕조 26대 고종의 왕후로서 비극적이었던 삶뿐만 아니라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과 격변의 시대에 주변 열강들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명성황후의 고뇌를 담은 작품이다. 홍계훈은 명성황후를 연모하여 목숨을 다해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다. 이미 뮤지컬 <나폴레옹>의 뤼시앙을 비롯하여 <아이언 마스크>의 루이 14세&필립, <에드거 앨런 포>에서 에드거 앨런 포라는 캐릭터를 해왔던 그이기에 따져보면 그리 놀라운 소식도 아니건만, 제대 후 방송과 영상에서 보여주던 거침없이 웃기고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장면들은 홍계훈과 쉽사리 오버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홍계훈’이 탄생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무기라고 말하는 ‘무모함’ 때문만은 아니다. (쓰고 보니 무슨 성경구절 같은데) 이창섭은 끝없이 구하고, 얻을 때까지 찾고, 열릴 때까지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었다.

바로 다음주 월요일 ‘비투비 포유’의 컴백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엄청 바쁘죠?
언택트 시대에 맞춰서 거의 모든 일들이 콘텐츠 혹은 기록으로 남기는 일로 변하다 보니 하루종일 촬영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해요. 적응하는 중이고요. 무엇보다 전역하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가 봐요. 군대에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요즘은 계속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니까.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비투비 포유 컴백 무대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발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악이 정말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는 음악이라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 믿습니다.

전역 후 <명성황후>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감사하게도 몇몇 작품 제안이 있었는데 전부터 우리나라 역사극을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둘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거죠. 물론이 작품이 백퍼센트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건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 팀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욱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나아갈 방향의 본질이 흔들린 건 아니니까요. 운명처럼 제게 온 이 작품을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죠. 별 고민 없이 바로 한다고 했어요.

엄청난 대작에서 굉장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홍계훈 역할을 맡았어요. 홍계훈은 어떤 사람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홍계훈에게는 명성황후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0순위로 정해놓고 다른 일을 하잖아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목숨을 내어놓을 준비가 된 지고지순한 동시에 용감무쌍한 인물이죠. 작품 내에서 대사량이나 넘버가 많은 건 아니지만 연기와 음악뿐 아니라 신체를 꽤 많이 사용하고 무술도 해야 해서 저로서는 결코 쉽지 않아요. 솔직히 하겠다고 덥석 오케이를 했지만 대본을 읽을 때마다 부담과 겁이 마구 늘어나고 있습니다. 캐스팅을 보면 아시겠지만 뮤지컬계의 어마어마한 분들이 등장하시니 완전 막내인 저는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저와 같은 역할인 민성이 형(박민성 분)과 형렬이 형(윤형렬 분)만 봐도 경험과 연륜이 대단하시잖아요. 첫 번째 목표가 관객이 제게 이질감 을 느끼지 않도록 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입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성격마저 차분하게 변하는 것 같다고요.
기억해요. 근데요.(웃음) 뮤지컬할 때만 그렇고 제 본업으로 돌아오면 다시 텐션이 올라가더라고요.

<꽃보다 남자 The Musical>로 데뷔한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작품에 도전하고 있어요. 많은 아이돌 가수가 때때로 뮤지컬을 병행하지만 이토록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좋아한다는 뜻이죠.
저는 연기하는 게 정말 좋아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 연기는 해보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전달되는 라이브한 순간을 사랑해요. 2시간 반, 혹은 3시간 동안 제가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고, 기록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닌, 그 날의 제 컨디션과 날씨, 객석의 분위기, 공연을 하기 전까지의 모든 경험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죠. 그날의 홍계훈은 다음날 없어요. 이 사실이 저에게는 치명적인 매력이에요. 가수로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 뮤지컬에서 나오는 경험을 전 많이 했어요. 뮤지컬을 통해 제 음악에도 자극과 변화가 일어난 건 물론이고요. 3차원적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면 뮤지컬을 만나고부터 4차원으로 향상되었다고 해야할까요. 연기에 여러 가지 길이 있듯 음악도 다양한 감정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노래도 결국 4분짜리 연기니까 글자가 담긴 힘, 멜로디가 주는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굉장히 풍성해졌다고 생각해요.

공연 무대에 설 때마다 연기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했어요. 연기도 노력하면 느는 것 같나요.
음…네, 다만 노래는 집중해서 막 달리면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가거든요. 연기는 최단 기간에 늘지는 않아요. 죽어라 공부하고 연습한들 절대 속성이 없죠. 그런데 저는 연기든 노래든 노력보다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경험과 기억이 있어야 순간의 감정이나 상황을 더욱 잘 끄집어내서 융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스무살도 안 된 아이가 이문세 선배님의 ‘그녀의 웃음소리 뿐’을 부른다면, 글쎄요, 감동받을 수 있을까요. 노력은 기본이고 시간과 경험이 연기를 더 성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창섭에게는 누구도 갖지 못한 재능과 성실함이 있잖아요. 
저의 무기는 사실 무모함이에요. 뭐랄까, “아 몰라, 그냥 하는 거지 뭐”하며 막 들이대요. 예전부터 겁이 없는 이런 성격을 선배들과 회사분들이 좋게 봐주셨어요. 난 너의 그 대책없는 무모함이 좋다면서.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좋은 탤런트를 가지고 있구나, 칭찬을 듣기도 했고요. 알지도 못한 채 일단 도전하고 끝까지 해보는 편인데, <명성황후>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지금까지 단 한 작품도 열심히 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어요. 어떤 아이돌 가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자신의 좌우명을 되뇌이더라고요.
좌우명 같은 건 딱히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비슷한 게 생겼어요. “괜찮아, 군대도 갔다 왔는데!” 얼마전 너무 피곤해서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었거든요. 순간 혼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에요. 아니지, 해야지, 군대도 갔다 왔는데.

 

 

 

같은 팀의 서은광 배우가 하는 <썸씽로튼>은 어땠어요?
시간이 없어서 은광이 형 막공을 겨우 봤어요. <광주>는 아쉽게 못봤고요. 대사량이 엄청 많은데 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역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멋지더라고요. 셰익스피어 역할을 한 서경수 선배님은 세상에, 이렇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마지막에 두 배우의 애드립이 엄청났는데 서경수 선배님의 내공이 깃든 애드립을 은광이 형이 막힘없이 받아 치더라고요.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죠.

늘 장난꾸러기 같아서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30대가 되었더라고요. 스물과 서른은 많이 다른가요.
그 차이가 엄청 커요. 29살과 30살은 천지 차이예요. 이제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말과 행동을 할 때 ‘지금 하려는 게 스물아홉에 어울릴까 서른에 어울릴까’ 스스로 필터링하게 돼요. 숫자 하나 차이가 제 의식을 이렇게 변화시킬지 저도 몰랐어요. 고민도 많아지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깊어지고요.

한참 일을 안하고 있으면 여전히 불안한가요.
일이 없는 일주일, 이주일까지는 너무 좋아요. 그러다 슬슬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오죠. 일을 안할 때 오히려 저는 규칙적으로 살아요. 아침에 일어나 청소하고 운동하고 집에서 조금 쉬다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회사 가서 연습하고 저녁에 밥 먹고 집에 들어와서 일찍 누운 뒤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건강한 생활이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 해소하는 취미 같은 건 없나봐요.
요즘 진지하게 찾고 있어요. 일 외에 무언가에 푹 빠져서 즐기는 게 없더라고요. 게임도 해봤는데 2시간을 못 넘겨요. 찾게 되면 따로 연락드릴게요.

이창섭이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개인 유튜브를 해도 인기를 끌 거란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 잠깐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콘텐츠가 지나치게 넘쳐나요. 이미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서 열심히하는 연예인과 유튜버가 많아서 제가 조금 집중할 수 있을 때가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성격상 건드리기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대충하고 싶지 않거든요.

일을 할 때 플랜B와 C까지 생각하는 편이세요?
아뇨. 플랜 A를 잘되게 만들어요. 요즘은 가끔 대안을 생각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아예 그런 게 없었어요. 하나 하기로 했으면 무조건 성공시켜야죠.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전형적이지 않은 홍계훈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명성황후>의 제작사는 왜 홍계훈 역에 이창섭을 떠올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정말 여쭤보고 싶었어요. 진짜 모르겠어요.

<명성황후>가 탄생된 지 25주년이라 음악은 물론 의상, 무대 등 프로덕션이 새롭게 변화되는 시즌이죠. 홍계훈이라는 캐릭터에도 젊고 패기 넘치는 신선한 모델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앗, 정말 감사한 말씀이나 들으면 안됐을 얘기네요.(웃음) 이 작품이 배우 이창섭에게 난제인 것만은 분명해요. 엄청 큰 시험과 도전이 될 텐데, 소신과 책임을 다하는 배우로서 스스로에게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부디 무사히 해내서 <명성황후>의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홍계훈, 뮤지컬에 발을 내딛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홍계훈, 이창섭다운 홍계훈이 되도록 할게요.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기념 공연
기간 2021년 1월 6일-2021년 2월 26일
시간 20:00(화·목)|15:00 20:00(수·금)|
15:00 19:30(토)|14:00(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출연 김소현, 신영숙, 강필석, 손준호, 박민성, 윤형렬, 이창섭 외
문의 02-2250-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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