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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내일을 살기 위해_뮤지컬 <광주> 배우 테이

내일을 살기 위해

변화의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많은 사람 사이 합의된 내용이라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하지만 뮤지컬 <광주>는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관객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 나섰다공연은 어제와 오늘이 달랐으며오늘과 내일이 달랐다오로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다듬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완성된 <광주>. 편의대원 박한수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테이도 그 흐름 속에 묵묵히 자리했다.
editor 나혜인


ⓒNa Hye in

지난 8일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린 <광주>는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민주화 운동의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티브로 한다이들은 배경인 광주를 비롯한 국내 각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에 대해 테이는 벌써 서울 공연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 나질 않아요체감상 이제 첫 주를 맞은 기분이에요무대를 하면서도 계속 수정작업이 있었거든요호흡이 짧았던 것 같은 아쉬움도 있죠.”라고 소회를 밝혔다.
 
<광주>는 프리뷰 기간이 지나고도 계속해서 변화했다때문에 공연 초반과 후반의 관객 반응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공연에 오르는 배우들도 마음 편할 리 없었다몸에 익은 동선을 다시 짚어가야 했고 그에 맞춰 감정선을 쌓아가야 했다. “연출님의 성숙한 판단이라고 생각해요관객들관계자스태프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셔서 좋은 방향으로 또 다른 작업을 진행한 것이잖아요하지만 공연을 보시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수정 중이라고 느끼시는 거죠연출님도 본인이 의도한 바를 보여주기 위해새로운 것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요이 작업이 다른 뮤지컬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작업일 거예요그만큼 어렵지만 연출님께서 결단 내리시고 저희를 설득하셨죠.”
 
이번 작품은 테이와 고선웅 연출의 첫 만남. “부끄럽지만 잘 모르는 분이었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이어진 말속에는 고선웅 연출을 향한 굳건한 믿음이 가득했다. “뵙기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 실제로 뵈니까 제가 만나본 모든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어른이셨고너무 좋은 리더이자 선생님이셨어요그래서 연출님이 속상해하시면 덩달아 속상했어요제가 연출님의 뜻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나 라는 마음도 있었죠.”
 
그는 마지막 임무를 위해 광주에 파견된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로 분해 관객 앞에 섰다박한수는 무고한 시민들이 폭행당하고 연행되는 참상을 목격하는 과정에 이념의 변화를 겪는 인물로광주 민주화 운동을 가해자피해자제삼자의 시선을 통해 복합적으로 그려내야 했기에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처음에 야학교사 윤이건 역할로 캐스팅됐는데 못하겠다고 했어요윤이건은 광주 시민으로 살아왔던 뜨거움이 있어야 하잖아요하지만 제가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깊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을 거치더라도 인물에 녹여낼 자신이 없었어요오히려 저는 지금 맡고 있는 박한수에 가까웠죠.”
 
박한수를 이해하는 과정 중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군대 생활에서 몸소 느낀 바를 캐릭터에 녹여낸 것. “군 생활은 명령만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그 외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거든요그런 인생을 살다 말년이 되어 사회로 복귀할 때가 오면 현실을 바라보게 돼요박한수라는 인물이 딱 그 지점에 있어요시민으로서의 삶을 앞둔 인물이기 때문에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줄 알아요다시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거죠그래서 명령만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군인 신분이지만 마음속에 갈등의 씨앗이 자라나요.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행동하지?’라는아마 제대를 앞두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그렇게 시기적절하게 설정된 박한수의 모습이 저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제가 <광주>를 통해 민주화 운동을 배워가며 깨닫는 부분들이 있는 것처럼 한수도 광주 시민들과 부딪히며 깨닫게 되니까요.”
 
그가 무대에서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부분도 군인이라는 신분이었다. “군인 같은 모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저는 한수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연습 때부터 가장 좋아했어요제 군시절도 생각나고 함께 편의대원 역을 하는 친구들이 다른 작품에서 만났던 배우들이라물론 그 장면이 관객에게 거부감으로 다가갈까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어요무섭고 지저분해 보이면 어떡하나 하고그래서 그게 군인이야!’ 이랬죠.(웃음그런 모습을 보였던 사람이 변하는 게 충격적인 거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에 대한 질문에는 삼영이가 ‘영수는 형님이 죽인 거야.’ 라고 내뱉고 떠난 뒤 부르는 넘버가 있어요그 곡은 제가 연습실에서 완창해본 적이 없었어요이대로 무대에 올라도 될까 라는 걱정이 들 정도였죠.”라고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군인들도 나를 배신자라 칭하고 시민들도 내 탓이라고 말하고모든 것을 버리고 정의를 택했는데 삼영이마저 외면할 때 너무 아프고외롭고속상하고한편으론 이해도 되죠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있어요.”

ⓒNa Hye in

‘테이’라는 이름의 삶

2012년 뮤지컬 <셜록홈즈앤더슨가의 비밀>로 무대에 오른 그는 벌써 9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가수로 대중에게 첫발을 내디딘 그가 뮤지컬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는 ‘연기였다. “새로운 인물로 무대에 올라가는 게 즐거워요인물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것 같고요.” 
 
그동안 <명성황후><시티오브엔젤><여명의 눈동자><루드윅등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며 공연업계에 테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켜 왔다. “찾아주시는 컴퍼니들이 조금씩 생겨나니까 뿌듯해요한편으로는 스스로 체크를 많이 하는 타입이라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하고요그래도 여유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 보람도 느끼고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에너지도 생기고 있어요이번 연도 초반엔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이 올까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는데지금은 희망으로 바뀌었어요팬데믹 상황에서도 공연이 올라가고 있고 각자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서 사건사고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음악연기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그는 최근 라디오 DJ 경험을 살려 TBS TV <힐링스테이지 그대에게> MC로 나서고 있다. “대중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니까 웃음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거든요어렵긴 한데 슬슬 재밌어지려고 하고 있어요.”
 
앞서 뮤지컬 배우들도 방송에 초대하고 싶다고 밝힌 바눈여겨 보고 있는 작품이나 배우가 있냐는 물음에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은 뮤지컬 배우들을 무대에 모시고 싶어요될 수 있으면 많이.(웃음제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배우들부터 시작하려고 해요박혜나김찬호 부부가 나와주실 예정이고 김지철 배우도요최재림민영기 등 많은 분과 함께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짧은 스포일러를 남겼다.
 
<광주>는 오는 14일 고양을 시작점으로 부산전주광주에서 공연된다새로운 공연장에서 또 다른 무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걱정보다 기대로 가득했다. “무대 컨디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또 바뀌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저희가 작업 과정을 여러 번 겪었잖아요이제는 바뀌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생겨서 어떤 컨디션이든 이 인물로 살아있는 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기대됩니다어떤 무대가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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