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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_<봄 작가, 겨울 무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_<봄 작가, 겨울 무대>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신춘문예 희곡분야에 등단한 신진 작가들에게 새로운 장막 희곡 집필 기회를 제공하여 다양한 무대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의 연간 프로젝트다. 올해의 참여 작가로 뽑힌 이는 2020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준현, 이홍도, 임지수. 희곡이 무대화되어 가는 과정을 촘촘하게 바라보고 참여하는 이들로부터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ditor 이민정


김준현 작가

인상적인 희곡 3편(김준현 작가의 <프로메테우스의 간>, 이홍도 작가의 <미국연극/서울합창>, 임지수 작가의 <여름이 지나갈 때>) 모두 잘 읽었습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결정적인 이유 혹은 계기가 있었을까요. 
김준현 원래 쓰던 작품이 있었는데 한 번 엎었습니다. 한참 다른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프로메테우스가 장기매매를 하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어요.
이홍도 합창의 형식으로 된, 아카펠라처럼 대사가 쏟아지는 전위 연극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발상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총 5년에 걸쳐 전면 개작을 거듭했던 대본이라 창작 동기를 딱 하나로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네요.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작용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지수 초등학생 때 아주 오래된 식물원에 가족여행을 갔던 적이 있어요. 시설은 매우 낡았는데 거기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에 깊이 남아서 이번 희곡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낭독 공연이 있었습니다. 그 공연을 통해 작가로서 느낀 바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설레고, 긴장되고, 흥분되고, 아쉬운 마음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준현 신춘문예 단막극전이 코로나19로 취소됐었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이번 본 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홍도 여러 번 개작하다 보니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단어와 문장은 보이는데 이게 어떤 연극인지에 대한 확신은 점차 흐려져 가더라고요. 그런데 낭독 공연을 통해서 이 작품을 다시 봤고 최초의 구상들이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몇 년 간 무의식의 한켠에 자리하던 것들이 드디어 생명을 얻었다는 생각에 벅찼습니다.
임지수 텍스트로만 존재했던 인물들의 발화를 배우들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글 안에 있던 인물들이 정말 살아있는 사람처럼 다가왔어요.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하나의 작품이 낭독 공연으로 올라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고와 애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요. 함께 해주신 배우님, 연출님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본 공연 준비를 마무리하면 11월, 드디어 관객과 직접 만나게 됩니다. 의도대로 작품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나요. 
김준현 전반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홍도 집필 및 구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과연 본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기약 없이 제작 기회를 기다린 셈이죠. 시나리오, 영상, 드라마 작가들은 이런 일이 허다하다고 들었지만 실제 그 기간을 견디는 건 꽤나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생각됩니다. <봄 작가, 겨울 무대> 덕분에 본 공연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감개무량합니다. 물론 준비도 잘 되어 가고 있고요.
임지수 원고 수정은 제 본래의 의도대로 열심히 해 나아가는 중이에요. 제 의도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연출님과 배우님들이 피드백을 정성스럽게 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팀 분들하고 앞으로도 의사소통을 잘해서 더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읽는 것만으로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대범하게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되, 즐거운 상상을 덧붙이셨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김준현 그리스 신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에게는 헤시오네라는 이름의 아내와 데우칼리온이라는 이름의 자식이 있습니다. 제 작품에서 는 프로메테우스가 쭉 혼자였다는 설정입니다. 대사 중에도 프로메테우스가 ‘애는 처음 만들어 봐서.’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품을 처음 구상한 건 고등학교 2학년때 쯤입니다. 수업 중에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문득 ‘프로메테우스는 매일 간이 자라니까 장기매매 하면 돈 많이 벌겠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발상을 잊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작품화시킨 거죠.

프로메테우스와 독수리 사이에서 나온 자식은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그렇게 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김준현 제우스는 태어난 후 불과 몇 년 만에 어른이 됩니다. 이렇듯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에는 유달리 성장 속도가 빠른 이들이 있습니다. 비록 프로메테우스가 올림포스의 주신은 아니지만 신성을 가진 인물로 볼 수 있고,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역시 반신이므로 빨리 자랐다는 설정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김준현 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부를 팔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빵집 주인은 빵을 팔고 공장 노동자는 노동력을 팝니다. 선생은 지식을 팔고 작가는 글을 팝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란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파는 무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일하지만 재생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가치가 정해지는 개인의 요소입니다.

이홍도 작가

<미국연극/서울합창>을 설명하는 텍스트에서 ‘자전적’이라는 단어를 보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기사를 발췌한다든지,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했다든지 하는 발품을 많이 팔았을 것 같은데, 그런가요?
이홍도 좀 별난 경우일 수 있는데, 수정 단계에서 연구서들을 많이 봤습니다. 오히려 뒤늦게요. 성노동과 성착취라는 요소가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인데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가 쓴 텍스트를 보면서도 이게 맞나 싶어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연극씬, 더 나아가서 한국 사회 전체의 이슈들과도 관련이 있어요. 제 이야기에 대해 윤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지고 제 작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은 것뿐인데 엄청난 일들을 겪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홍도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세상이 엄청난 일들로 가득 차있기때문입니다. 그걸 지켜보고 있자면 예술 작품이 가진 고발, 폭로, 도발, 논쟁, 토론의 기능을 젊은 창작자로서 더욱 적극 활용하여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시도 할 수 있는 미학적 시도들을 최대한 많이 시도 해보려 합니다. 더 나이들고 경력이 쌓여 뭔가 조심스러워지거나 원숙해지기 전에요.

<여름이 지나갈 때> 작품의 주인공은 남들이 아니라는 길을 가려고 합니다. 작가님은 이 캐릭터에 애착이 많으신 듯 보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지수 저랑 비슷하게 미련이 많은 사람이어서 애착이 많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미련’을 부리는 인물은 현태뿐만 아니라 극 속의 모든 인물이 그렇거든요. 각자 주어진 상황이 달라서 이 점을 한 번에 파악하기에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긴합니다. 그리고 여담을 말씀드리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현태가 아니라 ‘은기’인 것 같아요. 은기가 극에서 자기 감정에 제일 솔직하거든요.

가드너, 식물원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지수 어렸을 때 가본 식물원이 인상 깊게 남았던 이유가 가장 큽니다. 부수적으로는 제 극의 인물들이 저한테는 식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그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세상을 버리고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거든요. 그런 수동적인 모습들이 식물 같았어요. 현태가 가드너인 이유는 원래 사람들이 타인의 일에는 더 수월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면이 있는데, 그게 내 일이 되면 너무 어려운 일로 변하잖아요. 가드너인 현태도 식물이나 다른 인물의 일에는 감 놔라, 배 놔라가 되지만 자기 일에는 정작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는데.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 해보고 싶었어요. 누구나 그런 모습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임지수 작가

작품의 젊은이들의 선택은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 작가님이 가장 응원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임지수 모두를 응원합니다. 개인의 선택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보기엔 허무맹랑해 보일지라도, 그들은 그런선택을할수밖에없는상황이있었던거니까요.일단저부 터가 그런 위로를 타인에게서 받고 싶었던 탓일 수도 있고요.

머릿속에서 무대를 상상하고 썼을 때와 막상 무대 위에서 달라지는 장면들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해나가는 편인가요.
김준현 낭독 공연을 한번 올려 봤을 뿐이라서, 이번 작품이 무대에서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연출과 작가가 맡은 역할이 있고 고유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무대에 관련된 부분은, 작품이 훼손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출님께 맡겨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홍도 무대화 과정이라는 게 한편으론 큰 회초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연습실을 나올 때마다 약간 반성을 한다고 할까요. 이제까지 저 혼자서 구축했던 방법론이 과연 보편적인 무대 언어로 치환될 수 있는지 매 순간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그간의 시도들이 다소 허무맹랑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고요. 순간순간 바로잡아 전환점으로 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임지수 아직까지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왜 내 머릿 속 상상과 실제 무대에서 벌어지는 장면의 느낌이 다른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출님과 배우님들 생각을 일단 들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충분히 납득이 된다면 제 선에서 수정을 해야 되겠죠?

독자는 희곡을 읽고, 관객은 연극을 보고 이 작품이 내게 주는 메시지가 무얼까 계속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준현 어려운 세상입니다. 저는 이야기 콘텐츠의 제1가치가 유희에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누구나 쉽게 보고 쉽게 생각하고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통해 자본에 종속된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했는데, 그렇다고 무겁고 우울하게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코미디 장르로 완성되었습니다. 가볍게 볼 수 있되 묵직하게 파고드는 극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홍도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 진짜와 가짜, 당사자성과 소수자성, 문화권력과 인정투쟁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작업해왔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거 같습니다. 대상에 대해 자의적으로 가치판단을 하거나 섣불리 입장을 취하는 태도는 지양하려고 했어요. 다만 토론과 논쟁을 위해 쓴다면 어떻게든 뭔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고요. 거기에 우연으로라도 어떤 내적 진실이, 리얼을 넘는 리얼리티가 깃들길 바랄 따름입니다.
임지수 곧 사라지는 어느 세계에서 혼자 변화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누구나 처한 상황은 다를지라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남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 속에서 독자님들은 어떤 생각이 들지가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소설도 시나리오도 아닌, 무대를 위한 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요.
김준현 원래는 소설가 지망생이었습니다. 시를 가끔 끄적이기도 했습니다. 동화 쓰기도 좋아했지요. 고등학교 때는 영화 제작부 활동을 하며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도 영화 감독을 꿈꾸는 친구가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조언을 해주곤 합니다. 희곡 빼고는 거의 모든 컨텍스트 작업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당선작 <절벽 끝에 선 사람들>이 살면서 처음 써본 희곡입니다. 신춘문예 당선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습작 활동들이 밑거름이 되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홍도 60년대 아방가르드 연극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어요. 연극학교도 나오지 못했고 대학극회나 극단 출신 또한 아니다 보니 주로 혼자 공부하는 기간이 길었습니다. 그 동안 정전이 되는 텍스트들을 쭉 읽어왔는데 그러다가 좋은 희곡을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시는 쉬운 걸 어렵게 쓰고 소설은 짧은 걸 길게 쓴다면 희곡은 쉽고 짧은 텍스트가 많달까요? 여전히 90년대 미국 극작가들을 즐겨 읽습니다. 쓰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임지수 아무래도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이 극작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희곡을 접하게 되면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신춘문예에 응모하게 된 것도 사실 써놓은 것이 있으니 한 번쯤 도전해볼까?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운이 좋아서 이번 1년을 바쁘게 보내게 되었네요.

희곡 작가로서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준현 제한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간 만들기 훈련을 하는데 희곡 쓰기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홍도 최근 70대 소설가의 인터뷰를 보다 인상깊은 대목이 있었는데요. 그분은 대중 교통 안에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를 마주치길 젊은 시절부터 소망했는데, 아직 그 꿈을 못 이뤘으니 스스로가 딱한 신세라 하시더군요. 반면 극작가는 매 공연마다 관객과 만날 수 있으니 그것이 큰 기쁨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밖에 도 많은데 하나 더 꼽자면 무대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들과 유대감을 쌓게 되는 점도 좋고요.
임지수 살아있는 사람의 말을 쓴다는 것이요. 소설은 구어체보단 문어체를 쓰는데, 희곡은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를 쓴다는 느낌이어서 더 살아있는 글처럼 느껴져서 좋아요.

Attention, please

<프로메테우스의 간>
일시 2020년 11월 13일-11월 15일
시간 20:00(금) 15:00(토·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미국연극/서울합창>
일시 2020년 11월 20일-11월 22일
시간 20:00(금) 15:00(토·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여름이 지나갈 때>
일시 2020년 11월 27일-11월 29일
(28일 배리어 프리 공연 진행)
시간 20:00(금) 15:00(토·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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