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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듣다_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에너지를 듣다

올해의 금호아트홀상주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1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베를린슈타츠카펠레 제1악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에게 한국 공연에 대한 설렘과 목마름, 프로그램에 대한 메시지, 음악을 대하는 삶의 태도 등을 전해 들었다.
editor 이민정


2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창단 450년이 넘는 유럽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종신 악장으로 임명되면서 전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입단 후 불과 열 달 만에, 그것도 나이 26세에 이룩한 일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 협연 스케줄을 따라가는 틈틈이 솔리스트로서 무대에 서는 스케줄이 가히 살인적이지만 여전히 번뜩이는 기교와 열정적인 연주는 관객과 평단의 마음 모두를 사로잡곤 한다. 올해는 특히 금호아트홀연세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어 한국 무대에서 자주 설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월 신년음악회로 첫 선을 보인 이래, 안타깝게도 오는 11월 연주가 마지막이 되었다.

‘Adventure & Fantasy’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공연은 2018년 챔스 힐 레코드에서 발매한 그녀의 독주앨범 <Mythes>에 실린 곡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 앨범은 그라모폰 매거진으로부터 “다정한 음색과 완전한 몰입도, 각 악구를 다루는 황홀한 방식에서 그녀의 음악에 이끌리고 매혹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리뷰가 실리며 호평받았고, BBC 뮤직매거진은 별 다섯개의 평점과 함께 “다채롭고 정확하며 서정적인 표현으로 매순간 즐거움을 주는 연주”라 격찬한 바 있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의 지난 일년을 회고해본다면 어떠신가요? 코로나로 인해 아쉬움이 큰 동시에 한국 무대에 오랜만에 서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한해를 시작하면서 한국 관객분들과 자주 만날 생각에 기대가 컸었는데, 신년음악회 이후 10개월 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코로나 덕분에(?)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만큼의 자유시간이 생겨서 오롯이 저를 위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만큼 준비도 야심차게 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직장인’으로서 악장의 생활이 많이 익숙해지셨을 것 같아요. 올해는 연주가 많이 취소되었을 텐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도 궁금합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3월 중순에 나머지 시즌 모든 공연이 취소된 후 20/21 시즌 오픈과 동시에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8월 말부터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과 정기연주, 오페라 등 꾸준히 공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3월 이후 여름까지는 작은 편성의 실내악 그룹을 만들어 찾아가는 음악회나 비디오 스트리밍 등으로 활동을 했었죠.

이번 공연은 취소됐던 8월 공연과 12월 공연을 하나로 모아 선보입니다. 비에니아프스키의 ‘레전드 g단조’와 버르토크의 ‘랩소디 1번’은 어떤 곡인가요.
비에니아프스키의 ‘전설’은 굉장히 자주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인데, 비에니아스프키의 아내였던 이자벨라 햄턴과의 결혼을 반대 하던 장인, 장모의 마음을 이 곡 하나로 바꾸었다는 로맨틱한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 곡이기도 해요. 멜랑콜리하고 서정적인 이곡은 전형적인 ‘Easy listen salon music’이라 할 수 있죠. 반면 버르토크의 ‘랩소디 1번’은 광시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굉장히 자유롭고 강렬한 에너지가 넘칩니다. 트랜실바니아 지역의 민속적이고 러스틱한 리듬과 멜로디가 특징인 곡으로, 버르토크는 이곡을 통해 동유럽적인 피들(fiddle) 연주를 유럽의 대중적인 ‘콘서트 스타일’에 융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요. 흥이 저절로 나오는 리듬과 멜로디가 아주 인상적인 곡입니다.

메시앙의 ‘주제와 변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연이어 들려주실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곡은 녹음하고도 왜 <Mythes>에 수록되지 못했나요.
녹음 당시 생각지 못하게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져서 한 곡을 빼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안타깝게도 메시앙의 곡을 수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굉장히 주옥같은 작품인데, 그래서 이번 연주에 꼭 포함시키고 싶었어요.

C. F. 란돌피는 만 30세까지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나와 잘 맞는다”라고 말씀하실 만큼 악기에 대한 애정이 높으신데, 그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습할 때나 무대에서 얼만큼 서포트해줄 수 있는지 테스트해보곤 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실망시켜준 적이 없는 악기입니다. 탄탄한 소리는 물론 큰 소리부터 작은 소리까지의 스펙트럼이 넓은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연주하기도 굉장히 편하고요.

오케스트라 악장과 솔리스트를 겸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연주자 개인에게 주는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점, 반면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솔리스트로서 아우를 수 있는 레퍼토리는 굉장히 한정적인데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면서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작곡가와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를 직접 연주해보고 들어보면서 ‘음악’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또 여러 지휘자들이나 협연자들과 작업해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또 그런 분들을 관찰하면서 많이 공부가 되죠. 제일 어려운 점은 시간 분배인데, 그래서 정말 제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해야 할 때가 많아요. 오케스트라 일만해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제 연습을 건너뛸 순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제일 많이 느낀 게 쉴 때 정말 잘 쉬어야한다는 거예요. 계속 달리기만 하다 보면 언젠가 배터리가 방전될 수 밖에 없거든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 들어가신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다채로운 레퍼토리, 특히 오페라에 관심이 높은 이유도 있으셨죠. 많은 곡의 연주를 통해, 그리고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악단 안에서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음악은 단순히 제 직업이 아닌 제 ‘라이프스타일’ 또는 ‘삶의 방식’ 이라는 것을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독일에 살면서 친구들, 동료들이 생기고 많은 음악가들과 친분을 나누며 독일 음악계에 깊숙이 발을 들이면서 음악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악장에게는 뛰어난 연주뿐 아니라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스스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해보신다면요?
아무래도 동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족한 점도 많고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더 많지만, 평소에 동료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고 동료들도 저를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도 끊임없이 단원들과 교감하고 또 책임감 있고 진중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데, 그래서 감사하게도 단원들이 믿고 잘 따라와 주시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공연, 비대면 공연이 새로운 대안으로 되었습니다. 유럽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유럽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관중, 비대면 공연이 주로 이루어졌었는데, 여름 이후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정부 지침에 맞춰 조금씩 관객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솔리스트로서의 음악적 도전도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약 반년간 무대 위의 음악이 멈추면서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이름 그대로 과거에 쓰인 작품이 주가 되는 장르잖아요. 연주되는 작품들이 쓰였을 때와 비교해 모든 것이 변해버린 2020년 에도 그 시대의 전통과 관례를 잃어버리지 않게끔 연주하고 퍼트리는 게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에만 집중해 있다면 과연 클래식 음악의 미래는 누가 책임지고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이 질문은 현 세대와 다음 세대 음악가들이 너무나도 드물게 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현대음악, 컨템퍼러리 작품들도 연주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무대에 올리고, 관객분들도 열린 시각으로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더 적극적으로 연주하고 노출시키는게 저를 포함한 모든 연주자들의 책임이고 도전이라도 생각합니다.

이번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음악’은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아니라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연주자들과 단체들이 라이브스트리밍이나 온라인 유튜브로 공연을 진행하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제개인적인 생각으로 음악이란 소리뿐만 아니라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긴장감, 미세한 떨림, 연주자가 전달하는 에너지 등모든 것을 다 포함하는 것이거든요. 관객분들도 아마 공연에서 느끼실 수 있는 모든 ‘경험’을 그리워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에 와서 무대 라이브 공연을 강행하는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많은 것을 이루었는데 아직도 풋풋하고 열정이 넘치는 20대입니다. 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30대에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또 어떤 모습으로 서른을 맞이하고 싶은가요.
25세부터 35세 사이가 인생에서 제일 굴곡이 많은 시기라고들 하죠.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7년 전, 처음 유학 나올 때에 독일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30대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오늘 하루가 제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후회없이 살고싶어요. 30대에 들어섰을 때에도 지금의 마음가짐이 변치 않도록 노력해야죠.

ATTENTION, PLEASE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이지윤(Violin)>
일시 2020년 11월 3일 20:00
장소 금호아트홀연세
연주자 이지윤(Violin), 일리야 라쉬코프스키(Piano)
가격 전석 4만원
문의 02-6303-1921

프로그램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레전드 g단조, Op.17
•카롤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시 신화, Op.30, M29
•벨러 버르토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 제1번, Sz.86, BB94a
•올리비에 메시앙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 I/10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단조, O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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