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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다_연극 <아들>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다

9월 15일부터 11월 22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진행중인 연극 <아들>.
write 김일송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랑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 경우엔, 사랑만으론 충분하지 않아요.”

사랑이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만능열쇠 같지만,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사랑만으론 해결이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쯤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최선의 사랑이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연극 <아들> 이 던지는 다양한 층위의 질문 중 개인적으로 계속 되묻게 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연극 <아들>은 <아버지><어머니>를 통해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의 모습을 보인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전작인 <아버지>를 통해 조부모 세대에서 대개 발견되는 ‘노인성 치매’를, <어머니>를 통해 중장년 세대에서 가끔 발견되는 ‘빈 둥지 증후군’을 다룬 바 있다. <아들>은 청년 세대에서 자주 발견되는 자살 충동을 동반한 ‘우울증’을 묘사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10대 소년 니콜라(이주승·강승호)다. 부모인 피에르(이석준)와 안느(정수영)는 몇 해 전 이혼한 사이다. 이후 피에르는 소피아(양서빈)와 재혼을 했고, 둘 사이엔 젖먹이 아들 샤샤가 있다. 연극은 안느가 니콜라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피에르와 소피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니콜라의 문제란 그가 몇 달째 등교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퇴학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피에르는 니콜라와 함께 살기 위해 소피아를 설득하고, 니콜라는 피에르의 새 가정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낯선 환경에 처음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던 니콜라는 서서히 이 가정의 일원이 되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해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니콜라가 감춰왔던 진실이 밝혀진다. 여전히 전학한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으며, 심리적 내상을 신체적 자해를 통해 해소하고 있었음이. 이 일로 피에르는 니콜라를 꾸짖는데, 그것이 말다툼으로 번지면서 두 사람은 날 선 말로 그동안의 응어리를 털어 놓는다.

여기까지의 설정만 보면 보통의 TV 드라마에서 보았을 수도 있겠다. 앞서 ‘청년 세대에서 자주 발견되는 자살 충동을 동반한 우울증을 묘사한 작품’이라 썼는데, 사실 가정 해체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가정사는 익숙하다. 그러나 <아들>은 결코 우울증을 극복한 보통의 청소년성장담이 아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우울증은 여기 등장하는 이들 모두가 앓고 있는 우울증이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고통과 그로 인한 우울을 앓고 있다. 피에르는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에, 안느는 이혼 후 분리감에 시달린다. 그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해 이 위태로운 삶을 겨우겨우 유지하는 중이다.

연극 <아들>이 궁극적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최선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에 관한 질문 같다. 다음 장면인 병원 장면에서 정신과 전문의(송영숙)는 피에르와 안느에게 니콜라를 외부세계와 단절해 격리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니콜라는 병원 생활이 오히려 자신을 병들게 할 거라며 퇴원시켜 달라고 애원한다. 앞에 처음에 인용했던 대사는 여기서 전문의가 피에르와 안느에게 던지는 대사다.

피에르와 안느는, 이 질문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까?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더 정교하게는 사랑만으로 충분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어떤 선택을 내리건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저 질문의 답을,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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