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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위치에서 다시_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배우 최정우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제 옷을 입었다. 지난해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락우드 역 맡은 최정우 배우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락우드가 아닌 데이킨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도 일었다.

원캐스트로 무대에 서며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데이킨을 지켜봐 온 사람이니까.

데이킨을 동경하는 락우드를 ‘리틀 데이킨’이라고 말하던 그. 이제 ‘리얼 데이킨’으로 다시 무대에 선다.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선진 place 낫컴플리트


<히스토리 보이즈>는 어떤 작품인가요.
작품 자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헥터, 포스너, 데이킨, 어윈 등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결핍을 갖고 있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성장해요. 극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스토리는 헥터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문학, 예술이 어윈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입시에 이용된다는 거겠죠. 지난 시즌에도 작품을 했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윈 선생님의 지도 하에 아이들의 사고방식이나 입시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는 게 보이거든요. 그리고 헥터를 대하는 태도도 변하고요. 이처럼 인간의 사고와 태도에 관한 요소들로 채워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락우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 시즌에는 데이킨으로 돌아오셨어요. 지난 시즌 당시 데이킨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하신 인터뷰를 본 적 있거든요.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기분은 좋죠. 작품 내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지만 데이킨 자체가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잖아요. 작년에 제가 락우드를 연기했을때 결이 비슷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했고, 어윈과의 서사도 있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죠.

결이 비슷하다는 점이 이번 시즌 데이킨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지난 시즌에 참여했던 게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결이 같다고 해도 락우드와 데이킨은 서로 다른 인물이니 느낀 바는 달라요. 물론 락우드를 연기했던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죠.

데이킨과 락우드를 연기할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락우드를 연기할 때는 에너지를 정말 많이 썼어요. 데이킨과 비교해 락우드는 행동과 반응이 더 큰 친구였거든요. 친구들 앞에서 더 많이 까불고 수업할 때도 더 많이 장난치고.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는 모습들이 있었어요. 반면 데이킨은 관계에 있어 여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과장된 행동이 없거든요. 처음에는 데이킨이니까 뭘 더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락우드를 연기하면서 봐온 데이킨들의 디테일이 있을텐데, 자신도 모르게 영향받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작년에는 제가 원캐스트였기 때문에 두 데이킨 형들을 계속 볼수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형들이 보여준 것들이 저한테 남아 있었어요. 대본을 보는데 데이킨 형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 요.(웃음) 그동안 봐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데이킨이 어떤 인물이다’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죠. 이게 흐름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어요. 다만 제 데이킨을 잡아가기엔 어려움이 되기도 했고요. 형들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기보다는 저만의 길을 찾아가야 제 데이킨이 나오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데이킨은 어윈과 밀접한 캐릭터죠. 박정복 배우와 안재영 배우의 어윈에 맞춰 어떤 연기를 펼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두 어윈에 맞춰 다른 연기를 한다기보다 어윈이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또 데이킨이 이 사람의 어떤 매력에 끌리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고 있고요. 단지 데이킨이 자신감과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라서 어윈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경위로 감정들을 쌓게 됐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죠. 그런 지점들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게 저에게 있어 첫 숙제였어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매력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덧붙여 이건 이번 연도에 제가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데, 데이킨의 ‘우위’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학생은 물론 교장 선생님한테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던 데이킨이 어윈의 등장과 함께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었던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진 거죠.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어윈을 보면서 호기심도 생기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이고, 또는 제 손안에 쥐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두 사람 간의 교류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관계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아 나가고 있는 거죠.

다른 학생들보다 우위에 서는 존재라고 한다면 또래 집단 사이의 계급 같은 느낌일까요?
계급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학창 시절만 생각해봐도 교실 내에서 주목받고 이야기의 중심에 선 친구들이 있잖아요. 자신을 향한 관심을 매번 느끼던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시선이 가는 걸인지 못 할 리 없거든요. 데이킨도 아직 어린 애인지라 어윈에게 시선이 갈 때마다 친구들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고정시키기 위해 또래보다 우위에 선 말들을 내뱉는 거죠. 헥터의 오토바이와 같은 민감한 내용을 꺼낸다던가, 교장 비서와 사귄다는 말, 성관계에 대한 내용 등이요. 하지만 어윈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중요해요. 학생들이 “쟤 밀리네. 쟤 흔들리네”라고 여길만한 약점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데이킨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 혹은 장면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데이킨은 모든 장면에서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죠. 데이킨은 생각보다 대사가 많지 않은데 많아요. 말이 이상한데.(웃음) 중요한 씬들이 분명 있긴 한데, 데이킨이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잘 잡고 완성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데이킨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제가 이런 걸 정말 못하는데.(웃음)

뭐가 있을까요… 완벽하고 매력적인 친구?
저는 항상 인물을 볼 때 결핍부터 먼저 찾거든요. 작년에 제가 락우드 입장에서 봤을 땐 데이킨에게 결핍이 없어 보였어요. 완벽한 친구구나, 매력적이고 틈이 없는 친구. 그런데 제가 당사자가 되어보니까 데이킨의 결핍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세상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결핍을 갖고 있잖아요.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친구들을 아우르는 리더겠지만… 역시 데이킨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전과 비교해 이번 시즌은 어떤 것 같나요?
저한테 있어서 크게 다른 건 없어요. 같이 했던 형들이 있어서 의지가 되고, 새로운 분들의 에너지도 많이 도움이 되고요. 작년에도 너무 행복하게 공연을 했었는데 올해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박은석, 이해준 배우와 트리플이니 원캐스트였던 작년보단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하실 것 같아요.
원캐스트일 때도 무대 위에서 행복했고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힘든 건 없었어요. 다른 것보다 작년에는 제가 공연을 볼수가 없었거든요. 이제는 볼 수 있죠.

최근 작품이 돌아오는 텀이 짧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벌써 5연이 오를 만큼 공백이 짧은 편입니다. 그리고 매 시즌 사랑받고 있고요. 작품이 가진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정확히 그 상황에 처하진 않아도 비슷한 감정, 상처, 결핍 등을 위로받고 혹은 해소가 되기도 하겠죠. 또 여러 인물이 나오다 보니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요. 

여담이지만 지난 시즌 홍보 영상에서 다른 배우분께 전화 연결을 했는데 번호 저장이 되어있지 않았던 사건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다들 번호 교환하셨나요?
이번엔 공지방에서 번호 교환 다 했어요! 작년에는 단톡방에 다들 들어와 있으니까 카톡으로 연락하면 되어서 전화할 일이 없었거든요. 이번에는 다들 교환했습니다.(웃음)

지난 시즌 무대 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공연장 로비에 배우님의 그림을 전시했던 거예요. 이번에도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림은 항상 그리고 있어요. 기회만 주신다면 이번에도 하고 싶죠. 그림은 저한테 즐거운 작업인데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너무 감사한 일이거든요.

앞서 웹드라마도 있었고, 얼마 전 TV조선 <바람과 구름과 비>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주변 반응은 어떠셨나요?
주변분들은 좋아해주고 축하해주기도 했는데 저는 제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엄청 신기하고 그럴 것 같았거든요. 생각보다 덤덤 했어요. 어차피 연기는 제 직업이니까 “예스!” 이런 느낌도 없었고. 그냥 “나왔군.”

뮤지컬은 어떠세요. 도전하실 생각이 있을까요?
생각도 안 하고 있습니다.(웃음)

배우 최정우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는 작품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다음 작품에 그걸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매작품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연기가 깊어지고 다채로워지는 게 목표예요. 그걸 오래오래 하고 싶고요.

영화광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 여러 상황으로 의도치 않게 ‘집콕’ 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줄 작품이 있을까요?
집콕이니까 영화보단 오래 보실 수 있는 거로 추천해드릴게요. 저는 일단 매튜 맥커너히 배우를 정말 좋아해서요. <트루 디텍티브> 시즌1만 추천하겠습니다. 시즌 별로 배우들이 다르기도 한데 시즌1을 이길 수가 없어요. 연출, 음악, 작품 자체의 분위기가 다살아있고 재밌어요. 넷플릭스 작품을 추천하자면 <피키 블라인더스>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어요. 이건 시즌 다 봐야 해요. 킬리언 머피 배우도 제가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톰 하디, 애드리언 브로디 배우도 나오고요. 마지막으로 <키딩>. 짐 캐리 배우랑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이에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드라마인데 짐 캐리가 연기를 너무 잘해요.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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