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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사랑, 기쁨, 그리움_성악가 김세일

사랑, 기쁨, 그리움

김세일이 부르는 ‘시인의 사랑’을 봄부터 기다렸다. 첫 솔로 음반 발매 리사이틀이 미뤄져, 장대비가 쏟아졌던 여름날을 지나 맑고 아름다운 가을날에 듣게 됐다.
editor 이민정


©Jino Park

공기를 꿰뚫고 심장을 강타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깊은 울림을 주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있다. ‘미성의 리트(Lied, 독일가곡) 테너’라는 수식이 따라다니는 김세일은 후자다. 고등학교 시절 유럽으로 건너가 꾸준히 국제무대의 문을 두드린 그는 아테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취리히 키바니스리트 듀오 콩쿠르 1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최고의 성악가상 등을 수상한 것은 물론 동양인에게는 드물게 에반겔리스트 역을 맡으며 찬사를 받았다. 2018년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 연주에 이어, 이번 가을에 선보이는 무대는 슈만의 대표적인 가곡집이자 김세일의 첫 솔로 음반인 <시인의 사랑> 발매 기념 리사이틀. 촘촘히 쌓아올린 경력에 비해 살짝 늦은 감이 있는 첫 음반을 위한 공연, 그가 어릴 때 접한 연가곡이자 ‘마치 첫사랑과 이루어진 기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슈만의 감정들을 담기 위해 애정을 쏟았다.

봄에 선보이려던 공연이 연기되어 10월에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만에 무대에 서는 마음이 더욱 특별할것 같습니다.
10월 공연 가능성 역시 불투명하지만, 하게 된다면 정말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올해 초부터 잡힌 모든 연주들이 취소되거나 연기 되었거든요. 많은 음악가들이 최선을 다해 연주를 준비하면 연주 날에 가까워져서 취소나 연기되는 상황이 벌어져 맥이 풀리는 경험들을 하셨을 거에요. 다양한 분야가 큰타격을 입었지만 특히 공연 예술분야는 심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죠. 예술가들에게 여러분들의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연주가 없던 시기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셨나요.
‘금방 지나겠지, 곧 나아질 거야’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심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 동안 주어졌던 무대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지요. 현재 국내에 머물며 대학 강의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학과장 보직을 맡고 있는 덕에 강의 외에도 회의와 행정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시인의 사랑>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제가 음반을 발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망설임 없이 늘 꿈꿔왔던 <시인의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공부한 첫 연가곡이기도 하고 저에게 독일 가곡의 매력을 알려준 은인 같은 작품이니까요.

많은 인터뷰에서 <시인의 사랑>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곡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일단 슈만의 인생 중 그의 황금기였던 ‘가곡의 해’에 작곡한 작품으로서 음악적 성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의 현대사회에서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에 슈만의 음악이 더해져 한편의 짧은 드라마를 연상시키죠.

이 곡들을 숱하게 듣고 부르면서 슈만과 하이네, 두 인물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상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김세일이 생각하는 슈만과 하이네는 어떤 사람인가요.
슈만과 하이네의 삶은 고달팠죠. 그들은 인간사의 고달픔을 예술창작의 밑거름으로 만들어,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슈만은 하이네의 사랑의 아픔에 공감했고, 클라라와 사랑의 결실을 맺던 해 <시인의사랑>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쏟아냈으니까요.

분더리히, 보스트리지, 괴르네 등 <시인의 사랑>을 부른 많은 가수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다른 김세일 선생님이 부른 시인의 사랑의 특징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요.
해외에 있을 때 ‘김세일만의 특별한 에반겔리스트의 매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나네요. 거꾸로 생각하면 그 때와 같은 대답이 되지 않을까요. 제게는 동서양의 정서가 혼재되어 있어 저만의 특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록된 33곡 가운데 가장 애착있는 곡은 무엇인가요.
제게는 모두 소중한 곡들인데요. 지금 인터뷰 하는 시점에서는 2개의 발라드 ‘벨사살’과 ‘두 사람의 척탄병’을 꼽을 수 있겠습니 다. ‘벨사살’의 드라마틱한 진행은 매우 특별하고 ‘두 사람의 척탄병’은 애국심을 고취시킨다고나 할까요? 하하.

<시인의 사랑>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시인의 사랑>의 마지막을 보면 비극적으로 끝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고달픈 과거들은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Jino Park

두 번째 음반을 내신다면 생각하고 계신 작곡가가 있는지요?
슈베르트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내고 싶습니다.

음반 녹음을 국제음악당에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한번이라도 방문하는 음악가들은 모두 매력에 흠뻑 젖곤 하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통영 음악당을 녹음 차 처음으로 방문했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음향과 훌륭한 전망을 가진 홀이 있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호텔도 바로 옆에 있어 녹음에 안성 맞춤이었죠.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하둘라 씨도 처음 방문하고 매우 흡족하여 외국 동료들에게도 홍보하겠다고 하더군요.

세계적인 가곡 반주 피아니스트이자 비엔나 국립음대 교수인 마르쿠스 하둘라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요.
오랜 인연은 아니고, 이번 음반이 첫 작업이었습니다. 2019년 여름, 비엔나에서 처음 만나 서로 짧은 리허설을 하고 음반을 제작 하기로 했죠. 첫 만남에서 마르쿠스 하둘라 씨는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분이었어요. 물론 서로의 음악적인 감성도 잘 맞았고요.

유럽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다시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그 동안 연주 차 자주 한국을 방문하였기에 전혀 어려운 점은 없어요. 지금도 유럽 연주들 때문에 네덜란드에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저는 어디든 제가 있는 곳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김세일은 어떤 분일까요.
저의 학창 시절이 생각나네요. 그 때 제가 했던 고민들을 지금 학생들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고민에 공감할 수 있는 스승이 되고 싶습니다.

노래 부르는 일 외에 선생님을 기분 좋게, 유쾌하게 만드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실 요즘 코로나 사태 이후 노래 부르는 일 외에 저를 유쾌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걸 찾는 것이 노래 보다 더 힘든 것 같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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