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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을 비범하게_프로젝트 그룹 <금은보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성동문화재단의 청년예술활동 지원사업인 ‘청년예술활(活)성동’의 세 번째 주인공.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경과 이주연, 연극 연출가인 한아름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그룹 <금은보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가치있는, 창작자 스스로가 즐거울 수 있는 작업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나혜인


프로젝트 그룹 <금은보화>의 이주연,김보경,한아름(좌부터).

팀 이름이 재미있어요. 어떻게 이런 신박한 이름이 나왔나요.
김보경 저희가 팀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입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모여 팀으로 활동해요. 팀 이름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개 “금은보화보다 가치있는 예술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리지만 그것도 맞는데요, 사실 제가 예술활동을 하면 제 개인적인 돈까지 들어가니 저의 금은보화가 없어지는 거예요. 경력이 쌓이고 길어지면 돈이 축적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제 저도 “좀 벌고 싶어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웃음)

여기 있는 세 분의 활동영역이 굉장히 넓습니다. 스스로를 어떤 예술인이라고 규정할 수 있나요.
김보경 저희가 하는 일은 주로 공연 기관의 컨텐츠를 만듭니다. 하지만 공연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에 들어가는 재료를 활용해서 전시를 하거나 출판물을 만들 때도 있죠. 원소스를 가지고 어떤 때는 전시, 어떤 때는 공연을 하는 식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무슨 무슨 공연 단체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고, “공연 기반의 컨텐츠를 기획한다.”라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시면 대부분 알아들으시나요?
일동 아니요.(웃음)
김보경 그래서 성동문화재단의 담당자도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아, 제가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하시더라고요. 작업을 할 때마다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금은보화> 프로젝트 팀의 전체적인 기획을 맡고 있는 김보경 창작자.

지난해 ‘금은보화’로 활동했던 ‘목소리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보경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엄소리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엄소리 마을 노년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목소리로 전시와 드라마를 진행했어요. 할머니들의 기억 속 물건은 낡은 아날로그 TV에 전시되었고, 그 속에서 할머니들의 말소리가 드라마화되어 재생되었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엄소리 마을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인식하도록 하는 기회가 되었고, 청년세대와 노년 세대는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아름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은 행복하기 위해서잖아요. 이 작업을 하고 나서 삶에 도움이 되는 예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극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재미없는 환경을 벗어나고 싶었던 건데, 할머니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엄마가 살던 공간을 들여다보는 동안 드라마가 나오는 순간이 있었어요.
김보경 이 프로젝트의 기획서를 쓸 때 이 문장을 적었어요. ‘삶과 활동이 일치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다수와 함께 할 수 있지는 못했지만 한 명, 두 명이라도 진정성 있게 교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창작물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청년 예술활(活)성동’은 어떤 이유로 지원하게 되었나요.
김보경 제가 지원은 했지만 주연 씨 덕분에 ‘지역’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겨서 ‘목소리 프로젝트’로 할 수 있었죠. 성동구라는 지역 에서도 무언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이주연 저는 사실 보경 피디님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당시에 어시스턴트로 참여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보경 피디님의 작업 방식, 그 과정을 기록했는데 제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피디님은 늘 남들이 하는 거 말고 우리 이야기를 기획자로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계속 강조했어요. 글을 쓰고 다듬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기록을 하는 것도 전 좋았죠. 제가 농촌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어, 이거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금은보화>에서 기획을 맡고 있어 연극연출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한아름 창작자.

‘청년예술활(活)성동’에는 멘토링 시스템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만남을 통해 어떤 조언을 받고 있나요.
김보경 두 분 정도 계속 만나고 있어요. 창작물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 다른 시각에서 접근 가능한 생각을 하게 해줬어요. 지금까지 창작 자체에 집중했다면 저희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개념, 혹은 지역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저희도 가끔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예술적 방향과 가치가 너무 동떨어있는 것 아닐까.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한아름 지역에 대한 멘토링과 행정이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꽤 낯설게 여겨졌는데 어떤 이야기를 확장하고 구조를 키워나가는 것, 지역의 예술과 협의하고 싶은 방향성이 이렇구나 등을 느꼈죠.

‘성동구’라는 지역과 연계된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보경 창작자들 스스로가 즐거워하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은데, 목소리 프로젝트처럼 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어요. 다같이 막걸리를 만들고 있거든요.(웃음)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분이 막걸리의 발효 과정을 스스로와 대입시켜서 고백하는 거에요. 생각해보니 막걸리 자체가 지역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다면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성동구의 크래프트 막걸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겁니다. 어떤 이는 사근동에서, 또 어떤 이는 성수동, 아름 씨 같은 경우는 성동교 밑에서 막걸리를 만들죠. 성동구에는 총 10개의 동이 있어서 10개의 막걸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제 4개 만들었어요.
한아름 저는 소시지를 넣은 막걸리를 만들었어요.(웃음) 저의 이야기를 넣어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성수동에 있는 우란문화재단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고, 그곳에 갈 때면 늘 성동철교를 지났어 요. 이상하게 일터에 도착하면 에너지가 나와 열심히 연극 일에 집중하지만 인간 한아름은 너무 바쁘니까 끼니도 제대로챙겨먹지 않고 영혼 없이 일터를 오고가는 거예요. 성동철교는 제게 영혼 없이 지나가는 공간이더라고요. 밥 대신 간편하게 먹는 간식이 제게는 소시지였어요. 일은 재미있는데, ‘나’라는 사람은 일상의 원리들을 다 스킵하고 있었죠. 쌀에 소시지를 넣어 섞은 뒤 밥을 짓고 성동철교 밑에서 바람과 공기의 영향을 받는 막걸리를 만들었어요. ‘현대인의 시시한 맛’이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이주연 제가 한번도 살지 않은 지역이라 이곳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성동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아가씨당(堂)’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내심 관심있는 무언가를 연결짓고 대입할 수있는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대개 굿이나 제사라 하면 죽은 사람을 위로하기 때문에 음침하거나 어둡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곳이라 굉장히 밝은 느낌인 거에요. 이곳을 방문하면서 나를 위한 굿을 해보고 싶었어요. 밤, 대추, 제철음식을 넣어서 욕망이 가득한 막걸리는 만들어 본 것같아요. 저희 같은 창작자들은 규칙적인 일상을 가지기 힘들잖아요. 막걸리가 제대로 발효되는지 들여다보고 막걸리를 저으면서 하나의 루틴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안정감을 만들어주더라고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3팀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보경 저희는 늘 결과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작업을 많이 하잖아요. 하나의 결과물을 보고 달려가야 하는 다른 팀은 과정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거예요. 처음에는 조금 삐그덕거렸지만 지금은 흥미롭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브레인 스토밍에서 결과가 이루어지기까지 텍스트를 기록하는 이주연 창작자.

 

창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 편인가요.
김보경 일단 호기심이 너무 많아요. 뭐든지 알고 싶고 먹어보고 싶고… 거의 모든 작업이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들과는 다른 걸 하게 되었고, 인풋(In-put)이 많아지니 그 속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죠. 단순하게 아이디어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저만의 방법은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표현할 때 이것을 저것과 합쳐보기도 하고 떨어뜨려보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다른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효과적인 작업을 위해 이런 트레이닝을 계속한 것 같습니다.
한아름 연출가를 돕는 조연출로, 혹은 연출가로 개인 작업을 할때도 저는 천재가 아니라서 평범한 것을 비틀어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연극을 계속 하는 이유도 의외성 혹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생존 욕구 때문인지 스스로가 정말 이것이 흥미로운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만 이런 작업들이 재미있어요. 지금 신촌 극장에서 올리는 15분 연극 <연필을 깎으며 생각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무 쓸모, 무 자극, 아무 맥락, 무위 휴식’ 등 무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넘쳐나잖아요. 창작자로서 이런 문화를 소비하는 세대 보다 이런 문화를 제공하는 시스템에 아쉬움을 느낀 거죠. 그래서 ‘무 쓸모’로 인식되는 ‘연필’의 쓸모를 찾으며, 연필을 깎는 행위를 공연으로 구성했어요.
이주연 저는 스스로 창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디어를 낼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으니까요.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런 부분을 왜 못보는 거지?’ 놀라곤 했죠. 게다가 저는 사는 일에 그리 감흥이 없어요.(웃음) 이런 작업을 통해 사소하게 관심있었던 게 무엇인지, 키워드를 작업과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생각해요. ‘목소리 프로젝트’도 좋았던 이유가 스쳐지나가는 가벼운 이야기를 아이디어화 시켜주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구체화된 창작물로 볼 수 있다는 거였으니까요.

‘금은보화’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김보경 저는 거의 ‘금은보화’가 삶과 맞닿아 있어요. 모든 사람이 즐겁게 작업했으면 좋겠고, 당연한 소재를 통해 우리만의 색깔을 입혀서 독특한 컨텐츠를 내려고 더 노력했으면 해요. 이 모든 것들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위인전’ 처럼 ‘평인전’을 낼 수 있잖아요.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단순하게 전시와 공연을 넘어서, 젊은 세대들에게 맞는 향유의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주연 ‘목소리 프로젝트’가 일회성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울림을 줄 수 있는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함께 연구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일은 예술가들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매개가 되어 관객에게 전달하곤 했어요. 앞으로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가능성,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시킬지 어떤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좀더 능력을 가지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금은 보화’를 통해 창작을 배우고, 다른 필드에서는 예술가들을 브랜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욱 고민하겠습니다.
한아름 프로젝트를 통해 저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예술과 솔직하게 관계했으면 좋겠어요. 저의 화두는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입니다. 어떤 주제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많은 이들이 정체성으로 보거든요. 제가 정성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을 구축한다면 관객들도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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