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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마법 같은 순간_뮤지컬 <고스트> 배우 주원

마법 같은 순간

영화와 브라운관을 누비다 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스트’니까요.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김민정 hair 임정호(블로우) makeup 임정현


누군가 연기는 ‘진심이 있는 기술’이라 표현한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이 ‘좋은 연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적절한 정의라 생각했다. 짬짜면처럼 진심과 기술이 반반씩 담겨있는 상태. 주원이라는 인물을 학습하기 위해 지난날 들의 작품을 되돌아보며 문득 이 말이 떠오른 건 연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기술과 진심이 다 보여서다. 그가 불의에 맞서고(드라마 <각시탈>), 사랑하는 이를 끝까지 지키며(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드라마 <앨리스>), 좀 모자란 천재 의사가 되어 기적을 일으킨(드라마 <굿닥터>) ‘쓸모 있는 역할’을 맡아서 응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세상 찌질하고 이기적인 나쁜 녀석(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을 목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럴 수밖에 없지’ 안타까워하며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가. 혹자는 주원에게 ‘연기 천재’ 같은 수식을 붙여서 손쉽게 기사를 완성하지만 그와 조금만 얘기를 나누면 주원은 굉장한 노력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간, 인터뷰를 하는 길지 않은 시간에도 그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귀 기울였고 자세 한 번 흐트러지지 않았는데, 모든 말과 행동은 자신이 밟아온 길처럼 성실했고 정직했고, 또 자연스러웠다.

그런 그가 뮤지컬 <고스트>로 관객을 맞이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무대 위로 올린 작품으로, 2013년 초연 때 주역인 ‘샘’ 역을 맡은 적이 있다. <알타보이즈><그리스><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에서 무대 위를 날아다니던 주원이 2013년 뮤지컬 <고스 트>에 참여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같은 작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대개 영화와 드라마에 익숙한 배우가 무대에 서면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고백하 는데, 그는 상황과 요소에 요동칠 이유가 없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요즘 열일하고 계세요. 2020년에 영화(<소방관>)와 드라마(<앨리스>), 뮤지컬(<고스트>)을 다 하다니요.
얼마 전까지 바빴는데 지금은 제가 제일 한가할 걸요?(웃음) 작품이 서로 겹치지가 않아서요.

이 인터뷰를 마치고 <라디오스타> 녹화장으로 간다고 들었어요. <1박 2일>을 그만두면서 웃음을 주는게 힘들 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이제 좀 편해진 건가요.
아뇨. 변함없이 똑같이 힘들어요.(웃음) 다행히 예전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을 캐치해주시고 보는 분들도 순간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금은 굳이 뭘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무대에 섰던 배우가 대중적인 스타가 된 후 다시 무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무대복귀작으로 <고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무대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고스트>이기 때문이 에요. 다른 공연이었다면, 선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마 고민의 시간이 좀더 길었을 거예요. 저와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좋은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공연 제안이 왔을 때 반갑고 고마웠죠. 물론 무대는 온전히 나를 드러내는 곳이고, NG나서 다시 찍을 수도 없는 공간이라 두려움이 없지 않은데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저를 보호해주고, 실수하지 않도록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다른 공연이었다면 ‘내가 어떻게 보여야할까’ ‘가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있을 텐데, 그런 건 이미 7년 전에 다 했으니까요. 조금 과장해서 친척집을 방문한 것처럼 편해요.

대개는 친정처럼 편하다고 하는데 친척집이라니 새롭네요.
하하. 친정은 너무 가까우니까 적당히 가까운 곳으로요.

진짜 오랜만에 방문한 친척집이 되겠습니다. 2013년에 처음 이 작품을 했으니 7년 만이네요. 무대가 그립지는 않았어요?
항상 그리워했죠.(웃음) 그런데 드라마, 영화, 뮤지컬 세가지 장르를 다 고려했을 때 저는 배우기 때문에 일단 좋은 작품을 하고 싶거든요. 뻔하고 관객들에게 익숙한 작품보다 신선한 작품이요. 제가 영화와 드라마를 이어서 하지 않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제가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어요.

2013년 <고스트> 초연을 떠올렸을 때 기억나는 좋은 추억이 있나요.
당시도 제가 오랜만에 공연을 하는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좀 어색했던 것 같아요. 분명히 나는 무대에 섰던 사람이었고 다시 돌아왔는데 이상하다 싶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한결 자연스러졌고 ‘그래, 내가 이렇게 살았었지. 이런 게 좋았지’ 마냥 신이 났어요. 배우, 스태프와 수다 떠는 시간, 무대에서 실수를 해도 선배들에게 위로 받고, 어떤 일로 화가 나면 주변에서 괜찮다고 북돋아 주고… 다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어요.(제가 강아지과라 혼자보다 누군가 함께 하는 걸 좋아해서요.) 재밌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 공연의 분위기를 생각만 해도 그저 좋았어요.

같은 작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이 이해되거나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해요. 이 작품을 다시 읽고 연구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발견한 부분이 있었나요.
네, 많아요. 같은 것을 봐도 작년과 지금 느끼는 게 다르잖아요. 전에는 오다 메가 그저 매력있다고 생각했지 귀여워 보이지 않았거든요. 지금은–이유는 모르겠는데-오다 메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워요. 그런데 다른 배우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느껴지는 부분이 달라서 우리가 7년 전에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수정해나가기도 해요. 생각했을 때와 막상 해보면 또 달라서 100% 반영이 되지는 않지만(웃음) 연기하게 좋게, 노래부르기 좋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3년 주원이 연기하는 샘과 지금의 샘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그때는 굉장히 살아있으려고 노력했어요. 스물일곱의 저는 어쩌면 그냥 뭔가 해내는데 급급했을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욕심이 많았어요. 형들이 잘하는 부분과 내가 잘하는 부분을 나누면서 ‘그럼 난 이걸로 승부를 봐야지’ 스스로 채찍질을 했으니까요. 이걸로 이겨 먹여야겠다는 생각? 지금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매력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샘하고 어울릴까, 어울리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시도해요. 그 사람에게 어떤 모습이 있는지 정해두면 제한적이 되는 것 같아서, 샘을 ‘내화’시킨 뒤 할 수 있는 걸 다하고 있어요. 7년 전과는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샘은 어떤 남자인가요.
젊은 나이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있고 집도 있으니 어쨌든 성공한 삶이지만 사랑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어요. 표현하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해해요. 스물일곱 때는 아니었어요. 사랑한다고 왜말을 안해? 왜안하지? 지금은 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쁜 마음이 아니라 이 사람에게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사랑이 너무 완벽하니까 말하는 순간 깨질것 같은 불안함이 있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를 이해하게 됐어요. 중요한 사실은 죽어서도 내 여자를 잊지 않고 지켜주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최고죠!

같은 역할을 주원 배우와 함께 김우형, 김진욱 배우가 연기합니다. 세 명의 샘이 어떻게 다른가요.
우형이 형은 보기만 해도 듬직해요. 7년 전 공연을 함께 했던 시기보다 이번에 연습한 한 달 동안 형에 대한 매력을 더 알게 되었죠. 몰리를 잘 보호해줄 것 같고 뭐든 받아줄 것 같은 그런 남자. 반면 진욱이는 풋풋해요. 7년 전 제가 했을 때와 지금 진욱이 나이가 똑같아요. 순수하고, 정말이지 사랑 하나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저는… 조금 때가 묻었나요?(웃음) 좀 더 샘을 잘 표현할수 있는 적절한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도 그때 보다 성숙한 느낌이 들고요. 어느 면에서 포기한 부분도 있고 그렇기에 무대에서 조금 내려놓고 즐기려는 자세가 생겼어요. 암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마지막 신이요. 샘이 몰리한테 이렇게 말해요. “사랑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아주 단순한 말인데, 작품 전체의 주제와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가 떨어져 있어도 나는 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너의 사랑을 가져가서 나는 너무 행복하다. 대사를 칠 때마다 가볍지가 않아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영화도 폭발적이었지만 뮤지컬도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여러가지 매력이 있어요. 화려한 영상, 마법 같은 조명, 춤과 노래… 그 가운데, 저는 그래요. 예전에는 분명 이런 사랑 이야기가 꽤 있었잖아요. 요즘은 이런 류의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건지 이슈가 안되는건지 혹은 사랑의 개념이 바뀐 건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과 영혼’ ‘노트북’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사랑은 저런 거구나 생각했거든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주인공처럼할 수는 없지만, 하고는 싶은 마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글쎄, 모르겠는데…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누구나 꿈꿨던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요.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영역의 구분 없이 연기 자체에 충실한 전방위적 배우라는 건 익히 알고 있어요. 이 셋 중 좀 더 충실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확실히 애정의 차이가 조금 달라요. 그럼에도 제가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연기할수 있는 곳은 무대예요. 아이 같아지는 곳도 무대고요. 사실 영화와 드라마 할 때도 그렇게 될 수 있는데 생각만큼 잘 안돼요. 뭔가 책임을 지는 느낌이랄까요. 주역이니까 제가 못하면 작품이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많은 사람들이 거는 기대감으로 오히려 제가 더 즐기지 못하는 면이 있죠. 너무 당연한 건데, 그럼에도 누군가 “이번에 큰 작품 들어간다며. 잘해봐.” 라는 얘기를 들으면 부담감에 무거워져요. 무대라는 공간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다같이 끌고 나가는 느낌이 훨씬 커요. 큰 역할이든 작은 배역이든 누구 하나 회피하지 않고, 난 이 작품 잘안되도 상관없어, 그런 말을 들은 적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도 없어요.행복하게 연기했던 공간은 무대가 맞아요.

그럼에도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이 공개되면 다음날부터 연기 칭찬이 마르지 않잖아요.(이런 칭찬이 부끄러운지 주원은 웃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여전히 연기가 재밌나요.
요즘은 더 재밌어졌어요. (왜요?) 멋대로 하니까요. 예전에는 눈치도 많이 보고, 이렇게 하면 연출님이 좋아하실까, 감독님이 싫어하시는 건 아닐까 먼저 포기해서 시도 조차 안했거든요. 요즘은 일단 해요. “그거 이상해!” 하면 “그래요?” 하고 말지언정 다양한 시도를 해요. 확실히 좋은 장면들이 나오는 것 같고요. 저는 버라이어티한 사람이 아니라서 집에 머물고 운동하는 게 전부예요. 연기는 제 감정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화를 내든, 눈물을 흘리든. 그래서 오히려 연기하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껴요.

연기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하나요.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노력해서 안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연기 잘한다는 선배님들도 성장을 위해 계속 움직이고 있고, 저 역시 리허설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뭘 신경써 봐야지 생각하는 게 있거든요. 그렇게 하면 분명히 성장하는 부분이 있고, 혹여 실패하더라도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이 있어요.

연기를 위한 노력을 대본 속에서 찾는 편인가요, 아니면 경험이나 일상에서 찾는 편인가요.
공연을 하지 않을 때는 밖에서 찾고, 공연을 할 때면 절대 딴 걸 생각하지 않아요. 샘이 몰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는 장면을 읽을 때 제 친구가 떠올랐어요. 평소 표현을 많이 하는 친구인데 크게 상처를 받고 나서는 감정 표현을 못하더라고요. 그런 친구의 경험을 작품에 대입시키는 반면, 리허설 때는 딱 그 장면만 생각해요. 정답은 없겠지만 다른 감정이 들어오면 저는 방해가 되더라고요.

운동, 악기, 노래, 춤 등 연기를 위해 틈틈이 준비해놓는 편인가요.
그러면 더 멋진 사람이겠지만(웃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요. 사실 생각이 엄청 많고 걱정도 무지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사서 고민해요. 내가 할 일도 아닌데 자꾸 체크하고 오지라퍼에다 스트레스도 많죠.

언젠가 20대에 보여주고 싶은 나와 30대에 보여주고 싶은 내가 있다고 애기한 적이 있어요. 20대와 지금, 스스로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시청자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같아요.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더라고요. 20대는 정말 바쁘게 일했어요. 아쉬운 부분을 지금 저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젊은 시절 쫓기면서 했던 이 작품을 이제 조급하지 않은 모습으로, 즐거운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늘 말해왔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사람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과 생각하지 않는 것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저 자신을 잃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면 돌려놓으려고 할 테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상태로 계속 가겠죠. 저도 한 때 변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변해야 내가 좀 편하고, 남들이 더 인정해주는 것 같고, 말을 조금 차갑게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대우해주는 것 같고, 착하게 굴면 손해보는 느낌이고, 변하는 게 맞나보다 라는 생각. 결국 어떤 계기를 통해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고, 그래 그냥 이렇게 살자가 되었어요. 다른 사람처럼 구는 게 억지스럽고 스트레스를 더 받으니까. 좋을 거라 생각했는 데, 그게 나를 잃어가는 것 같으니까. 다시 찾은 원래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요. 여전히 10점이 됐다가 80점이 됐다가 왔다갔다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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