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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극복의 주체와 극복의 대상_연극 <템플>

극복의 주체와 극복의 대상

지난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선보였던 연극 <템플>. write 김일송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극 <템플>은 주인공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인데,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자폐성 장애인이다. 일단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점에서부터 연극이 지향하는 방향, 혹은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장애를 소재, 혹은 주제로 하는 연극에는 장애,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고대의 연극은 장애를 희극성 혹은 반대로 장애의 비극성을 극화하는 등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표현하기 급했다. 그러나 현대로 오며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교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과도적 방법으로 종종 등장 하는 게 장애인이 장애를 ‘딛고’ 무언가 성취를 이루는, 일종의 인간승리식의 이야기였다. 휴머니즘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그 안에 장애(인)를 배려의 대상, 혹은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이러한 관점에도 수정을 요구한다. 장애를 질병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보자는 의견이 강하다. 연극 <템플>은 바로 이 수정된 시각을 견지하는 작품으로, 템플 그랜딘의 성공담을 다루다,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방식이 아니다. 반대로 자신의 장애를 장점으로 승화하여 성공하는 이야기다.

연극은 그랜딘이 동물학자로 성공하기 전까지 성장 과정을 다룬다. 어린 시절 그에게 자폐 진단을 내린 의사는 그의 어머니에게 보호시설에서의 생활을 권한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를 다른 아이들과 동일한 교육을 받게 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그 또래 학생들의 편견마저 교정하는 일은 불가능했고, 결국 그 일로다른 학생을 때려 퇴학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전학을 간 학교에서 만난 과학 교사는 그랜딘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보고 그것을 계발하게끔 돕는다. 여기서 그의 특별한 재능이란 그의 시각적 이미지 사고를 의미한다. 그는 모든 것을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기억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와 같은 능력은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유효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바로 ‘시각적 이미지 사고’다.

연극 <템플>은 여기에서 착안하여, 연극의 서사를 ‘청각적 서사’보다는 ‘시각적 묘사’에 무게를 두어 진행한다. 그것도 배우들의 몸을 이용해서. 배우들의 연기는 보통의 대학로 연극에서 볼 수 있는 배우들의 몸짓과 확연하게 차별된다. <템플>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일인다역을 소화하는데, 여기에 사람은 물론, 동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무대장치가 되어 세트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바로 ‘신체연극’(Physical Theater)이다. 이는 연극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이 처한 상태, 그리고 전하려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적합한 형식이 아닐까?

더구나 신체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가 없지 않지만, 단체 수가 많지 않고, 더욱이 그들의 활동량이 많지 않은 지금의 현실에서 <템플>은 신체연극을 알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전에 복고 취향의 음악 등을 사용하는 등 서사 바탕의 극사실적인 연극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참고로 이 작품은 지난해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에서 상주단체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였는데, 지역에서 개발하여 서울에 진출한 사실 또한 복기해 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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