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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재난에서 살아남기

재난에서 살아남기

팬데믹, 이는 어쩌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기회일지도 모른다.
editor 나혜인


2020년의 시작과 함께 퍼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기는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작게는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기 어려워졌고, 크게는 세계 전역이 경제적 타격을 입어야 했다. 문화예술업계도 예외는 없었다. 국공립 공연장은 수개월 문을 걸어 잠궜으며 전시장도 줄줄이 취소를 알려야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침체된 문화예술도 활성화 움직임을 보였다. 중단된 전시들이 하나둘씩 재개됐고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는 발걸음들도 분주해졌다. “이제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는 말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다수의 집단 혹은 소수의 책임자에 의해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됐다. 

뮤지컬<모차르트!> ⓒEMK뮤지컬컴퍼니

코로나19 창궐 이후 최초로 발령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강화된 규제 속 수많은 문화 행사들이 뜻하지 않은 중단, 취소, 무기한 연기 등을 겪어야 했다. 관계자들은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 수포로 돌아간 만큼 무기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관객들은 예매해둔 표들이 취소되는 상황에 피로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온전히 즐길 수는 없지만, 피할 수 없기에 살아남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이 서있다. 그동안 기술은 현장 예술을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데 이용된 적은 많았으나, 말 그대로 현장 예술이기 때문에 전달의 주된 수단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장으로 가는 길이 가로막힌 지금, 전달 매개체로서의 기술은 잊고 있던 지름길을 찾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으나 결국 문화예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며 더 넓어진 세계에서 새로운 자유를 맛볼 것이다.

비대면을 넘어 온택트

뮤지컬 <마리 퀴리> ⓒ라이브(주)

팬데믹과 함께 ‘온택트’라는 단어가 새롭게 생겨났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에 온라인이 더해진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들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됐고 화상통화를 이용한 회의도 진행됐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틱톡(TikTok)도 팬데믹 바람을 타고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예술인들에게도 온택트라는 선택지가 생겼다. 클래식은 물론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은 팬데믹 이전 온라인 중계보다 더 큰 반응을 불러왔다. 지난 8월 뮤지컬 실황 중계의 스타트를 끊은 <마리퀴리>는 조회수 50만을 돌파했고 기세를 몰아 한국관광공사에서 진행한 <K-뮤지컬 온에어>의 뮤지컬 4편(팬레터·여신님이 보고 계셔·적벽·더픽션)은 누적 관람 수총 260만뷰를 달성했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마포문화재단의 <마포 M 클래식 축제>도 온택트를 내세우며 변화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포 6경 클래식’에 드론, 360도 VR 카메라 등 전문 촬영 장비를 총동원해 단순 중계를 넘어 클래식 영화화를 꾀했다. 

물론 무료 중계가 활성화 되며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공연예술을 어렵게 느끼는 이들에게 체험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접근성을 높이고 추후 상황이 완화되었을 때 잠재 관객을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공연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이기에 직접적으로 느끼는 감동이 온라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감동과 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시대에 공연 중계가 가지는 의의는 ‘산업의 확장성’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여 새로운 길목의 초석을 닦고 예술산업의 뉴노멀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다.

도전이 트렌드가 되기까지

뮤지컬 <광염소나타> ⓒ신스웨이브

비대면 온택트 공연이 활성화되며 제기된 문제는 ‘수익 창출’이었다. 공연에 드는 비용에 촬영, 송출 비용까지 더해지는 온라인 공연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 공연예술산업이 ‘예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이해관계로 얽힌 ‘산업’이기 때문에 끝을 알 수 없는 팬데믹 상황을 무료 온라인 중계로만 이어갈 순 없다는 이야기다. 해외의 경우 이미 NT Live와 같은 수익 창출 모델이 브랜드화 되어 있고, K-POP도 지금보다 훨씬 앞서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을 개척해 왔다. 그러나 공연예술산업 온라인 시장은 현장성 아래 불모지처럼 여겨져 왔다. 그렇기에 지난 8월 뮤지컬 <모차르트!>가 국내 온라인 시장에 정면돌파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

유료 온라인 공연 흐름의 포문을 연 <모차르트!>는 상영 티켓 오픈과 동시에 티켓 판매처 랭킹 상위권을 장악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향은 뮤지컬 공연이 국내 시장에서 ‘영상 콘텐츠’로써 성공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비췄다. 이렇게 <모차르트!>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국내 온라인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뮤지컬 <엑스 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웃는 남자> 등의 작품들을 해외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와 국내외 영화관에서 선보인 바 있기 때문. 영상 콘텐츠의 가능성을 믿고 많은 경험을 다져온 EMK에게 시장 개척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온라인 시장의 물꼬가 트이자 많은 공연들이 앞다투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EMK 뒤를 이은 것은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정해진 기간에 오르지 못했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함께_저승편>의 고화질 중계에 나섰다. 서울예술단 역시 과감하게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기반이 있었다. 지난 6월 <잃어버린 얼굴 1895> 2015년 공연 영상을 온라인 상영하면서 ‘감동후불제’를 도입해 성과를 낸 것. 당시 무료로 온라인 공연을 본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총 320만 원이 모였다.

앞선 작품들이 녹화 중계라면 뮤지컬 <광염소나타> <귀환>은 유료 생중계에 도전했다. 먼저 <광염소나타>는 2차 공연 기간 동안 전 세계 온라인 실시간 송출을 제공했으며 9월 26일 공연의 경우 국내 CGV 영화관과 홍콩 영화관을 통해 라이브뷰잉 방식의 상영이 진행됐다. 반면 비대면 라이브인 <귀환>은 대면 공연과 동일한 조건 하에 현장감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1막과 2막 사이 20분 인터미션 시간도 그대로 주어졌으며, 배우들은 3일 간 다양한 캐스트 조합으로 무대에 섰다. 

이 모든 유료 중계의 쟁점은 퀄리티다. 비대면 공연이 대면 공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은 사실이나, 앞서 많은 공연들이 대가 없이 중계된 바 있기에 그와 다른 차별점을 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예술단은 4K카메라 9대로 무대 전체를 볼 수있는 풀샷은 물론,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까지 볼 수 있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등 다채로운 앵글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이 관람객의 만족을 얼마나 충족할 지는 미지수이나, 온라인 관람객을 소비자로 인식하고 판매되는 상품인 만큼 그에 맞는 합당한 결과물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포부다.

새로운 공간의 발견

국립고궁박물관 VR 전시

코로나19가 가져온 전시의 가장 큰 변화는 웹과 VR로 전시 관람 형식을 옮겨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시 웹사이트는 주로 현장 전시를 홍보하는 목적에서 사용되었고 VR 역시 전시장 내 예술작품 형태로 자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밀집시설로 분류된 전시장이 오랜 기간동안 관람객과 만나지 못하자 전시 장소를 온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그중 지난 8월부터 휴관한 국립고궁박물관은 <新(신)왕실도자, 조선왕 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 특별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중국 등에서 제작된 서양식 도자기 400여 점의 유물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용자가 실제 전시장을 방문한 것처럼 둘러볼 수 있도록 가상현실 세계를 구축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실제 전시장을 온라인으로 가져왔다면 <clickscrollzoom.com>은 독특한 방식의 온라인 공간에 전시를 펼친다. 해당 전시는 언제 어디서라도 클릭으로 입장하고, 스크롤로 유람하며, 줌으로 작품을 세밀하게 감상하는 형태다. 이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새로운 유형의 전시장을 제시한다. 그동안 웹이 물리적 전시의 대안책 혹은 작품 아카이빙 장소로만 사용되던 것을 확장해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 또한 오프라인 전시 관람 시 작품을 정면에서만 보지않듯,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문화포털을 통해 ‘집콕 문화생활’을 소개한다. 어린이 콘텐츠는 물론, 교육 및 체험, 문화예술, 도서, 체육 등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묶어 집에서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운다. 결국 이러한 변화들은 공간 제약을 없애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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