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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넓은 세상을 위한 화합_뮤지컬 <조선 삼총사>

넓은 세상을 위한 화합

서로 다른 예술단이 다시 뭉쳤다. 지난 세종문화회관 통합 공연이 음악극이었다면
이번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주축으로 나서 뮤지컬 <조선 삼총사>를 이끌어간다.
어려운 시기를 딛고 작게는 단체, 크게는 국민의 화합을 위해 의기투합한
연출가 한진섭과 음악감독 장소영을 만났다.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김선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지도 앱은 필수 아이템이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면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수많은 경로가 향하는 지점은 단 한 곳. 조금 더 오래 걸리거나 번거로움이 있을지언정 결과가 달라 지진 않는다. 뮤지컬 <조선 삼총사> 속 세 사람을 보며 스마트한 지도 앱이 떠올랐다. 성격, 성향, 가치관 등의 차이로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세 사람. 그러나 이들이 걸어가는 길의 끝은 같다. 바로 우리가 살아갈 ‘더 나은 세상’. <조선 삼총사>는 동학농민운동에 앞서 1811년(순조 11년)에 일어났던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역사적 인물인 홍경래를 비롯해 친숙한 설화 속 인물인 김선달과 가상의 인물인 조진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 연습 3주 차에 접어든 배우들은 한진섭 연출가와 안병구 안무가의 지휘 아래 섬세하고 꽉 찬 작품이 되도록 다듬고 있었다. 몸짓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않는 날카로운 눈빛은 물론 가사 한 마디, 한 단어도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대화가 오갔다.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장면에선 세도정치와 삼정 문란으로 고통받았던 백성들의 아우성이 묻어났다.

한진섭 연출가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어떤 작품인가요?
방향은 다르지만 한 가지의 뜻을 품고 가는 세 친구의 이야기예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작품의 주된 내용입니다.

<조선 삼총사>라는 제목은 뒤마의 <삼총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데요.
<삼총사>와는 달라요. 흔히 세 명의 친구가 몰려다니면 삼총사라고 부르잖아요. 그런 의미의 삼총사를 쓴 것이지 뒤마의 소설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작품은 실화, 설화, 가상이라는 3세계가 합쳐진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올해 세종문화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세종을 즐기다’예요.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은 통합 공연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보니 묵직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선정했고, 두 번째는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자 해서 ‘김선달 설화’를 선택했어요. 마침 설화가 나온 시기가 ‘홍경래의 난’과 맞아떨어져서 김선달, 홍경래두 친구의 이야기가 됐죠. 이후 또 다른 방향을 넣게 됐습니다. 하나는 세상을 바꾸려면 뒤집어엎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 돈을 벌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하나는 제도권에 들어가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해요. 마지막 방향에 가상의 인물을 넣게 된 거죠.

세 인물을 상징하는 ‘강경파’, ‘온건파’, ‘중도파’는 관객들에게 정치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옛날부터 노론, 소론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잖아요. 작품 속 시기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양쪽으로 나뉜 정치적 색깔, 이념들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실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을 거예요. 제가 작품을 통해 그런 주장을 하진 않겠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의협심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세 사람이지만 성향은 매우 다른데 이 부분을 연출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계신가요.
세 사람의 차이는 내용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모습이나 말투에 서도 차이를 가지겠죠. ‘강경파’라고 할 수 있는 홍경래는 강직하고 하나만을 바라보고 가는 모습, ‘온건파’ 김선달 경우는 외향적이고 유머러스한 모습, ‘중도파’ 조진수는 상황을 길게 보고 가기 때문에 내성적이고 침착하게 보일 수도 있고요. 지금은 그런 모습들을 고민하면서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두 번째 통합 공연입니다. 각각의 예술단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로 향한다는 것이 어쩌면 <조선 삼총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예술단 각자 스케줄이 있어서 모이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회사 내에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했을 때 가지는 의의는 화합이죠. 작년 <극장 앞 독립군>을 하면서 각각의 단체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화합과 소통을 느꼈어요. 그걸 바탕으로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으로 부임하신 이후 처음으로 겪는 재난인데,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으로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지금 상황은 ‘코로나의 난’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 저는 이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라고 보지 않아요. 최근 많은 공연이 온라인 중계를 하면서 방 안에서 문화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요즘 ‘무대의 영상화’를 많이 생각하게 됐거든요. 기록하는 의미의 영상이 아니라 영화감독이 참여하는 영상화. 지금은 공연 영상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유료화할 방법도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돈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들일 수있다는 의미잖아요. 사실 영국에서는 이미 NT Live와 같은 형태로 상품화하고 있고요. 물론 상품화가 목적은 아니지만,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소영 음악감독

<조선 삼총사>는 한국의 역사를 다루는 극인 만큼 한국적인 요소가 음악에 어떻게 담길지 궁금한데요. 어떤 음악들을 만들고 계신가요?
이번 공연이 통합 공연이다 보니 많은 단체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음악이 필요했고요. 제가 한국 정서가 담긴 음악을 만드는걸 좋아해요. 전체적인 틀은 서양음악에 베이스를 두고 우리의 정서를 녹여내서 개량 한복 같은 음악을 만들려고 했죠.

여러 단체를 하나로 만든다는 점에 있어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개인적인 우려 정도는 있었죠.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극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조합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작곡 과정 중에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이 작품을 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등장인물들을 보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어떻게 펼치는지가 다르단 말이죠. 이 다름을 음악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름이 하나로 통일됐다는 느낌을 줄 것인가에 대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세 인물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어느 하나 치중되지 않고 각각의 매력을 잘 살려야 하는 것이 숙제일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지점 때문에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을 고려했 죠. 최대한 비중을 똑같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이 사회의 주류를 만들 것 같지만, 세상에는 ‘너무 강한 것도, 너무 미온한 것도 싫다. 나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중립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생각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중립 자체가 본인의 가치예요. 그래서 <조선 삼총사> 속 이야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세 인물의 음악적 특징은 어떤가요.
홍경래의 음악은 타악기 위주로 강경한 느낌을 주려고 했고요. 조진수 같은 경우는 캐릭터 자체가 정석인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기본적인 음악에 충실하려 했어요.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김선달은 국악 리듬을 많이 쓰고 발랄하게 만들려고 했죠. 음악도 세 인물의 정반합을 이루려고 했어요.

아직 연습 초반이긴 하지만 배우분들과의 합은 잘 맞춰지고 있나요?
뮤지컬 <피맛골 연가>, <침묵의 소리>에서 합을 맞춰 봤던 배우들이라 서로 너무 잘 알죠. 얼마 전 뮤지컬 <애니>라는 작품도 같이 했고요. 그러다 보니 연습실만 와도 친정에 온 기분이 들어요. 스태프와 배우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이 모든 것들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작곡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감독님이 느끼시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작곡가에게 뮤지컬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 하나만 연기하지만 작곡가는 작곡할 때 주인공도 됐다가, 동네 아낙도 됐다가 하거든요. 작곡가는 천의 얼굴을 가지고 곡을 써야 해요. 단지 그걸 연기로 표현 안 할 뿐이지 이 안에는 많아요.(웃음)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뮤지컬 역사를 지켜오신 분이기도 한데, 변화하는 음악 트랜드를 어떻게 발맞춰 가고 계신가요.
다행히 뮤지컬 음악이 발 빠르게 변화하는 장르는 아닌 것 같아요. 극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는 것과는 다른 문제죠. 하지만 이런 건 있어요. 지금 뮤지컬 관객층은 20대 여성분들이 가장 많아요. 그들의 구매력에 다른 세대들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죠. 그러다 보니 지금의 20대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향유하는지 궁금하긴 해요. 그들에게 ‘이런 것도 좋아, 이것도 한 번 경험해봐’라고 하려면 한발 앞서서 가거나 같이 가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20대 여성들의 취향을 연구하고 있어요.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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