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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는 이유_포레스텔라

함께라는 이유

서로 다른 삶을 살다 ‘포레스텔라’라는 이름으로 뭉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아이돌 연습생도 아닌데 매일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가족 같다’고 표현한다.
긍정적이고 밝고 여유로운 이들의 에너지 덕분에 촬영하는 반나절은 후딱 지나갔다.
포레스텔라가 함께 하는 이유는 확실해 보였다. 
editor 이민정, 정지혜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조윤희 hair 지안(위드 뷰티) makeup 수경(위드 뷰티)


<살아있다면 모든 힘을 다해>
배두훈

배두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부드러움’을 꼽는다. 노래 실력은 말할 것도 없는데다 교회 오빠처럼 나긋하게 말하고 무슨 말이든 웃어주고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물씬 묻어나 있으니까. 오죽하면 ‘스윗듄’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에이, 마냥 착하지만은 않아요. 답답해하기도 하고 화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다만 예전에는 혼자서 끙끙 앓다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터져 나왔다면, 지금은 응어리를 풀거나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편해진 것 같아요.” 딱히 맏형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큰 그는 자연스럽게 포레스텔라 안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서로 다른 네 사람이 모였기에 어색한 분위기를 정돈해야 할 순간이 있게 마련이니까. 그는 속이 잔뜩 상한 동생을 보듬기도 하고, 불만을 말하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걸 잽싸게 눈치채서 대신 전달하기도 한다. 마치 뮤지컬 <렌트>에서 서로 등지고 서 있는 연인, 미미와 로저를 연결하려 애쓰는 ‘마크’의 모습처럼.

배두훈의 인간적인 성격은 무대 위에서도, 앨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누군가 솔로 음원을 제안했을 때는 지금 너무 만족하는데 굳이 스스로가 돋보이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단다. 가진 재능에 비해 욕심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멤버들도 이런 얘기를 제게 해요. 형이 너무 양보하는 거 아니냐고. 근데 전 지금 동생들이 나서주는 게 더 좋아요. 무엇보다 하모니가 중요하니까 다른 멤버가 불렀을 때 어울린다면 굳이 제 몫을 꼭 챙겨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제가 앞으로 나오는 시기와 타이밍이 분명 생길 거니까, 괜찮아요.” 그의 인생을 바꿔준 <팬텀싱어2>에 도전한 것도 노래 부르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출연자끼리의 경쟁보다는 서로를 위하는 진정성이 좋았던 마음이 컸다. “욕심 없이 나갔으니 재미있게 할 수있었어요. 밤을 꼬박 새서 연습하는데도 스트레스 받기보다 즐거웠거든요. 뮤지컬을 하면서도 충분히 좋았지만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무대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더 잘 부르고 싶다는 열의도 상승했던 것 같아요.”

올 상반기 모든 멤버가 전국 투어 콘서트와 새 앨범 준비에 집중 했을 때 배두훈은 여기에 뮤지컬 <렌트> 연습까지 더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그럼에도 그는 포레스텔라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더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이고픈 마음으로 프로듀싱 능력까지 키우고 있다.

“3년 전에 비해 지금 우리들은 하루도 안 보면 이상할 정도로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가 되었어요. 놀라운 건 연습실 환경도 엄청 좋아졌다는 사실이에요. 지금은 녹음 장비를 가져다 놓고 한 소절씩 돌아가며 부르면서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는 과정이 필수가 되었죠. 녹음하기 전 더욱 세심하게 들어보고 조율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겁니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팀이 되려면 프로듀싱 실력을 키우지 않을 수가 없어요. 기술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무궁무진한데 확고한 목적성을 갖고 노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포레스텔라는 그저 노래 잘하는 팀이 아닌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인으로 남고 싶으니까요.” 그는 포레스텔라가 너무 소중해서 다시 태어나도 이 멤버 그대로 포레스텔라를 하고 싶고, 다른 것과 바꿔서라도 이 팀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붓는 이유도 포레스텔라의 멤버로서 순간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럽기 때문이라면서.

그와 인터뷰하는 동안 ‘포레스텔라’의 뜻을 자꾸만 되새기게 됐다. ‘숲(forest) 위에 뜬 별(stella)’. 배두훈은 이 안에서 따뜻하고 푸근하고 모든 것을 감싸는 숲인 것만 같았다.
editor 이민정

<차갑게 혹은 뜨겁게>
강형호

옆집에 살 법하게 생겨서 츄리닝을 입고 나가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카메라가 낯선 듯 수줍은 모습이다. 객석 맨 뒷줄까지 소름끼치게 만들고 관객 모두를 휘어잡는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하지만 또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나니 유머스러운 면도 있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멘트를 날리기도 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뭐랄까. 포레스텔라의 색채처럼 다채로운 면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포레스텔라의 팬이 아니더라도 강형호의 얼굴은 익숙하다. <팬텀싱어 2>는 물론이려니와 <히든싱어>, <복면가왕> 같은 TV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뿐 아니라 <팬텀싱어2>의 첫무대에서 불렀던 <오페라의 유령> 대표곡은 엄청난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급기야 해외팬들까지 대거 생성했으니까. 그는 마치 몸에 버튼이 달려있는듯 어떤 버튼을 누르면 카운터테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또 어떤 버튼을 누르면 록밴드 보컬처럼 쫙 뻗어나가는 소리가 나온다.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고등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하면 크게 부를 수가 없잖아요. 조용히 부르는 습관이 생기면서 그 길이 닦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근데 저는 누구나 가성이 나오는 줄 알았어요. 대학 들어가서 록밴드를 결성해 대회 준비를 하는데 ‘오페라의 유령’을 부르자고 했더니 다른 멤버들은 가성이 안 나온다는 거예요. ‘어, 이상하다? 난 왜 되지?’싶었죠. 디테일이 조금 떨어져도 독특하니까 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상을 탔어요. 취업하고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서도 이 한 곡 때문에 대회 우승까지 했죠. 이게 무기가 될 수 있겠다 싶어 <팬텀싱어2>에도 들고 나간 거예요.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내 노래가 네이버 캐스트에 남는 것. 그날 예선에서 합격했을 때 전 다 이뤘다고 생각해서 집에 돌아와 바로 출근 준비 했어요. 마지막까지 남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죠.”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졌지만 언제 들어도 강형호의 반전 드라마는 짜릿하면서 재미있다. 회사원에서 음악하는 사람으로 꿈을 이루면서 직업이 바뀌고, 하루 일과, 만나는 사람들, 공부하는 것까지 인생의 모든 게 달라졌으니까. 불투명한, 혹은 불확실한 세계로 넘어오기까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상상으로만 만족했던 그림이 눈앞에 있던 순간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덜 후회하는 방향을 선택하는 건 저의 습성 중 하나예요.” 모든 상황이 변했지만 포레스텔라로 3년을 살아온 지금까지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재미있게도 ‘현실 감각’이다. “제 전공인 화학 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효율이에요.(웃음) 이상도 중요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능성 높은 현실을 생각하는 편이죠. 무슨 일을 할 때 플랜 B, 플랜 C까지 준비해야 하고 우리 팀의 2~3년 뒤의 그림이 이렇다고 할 때,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해요. 소화해야 할 스케줄이 많은데 느긋해진 분위기가 느껴지면 칠판에 할 일들을 쭉 적어요. 저는 멤버들에게 늘 현실을 일깨우죠.” 소속사 매니저, 아니 대표다운 얘기들을 속사포처럼 꺼내놓았을 때 어떤 일을 해도 강형호는 성공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서든 머리를 굴리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총알이 장전돼 있어야 하니까. “처음에는 제가 이런 의견을 냈을 때 반대도 많았어요. 저도 고민했죠.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제가 자르는 게 아닌가. 3년 정도 지나니까 각자의 역량과 성격을 너무 잘 알게 되어 서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더 귀담아 듣고 따르게 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좋은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해요.”

분석하고 연구하는 습관은 팀이 아닌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대학 때부터 대중가요, 록, 트로트, 판소리 등 이 음악 저 음악 가리지 않은 덕분에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그는 누구든지 몸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는 체계를 어느 정도 잡았다고 했다. “만약에 크로스오버 학과가 생긴다면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게 좀 있지 않을까요?”

‘마음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문구가 참 잘 어울리는 그는 우리말 가사로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얘기를 전했다. “기존의 스타일처럼 이탈리아어나 영어로 클래식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어요. 음악의 선율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가사의 힘이 지닌 힘은 어마어마하니까요. 사실 한글로 부르는 게 몇 배가 어렵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 확신해요.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포레스텔라의 오리지널리티를 쌓는데 초석이 될 거라 믿어요.”
editor 이민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민규

카메라 앞에서 조민규는 날아다녔다. 빈말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포즈며 표정, 애티튜드가 거의 모델급이랄까. 끼가 대단하다는 칭찬에 까르르 웃어낸 그의 답변은 심플했다. “공부 좀 해왔어요.” <팬텀싱어2>에서 ‘우승 설계자’ 급의 야망을 보여주었던 그는 매사에 항상 공부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타입이다.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했고, 유튜브를 운영하기 위해 직접 채널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사람”이란다. “될놈될이라는 게 있잖아요.(웃음) 살아보니 저는 뭐든지 최선을 다해야만 결과가 좋은 편이더라고요. 그런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이제는 노력하지 않으면 오히려 스스로 더 불편한 것 같아요.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 거고, 그러지 못했다면 언젠가 밑거름이 되겠죠. 최선을 다해야 실망도 덜 하니까요.”

그는 MBTI 테스트 ‘에너지 방향성’ 부문에서 ‘E(외향성)’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활달하다. 어린 시절부터 해보고 싶은 건 기어코 해보고야 마는 성격이었는데, 심지어 가장 좋아한 책도 <파브르 곤충기>와 에디슨 전기였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 부모님이 엄청 고생하셨죠. 왜 <파브르 곤충기>의 파브르도 궁금한 건 하나하나 다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리잖아요. 저도 그렇거든요.(웃음)”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탓에 <팬텀싱어2> 속에서도 가끔 얄미운 캐릭터로 비치곤 했지만, 조민규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무관심보다는 낫지 않냐는 것이다. “제가 봐도 가끔 얄미운 걸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도 ‘아,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제 몫을 잘 챙기는 편이기도 하니까.(웃음) 저는 그런 말들도 그냥 다 재미있는 것같아요.” 그렇다고 조민규를 야망이 큰 ‘원고영(원한이 많은 고양 이의 준말. 조민규의 별명)’으로만 보는 건 좀 억울하다. 멤버들을 두고 “사랑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단박에 칭하고, 주변 분위기를 융화하려 부지런히 장난을 걸거나 기꺼이 ‘조민규 몰이’를 당하는 것도 그의 선하고 사랑스러운 성정 중 하나이기 때문. 함께하는 네 명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네 명의 성향이 정말 달라서 의견이 부딪힐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피력해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 마음이 좀 상하면 나머지가 잘 풀어주려고 정말 숱한 노력을 하고요.(웃음) 결국엔 서로 이해하게 되죠. 다들 워낙 착한 사람들이고 사회생활도 해봐서인지 누군가를 상처 주기 위해 한 말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만큼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듯했다. 거의 매일 함께 보는데도 멤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땐 눈빛부터 애틋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는 이 사람들 없이는 미래가 안 보여요. 서로에게 스며들었다는 게 맞는 표현 같아요.”

일상에 스며든 멤버들처럼 음악도 그에겐 습관이나 다름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옷을 입는 일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늘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음악을 시작한 후 힘든 적은 없었냐는 물음에 그는 “특히 요즘이요.”라는 문장으로 운을 뗐다. “과도기 같아요. 답이 없는 세계에 빠져든 느낌이랄까. 크로스오버는 다양한 장르를 잘 소화해야 하는데, 가요를 잘한다 싶으면 성악을 잘 못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발성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한 장르를 이해하고 부른다는 게 제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던 거죠. 이 시기를 잘 넘기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K-POP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7월 발표한 음원 ‘함께라는 이유’ 가 특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순히 성악가가 부르는 가요가 아닌, 노래를 잘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음악으로 다가가고 싶은 조민규의 고민이 녹아있어서다. “가요 장르에 익숙한 두훈이 형, 형호 형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고, 우림이는 뼈를 깎는 정도의 변화를 줬어요. 저는 포레스텔라 음악의 키포인트가 다양한 색에 있다고 믿어요. 다음에는 어떤 곡을 들려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게 매력이랄까요.”

포레스텔라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 활동이 가능케 해주는 것이 팬들임을, 조민규는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후 유난히 라이브 방송을 자주 켜고, 싱글 음원을 매달 발표하는 것도 모두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저도 어릴 때 누군가의 팬이었기에 그런지 팬들의 마음을 알 것 같거든요. 정말 아낌없이 주시잖아요. 우리가 잠깐 카메라를 켜고, 콘텐츠를 준비해서 소통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물론 그것을 다 합쳐도 그분들의 사랑에는 못 미칠 테지만요.” 이런 그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가수가 되는 것이다. “제가 꼭 한 가지 바라는 건 포레스텔라의 히트곡이 나와서 팬들이 당당하게 포레스텔라의 팬임을 드러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도, 팬들도 무척이나 뿌듯하지 않을까요?”
editor 정지혜

<여전히 성장 중>
고우림

각기 모양과 무게가 다른 삼면의 지붕이 있는데 기둥이 하나뿐이 라면 그 집은 어떨까. 상상 속에서 그 집은 무너질 듯 위태해 보이겠지만, 베이스 고우림이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세 명의 테너를 지탱하는 포레스텔라라는 집은 예상보다 훨씬 견고하다. 고우림의 단단한 목소리가 세 명의 테너가 뛰어놀 수 있는 발판을 만든달까. “네 명이 함께 노래하려면 저만 잘해선 안 돼요. 타인의 목소리도 잘 들어야 하고, 잘 섞일 줄도 알아야 하죠. 포레스텔라를 하면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쳐줘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팬텀싱어2>에서 ‘성장캐’ 역을 맡았던 그지만 이런 깨달음을 금방 얻었던 것은 아니다. 오디션을 거치는 동안 부닥쳤던 수많은 시련 속에서, 함께 팀을 이루고 서로를 이해 하는 과정 속에서 어떻게 해야 팀과 자신이 함께 빛날 수 있을지 갈등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고음을 잘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에 소리를 크게 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제 역할의 가장 빛나는 점은 소리를 뚫고 나왔을 때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받쳐줄 때예요. 기둥처럼 우직하게 버텨주는 사람도 있어야 소리도 더 빛날 테니까. 포레스텔라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아요.”

고우림은 활동 기간에 음악적 성장은 물론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의외의 지점이었던 것은 무대 바깥에서 보여준 그의 ‘끼’다. 실제로 포레스텔라 팬들에게서 ‘고우림의 갭 차이에 빠졌다’는 후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라이브 방송에서 ‘신라의 달밤’의 현인을 기가 막히게 모창한다던지, 누구보다 격렬하게 망치춤을 춰 낸다던지. 하도 많아서 세기도 쉽지 않은 증거(?)들이 그득하다. “멀리서 볼 땐 차분한 사람인 것 같지만, 실은 제가 엉뚱한 구석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부모님 안 보실 때 몰래 혼자 춤을 추기도 했고요.(웃음)”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자신의 끼를 마음껏 드러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고우림은 단번에 ‘멤버들을 만난 직후’라고 말했다. “멤버들을 만나기 전까진 제 안에 있던 끼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어요. 소극적인 편이어서 잘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멤버들이 곁에 있어 주니 내가 나의 이런 부분들을 보여줘도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성악 외길을 걸어왔던 그에게 ‘시야의 확장’을 가져다준 것도 포레스텔라였다. <팬텀싱어2>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성악가로서 내가 해왔던 것들을 그대로 잘 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새로운 장르를 접하며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난 것이다. “포레스텔라로 가요와 팝, 크로스오버 등의 음악을 접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음악의 영역이 굉장히 좁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형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를 연습하다 보니 가요를 하든, 팝을 하든 예전보다 습득이 훨씬 빨라졌어요. 예전에는 스킬이 두 개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다섯 개쯤 되는 느낌이랄까.(웃음)” 명불허전 ‘성장형 캐릭터’답다. 그러나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훤칠한 외모에 “안녕하세요”만 해도 귀가 녹아내리는 목소리, 타고난 끼까지. 못 가진 거 말고 다 가진 그가 왜 더 개인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말이다. 답은 간단했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 “저는 아직도 계속 발전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안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음악적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날도 오겠죠.”

이제 겨우 스물여섯. 아직은 성장할 때라는 그의 말처럼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그 역시도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오픈마인드다. 연기를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포레스텔라가 자리 잡은 후 기회가 온다면 해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열린 결말 같은 그의 대답처럼 말이다. 그래도 고우림은 자신을 둘러싼 유혹들에 쉽게 흔들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다른 영역에서도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외려 겁이 많은 것일 수도 있죠.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게 조금 두렵거든요. 아직은 사회경험도 더 필요하고, 하나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서 잘해보자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말엔 확신이 실려있었다. “언젠가의 고우림은 볼 때마다 성장해서 늘 새로운 매력과 감동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해요. 포레스텔라도 마찬가지고요. 우리의 장점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과 도전에 있어 망설임이 없다는 거예요. 네 명이 한마음으로 언제든 관객분들과 놀 준비가 된 팀이니까요.”
editor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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