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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창작윤리에 관한 질문_연극 <마우스피스>

창작윤리에 관한 질문

2020년 9월 6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리는 연극열전 여덟 번째 시즌두 번째 작품인 <마우스피스>.
write 김일송


연극 <마우스피스>는 최근 국내 문화계에서 벌어진 사건 두 개를 떠올리게 했다연극에 대한 소개 이전에 실제 사건의 소개를 통해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흥미로울 듯싶다최근 한국 문학계에 작가의 창작윤리와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었다논란의 주인공은 요 몇 년 국내 문단 주요 출판사의 젊은 작가상을 받으며 총아로 떠오른 젊은 신예작가다등단과 함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해 화제를 일으켰던 그는 성적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을 녹인 자전적 소설을 통해 주목받았다논란은 그 경험을 공유했던 이들의 폭로로 시작되었다폭로자들은 자신이 작가와 나누었던 사적 대화가 작품에 무단 인용되었다고 주장했다실명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대부분의 요소가 사실로 적시되며 원치 않게 아웃팅을 당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폭로가 이어지자 작가는 사실을 인정하며 상을 반납했다그의 책은 판매가 중지되었다.

공연을 보며 떠오른 또 하나의 사건은 미술계에서 제기된 성희롱 사건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미술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올해의 미술상’을 수상한 작가로, 사건은 그가 지난해 공공문화재단의 예술사업에 책임자로 참여하면서 벌어졌다. 그는 업무차 만난 작가에게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그는 더이상 창작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평소 그는 제 3세계 이주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그들이 처한 현실을 작품화했다. 나아가 그는 이주 노동자와의 연대를 통해 예술적 가치의 일상적 실천으로 잇고자 하기도 했다. 연극 <마우스피스>에서 예술가와 자연인, 두 정체성의 간극을 살필 수 있다.
영국 작가 키이란 헐리의 <마우스피스>는 마흔여섯의 극작가가 열일곱 소년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한때는 촉망받는 작가였으나어느새 그저 그런 작가로이제는 잊힌 작가 라비연극은 그가 자살을 시도하던 순간소년 데클란이 달려들어 막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이 사건 이후 데클란을 지켜보며화가로서 그의 잠재력을 발견한 라비는 데클란이 재능을 발현할 수 있게 멘토를 자처한다동시에 라비는 데클란의 가난하고 폭력적인 가정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사건은 데클란의 친모가 딸 시안을 데리고 새 남자친구에게 가면서 벌어진다홀로 남겨진 데클란을 위로하려 데클란의 집에 들른 라비는 데클란과 성적인 관계를 맺(을 뻔하)게 된다이 일로 자신의 부주의를 책망하게 된 라비는 데클란과 거리를 두고 작품을 완성해간다그러나 아직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라비가 연극 <마우스피스>를 발표하며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장면이다. 이 작품을 통해 라비는 가난한 자들의 대변자(마우스피스)로 동시대의 문제적 현실을 고발했다는 평을 받게 되는데, 관객과의 대화에 난입한 데클란은 그것이 자신의 실제 가정사라며, 라비가 자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작품화했다고 폭로한다. 라비와 데클란의 화력이 집중되는 장면이다. 나아가 데클란은 전경화된 가난을 감상하는 중산층의 위선을 폭로하는데, 이 장면에서 데클란은 실제 관객 역시 이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 객석을 쳐다본다.

이렇듯 이 연극은 극 중 세계에 매몰되지 않고관객을 연루시키는 형식을 취하는데그 방법으로 메타연극의 형식을 취한다. ‘메타연극이란 일종의 연극에 대한 연극인데 예를 들어 이렇다연극에는 라비가 극작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있고실제로 공연은 이러한 문법에 따라 진행된다그는 연극의 중반 상황은 결말과 반대이면 좋다고 말하는데실제로 연극은 그렇게 진행된다.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그의 빈곤을 전시하여 성공하고픈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는 마치 정답이 마련된 듯하다그러나 작품은 작가에게도 알리바이를 마련하여 갑론을박의 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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