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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그리움에 피다_듀오 피다

그리움에 피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데뷔 공연이 취소되었던 ‘듀오 피다’가 8월 13일 금호아트홀 연세 <앙상블 로드>로 드디어 첫 무대에 오른다. 관객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품고서.
editor 정지혜 photographer 장호


적당한 긴장감, 무대를 향한 시선들, 쏟아지는 갈채… 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 이후 온라인 연주회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지만, 공연장의 설렘이 그리운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최근 개막 공연이 늘어나는데도 아직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유독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졌던 클래식 무대라면 더더욱 그렇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앙상블 로드> 공연 재개가 유독 반가웠던 이유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3월 첫 무대를 치렀어야 할 ‘듀오 피다’는 공연 취소의 아픔을 딛고, 8월 13일 <앙상블 로드> 무대를 다시 준비 중이다. 2014년 프랑스 국제 하프 콩쿠르 그랜드 하프 최상급부문 1위를 차지했던 하피스트 황세희와 2016년 베를린 라이징스타 국제 플루트 콩쿠르 1위의 영예를 안았던 플루티스트 한여진으로 구성된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어려운 ‘하프&플루트’ 듀오로 주목을 받고 있다. 5개월이나 미뤄졌던 공연을 다시 한다는 설렘 때문일까. “늘 당연하게 여겼던 연주가 소중한 기회였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두 연주자의 눈빛은 특별한 순간을 나누겠다는 열의로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아름다운 목요일 <앙상블 로드>로 데뷔를 앞두고 있어요. ‘듀오 피다’는 어떻게 결성하게 된 건가요?
황세희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클래식 디지털화 프로젝트 ‘머큐리 클래식’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연주하는 장면을 VR로 촬영하는 작업이었는데 각자 하피스트와 플루티스트로 참여하게 된 거죠. 그때 기획자분이 저희가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듀오를 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한여진 
무작정 팀을 결성할 수 없으니 미팅을 했어요. 듀오는 음악적 공감이 중요한데, 연습을 한번 해보니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팀이 결성됐죠.
두 분의 연주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어요. 한여진 플루티스트는 강렬하고, 황세희 하피스트는 우아하고요.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음악 속에 녹아들지 궁금했어요.
한여진

음악적 스타일은 달랐지만 지향하는 바가 아주 비슷했어요. 사실 플루트나 하프가 솔로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이올린 곡을 레퍼토리로 자주 연주하고, 세희 언니도 기타나 피아노의 음역대까지 넓혀서 연주를 하고 있었고요. 둘이 팀을 결성하면 솔로일 때보다 더 많은 레퍼토리를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두 연주자가 음악적 확장을 도모하는 셈이네요. 이번 공연에서 어떤 레퍼토리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는데요?
황세희 실은 플루트와 하프를 위해 작곡된 곡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듀오로서 어떤 곡을 연주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죠. 다행인 것은 저희가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곡까지 소화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 리스트 안에서 하프와 플루트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선별하는 게 중요했죠. 듀오를 결성한 직후에 서로 하고 싶은 곡 리스트를 뽑아서 회의를 했어요. 어떻게 하면 두 악기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이번 공연은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L86’, 생상스 ‘죽음의 무도 g단조, Op.40’, 피아졸라 ‘히스토리 오브 탱고’까지 장르적 범위가 넓어요. 하프와 플루트에 맞게 곡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한여진 악보가 이미 나와 있는 곡들은 그나마 수월했어요. 피아졸라의 ‘히스토리 오브 탱고’의 경우, 굉장히 많이 연주된 곡이라 하프와 플루트를 위한 악보가 있거든요. 하지만 없는 곡들은 일일이 피아노 악보를 보면서 맞춰 나가야 했어요.
황세희 하프는 페달이 피아노의 검은 건반인 셈이라, 하나 하나 발로 밟으며 연주를 해야 해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그 언저리에서 당겨서 연주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하죠. 그러다 보니 한 곡을 연주가 가능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길고 고됐어요. 특히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까다로운 만큼 만족스러운 선택이던가요?
황세희 1부 첫 곡으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원래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작곡된 곡이 예요. 플루트의 독주로 시작해서, 하프가 글리산도(높낮이가 다른 두 움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로 받는 도입부죠. 플루트와 하프에게 아주 중요한 레퍼토리로 손꼽히는 곡이기도 하고요. 이번 공연에서는 하프가 오케스트라 파트를, 플루트가 곡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게 됐는데, 연습할수록 각자 악기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여진 저는 개인적으로 피아졸라의 ‘히스토리 오브 탱고’를 기대하고 있어요. 바이올린 버전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라 기법적으로 한계가 많았거든요. 그러한 지점들을 플루트의 새로운 기법으로 풀어내면서 우리 듀오만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라고 느꼈어요. 무엇보다 연주하는 저희도, 보시는 관객들도 가장 즐길 수 있는 곡일 것 같고요.

데뷔 무대이고, 이미 한번 취소되었던 공연이기 때문에 감회가 더 남다를 것 같아요.
황세희 예전에는 스케줄이 잡히면 연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무대가 연주자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깨닫게 됐어요. 관객분들도 그러신 것 같고요. 아마 서로에게 특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요?
한여진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공연계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잖아요. 마스크를 끼고 소독을 하고 매일 철저한 방역을 하는데도 수많은 공연들이 취소됐죠. 절정에 치달을 때까지 유흥업소들은 계속 문을 열었고요. 속이 많이 상했어요. 한편으로는 이러다 정말 연주회가 잊혀지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어요. 최근에 온라인 연주회가 많이 진행되면서 관객이 굳이 공연장까지 가서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진 않을까 우려됐거든요. 물론 여전히 연주를 기다려주시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주는 분들도 많지 만요. 그런 점에서도 이번 공연은 정말 소중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이제 막 ‘듀오 피다’의 첫걸음을 뗐어요. 향후에는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나요?
황세희 <앙상블 로드>가 저희의 다양한 색깔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레퍼토리들로 구성된 공연이라면, 향후에는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레퍼토리를 구성해보고 싶어요. 저희가 잘하는 탱고 음악만을 모아 연주해도 좋을 것 같고, ‘낭만에 피다’, ‘고전에 피다’처럼 타이틀을 정해서 해도 좋을 것 같고요.
한여진 사실 하프와 플루트가 함께 연주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본격적으로 듀오를 결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해외에서도 드물고요. 심지어 한국에서는 저희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어쩌면 저희가 한국 클래식계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요.

대단한 각오인걸요?
한여진 하하, 거창하진 않고요. 하프와 플루트로도 듀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황세희 하피스트는 미국과 한국에서, 한여진 플루티스트는 독일에서 솔로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각자의 영역에서 꿈꾸고 있는 목표들도 있을 것 같아요.
황세희 어릴 땐 하프의 대중화를 꿈꿨어요. 물론 지금도 그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단순히 연주만 잘한다고 대중화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려고 노력 중이예요. 제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나 SNS 활동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편집도 직접 하거든요.(웃음) 연주자로서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도 필요하지만, 하프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노력하고 있어요.
한여진 요즘 세상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껴요. 클래식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머지않아 수많은 관객이 VR 기기로 집에서 클래식을 감상하는 날이 오리라는 걸 체감했거든요. 물론 직접 공연을 보는 걸 대체할 순 없겠지만요. 그러한 변화의 지점들을 젊은 연주자들이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의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플루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들을 고민하고, 많이 해나가고 싶어요.

팬데믹 사태에 활동이 쉽지 않아졌어요. 남은 2020년 동안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황세희 미국과 유럽 쪽 공연도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 당분간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우선 잡혀 있는 연주가 취소되지 않고 무사히 진행됐으면 하고, 새로 시작할 유튜브도 잘 되어서 하프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한여진 지난해 일주일에 두 번 꼴로 연주회가 있을 만큼 정말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그러다 공연이 취소되고 쉬는 날들이 생기니 은근히 좋더라고요.(웃음) 계단 오를 힘도 없을 만큼 바쁜 일정에 쉼이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늘 당연하게 여겼던 연주와 무대, 관객의 박수와 환호 없이는 방에서 혼자 연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또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죠. 아마 이 위기가 없었다면 몰랐을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남은 2020년의 공연들은 이 마음을 잊지 않고 더 진중하게 다가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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