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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Moment_뮤지컬 <제이미> 연출가 심설인

This is the Moment

뮤지컬 <제이미>와 함께 바쁘고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연출가 심설인을 만났다.
editor 이민정 사진제공 ㈜쇼노트


뮤지컬 <제이미>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습실 분위기가 엄청 즐겁고 엄청 뜨겁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모든 장면 연습이 끝났어요. 이번 주부터 합치는 작업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빠질 부분과 덧붙일 부분은 무엇인지 체크해야 해요. 아직까지 처음 계획했던 대로 오차 없이 흘러가서 다행이고, 배우들 역시 잘 따라와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대극장 뮤지컬치고 스토리가 엄청 디테일해요. 제이미란 인물을 통해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굉장히 유쾌합니다. 모든 배우가 이렇게까지 연습 중에도 열연할 줄은 몰라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올 여름 머스트해브 뮤지컬’로 꼽히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납니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안을 받았고요, 그전에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로 쇼노 트와 인연이 닿아 2017년에도 <미스터 마우스>를 작업했고, <제이미>까지 오게 됐네요.(웃음) 저로서는 이 작품이 제 성향과 맞는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캐릭터와 이야기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는 작품이 재미있고 좋아요. 작품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전작 <안테모사> 역시 즐거움을 기본으로, 살아있는 캐릭터와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죠. 질감이나 소재가 다를 뿐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즐거움이거든요. 즐거움과 감동! 관객들이 작품을 보는 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작품 꼭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아시아 초연’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 작품은 일단 너무 스타일리시하게 다가왔어요. 요즘 뮤지컬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팝스런 음악들, 모두가 공감하면서 어렵지 않은 스토리, 신선한 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잘 쓰여진 대본 덕분에 누구에게든 통한다고 생각해요. ‘드래그 퀸’이라는 소재가 우리나라에서 낯설기도 하고, 행여 관객층을 좁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단언컨대, 이 작품은 드래그 퀸 이야기가 아닙니다. 드래그 퀸은 소재일 뿐 엄마와 아들, 가족,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 등 공감하는 지점이 다르지 않으니까요. 내가 남들과 다를 때 내가 취해야 할 행동들, 내 자식이나 내친구가 남들과 달랐을 때 지녀야 할 행동들을 생각하실 거예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내가 원하고 욕망하는 것을 충분히 발현하며 살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드라마가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확신해요. 물론 ‘제이미’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고요.

런던에서 오리지널 공연을 꽤 많이 보셨다고 들었어요. 볼 때마다 느껴지는 지점이 다르던가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인 1월 초 영국으로 달려가서 보고 왔어요. 매일 하루에 한 번, 여유로울 때는 하루에 두 번, 이 작품만 일주일에 열 번 보고 왔죠. 배우 오디션을 보기 전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영상 밖에 없어서 볼 수 있을 때 봐두자고한 건데, 그때 보길 정말 잘한 거 같아요. 처음 봤을 때는 새로운 스타일의 1막에 집중하다가 다섯 번 이상 보니까 2막이 엄청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정말 인상적이었던 점은 2막이 연극적인 구조에 가깝다는 사실이에요. 제이미가 지닌 템포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제이미가 어떻게 성장할 것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겠다에 집중하고 있어요. 연기해야할 텍스트의 양이 방대하니 배우들도 엄청 애쓰고 있죠. 저 역시 제이미 시점에서 많은 고민을 할 수있었습니다.

레플리카 공연이라도 오리지널 공연과 다른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정서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웃음 포인트를 살려야 하는데 우리와 웃음 코드가 살짝 다르면 재미없을 수 있어서 각색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영국 오리지널 스태프와 충분히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역시 ‘제이미’ 캐릭터인데 다행히 우리 나라의 제이미들을 보고 너무 좋아해요.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다 알 수 없으니 그들 또한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고요. 작품 속에 히잡 쓰는 여학생이 나오 거든요. 한번은 이러더라고요. “히잡 쓰는 거 한국에서 괜찮은 거야? 동양 문화 에서 쓰면 안되는 거 아니야?” 우리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당연히 씌워야지! 여러 인종이 다니는 학교잖아!”

영국 프로덕션과 원격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가 정말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네요.
맞아요. 저희가 작업한 부분을 클립 영상이나 일지로 영국으로 보내면 그들이 피드백을 줍니다. 보낼 때마다 굉장히 좋아하고, 함께 하고 싶은데 아쉽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제이미’ 역의 배우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연출가 입장에서 본 <제이미>의 배우들은 각각 어떤지 궁금합니다.
조권은 이 작품에 최적화되어있는 배우입니다. 너무 잘하는데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한마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이 부분은 누구를 따라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거침없어야 하는데, 정말 딱이에요. 제이미 중에서는 인생을 많이 산 터라 제이미의 굴곡진 부분을 영리하게 캐치해서 연기해요. 신주협 배우는 상남자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하는 과정에서 조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이미가 왜 운동화보다 구두를 신고 싶어하는지 이해를 해야 제이미를 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너무 잘해주고 있고요, 연기는 워낙 잘하는 배우라서 드라마를 표현하는 부분을 보면 아주 듬직해요. MJ와 렌은 사람 자체가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서 존재감이 있어요. 노래와 춤, 무엇보다 연기가 뒷받침되는 작품이라 표현의 방법, 드라마의 흐름, 또 흐름에 따라 변화된 마음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돌은 아이돌인가봐 요. 이 모든 걸 스펀지처럼 흡수해요. 어색한 부분을 봤을 때 “왜 저럴까?”가 아니라 “어머머머~~” 웃게 된다고 할까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심과 성실로 무장되어 있어서, 이렇게 마음에 드는 어린 배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뮤지컬 입문하는 MJ와 렌 배우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무대 위 카메라를 보고 살았던 뮤지션이었잖아요.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사람 눈을 보며 노래를 부르면 굉장히 어색할 거에요. 작품 자체가 신나고 즐거워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클 텐데, 본인들이 아마 가장 힘들었을 거에요. 하지 않았던 걸 해야 하고, 해왔던 걸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하니까 온통 새로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요. 그럼에도 제가 만났던 그 어떤 배우 들보다 열심히 해요. 책임감도 크고요.

김문정 음악감독님과 이현정 안무감독님 과의 호흡도 궁금합니다.
김문정 감독님은 처음이고 이현정 감독 님과는 오랫동안 같이 해왔어요. 두 분 다 워낙 섬세하셔서 저는 더 좋아요. 이 작품은 감성과 감정, 작은 포인트가 굉장히 중요한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더없이 행복한 작업입니다.

연출님은 언제 처음 작품을 맡으셨나요.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CA라고 부르는 특별활동반이 있잖아요. 연극도 하고 사물놀이도 하는 공연반이었어요. 그 시절의 제가 없었다면 연극영화과로 진학하지 않았겠죠. 힘들면 중간에 포기했을 텐데 30명이 시작해서 졸업할 때 최후의 남은 9명 중의 하나가 저더라고요. ‘이 길로 가야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걸 꽤 좋아하는 구나’ 싶었어요. 연극영화과에 들어와서는 연기보다 글 쓰고 연출 하는 작업이 좋았고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겠지만 아직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저의 첫 작품은 2009년 연극 <꽃잎이발관>이라는 작품이고, 첫 뮤지컬은 2015년 <젊음의 행진>이에요. 요즘은 계속 뮤지컬을 하고 있지만 2~3년에 한번씩은 연극을 하려고 해요.

연출님이 생각하기에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와 기질이 맞는 분야인 듯해요. 이렇게 흥이 많은 민족이 또 있을까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인기가 있잖아요. 자신이 노래를 부르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든, 언어를 가사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뮤지컬은 종합선물세트죠.

좋은 연출가는 무엇인가라는 나름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직은 정립해가는 과정이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다만 하나는 확실한 거 같아요. ‘작품’이라는 것은 모두가 만들어가는 거고, ‘연출’이라면 그 과정에서 작품이 어떻게 흘러가야하는 것인지,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인지 합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람일 거예요. 물론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연습하는 과정은 치열하면서 행복해야 해요. 회의를 하는 과정도 치열하면서 행복해야 하고요. 좋은 연출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관통해야 하고, 설득의 방법이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해요. 이걸 한사람이 다 할 수는 없으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배우와 스태프를 만나야 하고요. 저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요. 과정이 행복하다면 누군가와 논쟁이 있더라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사람과 저와 문제될 게 없지 않을까요.

은 배우의 기준이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배우는 누군가를 대신 살아보는 직업이잖아요. 그것만큼 사람이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기능적인 부분을 갖춘 동시에 자신이 표현하는 캐릭터를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이해가 안간다고 이 캐릭터가 이해안가는 게 아니거든요. 왜 그런지 찾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고요. 배우들이 많은 캐릭터를 살아보려면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해요. 그 캐릭터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요.

배우처럼, 연출님도 작품을 통해 계속 성장해 나갑니다. <제이미>를 통해 연출님께서 한걸음 나아간 부분, 배워나간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런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노래와 춤보다 드라마로 꽉 찬 공연을 만들다니요! 결과를 봐야하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캐릭터에 드라마가 차 있을 때 보여질 반응이 궁금하고요. 뮤지컬이 가져가야 할 라인 중에서 또 다른 라인이 생기는 게 아닐까, 앞으로 조금 텍스트가 많은 극을 시도해보아도 좋지 않을까란 희망도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게 되어 영광이고요.

<제이미>가 한국 관객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라나요.
‘제이미’를 통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스스로의 시선은 어떤지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킹키부츠> 도 그렇고 <제이미>도 그렇고 반복되는 유명한 문구가 있어요. ‘저스트 비(Just Be)’. 특별하게 잘못하지 않았는데 우리에게는 존재만으로 판단하려고 하고 다른 길로 인도하려는 몹쓸 오지랖이 있어요. 때로는 부모가, 때로는 친구가 그렇죠.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으면서요. 존재 자체로 놔두고 그 사람이 자신의 빛을 어떻게 발현하는지 지켜보면 어떨까요. 무엇보다 스스로도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남들이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작품은 ‘네 인생에 집중해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봐주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통 <제이미> 생각뿐이겠지만 앞으로 어떤 연출가가 되고 싶은가요.
계속 작품하면서 행복할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나이가 60, 70이 되더라도, 작품을 통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화내지 않고 웃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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