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24 Nov, Tuesday
-1° C
TOP
Image Alt

시어터플러스

정의와 욕망 사이_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정의와 욕망 사이

양심을 지킬 것이냐 이익을 취할 것이냐, 치열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editor 이민정, 정연진 photographer 김선진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이 3년 만에 돌아온다.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Ljudmila Razumovskaya)가 1980년에 집필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갈등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 엘레나의 생일, 그의 집에 랼랴, 빠샤, 비쨔, 발로쟈가 찾아와 시험 답안지가 들어있는 학교 금고의 열쇠를 요구하고, 양심을 지키려는 엘레나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학생들이 설전을 벌이게 된다. 정의의 편에 선 수학 교사 ‘엘레나’ 역에 정재은, 우미화, 양소민, 사건의 주동자 ‘발로쟈’ 역에 김도빈, 박정복, 강승호, 엘리트주의 철학부 지망생 ‘빠샤’ 역에 김현준, 오정택, 산림학부 지망생 ‘비쨔’ 역에 최호승, 김효성, 당돌하고 영악한 ‘랼랴’ 역에 김주연, 이아진이 캐스팅 됐다. 양심을 지키는 삶과 타협하는 삶, 그 안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작품,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에서 열연 중인 열한 명의 배우들을 만났다.
엘레나, 정재은 배우 
대본을 읽자마자 너무 재미있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요즘 대학로에서 핫하기로 소문난 김태형 연출가와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 작품은 얼핏 선과 악의 대립이 전부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학생들이 주장하고 원하는 삶이 이해가 되고, 그 속에서 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의 상황 또한 이해가 된다.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삶이 과연 존재할까. 그렇다면 나는 사회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가.’ 대본을 들여다볼수록, 연습을 할수록 인생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우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작품을 보는 관객 역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엘레나, 우미화 배우 
시시때때로 우리 마음 속에는 선과 악이 부딪히지 않던가. 지하철에 앉아있는데 어르신이 탔을 때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길을 가다가 난처한 일을 당한 누군가를 도와줘야할 것인가 그냥 지나칠 것인가… 삶은 이런 무수한 선택의 연속이지 않을까. 이 작품을 보는 동안 관객들은 자신이 서 있는 지점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저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이 작품을 보는 이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좀 더 옳은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엘레나, 양소민 배우 
대본을 읽고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하는 행동이 결코 옳지 않지만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틀리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니까. 선생님과 학생들 중 나는 과연 누구의 편이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작품을 본다면 불편한 동시에 재미있을 것이다. 나 역시 배우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약간의 욕심을 부리며 타협하는 일에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를 위해서니까, 하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을 내 아이가 배운다면, 혹은 이런 엄마를 보고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발로쟈, 강승호 배우 
학창시절 때 바닷가에서 지갑을 주웠던 적이 있다. 지갑에 금액이 꽤나 많이 들어있어서 타협과 양심 사이에서 살짝 흔들렸다. 결국 지갑 주인을 만나 돌려주었는데 열심히 일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님이어서 다행인 동시에 잠깐의 고민이 부끄러웠다. 초연에 참여했던 나는 지금까지 재연을 기다렸을 정도로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텍스트 자체가 탄탄한 데다, 쓰여진 시기는 오래 전이지만 현재에 대입시켜봐도 매력이 넘친다. 누군가 ‘검은색 진공상태’라 표현했을 만큼 선과 악의 대립,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에서 나오는 아우라도 좋다. 연습하는 동안 숨기고 싶었던 옛 사건이 떠올랐듯 관객 역시 자신을 되돌아보며 정의로운 삶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 

발로쟈, 김도빈 배우 
아파트에 분리수거 날이 화•목•일요일인데 우리집 쓰레기가 토요일에 수북하게 쌓이는 거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토요일 밤 12시쯤에 쓱 나가서 버린 적이 몇 번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고 넘겼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사소한 일이라도 양심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에서 발로쟈라는 캐릭터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엘레나 선생님을 괴롭힌다. 참으로 나쁜 놈인데 나는 더 나쁜 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관객들이 저렇게 살지 말자라고 느끼실 것 같아서. 참다 참다 선생님이 갑자기 폭발하는 대목이 있는데 내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다. 

발로쟈, 박정복 배우
모든 사람이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나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절대 악이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어렸을 때의 경험이나 교육에 의해 악을 선택하면서 살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요즘 육아와 교육에 관심을 더 많은 사랑을 쏟는 건지도 모르겠다.(웃음)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곤 한다. 우리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쫓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흔들리게 만드는 수많은 유혹들을 뿌리치면서 ‘나는 지금 내 신념을 지키면서 살고 있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관객들도 메시지의 울림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빠샤, 김현준 배우
작품이 지닌 메시지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같을 때 동기부여가 되는 편이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딱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의지를 불태우면서 더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 작품을 두 단어로 표현한다면 ‘붕괴와 모순’인 것 같다. 드미트리 오를로프가 쓴 책 ‘붕괴의 다섯 단계’에는 사회적인 붕괴부터 인간적인 붕괴까지 나오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그 단계들을 겪고 있다. 관객들은 신념이 무너지면 인간이 어떤 붕괴를 겪게 되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또 하나는 모순의 싸움이다. 이 작품에는 오래된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신념을 지키는 방법은 정의로운 쪽이 있고, 반박할 수 없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행동이 비도덕적인 쪽이 있다. 어느 편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행위의 근거들이 아무리 논리적이라고 해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수단과 방법이 범죄에 가깝다면 모순 아닐까. 갈등을 겪는 인물들을 보면서 붕괴, 모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인 것 같다. 

빠샤, 오정택 배우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양심을 지키는 삶과 타협하는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 타협과 양심의 크기에 따라 고민의 깊이가 달라질 뿐. 이 작품이 올해로 40년 됐는데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오를만한, 시대를 타지 않는 작품이라는 방증 아닐까.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게 된 배우로서 무거운 자부심과 부담감을 느끼지만 새로운 배우들 덕분에 더 열심히,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이 작품을 보는 관객 모두 ‘무엇이 옳은가.’ ‘이 생각을 행동에 옮기면 어떨까.’ 본질적인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을 통해 성장하고,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비쨔, 김효성 배우
절대 선과 절대 악이 과연 존재할까. 어릴 때는 있다고 믿었는데, 누가 착하고 나쁜지 잘 모르니까 세상 사는 게 점점 무서워지는 것 같다. 인간이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웃음) 이 작품은 관객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옳은가’,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나는 그런 적이 없었나.’ 의구심을 갖게 되고, 작품 속 학생들처럼 나쁜 생각이나 행동을 했었다면 반성하게 될 수도 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강렬했고, 많이 생각하게 만들어줘서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주는 힘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양심을 지키거나 타협하는 것 둘 다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테니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랼랴, 김주연 배우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좋은 연출님,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 많은 부분을 배우면서 치열하게, 또 재미있게 연습 중이다. 랼랴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버릴 수 있다고 말하는 당돌하고 현실적인 학생이다. 거침없이 쏟아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100%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작품에 임하는 배우와 스태프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오래 전 쓰여진 원작이 지금까지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보면 작품이 주는 힘이 대단한 것 같다. 관객분들도 이 작품을 보며 누가 옳은지, 나는 옳은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잠깐이라도 고민하는 시간이 생기지 않을까. 

랼랴 이아진 배우 
연극은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연습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라는 질문을 자신한테 많이 던지게 된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기에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타협하는 삶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쉽고 빠르게 가는 길을 꿈꾸고 원한다.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에게 늘 있을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심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공연을 본 관객분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곱씹어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기사의 저작권은 ‘시어터플러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출처를 밝히지 않거나 무단 편집 및 재배포 하실 수 없습니다. 해당 기사 스크랩 시, 반드시 출처(theatreplus.co.kr)를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